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가 어린이집에 처음 간 날 소개해준 선생이 자기 소개 카드를 써오라고 파란 A5 사이즈 종이를 줬다. 그 종이를 보고 지비는 왜 안써가냐고 묻곤 했는데 "어린이집 계속 다닐지 말지 결정을 못해서"라고 답했다. 실제로 그랬다. 얼마 전 체육수업을 마무리하면서 내년을 어떻게 보내야할지 마음을 정했다. 일단 내년 7월까지는 이 어린이집에 머무르기로 했다. 그래서 오늘 금쪽 같은 2시간을 쪼개 자기 소개 카드를 만들었다.

나는 애들 숙제 부모가 하는 거 싫어한다. 반칙이니까. 그런데 동시에 내가 그런 부모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ㅜㅜ )
(그런데 이 카드는 아이들 목소리로 부모들이 만드는 거란)

이런 거 잘해가는 것도 다른 엄마들에게 민폐라는 것도 잘 안다. 그런데 오리고 붙이고(한마디로 단순작업)를 열심히하는 건 성격이라서 어쩔 수 없다.

대신, 어린이집에 이런 노동이 필요하면 도움을 주는 걸로 나의 죄를 스스로 사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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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2.14 07:2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5.12.14 17: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진만 그렇게 보입니다. 실물보고 사진보다 어려보인다며(?) 놀라는 이도 종종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2. 프라우지니 2015.12.26 00: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토닥스님의 손재주가 눈에 보입니다.^^

    • 토닥s 2015.12.27 22: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재주라기보다 성격인 것 같아요. 줄맞추고 똑바로 자르고 붙이고를 무척 열심히하는 성격. 단순노동형이죠.ㅎㅎ


영어에 마일스톤즈milestones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 '표지석'쯤 되는데, 의미있는 변화/성장를 이르기도 한다. 그런탓에 육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가 기었다거나, 걸었다거나 그런 때 쓰인다.

오늘이 누리에게 있어서 그런 날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주 5일 하루 2시간 45분인데 누리는 오후반. 9월에 2011년 9월~2012년 8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난 다음 빈자리를 채우는 격이어서 오후반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는 누리로 봐선 나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 5일 밖에 안된다는 행정편의적 발상 때문에, 나는 주 2~3일 정도를 희망했다, 시작부터 주 5일을 하게 되었다.

+

(윗글은 누리가 체육수업을 하는 동안 썼고, 그 이후 집에 돌아와 급하게 점심을 먹고 오후에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

가서 다시 주 5일 밖에 안되는지 물었더니, 보조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엔 들쑥날쑥한 일정보다는 주 5일이 낫단다.

적응기간 동안은 내가 함께 하는데, 누리가 가게된 어린이집의 적응기란 아이를 내려놓아도 울지 않는 때라고 한다. 내게 있어 충격적인 것은 그곳에서는 기저귀 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누리는 아직 기저귀를 한다). 그래서 누리에게 적응기란 기저귀를 떼는 시점이 될 것 같다.

별다른 비용도 규칙도 없는 곳이지만, 주 5일 일정과 기저귀는 나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그 외 자유분방한 아이들, 배경 같이 있는 선생들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겨울만 어떻게 넘기고,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 2~3일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알아볼까, 그냥 어찌되든 누리랑 나랑 둘이서 지지고 볶아볼까 생각이 갈래갈래다. 일단은 1~2주 다녀보고 정하겠지만,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면 자유시간을 가져보겠다는 생각은 단단히 접어 어디 멀리 버려야 할듯하다.

이곳 어린이집, 보통 너서리nursery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외국인인 나에게 너무 낯설었다. 의무교육과정이 아닌탓에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곳도 없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누리의 향방은 물론 나의 분노(?)가 좀 잦아들면 정리해볼 생각이다. 나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부모가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

요즘 누리는 한국에서 선물받은 색연필로 코코몽 캐릭터 색칠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문득보니 누리가 색연필을 그럴싸하게, 나쁘지 않은 모양새로 쥐고 색칠을 하고 있었다. 원래 연필을 그러쥐는 모양이 가장 힘 덜들고, 힘 조절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니 정해진 방법이란 게 있을 수 없지만 권장되는 혹은 가르쳐지는 방법이 있다. 그 모양/방법에 가깝도록 쥔 것이 놀라웠다. 물론 본 것과 경험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겠지만.
나는 그 연필 쥔 모양을 보면서 모든 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기저귀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기저귀를 떼는 건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누리의 경우는 만 3살이 이제 지났지만, 언어능력에 있어서는 이곳 영국아이들과 비교해도, 한국아이들과 비교해도 딱 만 2살의 수준이다. 다만 그 아이들과는 2개국어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봄 기저귀 떼기를 시도했을 때 훈련용 변기에 참지 못한 소변을 보고 울었다면, 요즘은 훈련용 변기에 어쩌다가 소변을 보고 노래가 흘러나오면 기뻐한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보다는 한참 늦지만 천천히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집에 아이를 구겨넣는 것 같아 내내 씁쓸하다.

