아기를 낳고 보니 애 딸린 가족은 어디에서도 환영받기 쉽지 않은 존재라는 걸 알았다.  특히 어린 아기.  주변에 많은 커플들이 있지만 아이는 커녕 결혼도 아니한 커플이 대부분이고, 결혼해 사는 커플들도 이 땅에 이민자로 살면서 아기를 가지는 건 언젠가는 하겠지만 당장은 미루는 것이 당연한 숙제처럼 보인다.  주말에 뜬금없이 전화해 급모여 차 한 잔 나누던 친구들도 만나기 쉽지 않아졌다.  친구들은 우리 스스로 멀어졌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사실 그런 면도 있다.  일단 누리를 데리고 나갈 수 있는 반경이 제약되어 있고, 누리의 찡찡이 늘어나는 늦은 오후와 저녁 시간을 피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하여간 그렇다.  우리를 환영해줄 곳은 한국의 집뿐이다.


이미 알고 지낸 사람들에겐 비록 환영받지 못하지만, 낯 모르던 사람이 아기가 생겼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가깝게 다가오는 경우도 있다.  누리를 데리고 밖에 나가면 쉽게 몇 개월이냐고 물어오는 사람들이 그 경우.  상대가 아기를 가졌으면 나 역시 예의를 차리고 몇 개월이냐고 물어봐야하지만 그 정도 오지랖은 안되서 대화는 툭 끈긴다.  한국이었으면, 상대가 한국말로 물었으면 마구마구 넓게 펼쳐졌을 내 오지랖.


그런데 애 딸린 엄마를 애 딸리지 않은 엄마보다 환영하는 곳이 있어 소개한다.  나 역시 임신 요가에서 만난 독일인 라헬에 의해서 초대되었고, 소개되었다.  바로 인근 공원 한켠에 있는 어린이센터 Maple children's Centre에서 일주일에 한 번 있는 Barefoot Mum's Group이다.


자연주의 육아를 지향하며 일주일에 한 번 모여 엄마들이 정보를 교환한다-고 한다.  사실 메이플 어린이센터는 장소일 뿐이다.  한 번에 4~8명의 엄마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날씨가 좋을 땐 피크닉 같은 이벤트도 함께 하는 모양이다.  라헬의 소개로 내가 처음 갔을 땐 라헬과 나를 제외하고 4명의 엄마와 아기들이 더 있었다.  아기라긴 그렇고 아직 만 3세가 되면 가는 Pre-school에 가지 않은 유아들.  재미있는 것 어느 아이가 어느 엄마의 아들 딸인지 말 안해줘도 알겠드라.  누리랑 나도 그럴까?  하여간.

오랜만에 둘째 아이를 출산하고 온 라헬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엄마들 사이에서 오가는 사이 아이들은 주변에서 뛰어 놀았다.  그날의 대화는 한 엄마가 아이의 간식으로 사온 씨리얼에서 시작됐다.  "맛있냐?"  "어디서 샀냐?" 그런 대화들.  그리고 자연스레 대화는 유기농 버터에서 한 10분쯤, 유기농 두유에서 한 10분쯤 그렇게 흘러갔다.  유기농 버터를 만들때 유기농 우유를 사용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 엄마들이 이야기하는 건 우유를 생산하는 소가 풀을 먹고 자란 소냐, 사료를 먹고 자란 소냐.  어떤 브랜드의 유기농 버터에서는 그런 걸 표시하느냐 하는 류의 대화였다.  우유를 먹이지 않는 엄마는 대안차원에서 두유를 먹이는데 그 두유가 GMO냐 그렇지 않느냐, 유기농이냐 그렇지 않느냐 하는.  속으로 '아 저게 저렇게 길게 이야기될 이슈인가'하면서 듣고만 있었다.

그나마 라헬이 둘째 아이를 위해서 독일에서 공수해온 발리식 아기띠와 그 아기띠 매는법은 좀 실용적인 대화에 속해보였다.




라헬의 둘째 탈리타를 안아보는 다른 집 아이.  이런 건 참 좋아보였다.  아이가 하나인 집의 아이가 다른 집 아이들을 동생 삼아 만나볼 수 있다는 건.  단 지나치면 안되겠지만.  탈리타보다 4주가 많긴 하지만 누리에게로 '돌격(?)'해오는 다른 집 아이가 나는 무서웠다.( ' ');;



길다란 천으로 둘둘 매는 식의 발리식 아기띠.  여기서 구입할 수 있는 건 탄력성이 없는 모양인데, 라헬이 독일에서 공수해온 건 탄력성이 있어 "참 좋다"며 다들 칭찬.  이 모임의 엄마들은 한국서도 사용하는 꽤 고가인 스토케Stoke, 베이비비욘Babybjorn, 에르고Ergo다들 써봤지만 만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아기캐리어들은 형태가 정해져 있는 반면 발리식 아기띠 같은 것은 아기따라 탄력적으로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되려 낫다는 평가.  나야 앞서 언급한 아기캐리어보다 저가인 치고Chicco사용하긴 했지만, 그들의 의견에 동의한다.



Barefoot Mum's Group은 1시로 시간이 정해있긴 하지만 되는대로 오는 식이다.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할 일이 있는 것은 아니니.  2시간 여 수다를 마치고 공원의 놀이터에서 아이들을 1시간쯤 놀리고, 엄마들은 계속 수다를 이어가는 식.

아이랑 하루 종일 있기보다 일주일의 한 번이라도 이런 식의 만남을 이어가는 건 좋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혹은 그 이상)에서 나는 라헬과 처음가고 더는 가지 않았다.


첫째는 시간 때문이다.  1시라는 시간이 적당해 보이긴 한데, 누리에겐 적당하지 않다.  누리는 보통 9시에 일어나 3~4시간 간격으로 우유를 먹는데 1시면 딱 누리가 우유를 먹는 타이밍이다.  우유를 먹이지 않고 간 첫 모임에서 나는 누리를 안고 우유를 먹였다.  자연적인 육아를 지향하는 모임에 앉아 우유를 먹이는 내가 좀 거시기 했다.

둘째는 라헬의 탈리타와 누리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2~3살이었다.  라헬의 아들 노아도 3살이니 탈리타만 아니었다면 대충 비슷한 또래인셈.  그 사람들과 내가 나눌 수 있는 부분이 적어뵜다.  나야 정보를 먼저 얻을 수 있어 좋긴 하지만, 그들이 정보를 마냥 주는 것에 만족할런지는 의문이다.  아이들이 만3세가 되면 Pre-school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 정도가 되면 엄마들은 자연히 발길이 끊어지는 모양이었다.  다시 비슷한 아이 나이 또래만 남고 그런 모양.  구구절절 생략하고 앞서 잠시 이야기했지만 누리에게 돌진(?)하는 아이들이 무서워 좀 망설여졌다.

군더더기 이유론 영어를 귀 쫑끗 세우고 들어야 한다는 부담감 정도.  그게 피곤해서 집에서 TV도 안보건만.( - -);;


Barefoot Mum's Group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찾아보려고, 다른 지역에도 있나해서, 찾아보니 그냥 요 동네에만 있는 모임이다.  하지만 이런 비슷한 이름의 엄마모임이 제법 많다.   나도 몰랐는데 Barefoot 또는 Barefooted라는 말이 맨발이란 뜻.  

이름은 달라도 동네마다 엄마들 모임이 많다.  혹시라도 나처럼 이국 땅에서 아기 낳고 집콕하는 사람이라면 그 모임을 찾아 친구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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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임신을 옆에서 지켜본 S님은 늘 '수월해 보인다'고 말씀하셨다.  '수월한 임신'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비교적 문제없이 임신 기간을 지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게 물 흐르듯 지금까지 왔는데, 출산 후 정말 넘기 힘든 난관을 만났다.  바로 모유수유다.


모유수유만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다니까 해보겠다고 계획하고 시작했다.  모유수유를 해보겠다고 하니 임신 초기 만났던 K선생님이 "모유수유, 하면 될 것 같죠?  안쉬워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면서 어려우면 Breastfeeding Drop In Clinic을 챙겨보라고 조언을 주셨다.  그 말씀을 듣고도 나도 모르게 모유수유를 하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모유수유가 그냥 되는 줄 알았나보다.  정말 안쉽다.


누리를 낳고 병원에서 바로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아니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조산사의 도움으로 누리를 안고 젖을 물렸다.  누리의 턱이 열심히 그리고 한참 동안 움직여서 모유수유가 그렇게 시작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한참을 그러고 있었는데도, 그 뒤 누리는 울었다.  지비랑 내가 어쩔 줄 몰라하고 있을 때 조산사가 와서 보고 배가 고파서 그렇다고 했다.  "젖을 물렸는데"라고 했더니 아직 모유가 생기지 않았다고 우유를 줘야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유가 생기기까지 며칠이 걸리기도 하며 비록 모유가 없더라고 계속 젖을 물려야 모유가 더 빨리 생긴다고.  그래서 그 때부터 모유가 없어도 젖을 먼저 물리고, 그래도 울면 우유를 주는 패턴이 시작됐다.


집으로 돌아오고 첫번째 방문했던 조산사에게 아직 모유가 생기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니 가슴을 눌러보고, 힘껏 짜보고 곧 생길꺼라고 했다.  역시 모유가 없어도 20~30분 젖을 먼저 물리라는 조언과 함께.  누리가 태어난지 5일째 되던날 방문한 조산사에게도 모유가 생기지 않았고, 그때는 가슴마저 굳어져 아프다고 했더니 앞선 조산사와 같은 조언을 했다.  그리고 모유수유를 도와주는 조산사, Kelly의 번호를 주고 갔다.  그 번호로 며칠을 전화하고 메시지를 남겨도 답신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모유가 없는 젖을 20~30분 물리고 난 다음에 누리가 울면 우유를 줬다.  누리가 늘 울었고 먹는 우유량도 줄지 않고 있었으므로 우리도, 조산사도 아직 모유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누리가 태어난지 열흘째 되던날 세번째 조산사가 방문했다.  별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모유수유가 문제라고 대답했고, 앞선 조산사가 준 번호로 연락해도 모유수유를 도와주는 조산사 Kelly의 답신이 없다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바로 Kelly에게 전화를 했다.  세번째 조산사가 다녀가고 한 시간이 안되서 Kelly가 집으로 왔다.  그 때까지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었다.  그 땐 굳어진 가슴을 약간 풀렸지만 여전히 모유는 나오지 않는다고.  내가 '악' 소리가 날 정도로 힘껏 가슴을 눌러보면 한 방울도 안되는 모유가 맺힐 듯 말 듯 했다.  보통은 아기를 안는 자세에 문제가 있지만, 내 경우는 워낙 초반부터 시도왔던터라 자세에는 문제가 없었다.  Kelly는 20~30분이 아니라 한 시간을 젖을 물리라고 했고, 우유를 주지 말라고 했다.  한 시간동안 아기를 안고 있는 게 쉽지는 않지만 그렇게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칭얼대는 아기를 한 시간씩 안고 있는 것도 쉽지 않았고, 밤이 되면 그 칭얼거림이 심해져 우리는 우유를 주고 말았다.  이틀 동안 낮시간 열 시간 중 대여섯 시간을 누리를 안고 젖을 물렸다.  팔도 아프고 계속 물린 탓에 가슴도 아팠다. 

금요일, 토요일 거의 굶다시피 한 누리의 뱃속에서 계속 꼬르륵 소리가 나서 지비랑 나는 Kelly의 조언대로 우유를 주지 않는 방법은 안되겠다 생각하고 한 시간을 먼저 젖을 물리되 그 뒤엔 우유를 주기로 했다.  예전에 먹던 것보다 약간 적은 량의 우유를.


그 동안 한국의 가족들은 어린 아기를 굶기면 안된다고 걱정이 많았다.  그러고서 엄마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엄마도, 언니도 모유가 안나와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엄마의 경우는 모유가 거의 안나와서 좋다는 돼지 다리, 생선 다 끓여먹어도 소용이 없어서 3개월쯤 포기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동안 울어댄 큰언니의 경우 분유도 먹지 않아 3개월부터 쌀미음을 먹일 수 밖에 없었다고.  그리고선 두려워서 둘째언니와 나 때는 그냥 처음부터 분유를 먹였다고 한다.  조카 둘을 놓은 큰언니의 경우는 모유도 나오지 않았고, 그때만해도 모유를 크게 권하지 않던 때라 짧은 시도 끝에 바로 분유를 먹였다고.  분만진통이 길지 않은 건 엄마와 큰언니가 마찬가지라서 그 덕을 봤나 했는데, 이런 것도 닮는 걸까?  엄마와 언니는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특히 누리 배고프게 하지 말고 분유를 주는 걸 생각해보라고 했다. 


가족력이 그렇다고하면서 포기해야 할까 하다가 모유가 잘 생기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검색을 해봤다.

☞ http://www.babycentre.co.uk/baby/breastfeeding/problemsandsolutions/lowsupply/


모유 공급이 원할하지 않는데는 다음과 같은 것이 이유가 될 수 있다고.