나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리에게 좀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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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축구수업을 하고 들어와 점심을 먹고 집안 청소를 했다. 보통 오전에 간단하게 청소를 하고 집을 나서는 편인데 요즘 날씨가 비가 잦아서 비가 오지 않으면 당장 나가서 볼 일(놀이터, 장보기 등등)을 먼저 보고 청소 같은 건 뒤로 미뤄둔다.

청소하면 누리는 재빨리 달려가 청소기를 꺼낸다. 사실 꺼내려는 의지만 있을뿐이고 꺼내지는 못해서 내가 꺼내 주어야 한다. 청소기를 꺼내 가장 약한 출력으로 켜주면 한참 동안, 나름 집안 구석구석을 끌고 다니며 청소(하는 시늉)를 한다. 그 동안 나는 간단한 욕실 청소를 하고 바닥 닦을 막대걸레를 씻어 놓는다. 그 다음 청소기를 건내 받아 쒹쒹쒹 헤치운 다음 누리에게 막대걸레를 쥐어주면 집안 이리저리 끌고 다닌다. 끌고 다닌다고 할뿐 닦는다고 하긴 어렵다. 그 동안 나는 잠시 앉아 쉬기도 하는데, 오늘 잠시 카카오톡을 보고 있는 사이 돌아보니 이렇게 바닥을 닦고 있다.



저도 축구하느라 피곤했는지 어쩐건지. "내가 할까"해도 끝까지 자기가 한단다. 저러고 의자를 옮겨가며 거실, 침실, 화장실까지 청소(하는 시늉)을 한다.

카카오톡으로 대화하던 Y님께 보여주니 '누리 신데렐라' 라고. 어쩌다보니 지난 번 카카오톡 대화도 누리에게 청소기를 쥐여주고 나누었던터라 그리되었다.

누리-신데렐라, 언제쯤 청소하는 시늉 말고 청소를 하실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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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5.08.27 10: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엄마가 볼때는 누리가 노는것 같아도 누리 나름대로는 엄마를 도와서 혹은 스스로 청소한다고 생각할거 같은데요.^^ 아이 키우는 재미인거 같습니다. 그쵸?^^

    • 토닥s 2015.08.27 23: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누리가 청소를 열심히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저날은 축구교실 뒤라 저도 힘들었나보다..합니다. ㅋㅋ
      제가 몇 번이나 물었거든요, "내가 할까?"하고. 그래도 끝까지 자기가 한다고 하더라구요.
      아이를 키우는 건 기쁨도 주지만 동시에 슬픔도 주더군요.(ㅜㅜ )

내년 1월이 되면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만 5년을 살았고, 이 동네에서는 6년을 살게된 셈이다.
올해 봄 M님을 만나기 전까지 한국 사람을 본적이 없는데 그 이후 봇물터지듯 한국사람을, 그것도 아이를 둔 엄마들을 만나게 됐다. 그래봐야 도합 4명이지만.

그 중에서도 M님과 Y님은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을 두어 같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Y님과 인근 공원에서 만나기로 한 날 M님도 청했다. 그래서 3명의 한국엄마 3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그런데 유아 3명은 좀 쉽지 않았다. 공원 놀이터에서는 그럭저럭 시간을 보냈는데 점심을 먹으러 들어간 펍에선 쉽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지러지게 운다거나 고집을 피운다거니 하는 일은 없었지만 3명의 아이들을 모두 만족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러기 위한 준비가 부족했던 것이다. 어쩌면 겉보기는 순조로웠으니 나만 바늘 방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함께 모이면 좋겠다는 생각은 당분간 '생각'으로만 남겨야 할 것 같다. M님은 아들에게 남자 친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셨는데 다리를 놓아준 내 몫의 역할은 했으니 그 이상은 알아서.

+

이번 주초 동네 놀이터에서 또 한국엄마를 만났다. 4살 딸을 둔. 심지어 그 한국엄마는 이웃 한국인 부부의 5살짜리 아이를 돌봐주고 있었다. 갑자기 한국엄마들 봇물이 터졌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오후 장보러 나가서 하이스트릿에 있는 그린(작은 공원/도심녹지)에서 누리와 시간응 보내다 또 한국엄마 한 명을 만났다. 혼자서 완전 신기신기하면서.

내가 한국에 살면 아이 가진 엄마를 만났다고 해도, 설령 아이들의 나이가 비슷하다고 해도 처음 만난 사람과 이야길 나누거나 연락처를 주고 받지는 않을 것 같다. 한국이 아닌 곳에 사니 아이들에게 또래 친구를 만들어주고 또 엄마들도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니 다들 반가운 마음이 든다. 더군다나 살고 있는 곳이 한국인들이 많이 모여 사는 곳도 아니니. 아니다, 한국인이 많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사실 블로그를 통해서 연이 닿은 분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사는 곳이 멀면 마음이 닿아도 마음처럼 자주 봐지지는 않는다. 아이들이 연관된 관계는 주로 '거리'기 많은 걸 결정 짓는 것도 같다.

연락처를 주고 받고 집에 와서 '아이고 오지랖..'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근처 한국엄마들 다 모을 생각도 아닌데 왜 넙죽넙죽 인사하고 연락처를 주고 받는지.
물론 연락처를 다 주고 받아도, 서로 만나는 사이가 된다고 하여도 나와 맞는(?) 사람인가는 또 다른 이슈인 것 같다. 연애도 많이 해본 사람이 잘하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먹는다고 이렇게 한 사람씩 한 사람씩 만나다보면 나와 맞는 사람을 만나는 날도 있겠지.

사실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재미도 있다. 대부분은 외국인 남편을 둔 한국아내들, 런던이라는 특성 때문에 영국인 남편이 아닌 경우가 더 많은 것도 같다,의 이야기가 하나도 같은 경우가 없다. 개인적으론 재미가 있지만 사생활의 부분이라 어렵기도 하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들이 모이면 재미있는 작업이 되긴할텐데.

+







앞서 잠시 이야기한 오늘 오후에 간 그린. 마침 휴가철을 맞아 해당 구청의 도서관들이 중심이 된 축제의 일부분인 공연이 있었다. 누리와 나는 공이나 차고 비누 방울이나 불려고 갔던 길이라서 공연의 막바지에 도착했다. 마이크도 없는 연극 공연이라 누리가 보지 않을꺼라 생각했는데 캐릭터들이 동물 분장을 하고 있었고 과장된 몸짓과 소리 때문인지 꽤 집중해서 보았다. 덕분에 과자 하나 물려주고 한 30분 잔디밭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올 크리스마스엔 누리에게 꼭 공연을 보여줘야겠다. 연말에 가족/아동대상 공연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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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quaplanet 2015.08.03 01: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즐거운 하루 보내셨네요 :)

  2. 프라우지니 2015.08.27 10: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다 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처지(아이가 있고 영국에 산다는?)라 더 친해지기 쉬울거 같고 말이죠. 물론 토닥씨님의 말씀대로 더 깊어질 관계인지는 시간을 봐가면서 만나봐야 아는것이지만 말입니다.^^

    • 토닥s 2015.08.27 15: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늘 아이 데리고 수영장에 갔다 다른 한국엄마를 만났는데 아이 얼굴이 익숙하다고. 알고보니 블로그를 보셨던 분이더라구요.ㅎㅎ 오픈된 블로그를 하고는 있지만 세상 참 좁다고 느낀 하루였습니다.

누리가 교육 시스템 속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가 방학을 하면서 이런저런 할 거리들도 모두 방학/휴식기에 들어갔다. 심지어 도로마저 한산한 요즘. 모두들 방학을 맞아 떠난 것 같다. 물론 런던이라는 도시는 다른 도시에서 방학/휴가를 떠나온 사람들로 중심부를 채우고 있지만.


매일매일이 휴일인 우리가 혹은 내가 뭐가 힘드냐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매일매일 세 살이 안된 아이를 즐겁게 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 즐겁게는 둘째치고 할거리를 마련해내는 게 창의력 제로인 나로써는 무척 힘이든다.

공부도 일도 잘하지는 않아도 아주 뒤처지지는 않았는데, 애 키우는 건 답이 없네. 답이 없어. 게다가 비까지 주룩주룩. 도시에서 자라고 살아온터라 날씨의 중요성을 이다지도 크게 느끼지 못했는데 애 키우면서 절절하게 느끼고 있다. 그런 건 참 고맙네. 너무 고맙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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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7.27 21:3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5.08.01 00: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말씀 고맙습니다. 기쁨만 비슷하게 느끼시고 슬픔은 좀 적게 느끼시길 제가 기원할께요. ^^;

요며칠 그런 생각을 했다. 다시 좀 부지런해져야겠다고. 언제 부지런했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다만. 얼마전 새로 만난 한국엄마가 아이 데리고 혼자서도 여기저기 다니는 걸 보면서 받은 자극의 결과였다. 지비는 그 엄마가 영국생활한지 오래지 않아 그런거라고 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만, 그 보다는 내가 아이를 핑계로 피곤함을 핑계로 많이 위축되고 정체됐던 것은 사실이다.