- 갑상선 호르몬 저하와 같은 호르몬 문제

- 유방 수술 전력이나 관련 질병

- 분만 중 과다 출혈

- 자궁 내 태반 잔여물

- 특정 약물 복용


이 대목을 읽다가 다섯 가지 중 내가 확실하게 두 가지가 해당된다는 걸 알았다.  자궁 내 태반 잔여물은 알 수 없지만 갑상선 호르몬 저하와 분만 중 과다 출혈이 내가 해당됐다.


여전히 모유가 나오지 않는 가운데 지난 월요일 Health Visitor가 왔을 때 내가 해당하는 이 두 가지가 모유수유가 어려운 이유가 될 수 있냐고 물었다.  지비는 그것이 이유라는 전문가의 판단과 의견이 있으면 나도 힘들고, 누리도 힘든 모유수유 시도를 중단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

Health Visitor는 또 다른 형태의 방문 조산사다.  그녀는 분만 중 과다 출혈이 초기 모유 생성이 어려운 일시적인 이유가 될 수는 있어도 지금 현재 빈혈과 같은 문제가 없다면 나의 경우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했다.  갑상선 호르몬 기능 저하의 경우도 지금 현재 약물을 먹을 정도가 아니라면 이유가 될 수 없다며, 한 시간씩 계속해서 젖을 물릴 것과 우유주는 것을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분만한 이 세상의 모든 여성이 할 수 있는 게 모유수유라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면 된다"고.


'하면 된다'라는 말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뭉쳐야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따위의 말들과 함께 내가 가장 싫어하는 말이다.  상황을 무시한 강제로 들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스스로도 안되겠다고 판단이 서기 전까지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러던 지난 수요일 커뮤니티 헬스 센터에 조산사를 만나러 갔다.  역시 아무 문제가 없냐는 질문에 모유수유가 유일한 문제라고 했다.  나이든 조산사가 내게 잠은 잘 자는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 물었다.  신생아가 있는 우리가 잘 잘리도 없지만 그래도 나는 밤중에 깨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고 이야기했고, 밥은 잘 먹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내가 잘 쉬고, 잘 먹어야 모유수유도 잘 된다고.  그 짧은 말 한 마디에 눈물 날뻔했다.


그 날 오후에 집에 들른 알렉산드라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너도 나도 분유먹고 자랐지만 지금 문제 없지 않냐고.  너무 걱정말라"고. 

맞는 말이다.  그 날 마음 먹었다.  모유수유가 안되서 우유를 주게 되더라도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고.  물론 그렇게 마음먹었다는 것이지 그렇다고 스트레스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지난 월요일 우연하게 지비와 본 프로그램.  Cherry Healey라는 프리젠터가 모유수유에 관한 고통담과 성공담을 보여준 프로그램.  이 프리젠터는 예전에 출산과 관련해서 다양한 옵션을 보여준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했다.  스스로의 경험담과 어우려져 재미있게 봤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지비와 나는 깨달았다.  이 프로그램 안에는 모유수유로 어려움을 겪는 산모가 나온다.  성공담을 통해 모유수유의 유익함을 이야기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안에 몇 가지 사례 중 모유가 잘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건 없었다.  자세의 문제에서 오는 어려움을 커뮤니티 서포터/클리닉을 통해서 극복하는 사례나 사회적으로 모유수유 지원 시설이 많지 않은 점 등이 언급됐지만.

이 이야기를 언니에게 했더니 어쩌면 인종적으로 출산이나 모유수유가 아시아인이 어려울지도 모르겠단다.  이 곳 병원이나 조산사는 그런 차이를 부정하지만, 글쎄 완전히 부정하긴 어려운 것 같다.


모유수유 안되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과 되면 참 좋겠다는 마음도 함께 일단 해본다.


누리야 배고파도 조금만 참아보자.  나도 팔이 아파도 참아볼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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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ini 2012.10.09 14: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출산후 3일 즈음이면 조리원에 있을때 대부분 초유가 돌기시작하는데 사람에 따라 좀 다르지. 너무 스트레스 받지말고 마사지는 수시로 해주는게 좋을것같아. 여기 한국엔 오케타니식 마사지 법이 유명한데 아프지도 않고 모유가 나오는길을 뚫어주기도하지.. 아직 아이가 빠는 힘이 적어서 모유가 안나올수도 있으니까 유축기보다 손으로 조금씩 짜주는 방법을 무식하긴 하지만 그것도 방법일것같아. 그러다보면 조금 씩 양이 늘꺼야.. 누리가 하루가 다르게 자라면서 엄마를 도와줄꺼구. 힘내.. 지민이땐 모유수유땜에 이게 무슨짓인가..하다가 한달즈음되니까 모유수유가 편해지는 날이 오더라. 장점이 많아. 화이팅!

    • 토닥s 2012.10.12 16: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내가 정한 마지노선은 4~6주다. 그때까지 열심히 해볼 생각인데, 내가 모유수유가 쉽지 않은 5~10%의 산모에 안들어가기만 바랄뿐.(ㅡㅜ )

  2. 엄양 2012.10.16 12: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민양~ 모유수유의 최대의 적은 스트레스~~
    나는 초유랑 초기 모유는 엄청 나와서 남는거 냉동도 했었는데...세달째쯤 김서방하고 대판 싸우고 몇일만에 모유가 말라버렸다,,,자연적으로,,,스트레스가 정말 무서운거제...몸이 바로 반응하니...
    둘째도 역시 초유랑 모유랑 처음 두달은 엄청 나왔는데...육아스트레스 받기 시작하니 금세 말라버리더라,,,나는 모유수유자세도 너무 어렵고 목 어깨 팔 안아픈데가 없어서,,,모유 안나오니 오히려 맘이 편해지면서 분유로 갈아탔다. 지금도 후회는 없어,, 분유 먹어도 잘만 큰다.ㅋㅋ
    분유먹으면 아빠가 줄수 있으니, 아기랑 아빠랑 더 친해질수도 있는 기회제공, ㅋㅋ

    모유는 엄마가 잘먹고 잘 쉬고 할때 양질의 모유가 나오는거지..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분유보다 나을게 없을거 같더라,,나는 하루 두끼도 겨우 먹으면서(밥해줄 사람도 없고, 시간없고, 식욕도 안생기고) 애 키우고 있던더라,,그렇게 위안을 삼았다.

    너는 가족력도 있으니 너무 애쓰지 마숑,,,모유 먹고 큰 아이들은 키가 좀 작고, 분유먹고 큰 아이들은 키도 크더라,ㅋㅋ 두뇌발달은 차이가 난다지만,,,모유수유 하나만으로 큰 차이가 나는건 아닐거야..엄마가 편해야 아기도 편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내맘대로 안되는거중에 첫번째를 경험하고 있는거다,,,
    앞으로 더 많은 것들이 내 생각 내맘대로 안될거다,,,그럴땐 너무 애쓰지 말고,,,흘러가는데로 두렴..시간 지나고 보면,,,아무것도 아닌일들이란다,,

    그럼 즐 육아~~~

    • 토닥s 2012.10.17 06: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모유수유의 적은 스트레스, 나도 동감해. 안되면 우유먹지..라는 마음자세로 바꾸고 나서 조금이지만 나아진듯도 해. 아니면 그저 내 경우는 모유가 늦게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지. 남들은 하루 또는 열흘이면 된다는 게 나는 3주가 걸린 것일지도.
      그나저나 '김서방'이 그랬단 말이지! 이런!
      근데, 육아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올런지. 까마득..해.

정신없이 일주일이 흘러갔다.  누군가는 조용한 블로그를 보며 '애 낳으러 갔나?'했을지도 모르겠다.  네, 맞습니다.  아기 낳으러 다녀왔습니다! (^ ^ )


예정일은 9월 16일 일요일이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분만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약해둔 40주 진료를 갔다.  보통때와 다름없이 소변검사와 혈압 그리고 아기 심장소리를 체크했다.  그 뒤 조산사가 앞으로 진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첫 출산의 경우 늦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41주 진료를 예약하고, 그 날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그 땐 일반적인 검사에 더해 이른바 내진이라고 하는 internal check를 하게 될꺼라고 했다.  그리고 이후에 인공적인 유도분만이 필요한지 등을 선택한다고.

한국에선 출산까지 열 달이라고들 하지만, 영국에선 난자의 배란일부터 출산까지 총 40주를 셈한다.  프랑스에서는 총 41주를 셈한다고 하니 일주일 정도의 +/-는 기본이라고 생각했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이 되긴 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마음으로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와 이탈리아인 친구 알렉산드라를 쇼핑센터에서 만나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알렉산드라는 8월 후반 이탈리아로 3주간 휴가를 가면서 9월 15일에 돌아오니까 꼭 예정대로 16일에 출산하라고, 자기가 오겠다고 한 친구였다.  그냥 고마운 말 한 마디로 받았다가 출산계획birth plan을 세우면서 출산할 때 지비 이외에 누군가 있으면 내게도 지비에게도 좋을 것 같아 지비와 의논 끝에 조심스럽게 출산동반자birth partner가 되어 줄 수 있는지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알렉산드라에게 메일을 보냈다.  고맙게도 흔쾌히 yes라고 답해주었던 친구다. 

알렉산드라에게 앞으로 진행될 진료들에 관해서 이야기해주고 진통이 오면 연락하겠으니 시간이 되면 병원으로 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알렉산드라도 그러마 했고, 그녀의 휴가 이야기 그리고 3주간의 휴가 동안 결정지은 그 부부의 중요한 인생의 결정에 대해서 이야기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저녁을 지비와 먹으며 아무래도 출산은 9월 25일 경에나 일어날 것 같다고 이야기 나누었다.   애초 내 배란일을 기준으로 잡은 출산 예정일은 9월 25일이었는데 13주쯤 있었던 첫번째 초음파 촬영에서 아기가 표준치보다 크다며,특히 머리가( _ _);;,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정도 앞당겨 잡았다.  40주 진료에서 조산사는 아기에게 일주일, 정확하게는 9일은 꽤 큰 차이인데 그 정도 이유로 9일이나 출산 예정일을 앞당겨 잡은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그때서야 왜 일주일도 아니고 9일이나 당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9월 25일에서 일주일을 당겼으면 18일인데, 왜 16일로 잡았을까 하고.  지나서 생각해보니 딱 일주일만 앞당겨 잡았다면 정확했을텐데.(^ ^ )


지비랑 보통때와 다름 없이 저녁 먹고 TV보고 침대에서 뒤척뒤척하다가 11시 반쯤 겨우 잠이 들었다.  0시 30분, 딱 한 시간만에 '앗!'하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  양수가 조금 흘렀다.  처음엔 양수인지 소변을 실수한 것인지 분간이 안됐지만 화장실로 가서 확인해보니 들었던 대로 무색의 액체라 양수라고 생각했다.  아주 적은량이라서 지비를 깨울까 어쩔까 고민을 했는데, 많지는 않지만 양수가 계속 흘러나오는 기분이고 아랫배가 슬 아파오기 시작해 지비를 깨웠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지비랑 둘이서 "어쩌지?" "어쩌지?"하다가 지비가 일단 병원에 전화를 걸어보자고 해서 병원에 전화를 했다.  얼마 전 요가 수업에서 알게된 독일인이 병원에 전화했더니 최대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정확한 때가 오면 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정확한 때에 병원에 갔더니 빈 병실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터라 지비는 진통이 시작되는 산모가 하나 있음을 병원에 알려두자고 했다.

역시나 들었던대로 일정한 길이의 진통이 일정한 간격으로 오기 전까지 일종의 감기·진통제인 파라시타모paracetamol를 먹거나 따듯한 물에 목욕을 하며 집에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진통이 진행되면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다.  가(짜)진통일수도 있으니 지비보고는 더 자라고 하고 나도 다시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진통도 조금씩 심해지는 것 같고,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복통을 동반한 설사 때문에 화장실을 3번정도 갔다.  참고로 영국에선 출산 때 관장을 하지 않는다.  그 부분때문의 지인은 분만 중 실수를 하게 될까봐 걱정을 하는데, 자연적으로 설사 같은 관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 자연의 섭리.( ' ');;


일전에 교육에서 출산이 다가오면 산모는 본능적으로 뭔가 느끼게 되는지 갑자기 아기 용품을 정리하고 준비하게 된다고 조산사가 말했다.  나의 경우는 본능적으로 출산 후를 대비하자는 마음이 생겼는지 먹을 음식을 사놓아야 할 것 같아 온라인 한국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주문했다.( ' ');;  불고기 같이 별 준비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과 반찬들로.