혼자라도 누리 데리고 시내도 가고, 레스토랑도 가야겠다 맘 단단히 먹었는데, 그 뒤로 어디로 움직일 때마다 동행이 생겼다. 버려야 얻는다더니 그런 격인가.
며칠 전부터 오늘은 동행이 없어도 하이드 파크에 있는 놀이터에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제 오후 오랜만에 친구가 연락이 와서 차 마시자기에 하이드 파크 로 약속장소를 잡고 누리와 나는 먼저 가서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내다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순순히 따라나선 누리가 집 앞 정류장에서 타야할 버스가 오고 있는데 집에 두고온 스쿠터를 가지고 가겠다고 길바닥에서 울고불고. 결국 버스 놓치고 다시 집에 들어왔다. 누리는 집에 와서도 계속 울다 힘이 든지 책을 읽고 자고 싶어한 거다. 정말 친구 약속만 아니라면 다시 나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약속이 있으니 가야했다. 이번엔 내가 스쿠터 타고 얼릉 가자며 달래서 나왔는데 신발 신고 인형 가방에 넣고 어쩐다고 늦어져 버스를 눈 앞에서 또 놓쳤다. 집을 나서려던 시간보다 40분이나 늦어졌다. 한 시간쯤 먼저 가서 놀려던 계획이 얼그러졌지만, 다행히(?) 친구가 늦게 와서 누리가 좀더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낼수 있었다.

시작은 기운 빠졌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편하고 따듯한 대화를 나눴다.



문제는 누리가 차가운 물에 흠뻑 젖었다 햇볕과 바람에 옷을 입은 채로 말렸는데, 그 탓인지 콧물을 훌쩍이다 잠들었다. 낼 수영장은 건너뛰어야겠다. 비도 온다는데 둘이서 뭐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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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이웃이 딸을 데리고 차를 마시러 왔다. 동네 놀이터에서 만나기로 하였는데 내가 몸이 아파 집으로 왔다. 이웃은 막 아이의 신발 쇼핑에서 온 길이었는데 노란색 새 신발을 벗기며 쇼핑에서의 실랑이를 이야기했다. 이웃도 나처럼 핑크는 피해가려는 입장인데 아이가 핑크가 아닌 것은 신어보지도 않으려고 해서 억지로 노란색을 신겨 구입했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이야기가 멀지 않은 나의 미래, 혹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핑크를 좋아하는 여자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볼 때 사실 '왜 그렇게 키웠을까' 싶었다. 그런데 내가 딸이 생기고보니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반강제다.

누리가 아기 때 옷을 사려고 보면 남아용 파랑, 여아용 핑크, 공용 (대체로) 회색 또는 (가끔) 노란색이다. 한번쯤 공용을 사보긴 하지만 같은 스타일의 옷도 공용이 1~2파운드 더 비싼 것이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옷을 선물 받은 일이 별로 없지만 있다면 90%쯤은 핑크 계열.
아이용 가구만 해도 그렇다. 놀이용 테이블을 사려고 하니 파랑과 핑크 그리고 흰색 밖에 없어 한참을 망설이고 미루었다. 아이용 가구니까 흰색을 가급적 피하려고 했다. 그러다 같은 디자인에 연두색이 추가 되어 냉큼 샀다. 얼마 전엔 누리 침대와 서랍장을 샀는데 역시 색상은 파랑과 핑크뿐. 한참을 미루어도 새로운 색상은 나오지 않고, 그렇다고 핑크를 피해가고자 파랑을 사자니 그것 역시 지나치다 싶어 그냥 핑크로 샀다. 놀라운 건 누리의 반응이다.

누리는 아직 '블루'라는 단어는 알지도 못하는데 '핑크'는 안다. 그리고 (나로써는 문제인데) 핑크를 좋아한다. 같은 물건이라도 다른 색상을 손에 쥐어주면 핑크를 외치는 누리. 거참 이상하다 싶다.

옷을 살 때 하도 아들이냐 물어서 파랑과 핑크 중에서 사야한다면 핑크를 사기는 했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핑크는 피하고, 옷 스타일도 너무 소녀스러운 것은 피했다. 그런데 집을 나설 때 누리는 서랍장에서 가장 소녀스러운 것들을 골라와 입겠다고 한다. "프리티 프리티 pretty pretty(예쁜 것 예쁜 것)" 외치면서. 주로 핑크 혹은 붉은 색상 계열. 그리고 원피스 등등. 처음엔 '애가 왜 이런가?' 생각도 했다가 '너무 피한 반작용인가?' 하고도 생각했는데 알 수가 없다. 영국 아이들 프로그램엔 여자 아이들이 주요 캐릭터로 많이 나오지만 특별히 소녀적인 캐릭터들이 아닌데 어디서 영향을 받은 것일까.

핑크는 여자 아이들의 본능인가?

심지어 오늘은 우유를 핑크 컵에 마시겠다고 난리. 우리 집엔 핑크 컵이 없다. 이유식 통이 절반은 파랑 절반은 핑크였는데 아직도 그 용기들을 냉동용으로 수납장에 넣어놓고 쓰고 있다. 수납장을 열고 닫을 때 본 것이다. 결국은 그 이유식 용기에 우유를 담아 마셨다.




처음엔 핑크가 유전인가 생각했지만 내가 물려준 게 없으니 유전이랄 수는 없고 본능인 것 같다. 사회적 본능. 알게 모르게 가랑비처럼 스며든 본능.

아.. 어쩐다.. 나는 싫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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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gyul 2015.05.16 19: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죠? 잘 지내셨어요?
    저는 바쁜일들이 하나하나 정리가 되고 있어서 오랜만에 블로그 여기저기를 둘러볼 여유가 생겼어요...^^
    그나저나 핑크, 공주옷, 뽀로로에 대한 본능은 어쩔수 없다는 친구들의 말이 생각이 나네요...
    우리집에 절대 캐릭터상품따위는 없다는 굳은 결심도요... ㅎㅎ

    • 토닥s 2015.05.19 20: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실 제가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예요. 아주 사모으거나 하지는 않지만, 아마 경제력이 됐다면 그랬을지도요. 되려 아이가 생기면서 캐릭터를 좀 멀리했고, 또 아이들용 캐릭터(?) 상품은 좀 유치하기도 해서 멀리했는데.. 아이들의 본능과 캐릭터의 상술의 조합은 정말 강력해요. 여기서도 한국 마트에 가면 뽀로로, 로보카 폴리 뭐 그런 것들을 파는데요. 그래서 누리도 벌써 뽀로로 도시락 통과 물병을 가지고 있답니다.ㅋㅋ 뽀로로 젓가락은 한국에서 영국으로 오는 중이고요. 그런 상품들로 인해 아이가 밥 한 술 더 먹기만 한다면 아예 세트로 사주고 싶은 마음이예요. 누리에겐 그런게 조금 효과가 있긴 한 것 같아요. :)

  2. 유리핀 2015.05.17 08: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 여자아이들과 그 애들의 핑크 물건을 쭉 늘어놓고 찍은 핑크 프로젝트라는 사진 작업했던 사진가가 10년쯤 후에 같은 애들을 찾아가 다시 작업했는데 그땐 물건들의 색상이 아주 다채로웠대요. 어느 정도는 한때가 아닐까 싶어요. 주변 애들 보면 사실 핑크핑크 하는 것도 얼추 초등학생 나이대에서 끝나는 듯 하더라구요. 그래야 해;; 핑크 일색은 사실 보기 지겨워서라도요;;

    • 토닥s 2015.05.19 20: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올해 초등학교 학생 학부모가 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그래.. 이젠 딸이 핑크는 '유치하다'고 다른 색만 찾는데. 정말? 정말? 하고 팔짝 뛰며 좋아했다는.

  3. aquaplanet 2015.05.20 03: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여자=핑크, 남자=블루..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심어주는 관념인 것 같아요. 하지만 자기만의 스타일이 생기면서 크면 자연스레 다른 색에도 관심가지기 시작할 거에요~ 저 자신도 그랬고 조카들만봐두..^^

언젠가부터 누리가 사랑한 놀이 숨바꼭질. 아마도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알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가르치진 않았으니까.
긴긴 겨울과 겨울밤 작은 담요 한 장 가지고도 "hiding(숨기)" 할 수 있으니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점점 놀이가 문제가 되어버렸다.

문 밖에서 소리가 나면 후다닥 숨는 누리. 주로 놀이용 집이나 식탁 밑 혹은 작은 담요 아래. 그런데 후다닥 숨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싶으면 다급한 마음에 울어버린다. 가끔은 후다닥 숨다가 여기저기 부딪히기도 하고. 특히 지비가 퇴근할 때는 정도가 심해 지비가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한 십 여분간은 매일 같이 울음바다다.
지비로서도 환영받고 싶은데 자기를 보면 자지러지게 울기부터하니 짜증이 한계에 달했다.

지비의 퇴근뿐 아니라 집의 벨이 울릴 때마다 반복된다. 벨이 울리는 경우는 너무 갑작스러워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트리며 나를 찾고 안간힘을 다해 매달린다. 그럼 애를 안고 벨에 응답을 해주어야 한다.
의외로 일주일에 한 번쯤 받는 식료품 배달은 아무리 우락부락한 아저씨가 와도 선뜻 내 팔에서 내려오고, 물건을 다 내려놓고 가는 아저씨 등 뒤에다가는 "bye(안녕)"이라고 인사까지 한다.

너무 소심한 게 문제인 걸까?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드는 생각은 지비에게도 배달 아저씨처럼 벨을 누르고 아래서 들어오라고 해볼까 싶다.

또 다른 생각하나는 주로 배달은 아침에 온다. 그나마 누리의 컨디션이 양호한 시점이다. 그런데 지비가 퇴근하는 시간은 누리가 우연히 낮잠을 자지 않는한 컨디션이 최저일 때다.