주문을 마치고 나니 진통이 확실히 길어지고 진통간 간격이 짧아지는 것 같아 지비를 다시 깨웠다.  지비랑 시간을 체크해보고 드디어 '때'가 된 것 같다고 결론짓고 3시 반쯤 다시 병원에 전화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양수와 진통 때문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쇼파를 붙들고 서 있었다.  지비와 birth center 조산사와 통화를 들으니 조산사는 첫 아이라 당황해서 그렇지 최대한 집에 머무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산모들이 병원에 왔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그러고서 나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때 이미 내가 전화를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비가 이야기했더니 그제서야 그럼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미리 챙겨놓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병원까지 버스로 10~15분인데 새벽이라 집을 나선지 10분도 안되서 도착한 것 같다.  4시쯤 병원 birth center에 도착했으니 병원에 전화하고 고작 30분이 지났을 뿐인데 지비가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오고, 차로 운전해 병원에 가고, 약간 복잡한 병원 건물 구조를 지나 birth center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산사들을 만나기까지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조산사가 나를 보고 어떻냐고 물었는데, 마침 진통이 오던 타이밍이라 대답을 못했다.  그런 나를 보더니 대답을 듣지 않고도 때가 됐다고 판단했는지, 별다른 질문과 체크 없이 바로 birth center의 분만실로 안내했다.  


혈압을 체크하고 내 병원 기록을 체크하고 두 명의 조산사가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birth plan를 미리 작성해둔 탓에 조산사들은 그걸 보고 나에게 질문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분만실에서도 역시 침대에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한 명의 조산사가 서류를 체크하고, 풀에 물을 채우고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의 조산사는 내 옆에 붙어서 지비와 함께 나를 격려했다.  진통이 점점 심해오니 조산사는 내가 기댈 수 있는 커다른 쿠션과 매트가 있는 분만실 모서리로 안내했다.  힘들어도 침대에 눕기보다 서거나 무릎을 세워 선 자세를 권한다.  출산시 몸 안쪽 방향으로 약간 굽은 꼬리뼈가 움직이게 되는데 누워있는 경우 꼬리뼈가 움직일 수 없고, 아기도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누운 자세를 권하지 않는다고 출산 전 교육에서 들었다.  내 경우는 교육뿐 아니라 요가 수업에서 강사가 분만에 도움되는 몇 가지 동작을 설명하면서 그 이야기를 반복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무거워진 몸 때문에 무릎으로 선 자세가 장시간 계속되면 무릎에 상당히 부담이 온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풀 분만을 선택하기도 했다.  진통 간격이 짧아져 진통의 길이가 진통 간 간격보다 길어졌을때쯤 체온과 비슷하게 준비된 풀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확실이 통증이 덜 느껴졌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쿠션에 기대어 있을 때 기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조산사가 가져온 비스켓이 있다면 먹기를 권했다.  영국에선 진통이 시작되면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출산 가방을 준비할 때 비스켓 같은 간식거리를 준비하라고 한다.  분만시 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때의 내 상태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물로 입술만 겨우 축이고 있었더니 조산사가 급하게 당이 필요한 환자들이 먹는 것 같은 스위트를 들고 왔다.  억지로 한 알 입에 넣었지만 그걸 입 안에서 녹일 여력이 없어 5분만에 뱉어내고 말았다. 


온수가 주는 통증완화도 잠시뿐 진통 간 간격이 거의 없어졌을 때는 도움이 되지 않아 air & gas 같은 진통제를 부탁했다.  최대한 진통제 없이 견뎠다가 참을 수 없을 때 약한 수위의 진통제를 써야 끝까지 diamolphin이나 epidural 같은 수위의 진통제 없이 출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조산사가 아직은 안된다고 할까봐 겁도 났다.  그런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yes하면서  air & gas를 물려주었다.  나에게 air & gas로 호흡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물 속에 넣지 않고 직접 잡으라고 했는데,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호흡기를 직접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비가 풀 옆에 붙어 앉아 잡아주었다.

자연분만을 하되 최대한 약물 사용을 피하려고 한 이유는 그것이 좋기도 하지만, 약 반응에 민감한 체질이라 그렇게 하려던 이유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가장 약한 수위의 진통제라고 할 수 있는 air & gas도 4~5번 정도 들이마시고 나면 얼굴이 얼떨떨해졌다.  조산사가 진통이 없을 땐 air & gas를 호흡기에서 떼고 태아를 위해 최대한 공기를 마시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얼굴이 얼떨떨해지고 구토감이 와도 air & gas를 7~8회 반복해서 들이마시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


가능하면 조산사의 지시대로, 그 동안 요가 수업에서 배운대로 호흡과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다.   진통이 최고조에 이르고 자궁이 10cm정도 완전하게 열리면 push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조산사는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고 그저 격려만 했다. 힘을 줘야할까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라"면서 "몸을 따르라"고만.  어떻게 해야할지, 언제까 때인지 모르겠다고 (울부짖으면서) 말하니 "직접 손으로 자궁이 열렸는지 아기의 머리가 만져지는지 만져보라"고만.  그러면서 조산사는 물안에 거울 하나만 넣어두고 나와 거울만 지켜봤다.  계속해서 격려를 해주긴 했지만 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같이 유연성과 창의성이 없는 사람은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할텐데.( i i)

힘을 주긴 하지만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할지 모를 때 그런 내 뒤로 지비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설명해주는 이야기가 들렸다.  지금 아기가 힘을 줄 땐 내려왔다가 그렇지 않을 땐 올라간다고.  그런 시간이 오래되면 아기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어서 힘을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도저히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할지 몰랐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그러다 정말 고통이 별 네 개 반을 훌쩍 넘었을 때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할지 감이 왔다.  별 다섯 개의 강도가 넘치는 진통과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아기 머리가 나왔다.  그때부터 조산사들은 격려가 아니라 더 힘을 주라고 지시했다.  아기가 머리만 나온채로 오래 있으면 아기와 나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기 머리가 나올때 만큼은 아니지만 결코 덜하지 않은 진통과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한 번 더 힘을 주었고 아기의 어깨가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조산사들은 바쁘게 아기를 물속에서 잡고 다리 끝까지 빼냈다.  그리고 나를 풀에 기대게 하고 아기를 바로 내 가슴팍에 올려 놓았다.

조산사들이 다른 준비를 하는 2~3분 동안 아기가 내 가슴팍에서 스스로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때 내 가슴팍에 올려진 아기가 너무 작고 뜨거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옆에 고개를 돌려 지비를 보니 울고 있었다.






풀 안에서 아기를 안고 가진 2~3분의 시간은 나에게도 아기에게도 또 옆에서 고통을 함께 한 지비에게도 안정을 주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기가 울긴 했지만 호흡이 안정됐을 때 조산사들은 탯줄을 자를 준비를 했고, 울던 지비는 웃으면서 탯줄을 잘랐다.  9월 18일 오전 8시 2분 그렇게 누리가 태어났다.( i i)





아기는 나와 떨어져 지비 품에 안겨졌다.  지비는 아기를 감싸 안고 분만실 의자에 앉았고, 나는 물 속에서 나와 타월을 뒤집어 쓰고 나머지 태반을 분만(?)했다.  태반이 달걀 흰부분 같지 않을까, 주머니 같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는 태반을 분만하고 깜짝 놀랐다.  아기보다는 작지만 상당한 크기의 핏덩어리였다. 

영국에선 태반을 분만하는데도 주사를 맞고 빠르게 배출할 것인지, 자연적으로 배출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주사제를 맞으면 20여분 안에 태반이 저절로 배출되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배출하면 길게는 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다른 산모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지만 끝까지 자연적인 분만은 원했던 나는 자연적인 배출을 희망했다.  자연적인 태반 배출, 그건 힘을 줘야 하는 그야 말로 또 하나의 분만이었다.  영어로 아기도 태반도 분만하는 걸 delivery라고 한다.  이미 기력이 다 떨어진 나는 힘을 주기가 힘들었고, 조산사들이 낚시 의자 높이의 작은 의자를 들고 왔다.   하지만 아래는 뚫려 있다.  거기 앉아 태반을 분만했는데, 문제는 그러면서 피를 꽤 많이 흘렸다.  그때는 그게 문제인지 몰랐다.  그저 끝났다는 안도감.  비록 아프긴 해도.


나를 커다란 쿠션에 기대 눕게 하고서 조산사들이 피를 많이 흘려 의사에게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욱 분주해진 조산사들이 의사를 부르고, 의사가 와서 확인하고 나를 birth center에서 의사들이 관할하는 labour unit으로 옮겼고, 다시 수술실로 옮겼다.  birth center에서 다른 층의 labour unit으로 옮겨질 때 처음 휠체어에 앉았다.  그런데 분만실 문을 나서자 말자 조산사가 괜찮냐고 물었다.  어지럽고 구토할 것 같다고 했더니 휠체어로 옮기는 것이 어렵겠다며 다시 분만실로 돌아 들어가 침대로 올려져 labour unit으로 옮겨졌다.

추운 수술실에 누워서 당황하고 있으니 의사가 와서 설명을 해주었다.  찢어진 상처를 꿰매기도 해야하지만, 피를 1000ml 정도 흘려서 internal treatment가 필요할 수 있다고.  그런 경우 diamolphin이나 무통주사로 알려진 epidural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이미 아기를 놓은 상태이긴 하지만 강한 진통제의 부작용이나 더딘 회복을 피하기 위해, 또 아기를 위해 epidural의 사용을 피하려고 했던 것인데 결국 출산 후 사용하게 되서 마음이 좀 그랬다.

나를 처치하는 의사보다 좀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의사가 들어왔고,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들은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를 많이 흘렸고, 꿰매야 한다는.  다행히 그때도 epidural까지는 사용하지 않고 air & gas 만으로 견뎠다.  사실 입에 마스크가 안물려져 있었다면 epidural를 처치해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취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꼭 붙어서 손을 붙잡고는 끊임없이 진행상황을 설명해주고 격려를 해주었다.  그래도 아기를 낳을때도 소리를 안질렀는데 수술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는.( i i)

처치가 끝나고 의사는 자기 컨설턴트에게 보여야 한다고 했다.  처음 들어와 상황을 듣고 처치를 동의했던 의사가 들어와 확인하고 몇 번 더 꿰매야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처지하는 의사도 상황을 설명해주었지만 시니어로 보이는 그 의사가 다시 한 번 확인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한 시간 정도 수술실에서 보냈나보다.  아기를 낳은 건 8시 2분이었는데 labour unit의 회복실로 간 건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니까.  수술실에서 거의 처치가 끝날 즈음 조산사가 들어왔다.  아기가 우는데 우유를 주어야 할 것 같다고.  어떤 우유를 주겠냐고.  아파 누워도 "모유수유하고 싶다"고 했는데, 조산사는 "어려워 보인다"고 세 가지 브랜드 중에서 정하라고 했다.  "아무꺼나"라고 답했는데 내가 한 브랜드를 정할때까지 옆에서 묻는 집요함 때문에 조산사가 처음으로 언급한 우유 브랜드를 부르고 말았다.

병원에서 필요에 따라서 우유를 아기에게 제공한다.  세 가지 브랜드가 있는데 때마다 어떤 우유를 하겠냐고 물었다.  비록 협찬은 받지만, 선택만은 철저하게 환자에게 맡기는 것 같았다.  그러면 한국의 야쿠르트 병만한 크기의 우유와 일회용 누크 젖꼭지를 가져다주었다.


labour unit의 회복실에 도착하니 지비와 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가 울고 있었는데 내 가슴위에 올려 놓으니 울음이 잦아들었다.



애초 4시간 정도 labour unit의 회복실에 머물다가 분만 후 회복실 겸 일반실인 maternity ward로 옮겨질꺼라고 설명해주었는데 그 두배인 8시간 정도를 회복실에 머물렀다.  그리고 저녁 6시가 되서야 maternity ward로 옮겨졌다.




영국에선 자연분만이면서 초산인 경우는 24시간 정도 maternity ward에 머물 수 있다.  두번째 출산은 6시간이라고 한다.( - -);; 그런데 대부분의 산모들은 그 24시간을 채우지 않고 귀가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기를 놓은 날 병원에 머물러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내가 maternity ward에 도착했을때 있던 산모들은 저녁 8시가 되자 가족들과 함께 모두 집으로 갔다.  그 이후에나 출산을 한듯 보이는 세 명의 산모가 차례로 들어와 나와 함께 밤을 보냈다.