일단 내일부터 지비의 귀가방법을 바꿔봐야겠다. 환영받지 못하는 지비도 힘들고 울며 매달리는 누리를 감당하는 나도 힘들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다른 집 아이들도 이런가? 이것도 때가 되면 지나갈 '한 때 놀이'면서 '통과의례'인 건가?

+


책을 세워놓고 성(castle)이라는 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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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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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본의 케이 2015.05.07 03: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꼬마 아가씨 너무 귀여운데요.
    늘 저희 블로그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 gyul 2015.05.16 19: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나저나 누리가 참 많이 컸네요...
    제가 한 두달쯤... 블로그를 못본새에 더욱 그런것같아요... ㅎㅎ

    • 토닥s 2015.05.19 20: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요 나이 아이들에게 한 두 달이란 저희들에게 1~2년도 더 되는 시간 같아요. :)

      그래도 갈 길이 구만리 같기만 하답니다.:'(

어제 아동센터에서 만난 이웃과 오늘 오전 놀이터에서의 소풍을 약속했다. 소풍이라 별개 아니라 점심을 싸들고가서 놀이터 벤치에 앉아 먹는거다.
나는 누리가 밖에서 먹을 수 있을만한 치즈+완두콩+버섯+새우가 들어간 짭짤한 번을 구웠고 혹시 몰라 햄과 치즈만 식빵 사이에 넣은 샌드위치도 만들었다. 보통 번엔 잘게 자른 베이컨이나 햄을 넣는데 독일인 이웃의 남편이 무슬림이라(그녀는 독실한 기독교) 베이컨과 햄을 대신해 새우를 넣었다. 그리고 스푼과 포크 없이 집어 먹을 수 있는 사과와 포도를 준비했다.
가서보니 이웃 아이의 점심은 여기서 라이스케이크라고 불리는 손바닥만한 쌀뻥튀기와 프렛젤 과자 그리고 건포도였다. 아이가 먹는게 그거라고 그렇게 준비해온 이웃. 한 시간쯤 뛰어놀다 허겁지겁 번을 먹던 누리는 친구가 과자를 먹고 있으니 번을 반쯤먹다 말았다. 그리고 내 눈치를 보길래 빵먹고 과자 먹자니 햄치즈 샌드위치를 먹겠단다. 그나마도 반에 반 먹다 말다 친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니 저도 샌드위치를 들고 일어서긴 했는데 놀기도 불편하고, 먹기도 불편하니 먹지 않겠단다. 번이나 샌드위치는 나중에 먹여도 될 음식이니 그냥 두었다.

이웃은 늘 잘먹는 누리가 부럽단다. 집에서 밥 하랴, 밥 먹이랴 타는 내 속도 모르고.

이웃의 아이는 과일을 먹지 않고 우유도 먹지 않아 변비로 고생을 한다. 이웃은 가족을 위해 농장직거래장터/가게를 찾아다니거나 독일빵/음식을 먹이기 위해 독일계 마트로 장을 보러다닌다. 리들과 알디인데, 그 매장들은 집 근처에는 없다. 차를 타고 최소 20-30분이다. 그렇게 날고 뛰어도 아이들은 먹지 않고, 파트타임 일터에서 돌아와보면 아이들은 집근처 구멍가게에서 구입한 단 사탕이나 짠 감자칩을 먹고 있으니 속이 상한단다. 아이들의 할머니와 육아를 나눠하니 그런 일이 생긴다. 많이 들었던 이야기다. 엄마가 신념이 있어도 그대로 키우기 어려운 아이들인데. 내가 할 말이 있나. 그래도 육아를 나눌 가족이 바로 옆에 있는게 부럽다고 할 밖에. 정말 부럽긴하다, 그 부분은.

누리 또래, 아이 아이 키우는 엄마들과 만나면 빠지지 않는게 아이들 먹는 이야기다. 나 또한 늘 묻곤 한다. 어떻게 먹이는지. 요리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거기다 아이를 견뎌줄 인내심까지) 부족한 나로써는 해먹이는 일이 정말 큰 어려움이다. 그런 내가 부럽다니. 털썩.

가만히 생각해본다, 내가 어렸을 때를. 일년 내내 찌개와 김치로 밥 먹고 겨울이나 되어야 김을 밥 싸먹었던 어린 시절이었다. 가끔 달걀후라이에 (달걀 후라이는 후라이라고 써야 느낌이 산다, 프라이가 아니라) 참기름과 간장, 깨를 넣은 양념에 비벼 먹었는데 그런 날이 흔하지도 않았다. 입맛이 없을 때 노란 마아가린 한 숟가락을 간장과 비벼먹었다고 지비에게 말하니, 버터도 아니고 한낱 가공식품에 지나지 않는 마아가린에 밥을 비벼 먹는다고 막 (비)웃었다. 그래도 늘 배고프고 먹을 게 없던 시절이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왜 그럴까. 뭐가 문제일까. 책으로 읽어도 책은 책일뿐 일상에 답을 주지 않는다. 책과 현실의 간극이 더 힘들게 할뿐.