일단 maternity ward는 4명 정도가 함께 쓰는데, 물론 커튼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저녁 8시가 되면 가족이든 남편이든 함께 머물 수 없다.  아기와 산모만 머물게 된다.  영국은 한국처럼 신생아실에 아기를 격리 시키지 않고 아기에게 문제가 없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산모와 아기가 함께 있는다.  그런데 저녁 8시 이후엔 maternity ward에 산모와 아기만 머무르면서 산모가 아기를 다 챙겨야 한다.  이 대목이 꽤나 힘이 들었다.  내 경우는 꿰맨 후 소변을 빼내기 위해 소변관을 달고 있었고, 만일의 경우 수혈을 위해 왼손엔 수혈용 바늘을 꼽고 있었다.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왼손마져 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기 우유 주고, 기저귀 갈고, 울면 달래주는 것이 모두 내가 해야 하는 일이어서 힘이 들었다. 

birth center의 조산사나 labour unit의 스탭들과는 달리 maternity ward의 조산사들은 무서웠다.  침대 옆에 비치된 벨로 부르면 기저기를 갈기 위해 필요한 따듯한 물이나 아기에게 주기 위한 우유를 가져다는 주었지만 도와주는 법이 없었다.  입으로 시키고 눈으로 지켜볼 뿐.  아마 내가 강단이 눈꼽만큼이라도 덜 강했다면 울고 말았을꺼다.  밤에도 아침에도 지비에게 문자를 보내 면회가 가능한 9시에 땡하고 맞춰오라고 했다.  시간 맞춰 나타난 지비와 함께 maternity ward의 조산사들을 헐뜯으면서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 하고 기다렸다.  오는 사람마다 물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내 혈액 수치가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이 되는대로 집에 갈 수 있을꺼라고 답해줄뿐.

labour unit에서도 maternity ward에서도 시간되면 밥을, 아니 끼니를 주긴 했지만 끼니가 샌드위치라 잘 넘어가지 않아서 나는 쥬스나 우유만 마셨다.  다행히 지비가 집에서 과일이나 음식을 가져와 배를 곯지는 않았다.  오후 3시 정도가 되서야 집에 가도 되겠다는 통보를 받고, 준비를 해서 7시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병원에 찾아온 알렉산드라와 함께.


지금 뒤돌아 생각해보면 maternity ward의 무서운 조산사들이 다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다.  사실 막 출산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게 쉽지는 않지만, 그런 시간이 있어 집에 돌아와서도 아는게 없지만 지비랑 얼렁뚱땅이지만 둘이서 우유 주고 기저귀 갈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병실에서 보낸 다음날 조산사들은 내게 엄한 얼굴로 샤워 하라며 등떠밀었다.  차마 아파서라는 말은 못하고 "아기가 혼자라서"하면서 남편이 올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까 조산사가 돌볼테니 하라고 했다.  샤워실로 등떠밀면서 타월과 마터니티 패드가 있냐고 해서 "그래서 남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더니 "우리가 다 줄테니 샤워를 하라"고 했다.  선택없이 물로만 씻어내리는 샤워를 했다.  사실 샤워를 했다기보다 따듯한 온수를 맞으며 잠시 서 있었다.  샤워실에서 나오니 조금 전 엄한 얼굴과는 전혀 다른 환한 표정으로 기분이 괜찮지 않냐고 물어왔다.  움직이는 게 힘들긴 했지만 기분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고 거의 일주일이 흘렀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지비랑 나는 하루는 잠을 설치고, 다음날 하루는 그럭저럭 잠을 자고, 다시 다음날 하루는 잠을 설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적응하고 있다.

2주간 휴가를 낸 지비가 다시 일터로 가게 되면 아기와 둘만의 시간에 다시 적응을 해야겠지만 그건 일주일 뒤에 가서 고민하고, 지금 당장은 누리 우유 주러 가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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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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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rom Lee 2012.09.24 21: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축하드려요!!! 애기가 너무 예뻐요 :)

  2. Mijung 2012.09.25 09: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민양아 고생많았겠구나. 난 9월 6일에-예정일보다 일주일 앞서-낳았어^^ 자세한 얘긴 이메일로 하마. 축하하구. 몸조리 잘하렴.

    • 토닥s 2012.09.25 15: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그랬구나. 메일에 늦은 답을 하긴 했는데 다시 답이 없어 네가 말한 것처럼 일찍 낳았구나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축하한다. 서로 축하하자. ;)
      나는 예정일보다 늦어질 것 같아서 네 생일에 맞춰 아기를 놓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런데 그렇게 늦지 않게, 남들이 보기엔(?) 수월하게 낳은 것 같아. 진통시작부터 분만까지 8시간이 안걸렸으니까.
      너도 몸조리 잘하고, 메일로 연락하자. 놀만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렴. :)

  3. 2012.09.25 17: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2.09.26 03: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희는 아기 얼굴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찡하고 이상한 기분이 든답니다. 어른들이 이런 걸 철든다고 하시는지도 모르겠네요. 축하, 고맙습니다. :)

  4. 램블 2012.09.25 23: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보는 내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장감이 돌았어요.
    그래도 누리와 토닥님 모두 건강하셔서 참 다행이에요.
    그리고 정말 축하드려요! ^^
    아기 너무 예뻐요. :)

    • 토닥s 2012.09.26 03: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램블님, 고맙습니다. 사실 어제 꼬리곰탕용 소꼬리를 받아서 램블님 블로그에 갔었답니다. :D 꼬리곰탕 레시피는 못찾고 등갈비 보며 침만 흘리다 왔습니다.

  5. 프린시아 2012.09.26 00: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떻게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는 숭고한 과정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이쁜 누리 사진도 자주 보여주세요^^

    • 토닥s 2012.09.26 03: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진을 열심히 찍을 땐 '아 나도 가족이 있어야겠다'했는데 과연 열심히 찍게 될지는 의문이네요. ;) 고맙습니다.

  6. gyul 2012.09.26 0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앗!!! 축하드려요!!! 토닥님도 아가도 모두 건강하신거죠?
    아가가 너무 예뻐요... 야무진 입모양에 오똑한 코도...
    두분에게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더욱 새로울것같아요...
    아무쪼록 착하고 건강하게 아이가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 토닥s 2012.09.26 03: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 가만히 생각하니 아기가 태어나고 딱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더군요. 하루하루가 바쁘기보다 매순간이 바쁘지만 그래도 좋네요. 내가 늙어가는 건 잠시 잊고.(^ ^ );;

  7. 엄양 2012.09.26 09: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김서방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내줘서 무사히 이쁜 딸을 출산했다는걸 바로 알았는데..난 페이스북을 안해서 축하인사가 늦어버렸네.ㅋ엄마가 된걸 축하해,,거기다가 이쁜딸을 얻은걸 더욱 축하해~~ ^^*
    축하한다,,진정한 자연분만 하느라 고생많았다. 니 출산에 비하면 나는 참 편안한 환경에서 분만을 한거 같다,ㅋㅋ
    둘짼 그냥 한국에서 편안하게 낳아서 편안하게 조리원에서 산후조리 잘 해보는건 어때?

    지금은 누리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자는 시간이 많을때이니..너두 컴은 많이 하지말고(눈 나빠진다), 아기 잘때 같이 자 두어라,,한두달이 지나면,,,자유시간은 사라지니...

    세식구가 된거 진심으로 축하하고 좋은엄마아빠가 되길~~~

    • 토닥s 2012.09.26 16: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둘째는 없을꺼야. 예전엔 막연한 가족계획일 뿐이었는데 출산을 하고선 마음 굳히게 됐다. 그 고통을 알고도 둘 이상 낳는 여성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함께.
      사람들이 그 생각이 바뀐다고들 하는데 글쎄 지금으로선. ;)
      어쨌든 늘 마음 써주어 고마워. 김서방님에게도 그렇고. 그나저나 네가 딸이 하나 있어야는데. ;D

  8. 엄양 2012.09.27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두세살쯤되어 엄마 아빠말하면서 이쁜짓 하면,,,그 생각은 쉽게 바뀔것이다,,,그리고,,둘째출산은 첫번째보다는 다들 쉽게 하는편이라,,,크게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한국에서 한다면 더 쉬울테고,ㅋㅋㅋ지금은 당근 다음번 생각은 하기도 싫을 상황이고,,,나두 그랬으니...ㅋㅋ근데 희안하게도 두돌이 지나니..다 잊게 되더라,ㅋㅋ
    글고 난 딸생각 접었다,,,두 아들녀석만으로도 벅차다 ^^;;;;; 나두 얼렁 이녀석들 키워놓고, 내인생 살련다(생각해보면 나도 울 엄마한테는 좋은 딸이 아님으로, 내딸고 그렇지 싶다,ㅋㅋㅋ)

    오늘도 즐 육아~~~

    • 토닥s 2012.09.27 14: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래, 시간이 지나면 잊어진다고들 하더라만. 무통분만주사의 망각효과 아닐까? (>.< )
      고통도 고통이지만 우리는 단 둘이 잠시라도 도움청해 손내밀 곳 없는 살다보니 하나도 벅차지 싶다. 임신기간을 지나보니 그렇더라고. 앞으로 펼쳐질(?) 육아는 오죽하겠니.
      그래 딸이 또 다른 맛(?)이 있겠지만, 아들 둘 우리언니는 또 아들 날까봐 겁나서 중단한다더라. 아들이나 딸이나 잘 기르면 되지. 그럼그럼. :)

  9. 엄양 2012.09.28 14: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쏭과 함께 뭔가 축하선물로 보내주고 싶은데...뭐가 좋을지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이다,,

    필요한거나 선물받고 싶은거 없나?

    • 토닥s 2012.09.28 16: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구, 됐다. 배보다 배꼽(배송료)이 크다. 지금은 마음만 고맙게 받을께. :)
      다음에 누리보면 그때 꼭! 받으마. 너네가 런던으로 오던지, 내가 한국으로 가던지. :)

월요일 아침 병원에서 마련하는 모유수유 교육에 다녀왔다.  요즘에야 한국에서도 이곳에서도 모유수유가 많이 권장되고 조금은 보편화되고 있지만, 내가 가까이서 지켜본 경우는 얼마되지 않았다.  집안의 언니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어도 '젖을 삭힌다'는 약을 먹고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으니까, 물론 15~20년 전에.  나만해도 분유먹고 자랐다.  언니는 나의 아토피성 건조 피부가 소우유 먹고 자라서 그렇다는 주장을 펴기도 했는데.  어쨌든.


모유수유가 아기 건강에도 좋고, 물론 엄마가 식단 관리를 잘 한다면, 산모에게도 좋다는 건 알지만 알면 알수록 마음처럼 쉽지 않다는 것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짧게는 6개월, 길게는 일년이 넘도록 직장을 다니면서 모유수유를 하는 한국의 엄마들에게 무한한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물론 직장에 다니지 않는 엄마들도 마찬가지.


하지만 이곳은 한국에 비해서 모유수유를 더 많이 권하기는 하지만 또 그렇게 길게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주변에 일년을 한 분도 계시지만, 그 외 몇 안되는 지인들에게 물어보니 4~6개월 정도에서 그치는 것 같다.  직장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건 한국이 더 어렵지 않나, 아주 많은 수고로움을 동반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다.  아기 사랑이야 동서양이 다르겠냐만은, 아기와 엄마와의 관계에서 한국처럼 아주 많은 희생을 감수하지는 않는 것 같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뭐, 개인적으론 그도 나쁘지 않은 정서라고 생각한다.  '희생'이라는 것이 동반되면 자식에 대한 '기대'와 '요구'도 높아지기 마련이므로.


친구가 모유수유를 했다더라, 아는 분이 모유수유를 했다더라 그런 이야기와 경험담은 내가 겪은 것이 아니라서 모유수유 교육이 도움이 될꺼라고 생각했다.  물론 교육은 교육일뿐 실전(?)은 아니지만. 


월요일 아침 나름대로 서두른다고 서둘러 갔는데도 빠듯하게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도착하니 교육을 한다는 장소에 열 명 정도의 산모가 있었고 그 중의 절반은 남편 또는 가족과 함께 왔다.  내가 교육을 예약할 때도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을 물었는데, 예약을 받는 쪽에서 그런 교육은 일정이 맞지 않다고 해서 only women교육을 갔다.  그런데 가서보니 정보전달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다.  어떤 산모는 10시 교육을 9시 반이라고 또는 10시 반이라고 공지 받았고, 나처럼 남편 동반이 되지 않아 혼자 왔다고 하는 산모도 있었다.  나도 남편 동반이 되는 줄 알았다면 지비와 함께 갔을텐데.


10 시가 되고 교육이 시작됐는데 남자 스태프 한 명이 비디오 테입을 들고 들어왔다.  나는 그냥 비디오 틀어주러 온 사람인가보다 하고 생각했는데 그 사람이 교육담당자였다.  물론 그의 설명에 의하면 예정은 다른 사람이었는데, 오늘 그 사람이 할 수 없게 되어 자신이 대신 왔다고.  하지만 모유수유와 관련해서 교육참가자들이 알고 싶은 모든 것은 커버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사실 나는 이 대목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그런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다른 사람이 커버해야 할,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말하는데 그는 산모들이 알아야 할 것과 궁금해 하는 것 모두를 커버할 자신이있다고 말해서.  조금 알아듣기 어려운 인도식 영어였지만 결론적으로 그는 산모들이 궁금해하는 모든 질문을 커버해주긴 했다.  하지만 알아야 할 모든 정보를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뭘 알아야 하는지 모르니까.




모유수유의 장단점 그런 정보적인 것 왜 그가 중점적으로 설명한 건 모유수유의 자세다.  마음가짐 같은 태도 말고 포즈.  엄마의 건강과 같은 외적인 요인이 없다면 포즈가 모유수유의 성패를 결정짓는다고 그는 설명했다.  포즈가 제대로라 아기가 모유를 잘 먹게 되면, 모유도 적정량 생산(?)되고 아기도 잘 자란다.  반대로 포즈가 문제가 있다면 아기도 모유를 잘 못먹고, 엄마도 가슴이 아프고, 아기도 잘 자라지 않는다는 그의 지론.