정말 굶기는 게 답일까?

지비와 나는 간단하게 먹고 산다. 집에서 파전을 구웠다 하면 사람들이 "와 대단해"한다. 사람들이 놀라운 건 파전이 아니라 나라는 사람이 파전을 굽는 게 놀라운 것이겠지. 하여간 그렇게 파전을 구우면 밥과 파전 그게 끝이다. 우리집엔 다른 밑반찬이 없으니. 가끔 김이나 김치가 있지만 흔하지 않은 일. 우리집 음식들은 때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한 접시에 다 담아먹는다.
이렇게 살림하는 내가 한국 아내들은 부럽다고 한다. 쪼대로 하니까.
그런데 누리밥은 또 다르다. 채썰고 지지고 볶고 난리법석 해도 먹는 둥 마는 둥. 이젠 이 짓(!)도 힘들어 우리밥과 누리밥을 따로하지 않는 쪽으로 머리를 굴린다. 그래서 사흘이 멀다 않고 우동, 리조또, 그리고 파스타를 먹는다. 우동은 한 번은 끓였다가 한 번은 볶았다가. 파스타는 한 번은 크림 소스 한 번은 토마토 소스. 그렇게 가짓수를 늘릴뿐이다. 그런데 정말 이것도 힘들다.

넋두리가 끝이 없네. 요기서 줄이고 낮잠든 누리나 깨워야겠다.

그래도 아이들의 밥상/입맛은 두고두고 생각해볼 꺼리다. 무엇이 문제인지. 누리도 다른 집 아이들과 비교해 과일만 다양하게 많이 먹는다뿐이지 그렇게 잘 먹는건 아니다. 그렇다고 내 어린시절과 비교하는 것도 답이 아니고.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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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남호선 2015.04.27 22: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엄마, 안녕하세요. 저와 참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계시네요. 저도 남편과 먹는 밥은 참 단순한데 (한국식으로 반찬을 따로 안 만드니까요) 에릭이 주는 밥은 채썰고, 볶고 신경 꽤 쓰는 편입니다. 그렇게 만들어 줘도 아이가 잘 먹는 편이 아니예요. 한국식으로 때때마다 새로운 반찬 만들어 줄 수도 없고, 아니 폴란드에는 한국식으로 만들수 있는 재료도 별로 없어요. 그러니 항상 만들어 주는게 볶음밥 (호박, 당근, 양송이 버섯, 고기나 연어 또는 칠면조 고기에 밥넣고 볶은것),스파게티, 돈까스, 미역국, 미소된장국, 닭국 등이예요. 빵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 아이가 빵을 잘 안 먹고 밥을 먹으려고만 하니 밖에 외출할때마다 보온 도시락을 챙겨야 하니 참 번거로워요.
    누리는 치즈, 햄, 피자 등도 잘 먹는것 같은데 저희아이는 치즈나 햄은 쳐다 보지도 않아요. 이유식을 한국식으로 시작해서 그런지 아이 입맛이 너무 한국적이 된것 같기도 해요. 아무튼 때때마다 아이 밥 차리는것도 힘들지만 공들여 만들어 줬더니 안먹고 뱉으면 울화통 터지고 미쳐요...

    • 토닥s 2015.05.01 15: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들 월령이 비슷하니 고민도 비슷비슷하죠? 저도 이유식을 한국식으로 해서 너무 힘들었어요. 외출할 때 밥 국 싸다녀야 하니까. 이웃 아이들이 빵 파스타 먹을 때 참 부러웠죠. 그런데 크림 종류 파스타를 시도하면서(밀키하니 아이들이 좋아하죠) 자연스레 파스타, 리조또 그렇게 넘어온 것 같아요. 그래도 누리는 미역국이나 어묵탕 같은 맑은 국을 좋아해서 밥을 말아주긴해요. 요즘은 컸다고 밥따로 국따로 먹을려고 하는데 제가 바쁜 마음에 자꾸 말아 먹이게 되요. 저도 할 줄 아는 음식 레파토리가 별로 없는 사람이라 늘 먹이는 게 고민이죠. 여긴 밖에 나가면 버거와 감자칩을 흔히 먹을 수 있어 누리가 패스트 푸드라도 감자칩(후렌치 프라이) 먹을 수 있음 좋겠다 했는데 어느날 배가 무척 고픈날 처음 먹게 됐어요. 맞아요. 런던은 한국 식재료를 구하기에 어려움이 없고 한식당 일식당도 시내에 많으니 그런 곳에 가서 갈비탕 시켜주거나 우동 시켜주지요. 예전엔 같은 음식을 자주 먹이면 죄책감+걱정 비슷한 게 들었는데 배불리만 먹어주면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한 뒤 제가 편해진 것 같아요. 그래도 안먹는 날은 한 끼 정도 건너 뛰어도 괜찮다고 느슨하게 맘 먹지 않으면 엄마가 너무 힘든 것 같아요. 한국 엄마들이 너무 열심이라 그 이야기 듣고 보고 있음 조바심이 들지만 우린 타국이라 변명(?)하며 좀 느슨하게 가요.

또 페이스북으로만 올라갔던 근황이다.


누리이모 리턴즈


이게 좀 복잡했다.  처음 누리이모의 여정은 런던 1주일 + 터키 2주일 + 다시 런던 1주일이었다.  그런데 런던으로 떠나오기 며칠 전 언니가 지원한 연구보직의 인터뷰가 1월 20일께 잡혀 대학친구들과 함께하는 터키 여행도 줄이고, 뒤에 있던 런던 일정은 아예 없애게 되었다.  서운한 마음이 그득했지만, 인터뷰가 잘되면 언니도 좋고 여름에 다시 유럽에 올 수 있을 것 같아 내 마음은 그냥 고이 접어야했다.  친구들과의 터키 여행 일정을 일찍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와 다음날 다시 한국으로 가기 위해 온 언니가 신청한 연구보직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는 것이다.  일정을 조정하느라 쓴 비용도 비용이지만, 아쉬운 마음으로 줄여야 했던 여행일정이 무척 아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다음날 한국가는 비행기를 며칠이라도 미룰 수 있으면 미루겠냐고 했더니 OK.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을 다시 바꿔 애초의 계획대로 런던에 다시 1주일을 머물게 되었다.  연구보직을 놓친 언니는 아쉽지만 (야호!) 나와 누리는 횡재한 셈.  하지만, 정말로, 언니가 그 연구보직에 되길 바랬어, 이건 진심이야.


가을에 갔으면하는 가족여행이며 좀 무리수가 생기긴 했지만 누리는 이모와 알찬 시간, 사실은 빡센 시간을 보냈다.  그건 천천히 올려야지.


세 번째 런던을 다녀가는 언니라 박물관, 미술관은 노노.  그래도 대영박물관 정도는 가지 않을까 싶었는데, 언니가 방번호도 외우겠다며 관두었다.  날씨가 추워서 실내를 중심으로 누리가 즐길 수 있을만한 곳을 다녔다.


큐가든


아무런 계획이 없어도 만만하게 갈 수 있는 큐가든.  집에서 가깝고, 실내 놀이터가 있어서 누리랑 가기도 좋다.  그런데 급격하게 추워진 날씨로 실내 놀이터에도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누리는 이모랑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평소에는 사람이 많아 활보하지 못하는 실내 놀이터를 독차지했다.







누리의 독촉에 못이겨 유아용 미끄럼틀에 오른 언니.  한 번이 아니라 수십 번.  다음날 언니도 나도 엉덩이뼈와 허벅지 결림 증상을 겪어야 했다.  누리는 괜찮은 것인지. 

유아용 미끄럼틀을 내려오며 언니가 한 말, "내 대학나왔는데".ㅋㅋ


세로 극장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도 세로로 찍은 결과물 아주 싫어하는데 내가 그렇게 찍었다.  한 손에 아이 짐들고, 한 손으로 휴대전화 들고 찍자니 그렇게 밖에 안되더란.





런던 씨 라이프 (2015)




런던교통박물관 (2015)





진짜 누리이모 리턴즈


언니가 돌아가기 전 날은 집에서 잉그리쉬 브렉퍼스트를 점심으로 먹고, 집에서 가까운 Chiswick House에 산책 겸 차(일명 에프터눈 티)를 마시러 갔다. 

그리고 다음 날은 언니가 정말로 돌아갔다.  그 날 오후는 누리가 여전히 "이모 이모"를 찾았지만, 다음 날인 어제 그리고 오늘은 더 이상 찾지 않는다.  내가 너무 정확하게 "이제 없어"라고 말해줘서 그런가.  아니면 언니 말처럼 몇 주 전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누리에게도, 나에게도 그리고 지비에게도 매일매일이 '휴가'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정작 휴가를 온 언니에겐 그 시간들이 '휴가'다웠는지는 의문이다.  누리가 하도 "이모 이모" 괴롭혀서.ㅋㅋ



언니가 오면 먹으러 갈 곳, 다니러 갈 곳 메모해두었는데 지나고서 챙겨보니 절반은 커녕 1/4도 못먹고, 못가보았다.  한국에 가도 그렇더니, 여기에서도 그렇다.  목록이 소용이 없다.  그래도 늘 바쁘고.  더군다나 추운 날씨 때문에 움직임도 느리고.  아쉬움이 남지만, 그건 또 다음으로 남길 수 밖에. 


언니님, 다음엔 꼭 여름에 오셔.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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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quaplanet 2015.02.03 00:30 Address Modify/Delete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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