모유수유를 위해 펌프를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긴 했는데, 모든 물건은 필요할 때 사라는 K선생님의 조언도 한 몫했지만 지비의 친구 와이프는 펌프를 사두고 모유수유를 2~3개월 밖에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출산 이후에 사기로 마음먹었다.  강사도 그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모유는 먹는만큼 생산되기 때문에 일단은 펌프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모유량이 작다면 그때가서 손으로 추출(?)하거나 펌프에 의존하라고 했다.


지비의 고민은 그거였다.  모유량이 작으면 아기가 울텐데 분유를 좀 사두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  혹시 어떤 이유로 모유수유가 어려우면 어떻게 하냐는 것.  결론은 지비는 비상분으로 분유를 사두고 싶어 했다.  물론 나는 반대했지만 내게는 지비를 설득시킬만한 권위가 없었다.  사실 한국 같으면 한 밤중에 나가 편의점에서 사오면 되지만, 이곳은 밤에 그런 걸 살만한 곳이 없으니 내가 생각해도 어떤 대책이 필요한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모유수유 교육에서 꼭 강사에게 물어보겠다고 했다. 

강사에게 물었더니 단호하게 'never'라고 이야기했다.  일단 모유 공급(?)에 문제가 없어도 포즈나 여러가지 문제로 모유수유하는데 아주 짧게는 3일 보통은 일주일간 모든 부모들과 아기들이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하지만 그 어려움은 누구나 겪는 것이므로 견디라고 말했다.  일주일이 되는 동안 조산사가 방문을 하니 그때 그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던지, 포즈에 문제가 없는지, 혹은 펌프와 같은 보조 수단이 필요한지 상담하라는 것이었다. 

조산사는 출산 후 집으로 2~3회 방문해서 일정기간 동안 아기의 몸무게와 영양상태를 체크한다.  그리고 얼핏 TV에서 보니 아기가 자라는 환경도 감시(?)하는 것 같다.  일단 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 모유수유에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유량을 늘리기 위해 펌프를 권하거나 그도 효과가 없다면 분유를 권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사는 그 순간이 되기 전까지는 분유는 경우의 수에서 없애버리라고 했다.  제왕절개 수술 후에도 산모가 아기를 안을 힘이 없어 보조가 필요하긴 하지만 모유수유는 여전히 가능하며, HIV를 제외한 모든 의료처지 아래서도 모유수유는 가능하다고 말해주었다.


궁금했던 또 한 가지는 적당한 모유량을 어떻게 아냐는 것이다.  모유 공급에 문제가 없을 경우.  '분유야 시간당 몇 백ml 만들어 줄 수 있지만 모유는?'  하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비슷한 수준의 산모들이라 그 질문도 나왔다.  강사는 아기가 배부를 때까지라고 이야기했다.  한국의 블로거 가라사되, 신생아의 경우 3시간마다 한번씩 먹이되 아기가 깨지 않으면 깨워서 먹어야 한다다.  지비의 형수 이자도 시간을 정해두고 모유를 먹었다.  이 집은 알람까지 3시간마다 맞춰놓고 먹였다.  그런데 강사는 아기가 원하면 두시간이든 3시간이든, 4시간이든 아기가 원할 때 먹이라고 했다.  그게 아기맘대로지 엄마맘대로는 아니라면서. 

그런가 하면서도, 갑자기 위가 커지면 비만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나 같이 창의력과 유연성이 부족한 사람에겐 차라리 정해진 시간과 정해진 량을 먹이는게 더 나은데.  지비를 닮았으면 먹는 간격이 무척 짧을 것도 같고.


일전에 자연적인 방법으로 육아하는 엄마모임이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흥미롭게 들었던 내용 중에 하나는 모유를 먹이되 젖병으로 먹여 수유 노동을 남편과 나누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아기가 모유를 먹는 건 초반이고, 이후는 그냥 물고만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문에 엄마들은 허리 골병이 든다는.  그래서 젖병으로 먹이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였는데, 모유수유 교육 강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도 그렇지가 않아보였다.  직접 모유수유를 할 때는 아기가 턱 운동을 하게 되지만, 젖병으로 먹게 되면 아기가 얼굴 근육 운동을 하기 때문에 이후에 직접 모유수유를 할 때 엄마가 아프다는 것.  그런 이유로 젖꼭지라고 불리는 soother 또는 dummy의 사용도 좋지 않다고 했다.  보통 부모들이 아기가 울면 수유준비를 하는 동안 젖꼭지를 물려두는데, 그 젖꼭지가 얼굴 근육 운동을 하도록 하는 것이므로 직접 수유시 엄마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선 아기 치아에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것도 같다.  그때 "애가 우는데 어떻게 해?"라는 요지의 질문을 한 산모가 있었는데, 강사는 아기는 자고 먹고 우는 게 일이라며 부모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라고 했다. 

사실 이곳에서 놀라운 것 중에 하나는 공공장소에서 아기가 유모차 안에서 울어도 아기를 안아주는 경우가 없다.  주변 사람들도 그려러니 하는 것으로 봐서 이런 장면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건 우리 같은 사람뿐이다.  아기가 없던 나도 이상하게 보이는 그 장면이 여기선 당연한 것이다. 


모유수유 교육 말미에 강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여기에 올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사실 오늘 오고간 이야기 대부분이 새로울 것이 없고, 이미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이미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며  "아마 확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것도 맞는 말이다.  모유수유가 확신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마음만이라도 다져본 시간이 됐다.  어찌될지는 인샬라.. 아니, 아기 뜻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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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램블 2012.09.15 17: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기는 자고 먹고 우는 게 일이라며 부모가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라고.."
    이 대목 읽는데, 갑자기 Let it be란 말이 생각났습니다.
    그냥 그러려니 하는 여유가 필요한데요, 살면서 왜 그렇게 잘 안되는지.. ㅡ.ㅡ

    서울은 찌뿌린 하늘에, 신바라는 태풍이 온다고 하네요.
    좋은 주말 보내셔요.

    • 토닥s 2012.09.16 19: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옳은 이야기라는 것도 알고, 내가 그러기는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요. :P
      큰 태풍이라고 하던데, 집관리 몸관리 마음관리 다 잘하시길 바래요. :)

침대 머리에 두고 잠들기 전 가끔 임신/출산과 관련된 짧은 책자를 보곤 했는데, 주별로 임신부와 아기의 변화 그리고 체크해야 할 것들을 일러둔 책자, 최근에 읽은 파트는 지비에게도 출산준비교육Birth Preparation 복습차원으로 보면 좋을 것 같아 오늘 오전 읽으라고 주었다.  최근에 읽은 파트는 분만과정을 3단계로 나누어 병원에 오기 전까지 분만 이전과정,분만과정, 분만 이후과정을 설명하고 각각의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이 설명되어 있었다.


분만 이전과정에서의 주요한 내용은 준비해야 할 것들과 어느 정도의 진통에 이르렀을 때 병원에 연락을 해야하는지, 그리고 어디서 출산 할 것인지에 관해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분만과정에서는 진통제의 종류 그리고 장/단점, 분만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을 비롯해 예정일이 넘어가게 되면 취하게 되는 조취들에 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나도 의학용어라 모바일의 사전을 찾아가며 봤던 부분들을 오늘 지비에게 설명해주었다.  마지막 분만 이후과정에서는 잔류태반을 어떻게 할 것인지, 비타민 K 등 아기에게 필요한 테스트들에 관한 설명이 담겨 있었다.  그 밖에도 제왕절개 수술과 모유수유에 관한 정보가 있어 출산전과정에서 우리가 고민하고 선택해야 할 것들에 관해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일단 둘이서 정보를 숙지한 다음 일전에 한 번 언급한 출산계획Birth Plan을 세웠다.  요가 강사 룰루가 Birth Plan은 미리 세워두는 게 좋다고 했다.  진통이 와서 병원에 도착하면 묻기도 하는데, 그땐 정신이 없을꺼라며.  그런 걸 몰랐다고 하니 나의 마터니티 노트에 보면 분명히 있을꺼라고 해서 요가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찾아보니 정말 룰루의 말대로 'Your preferences for your baby's birth'라는 폼이 한 장 있었다.  그때만해도 당췌 이해가 되지 않는 단어와 내용투성이라 '나중에 나중에'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 폼을 채워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비와 함께.




폼은 10개의 큰 질문으로, 큰 질문은 다시 작은 질문 여러 개로 나뉘어져 있었다.  10개의 큰 질문은 아래와 같다.


Labour Companions 분만동반자 선택과 학생 참관 허용 여부

Monitoring the baby's heartbeat 전자기기로 아기 심장을 체크하는 것에 관한 선택

Ways of coping with pain 진통수단의 선택

Options for labour and delivery 분만장소와 수단, 그리고 자세의 선택.  아기의 성별을 직접 확인할 것인지와 탯줄을 분만동반자가 자를 것인지에 관한 선택

After the birth 분만 후 아기를 바로 안을 것인지, 씻긴(닦은) 후에 안을 것인지에 관한 선택.  잔류태반과 비타민K 그리고 의료테스트에 관한 선택

Slow prograss in labour 출산이 늦어지면 취하는 수단에 관한 허용 여부

Induction 인공적인 유도분만 허용 여부

Assisted delivery 분만시 사용되는 도구, 집게나 캡 등,의 사용 허용 여부

Caesarean section 제왕절개 수술 여부

Breech baby 역아 등 아기의 자세를 분만에 용의한 자세로 바꾸는 처치의 허용 여부


나도 모바일의 사전 기능을 대동해가며 겨우 이해한 것들을 다시 지비에게 이해시키고, 결정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꼭 폼을 채워야 하는 것이 목표라기 보다 분만 과정에 여러 가지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있을텐데,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둔다는 차원에서 미리 Birth Plan을 세우는 건 좋은 것 같다.  물론 절반의 질문에는 'if necessary'라고 답하거나 빈칸으로 남겨두어야 했지만 나 같이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절차면서 과정인 것 같다.  비록 강제된 것은 아니지만.


Birth Plan도 세웠고, 필요한 물건들도 대충(?) 샀고, 오늘 종일 지비랑 이야기 나누면서 떠오른 추가해서 필요한 물건들의 주문들도 마쳤다.  물론 이것들은 분만에 필요한 것들은 아니다.  이젠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그렇겠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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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9.11 07:4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2.09.11 18: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안녕하세요, 반갑네요. 특히나 찾아보기 어려운 폴리쉬 남- 한국인 여 커플을 만나서요. 메일로 연락드렸습니다. 정말 만나서 반가워요. :)

유모차를 사야겠다고 고민을 하면서 카시트와 세트로 살 것인가, 아니면 유모차 따로 카시트 따로 살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다.  대체로 유모차와 카시트가 세트거나 어느 유모차나 호환이 잘되는 특정 브랜트의 카시트는 그 가격이 무척 비쌌다.  아기를 낳고 난 후 차를 처분하려고 마음을 먹어서 카시트가 오래는 필요없는데, 카시트가 없으면 병원에서 아기를 보내주지 않기 때문에 카시트가 필요하긴 했다. 

사람들은 아기 때문에 차를 산다고 하더라만, 우리는 그 반대.  지비가 시내로 출근을 하면서 차를 거의 쓰지 않게 됐다.  그나마 장을 볼 때 썼는데 내가 일을 하지 않게 되면서 쇼핑의 패턴이 일주일에 한 번 큰 장 보기에서 일주일에 두어 번 작은 장 보기로 바뀌었고, 또 아이가 생기면 집으로 배달주문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있어 차를 쓸 빈도가 더 없어질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  무엇보다 집문제로 겨울까지 초긴축재정이 필요하기도 했고.  매년 자잘한 사고를 내주시는 덕분에 줄지 않는 보험료와 워낙 오래된 중고차라 매년 있는 자동차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들어갈 수리비가 만만찮다. ( _ _)


어쨌든 카시트가 필요하긴 하니 유모차는 유모차대로 사고 카시트는 따로 저렴한 걸 구입하려고 생각하다가 우연하게 연락이 닿은 지비의 친구로부터 얼마 동안 빌리기로 하였다.  그러면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K선생님께서 집에 있는 쓰지 않는 카시트를 주신다기에 냉큼 받아왔다. 


하지만 나로써는 아기를 병원에서 집으로 데려올 때 꼭 안고 오면 되지 꼭 카시트가 있어야 하는지 무한한 의문과 약한 반발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 돈이니까.  어쨌든 영국의 병원은 카시트가 없으면 아기를 보내주지 않는다.  한국에선 법인지 권장사항인지 찾아보려고 검색하니까 외국에 있는 커뮤니티의 글만 올라온다.  일단 영국에선 법이다.  나이 12세 또는 키가 135cm가 될 때까지 카시트가 있어야 한다.  미국의 경우는 지역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6세 정도까지 카시트가 필요한가 보다.  영국처럼 12세는 좀 많은 거 아닌가 싶은데,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는 법이니 좋다고 생각하자.( _ _)



그런데 카시트의 세계를 조금 알고(?)나니 이게 간단하지가 않았다.  아기 무게 따라 바꾸어줘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다 자라는 동안, 카시트가 더 이상 필요없게 되기까지 3개 정도 다른 크기의 카시트가 필요한 셈이다.  그건 법일까?  권장사항일까?  영국사람들의 꼼꼼함을 견주어봤을 때 법일 것 같다.  심지어 카시트는 유럽규정에 맞는 것만, 그래서 (E)표시가 있는 것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유럽 이외 지역 제품이 싸다고 그걸 사다가 쓸 수는 없다는 이야기.  역시 꼼꼼하군. (' ' )a


받아온 카시트 내부(보이지 않는 곳)가 약간 손볼 곳이 있다.  테입으로 임시처방을 해야겠다.  그렇다고 안전성이 확 떨어지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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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g 2012.09.05 07: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버스타거나 택시를 타고와도 안되는거야? 택시를 탈때도 카시트가 필요한건가..? ㅡ.ㅡ
    차가 있기때문에 생기는 고민 같네. 어쨌든 카시트는 구했다니 다행!

    tg

    • 토닥s 2012.09.05 15: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택시를 타도 카시트는 필요한데, 택시회사에서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카시트는 준비해야지. 그리고 이런저런 경우 때문에 택시회사에서 산모는 잘 안태운타고 하더라. 출산 전후 모두.
      버스, 우리도 그 생각을 안한 건 아닌데, 집 바로 앞이 정류장이라, 버스로 아기를 데려오는 경우는 없다네. 사람들은 안되면 차있는 지인의 도움을 청하기도 하는데 그 역시 카시트가 필요해. 그래서 차가 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민은 아니지. 병원에 왜 그런 건 대여 시스템이 없는지 모르겠네. 정말 모두가 차가 있는 건 아닐텐데 말이지. ( ' ')a

지난 일요일 오후 지비와 함께 Birth Center Tour를 갔다.  나름 시간을 넉넉히 두고 런던 동쪽으로 나들이를 갔다가, 다시 시간을 넉넉히 두고 런던의 동쪽에서 우리집과 병원이 있는 런던의 서쪽으로 출발했는데 매년 8월 말 노팅힐에서 벌어지는 페스티벌 때문에 사람도 가득하고 지하철도 서다가다를 반복해서 투어 시간에 늦고 말았다.

 

Birth Center는 일전에 언급한 것과 같이 조산사의 주도로 분만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자연적인 분만을 유도하며 진통제로 무통주사와 같은 처치는 이루어지지 않고, 그 이전 단계인 Air&Gas와 Diamorphine정도만 주어진다.  무통주사인 Epidural과 같은 처지 또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려면 의사 주도로 분만이 이루어지는 Labour Unit으로 가야한다.  나는 가능한 자연분만을 원하기 때문에 이를 의사와 조산사에게 이야기했고, 조산사가 Birth Center 신청서를 지난 방문에서 작성해주었다.  그때 조산사가 그 주, 33주 안에 Birth Center에서 전화가 와서 투어 일정을 잡을 꺼라고 했지만 34주가 끝나가는 시점에도 전화가 오질 않아 내가 Birth Center로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담당자 말이, "아 지금 네 서류가 내 앞에 있어."라며 투어 일정과 38주 방문을 예약해주었다.  36주에 이루어지는 투어 예약을 34주에 예약하는데도 투어가 목요일과 일요일에만 이루어지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별로 없었다.  나는 지비와 함께 하기 위해 일요일 투어로 예약했다.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월요일로 이어지는 연휴의 한 가운데 투어 일정이 잡힌다는 것이 약간 걸리기는 했지만, 여지가 없었다. 

 

Birth Center Tour는 한 시간 정도 진행됐다.  시설을 보여주는 것보다는 언제쯤 병원에 연락을 해야하는지, 분만 전체 과정을 간단하게 설명해주고, 선택할 수 있는 진통제의 종류에 대해서 다시 설명해주는 것이 주내용이었다.  지난 번에 지비와 함께 했던 Preparation session의 요약판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정도.  그 내용도 중요하긴 했지만, 내게는 시설을 직접 보는 것이 무척 중요하게 다가왔다.  대략의 시설을 봐야 마음의 준비가 될 것 같았고, 더 구체적인 질문이 생겨날 것 같았다.  반 시간 정도 조산사의 설명이 있었고 나머지 시간은 풀이 있는 방과 그렇지 않은, 두 종류의 시설을 둘러보았다.

 

지난 교육과 같이 10쌍 정도의 커플이 있었는데, 시설 투어에 나서기 전 풀 분만을 계획하고 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10명의 임신부 중 6~7명이 손을 들었다.   나 역시도 요가 강사의 추천으로 51%쯤 고려하고 있는 중이라 풀 분만 시설이 궁금했다.  지비는 직장의 동료, 최근 치과에서 만난 폴란드인 리셉션니스트에게서 풀 분만의 장점을 듣고 나에게 적극 권유 중이다.

 

 

한국에선 한 때 연예인, 유명인사들의 풀 분만이 소개되었다가 위생에 관한 걱정 때문에 선호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하지만 여기선 많이 선호되고 있는 분만 방법 중 하나라 이 Birth Center도 10개의 시설 중 절반이 풀을 가지고 있고, 어떨 땐 풀 분만이 가득차서 일반 분만실에서 기다리다가 풀이 있는 분만실로 옮기기도 한단다.  옮기기 전에 아기가 문제없이 나오면 그도 나쁘지는 않지.  영국에 있는 한국인 K선생님도 Birth Plan에는 풀 분만을 꼽았지만, 물이 채워지기 기다리기 힘들어 그냥 분만을 했다고 들었다.

풀 분만의 좋은 점은 산모의 허리 통증을 조금 완화할 수 있다는 점 외에도 아기가 양수에서 물로 나오기 때문에 급격한 변화를 겪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있다고 한다.  풀 분만 시설을 본 후 사람들의 질문이 있었는데, 그 수준이 나랑 다르지 않아서 조금 우스웠다.  질문의 내용은 "수영복을 준비해야 하나요?" 같은 것들.  일전에 나는 병원 벽에 걸린 풀 분만 사진을 보고 혼자 화들짝 놀랐다.  다들 옷을 벗고 있어서.  '정말?'하면서 꼼꼼히 보니 딱 한 산모만 비키니 탑을 입고 있는 것.  그 점이 나에게 풀 분만의 네거티브라면 네거티브였다.( ' ');;

 

 

두번째로 본 곳은 풀이 없는 일반 분만실.  천장에 줄이 매달려 있었다.  조산사의 말이 허리가 아프다고 침대에 누워있기 보다 줄에 의지하던지, 공에 의지하던지 분만을 진행시키려는 적극적인 자세를 유도하기 위해 침대가 방 한가운데 있지 않고, 구석이나 벽장 속에 있다고 했다.

영국에선 제왕절개 수술이 아닌 다음에야 바로 샤워를 하기 때문에 모든 분만실은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었다.

 

나는 짐 볼이 없어 그렇지 않아도 하나 사나 어쩌나 생각을 하고 있었고, 두꺼운 요가 매트를 가져갈까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분만 때 옷은 대체 뭘 준비해야 하나가 궁금했다.  Preparation session에서 권한 것처럼 긴 셔츠, 앞이 열리는 드레스형 잠옷, 가운이 다 필요한지 교육을 마치고 조산사에게 물어봤다.  사실 분만에 필요한 것은 긴 셔츠인데, 대부분의 산모들은 벗고 아기를 낳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분만실이 덥기도 하고, 땀을 흘리는 일도 많고, 실오라기 하나도 부담스럽게 느껴지기 때문에.  그래서 조산사는 굳이 뭔가 입고 싶다면 버려도 좋을 헐거운 티셔츠를 준비하라고 했고, 덧붙여 남편도 함께 있으면 덥기 때문에 남편도 여벌의 티셔츠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주었다.  나는 앞이 열리는 드레스형 잠옷이나 가운은 그럼 출산 과정에는 필요 없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 옷들은 분만 이후 휴식에 필요한 것인데 앞이 열리는 드레스형 잠옷은 모유수유를 위해서 그리고 가운은 체온 유지를 위해서 필요한 것이니 그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어느 것이라도 괜찮다고 했다.  병원에서 앞이 막히고 뒤가 트인 원피스형 환자복 같은 것도 있으니 그걸 입어도 된다고 했다.  나는 그 흔한 목욕 가운 하나 없는 처지라 이 참에 하나 살 예정이다.  앞이 열리는 잠옷은 파자마를 들고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출산 후 일정 기간 배출되는 것들을 생각할 때 원피스형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건 좀 시간을 두고 생각해봐야겠다.

 

지비는 지비답게 주차를 물어봤고, 내가 가지고 있는 Birth Center 연락처가 24시간 운영되는 번호인지를 조산사에게 확인했다.  음, 그 연락처를 지비 휴대전화에도 넣어줘야겠군.

 

Birth Center Tour가 아주 대단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 후 좀더 분만이 구체적으로 다가왔다.  다녀온 후 지비는 어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라고 나에게 재촉한다.  그러겠다고 하고 하루 이틀 두었다가 주문하려니, 이런 재고가 없는거다.  지비는 더 목소리 높여 "그것 보라"며 "더 일찍 주문했어야 한다"고.  그래서 오늘은 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으로 가서 직접 출산준비물들을 사오기로 약속했다.  아.. 비가 올 것 같은데. 꼭 나가야 해? ( -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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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ini 2012.08.30 10: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출산때도 출산후에도 환자복을 병원에서 주고 조리원에서도 용도에 맞는 옷을주니 옷고민은안해봤었는데.. ㅋㅋ

    • 토닥s 2012.08.30 18: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저 일회용이 아니라 앞으로 두고 쓰일 것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해서 준비하려니 머리가 복잡하다. 두고 쓰이지 않을 것들은 그냥 일회용이나 쓰고 버려도 상관없는 저렴한 것을 구입하려고 해.
      병원에선 이런저런 것들을 챙겨오라는 목록을 주지. 그런데 출산준비교육을 했던 조산사는 정말 급하면 병원기록과 산모만 와도 어떻게는 된다더라. 그런데 그런 위급한 상황을 만들고 싶지는 않구나. (^ ^ );;

밀린 Newbie Story ③

8월이 됨과 동시에 가족들이 런던에 왔다.  지난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보내고, 이틀 동안 청소와 빨래 그리고 낮잠을 번갈아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수요일.  모르는 사람은 벌써 애 놓으러 간 줄 알았겠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생각은 했는데 올리지 못한 꺼리들 어서 올려야겠다.



몇 년 전 접했던 뉴스에 그런 것이 있었다.  영국에서 새로 태어나는 남자 아기 중 가장 많은 혹은 인기 있는 이름은?  윌리엄William도 해리Harry도 아닌 바로 모하메드Mohammed라는.  출산을 많이 하지 않는 영국인에 비해 출산율이 높은 무슬림 이민자들 혹은 무슬림 영국인British들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일종의 증거였다.


아기를 가지고서 어떤 이름이 좋을까 당연히 이미 생각해봤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손녀를 엘리자베스Elizabeth라던지 앤Anne으로 부르는 건 상상이 안됐다.  이름을 짓는다면 좀 유니버셜하면서 발음이 쉬우면 좋겠다는 정도에서 생각을 마무리 했다.  지비는 성은 폴란드 성인 자기 성을 따르게 되니 한국 이름을 짓자고 했다.  그러면서 이름은 나더러 결정하라고 했다.  말이 그렇지 "이건 어때?"하면 "그건 좀 그래"하는 반응이다.  말은 나더러 결정하라면서 내가 몇 가지 꼽으면 그 중에서 선택하겠다는 태도다.(_ _ )


내가 첫번째 생각한 이름은 '보리'다.  쌀과 보리에 보리.  뜻이 뭐냐길래 그냥 보리Barley라고 했더니 영 마음에 들어하지 않으면서 보수당 소속의 런던 시장 보리스 존스Boris Johnson이 연상된다며 별로란다.  '그래?  그냥 보리가 왜 싫어?  그럼 내가 좋은 의미를 찾아보겠어.'하며 인터넷을 잠시 검색한 결과 불교 용어면서 인도어인 bodhi를 찾았다.  인도어론 bodhi지만 우리 말로 '보리'는 불교에서 앎과 깨달음의 경지를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해주니 잠시 경청하는듯 하더니 그럼 보리가 아니라 bodhi로 해야 본 의미가 살아나는데 그럼 인도이름이 된다고 다시 싫단다.


어떤 한글이름이 많냐기에 '하나', '다운' 등등 몇 가지 이름을 들어줬더니 '하나'가 마음에 든단다.  영어이름에 한나Hanna가 있으니 우리가 '하나'라는 이름으로 Hana를 써도 어색하지 않고, 더군다나 한글이름이니 좋겠다고.  이 이름은 내가 반대했다.  '하나'라는 이름이 많기도 하지만, only one이라는 이미지가 주는 느낌이 싫었다.  누구에게나 자식은 소중하지만, 이름마져 그렇게 지어놓으면 아이는 떠나서 내가 오직 우리 아이만 소중하다 생각하게 될까 걱정스러웠다.  그런 부모가 되기 싫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 이름은 지비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이름이다.


그러면 한국 사람 중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은 누가 있냐고 지비가 물었다.  참고로 지비의 이름 지빅니예프Zbigniew는 폴란드의 유명한 축구선수 이름이란다.  '황진이', '신사임당' 이런 이름만 떠오르고 현대적 이름의 유명한 여성이 떠오르지 않았다.  겨우 생각해낸 것이 우디 앨런의 부인 '순이'.  '순이'가 누구냐길래, 우디 앨런의 입양아였다가 부인이 된 여성이라고 설명해주니 그건 좀 그렇단다.


언니에게 아기 이름 이야기를 하니 '누리' 어떻냔다.  좋다.  지비에게 세상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라고 설명해주니 좋단다.  그런데 이 야기를 들은 이곳의 한국인 지인의 반응이 영 아니었다.  '왜 누리가 어때서.'


지비도 나도 선명하게 고집을 부리지 않으니 답이 나오지 않아 가족들이 런던으로 휴가를 오면, 그리고 기차로 파리로 가게되면 그 때 의논해보자하고 남겨두었다.  35주차 파리로 여행을 가면서 이 아기 이름을 꺼냈더니 언니들은 '보리'가 좋단다.  '누리'도 좋고.  '하나'라는 이름에 관한 생각은 나와 비슷했다.  부모님은 "시댁엔 물어봤니?"하시며 어느 것도 좋다 싫다 말을 안하셨다.  다수결로하면 '보리'가 맞는데 영 지비가 동의가 안되는지 이야기는 흐지부지.


가족들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짐을 부쳐놓고 비행기 시간을 기다리면서 커피 한 잔을 하며 다시 이 이야기를 꺼냈다.  나는 혼자 짐을 지기 싫어 "결정해주고 가셈"이었다.  그날 새롭게 나온 이름이 '하니'였다.  한국 사람이라는 뜻의 '한이'를 쉽게 쓰자는 내용이었는데 지비가 '한국 사람'이라는 뜻이 마음에 든단다.  영어로 Hani라는 것도 마음에 들고.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서로 보통 Honey라고 부르는데 그것과 헛갈린다는 거다.  그래서 그럼 이제 darling이라고 불러준다니 고개를 절래절래.  그럼 여보라고 불러준다니 웃기만 웃는다. 


그 외 '가을', '하늬', '샛별' 같은 의견도 있었지만 영어표기가 어렵다는 지비의 의견.  그 의견엔 일부분 나도 동의.  그 자리에서도 결국은 결정짓지 못하고 가족들은 떠나갔다.  여전히 아기 이름은 내게 숙제로 남았다.

폴란드의 가족들에게 물어보라는 나의 요구에 따라 형 마렉과 통화하면서 지비가 이제까지 나온 안들에 관해서 들려주고, 설명해줬는데 반응이 영 시원찮아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 태어난 마렉의 딸 이름은 마리아Maria.  가장 많이 쓰이는 평범한 이름이라고 마리아로 지었다고 한다.  폴란드는 그런 것 같다, 평범한 이름 많이 쓰여지는 이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그래서 지비 주변엔 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들이 참 많다.  고샤Gosia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내가 아는 것만도 3명 이상이고, 에바Eva도 역시 마찬가지.


그냥 5월에 태어났으면 영어라도 메이May라고 하는 건데, 9월에 태어나도 그냥 메이라고 할까?  끙.. 좋은 이름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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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l 2012.08.27 02: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 평생 사용할 이름을 정하는건 정말 어려운일이군요....

    • 토닥s 2012.08.27 05: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 어려움을 우리 딸이 나중에 헤아려주길 바랄뿐입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정해진 이름이 마음에 쏙 들지 않더라도 말이죠. :D

  2. 엄양 2012.08.28 14: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두 보리에 한표~~~ 나와있는 이름중엔...보리가 젤 좋아 ..
    근데..아기이름은,,뜻 의미보다는
    꼭 부모 둘다 맘에 드는걸로 선택해야 뒷탈이없다.
    조금 의미가 떨어지거나 이쁘지 않다 하더라도,,꼭 둘이 합의된 이름으로,,,,^^

    • 토닥s 2012.08.28 17: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보리'는 지비가 별로랜다. '하나'에서 '누리'로 계속 꼬득이고 있는 중. 51%쯤 넘어왔어. 헤헤. :P

  3. Ihope 2014.11.07 00: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May 나 April 은 안어색한데 September는 왜 조금 이상한가요?
    한희 라는 이름 참 예쁜데요.
    그리고 한국 특징 있는 이름중에도 예쁜이름 있을거에요

    • 토닥s 2014.11.07 19: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May나 April 은 들어봤는데 나머진 안들어봐서 그런게 아닐까요? 두 이름은 봄이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새 생을 시작하는 의미로도 좋은 것 같아요.
      아기 이름은 결국 세상이라는 순우리만 누리가 되었답니다. 다문화(한국선 이렇게 표현하죠?)의 특징이 담긴 좋은 이름인 것도 같아요, 지나서 생각해보니. 처음엔 이쁘고 발음이 편한 우리말을 찾아 이 이름을 골랐는데.

밀린 Newbie Story ②

8월이 됨과 동시에 가족들이 런던에 왔다.  지난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보내고, 이틀 동안 청소와 빨래 그리고 낮잠을 번갈아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수요일.  모르는 사람은 벌써 애 놓으러 간 줄 알았겠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생각은 했는데 올리지 못한 꺼리들 어서 올려야겠다.


가족들과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내가 부모님과 함께 가고 싶었던 곳은 사실 바르셀로나였다.  그런데 우리 부모님이 가우디를 알리 없어, 그냥 만만한 파리를 넣었다.  에펠탑을 아실테니까.  그리고 파리까지는 기차로 가니까 내가 임신 몇 주던 그다지 제약이 없었다.  그런데 언니가 스위스를 넣자고 했다.  언니가 유럽여행을 하면서 꼭 부모님을 데려오고 싶다고 생각했던 스위스.  '스위스? 좋지.  근데 스위스면 비행기를 타야잖아.  끙..'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임신을 알게된 즈음 한국에서 런던으로 오는 비행기 티켓, 그리고 대략적인 가족여행의 비행기 티켓 구입이 동시에 이뤄졌다.  하루라도 늦어지면 그게 바로 돈이니까.  한국의 여행사에 미리 연락해 인천-런던 5인 왕복 항공권을 대한항공 또는 아시아나에서 살 예정이니 가격이 나오는데로 연락을 해달라고 했다.  1월에 가격이 고지되는대로 바로 구입을 해 1인당 백만원쯤 절약할 수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족에겐 꽤나 큰 비용이 들었다.  물론 애초 약속대로 1인 왕복 항공권 구입비용은 우리가 지불하고 나머지는 부모님이 모두 내셨다.  주변에선 여름에 가족들이 온다고하니 우리가 초대한 것으로 예상하지만, 부모님이 직접 내고 오셨다.  미안해, 우리가 아직 가난해서.  흑흑. (i i )


인천-런던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 바로 여행일정을 조정하고 이곳에서 이동에 필요한 기차, 비행기 티켓 구입에 나섰다.  파리로 갈 유로스타는 여행 4개월 이전에야 구입이 가능하기 때문에 휴대전화에 일정을 기록해놓고 기다렸다.  4개월을 조금 더 앞둔 어느날 지비가 노파심에 들어가보니 우리가 여행하려는 시기의 유로스타의 티켓판매가 이미 열려 있는 것이다.  올림픽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면서 서둘러 7인의 런던-파리 유로스타 편도 티켓을 구입했다.  아쉽게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1인당 £50가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했다. 

인천-런던 왕복 항공권을 구입하고서 바로 스위스 제네바-런던 편도 항공권을 구입했다.  저가항공 Easyjet과 Ryanair 중에서 우리에게 적당한 시간에 비행기편이 있는 Easyjet에서 구입했다.  티켓을 구입할 때 막 임신 여부를 알게 된 터라 그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봤다.


두 항공사 모두 27주까지는 일반적인 탑승이 가능하고, 28주 이상 36주 미만은 조산사나 병원에서 발급받은 medical certificate가 필요하다고 명시하고 있었다.  36주 이상은 항공기 탑승이 불가능하다.  티켓구입전에 주수를 세어보니 여행을 하려던 주가 딱 34주.  '아, 고마워요.  하늘님'하면서 티켓을 구입했다.  이로써 모든 것이 여행과 임신이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3월초 첫번째 초음파 촬영에서 생겼다.


10주에서 14주에 있는 초음파 촬영에서는 아기의 성장상태를 기반으로 출산예정일을 잡는다.  그러면서 임신 주수를 조정하는데, 나의 경우는 초음파 촬영을 13주에 했다.  그런데 아기의 머리둘레가 크다고 13주에서 14주로 주수를 늘이고, 또 출산예정일을 한 주 앞당겼다.  출산보다 여행이 걱정이 됐다.  겨우 한 주 앞당겼지만, '이런 일이 또 있는 것 아닌가'하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초음파 촬영 뒤 면담을 한 의사에게 물어봤다.  또 임신 주수를 조정할 경우가 있는지, 그리고 항공기 탑승에 필요한 여행증명서는 언제 어디서 받을 수 있는지.  의사는 다시 출산예정일을 조정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답하면서 임신 주수를 내용으로 담은 여행증명서는 GP에서 받을 수 있다고 답해주었다.  의사는 36주 이상도 사실 항공 탑승이 임신에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출산 가능성이 높은 시기기 때문에 항공사에서 그 위험을 지지 않으려고 제한한다고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휴..'하면서 지비와 돌아나왔던 3월의 기억.


Medical certificate


가족들이 드디어 런던에 도착하고 정신없이 보내다가 파리-인터라켄 여행을 앞두고 GP에가서 임신 주수를 증명하는 medical certificate를 부탁했다.  받고보니 참 간단한 종이 한 장.



김 아무개는 임신 몇 주고, 비행에 문제가 없다는 말과 GP 의사의 사인sign이 전부였다.  이거 받는데 왜 내가 48시간 이전에 GP에 신청하고 받아와야하는지 알송했지만, 일단 받았다는데 안도하면서 여행을 떠났다.  제네바에서 런던으로 돌아올 때 혹시나 물어볼까 싶어 항공권, 여권과 함께 꼭 쥐고 있었는데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다.  문제없이 비행기를 탈 수 있어 다행이긴 했지만, 웬지 헛고생한 기분은 어쩔 수가 없다.  그냥 이런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았다는데 의미를 두는 수 밖에.( - -)


Maternity record


여행을 떠나면서 여행에 필요한 서류 외에도 Maternity record라는 내 임신에 관한 모든 기록이 담겨 있는 노트도 챙겨야 했다.  영국의 의료시스템은 모든 기록을 전산화하여 내가 어느 GP를 가든, 어드 병원을 가든 NHS 등록번호만 알고 있으면, 심지어 생년월일과 주소만 알고 있으면 나의 의료 정보를 볼 수가 있다.  그런데도 임신과 관련해서는 따로 노트가 만들어져있다.  의료전산시스템에 남아 있는 기록이 수기로 남겨져 있고 각종 검사 결과지도 함께 묶여져 있는 노트다.  이 노트는 내가 다니는 병원에 보관되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임신부 본인인 내가 보관하며 병원에 갈 때마다 함께 가져가야한다.  그 때문에 임신 후반기로 갈 수록 두꺼워지면서 너덜너덜해진다.


병원 대기실에서 이 노트 없이 병원을 방문한 임신부를 본적이 있다.  스태프는 딱잘라 집에가서 다시 가져오지 않으면 자기들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NHS 등록번호를 몰라도 생년월일과 주소정도만 확인하면 받아주는 GP랑은 다르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그 즈음 미드와이프가 27주가 넘어가면 어딜가더라도 이 노트를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내게 말했다.  순진하게 왜냐고 물었더니, "자 생각해봐.  네가 혼자서 westfield에서 쓰러졌어.  아무도 널 몰라.  어떻게 할꺼야?  그런데 이 노트만 있으면 사람들이 네가 누구고, 지금까지 어떤 처치를 받아왔는지 알 수가 있어."라고 아이에게 설명하듯 또박또박 설명해주었다.  속으론 '그럼 신분증만 있으면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했지만 겉으론 "그렇구나"하고 답했다. 

참고로 westfield는 우리가 사는 동네와 병원에서 가까운 쇼핑센터다.  얼마전까지 유럽최대였지만, 지금은 올림픽 주경기장 옆에 세워진 새로운 westfield가 유럽최대란다.( ' ');;


그렇다고 조산사의 말을 따라 27주 이후부터 내가 이 노트를 계속 들고 다닌 것은 아니지만 먼 길엔 챙겨야 할 것 같아서 여행짐과 함께 챙겼다.



European Health Insurance Card


medical certificate와 maternity record와 함께 챙긴 또 하나, 바로 EHIC다.  대체로 유럽은 무상의료시스템이지만 무상의료시스템과 함께 값비싼 사의료스시템도 존재하기 때문에 여행 중에 항생제와 같은 약이 필요해서 무료로 처방을 받으려면 이 카드가 필요하다.  NHS에 등록된 사람이라면 이 EHIC에도 등록이 가능하니까 해두는 것이 좋다.  등록하면 카드가 날라오고, 스위스와 유럽경제연합 공동체 국가를 여행 중에 의료서비스를 받을 일이 생기면 그 국가의 무상의료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나는 이런 것에 빠꼼이인 지비가 재촉해서 NHS에 등록하자 말자 만들어두었다.  여행 때마다 지비가 여권과 함께 늘 챙긴다.


영국의 소비자고발 같은 프로그램에서 한 노부부가 유럽여행 중 고열로 해열제가 필요했는데, 호텔의 안내로 사의료시스템의 의사에게 처방을 받았다가 해열제 몇 알에 몇 백 파운드의 고지서를 받았다는 케이스를 본 적이 있다.  사실 영국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NHS에 등록된 환자들에겐 NHS에서 무상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치과진료 제외하고, 등록되지 않은 환자들에겐 엄청난 의료비를 청구한다.  일례로 지인의 언니가 관광비자로 체류하다가 임신을 알게 되어 그를 확인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했는데 첫번째 방문에 £400가 넘는 돈을 청구했고, 첫번째 방문에서 이루어진 결과를 알려면 다시 £100가 넘는 돈을 내야한다고 했단다.

영국에선 합법적인 장기 체류자에겐, 비록 세금을 한 번도 낸 적이 없는 학생비자 소지자라고 하여도 무상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합법적으로 단기 체류하고 있는 여행자에겐 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셈이다.  이 사실은 나도 몰랐다.  관광비자라하여도 합법적이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다.



어쩌다가 영국의 의료에 관한 이야기로 더 많이 흘렀지만, 이곳에선 임신부가 여행하려면 이런 서류들이 필요합니다.  필요하신 분은 알아두면 좋겠네요. (^ ^ );;


그래도 가급적이면 임신 초기인 3개월 이전, 그리고 후기인 6개월 이후는 장거리 여행을 계획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  특히 비행기를 이용한 여행은 임신 초기 주의해야 한다고 합니다.  미성숙한 아기가 기압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근데 전 그걸 모르고 임신 3개월이전에 폴란드에 다녀왔습니다.  4개월쯤엔 부다페스트까지.  임신하기 전에 계획된 여행들이라 다녀왔습니다.(- - );;


한국에선 태교여행이란 이름으로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의 고급리조트에 가서 묵고 오는 것이 유행이라더군요.  우리는 그것보다 훨씬 훨씬 짧은 거리를 비행한 거라며 자기변명 중입니다.  출산 한 달 앞두고 이곳에서 한국으로 출산하러 날아가는 산모들도 꽤 봤다고 구차하게 계속 덧붙이면서.  그래도 어쩔 수 없이 비행기에 올라야 한다면 편안하게 입으시고, 물 많이 마시면서, 가만히 앉아있기보다 비행기 통로를 오락가라 부지런히 걸어다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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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린 Newbie Story ①

8월이 됨과 동시에 가족들이 런던에 왔다.  지난 일요일 저녁 비행기로 보내고, 이틀 동안 청소와 빨래 그리고 낮잠을 번갈아하다가 정신차려보니 수요일.  모르는 사람은 벌써 애 놓으러 간 줄 알았겠다.  그 와중에도 틈틈이 생각은 했는데 올리지 못한 꺼리들 어서 올려야겠다.



영국하면 떠오르는 건 비와 구름의 이미지이지만 난방 방식이 한국과 다른 탓에 처음 영국에 온 사람들은 건조함을 많이 느낀다.  비는 자주오지만 공기는 건조한 이상한 나라.  그 때문인지 바디로션과 같은 제품들을 선물로 주고 받는 일이 많다.  돈주고 사본적은 없는데 늘 사용하지 않는 바디로션이 2~3개는 있었던 것 같다.  태생적으로 피부가 건조한 편이라 잘 발라야지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았다.  그래도 임신을 하고나서는 살이 트는 것을 걱정해서 의식적으로 바디로션을 챙겨발랐다.


임신을 하고서 음식, 입덧 그런 것들과 함께 찾아본 것이 튼살방지용 크림과 오일이었는데, 임신 초기엔 굳이 비싼 튼살방지용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결론내리고 집에 있는 바디로션을 다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예전엔 250ml짜리 바디샵 바디로션을 4~6개월 정도 썼는데 이 기간엔 듬뿍듬뿍 한 달 약간 넘는 시간만에 다 써버렸다.  러쉬 바디로션도 마찬가지.


임신 18주쯤되서 배가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할 때 튼살방지용 크림을 사서 바르기 시작했다.  피부에 닿는 모든 것은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지만, 지론은 지론이고 현실은 현실인지라 그냥 슈퍼마켓형 약국인 boots에서 구입해서 썼다.  boots에서 손쉽게 살 수 있는 것 중 3가지 정도가 내 관심사에 들어왔다.  나름 전략이랍시고 임신초기엔 저렴한 것을, 그리고 후기엔 비싼 것을 써보자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처음으로 쓴 튼살방지용 크림은 Palmer's의 제품이다.


Palmer's Cocoa Butter Formula Massage Cream for Stretch Marks


125g에 £6 안되는 가격으로 구입했다.  찾아보니 한국에서도 구입가능하고, 사용하는 모양이다.  그다지 배가 나오지 않은 시기 구입해서 쓴 제품이라 효과가 있는지, 어떤지는 말하기 어렵다.  단지 개인적으로는 지나치게 달콤한 코코아 냄새가 너무 힘들어서 어서 써버리고 다른 제품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흡수도 그럭저럭 정도라 나쁘지는 않지만 좋다고 하기에도 뭣한 정도.  물론 가격만은 아주 좋다.

꼭 튼살방지용 크림이 아니라도 코코아 버터 주재료로 다양한 제품들이 나와있다.  일반 바디로션에서 립밤까지.  건조한 피부에 있어서만은 전문이 아닌가 싶다.

그래도 나더러 다시 써보겠냐면 글쎄-.  이유는 단 하나, 지나치게 달콤한 향 때문에.


Johnson's Skin Perfecting Oil Spray for Stretch Marks


익숙한 존슨 앤 존슨 제품을 두번째로 썼다.  존슨의 일반 오일과는 달리 튼살 전용 오일이다.  인터넷의 평가가 좋아서 혹하고 구입했다.  150ml에 £10정도.  100ml가 £7정도였는데 마음은 작은 용량을 써보고 좋으면 큰 용량으로 사고 싶었지만 100ml짜리는 일반 캡인데 150ml짜리는 스프레이형이라 큰 용량으로 구입했다.  바디오일은 쓰다보면 용기를 깨끗하게 쓸래야 쓸 수가 없다.  늘 용기로 흘러내려 용기가 미끄덩.  스프레이형이면 몸에 칙칙 뿌리고 맛사지하듯 바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스프레이형으로 구입했다.

그런데 그 생각이 오판이었다.  스프레이로 칙칙 온몸에 뿌리고 나면 몸의 열기때문인지 오일이 말라버린 느낌이라서 골고루 바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은 손에 칙칙 뿌려 몸에 발라야했다.

흡수는 존슨의 일반 오일보다는 좋지만 아주 뛰어나다고 하기는 어렵다.  튼살 방지 효과?  광고문구엔 기존의 튼살도 4주면 눈에 보일 정도로 줄어든다고 되어 있지만 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살이 새롭게 트지 않은 것도 사실인지라 효과가 없다고 하기엔 그렇고.  잘 모르겠다.



Bio-Oil


마지막으로 구입한 Bio-Oil.  Boots에 갈 때마다 눈에 띄여서 궁금했는데, '아로마 오일도 아니고 Bio-Oil은 뭔가'하면서 마침내 그 용도를 알게 된 오일.  사람들이 많이 쓰는 오일인지 Boots마다 눈에 띄이는 곳에 진열되어 있다.

125ml에 £15정도다.  역시 튼살 방지 효과가 탁월한지 알 수는 없으나 흡수와 발림만은 참 좋다.  가볍게 발리는 느낌이라고 할까.  약한 허브향이 있어 더운 여름날씨에 바르면서도 상쾌한 향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구입한 오일이 바닥을 보여 새로 구입할 예정이다.  흉터는 물론이고 피부톤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고 하니 임신 과정의 튼살이 아니어도 계속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세 가지 제품 중 다시 구매하고 싶은 제품은 마지막으로 구입해서 지금 쓰고 있는 Bio-Oil이다.  튼살 방지 혹은 제거 효과가 탁월한지는 모르겠지만 일상적인 바디 오일로 써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름 형편에 맞춰 저렴한 것에서 비싼 것으로 써보자는 전략 아래 노력해서 튼살을 방지했냐고?  아쉽게도 '아니다'다.  나 역시 트고 말았다. 

나보다 두 달 정도 앞서 임신을 한 E님이 30주가 넘어가면서 살이 트고 말았다는 글을 보면서 '나는 아직도'라며 내 전략이 경제적으로 맞아들었다고 내심 좋아했는데 33주차에 튼살을 발견하고 말았다.  사실 33주차에 발견한 것이지 언제부터 튼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걱정했던 부위는 배와 가슴 부위였는데, 살이 튼 곳은 아랫배.  우리집엔 전신거울이 없다.  사실 배꼽이 절정으로 높은지라 배꼽아래는 잘 보이지 않는다.  머리를 힘겹게 구부려 볼 수 있는 부위가 배꼽아래 5cm정도인데 그 아랫부분이 텄다.  안보여서 몰랐다.  어쩌다가 아주아주 힙겹게 머리를 숙여 몸을 구부리게 됐는데 붉게 튼 살을 보아버린 것.  흑흑. (i i )

평소에도 아랫배가 있던 곳인데, 왜 텄냔 말이다.  심지어 그곳은 배꼽을 기준으로 절정으로 부른 배가 경사져 내려가는 부위구만.  눈물이 앞을 가리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바른다.  오일의 튼살 제거 효과를 기대하면서.  오일 너, 내 기대를 저버리면 안된다.( ' ')



임신을 하고서 튼살을 막아보겠다고 온몸에 크림과 오일을 바르면서 깜짝 놀랐다.  이미 자라면서 혹은 살찌면서 살이 많이 터 있었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자기 몸에 대단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자세히 들여다 볼 일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변태취급 당한다.(' ' );;  나도 그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1인이고, 그래서 몰랐던 것이다.  우리 부모세대는 딸 아이의 피부를 세심하게 배려하여 꼼꼼히 바디 로션과 오일을 발라주지 않아 '살이 트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는데 내가 그런 줄은 나도 몰랐던 것이다.  여성이 자기 몸에 대해서 처음으로 관심과 배려를 쏟는 시기가 바로 임신이고, 스스로뿐만 아니라 타인으로부터도 관심과 배려를 받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이때 인 것 같다.  스스로는 물론 타인으로부터도 받는 관심과 배려가 좀 더 빨랐으면, 늘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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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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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엄양 2012.08.26 10: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난 39주에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배 아래쪽(아마 너와 같은 부위일거야)이 튼걸 발견했다,,
    불러오는 윗배를 걱정했었지..상대적으로 덜 늘어나는 아랫배는 걱정을 안했었는데..그건 나의 착각,트고 나서 생각해보니, 아랫배가 그 무거운 배를 지탱하느라 더 힘들었을거라는..ㅠㅠ

    방심을 했던 시기였다 --;; 난 안틀거같다고 방심했던 마지막달에 마지막주,,,,얼마나 속상하던지....ㅋㅋ 그래도 늦게 튼만큼 튼살이 마구마구 펼쳐져 나가진 않아서 다행이었고,,

    애기 낳고 나서도 튼살크림 계속 쭉 발라줘야,어느정도 (아주 조금)회복이 될것이니.꼭 챙겨바르도록,,,,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네..끝까지 홧팅!!!

    • 토닥s 2012.08.26 17: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나도 절정으로 부른배만 열심히 발랐나봐. 그래서 요며칠은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발라준단다. 더 이상 생기지 않거나, 혹은 줄어들기를 기대하면서. 그렇지 않아도 당분간 계속해서 발라줄 요량으로 큰 용량을 다시 주문했다.
      그래 3~4주 남았다는 것이 나도 믿어지지 않는다. 점점 자질구레한 짐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실감하고 있지. 그 짐들을 어떻게 자리를 찾아줘야 할지가 새로운 고민이지. 고마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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