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어린이집'에 해당되는 글 5건

  1. 2016.09.29 [book]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 (2)
  2. 2015.12.19 [+1186days] 학부모 (2)
  3. 2015.11.13 [+1150days] 현재 스코어 (6)
  4. 2015.11.10 [+1148days] 어린이집과 기다림
  5. 2015.11.05 [life] 기름 한 방울의 일기

후지이 니에메라 미도리˙타카하시 무츠코 외(2011).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 박찬영˙김영희 옮김.  아침이슬.


지난 5월 한국에 갔을 때 언니가 읽으라고 준 책이다.  9월 중순 누리의 어린이집을 시작하고 가장 먼저 든 책.


책은 크게 3가지 부분이다.  첫번째는 핀란드에서 둘째 아이를 낳고 길러본 일본 여성, 첫째 아이는 일본에서,의 경험이 담겼다.  출산에서부터 접하게 되는 보건소 격인 네우볼라, 어린이집 격인  패이배코티, 유치원 격인 에시코울루에서 아이들의 생활 그리고 환경이 주요내용이다.  두번째는 일본의 어린이집(같은) 호이쿠엔의 교사들이 이틀간의 패이배고티 체험/경험이, 세번째는 핀란드 보육 정책의 현황이나 역사가 담겼다.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본 부분은 첫번째와 두번째 부분.  그런 보육현실이 가능하게 한 역사나 현황이 중요한 것은 알겠지만 세번째 부분은 조금 지루한 부분도 있었다.  핀란드의 역사와 정치를 몰라서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영국에서도, 유럽에서도 '북유럽'은 '선진국가들'로 본다.  그런 핀란드의 보육정책들도 20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시작되었는데, 주요한 이유는 노동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여성들을 이용(?)한데서 기인한다고 한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도 비슷한 시기 비슷한 문제들을 겪었는데, 유럽의 다른 나라들은 이민자들에게 문을 여는 것으로, 핀란드는 여성들을 일터로 끌어내는 것으로 정책의 방향을 잡았다고 한다.  어떤 것이 옳은가 혹은 나은가는 이야기하기 어렵다.


선진보육 시스템으로 보이는 핀란드도 점점 공립보다는 사립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공립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부모들에게 주어지는 보육지원수당과 다양한 요구 혹은 길어진 노동시간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변화들이 반갑지 않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국보다는 내가 아이를 키우고 있는 환경인 영국과 핀란드를 많이 비교했다.  영국은 특히 보육 부분은 사립의 비중, 부모의 부담이 많기 때문에 핀란드가 훨씬 나아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핀란드로 이사갈 수도 없다.  그건 이 책을 한국에서 읽은 부모들도 마찬가지일테다.  이런 책을 읽으면서 보육기관을 평가하는 기준, 선택하는 기준, 가정보육에서 챙겨야 할 점 혹은 가치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데 의미가 있다.


+


한국에선 (엄마가 집에 있는 경우) 보통 두 돌 근처에 어린이집을 많이 시작하는 것 같다.  기타 경비가 있기는 하지만 기본 경비는 지원이 된다고 알고 있다.  물론 기타 경비가 더 크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누리가 그 정도 나이가 되었을 때 왜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지 많이들 물었다.  기본적으로 영국은 무료 공공 보육이 만 3세부터 시작된다.  저소득층과 같은 특정 계층들은 공공 보육을 만 2세부터 시작할 수 있기는 하다.  일주일에 15시간.  주 5일로 나누면 하루 3시간.  이런저런 시간을 빼면 하루 2시간 45분이다.  그러고보니 작년 선거전에 카메론 전 총리가 올 9월부터 30시간으로 늘인다더니 선거 지나고 없는 이야기가 됐네!

물론 사립 보육기관은 보통 6개월 이후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많다.  누리가 만 2세쯤 되었을 때 찾아본 비용이 주 5일 풀타임이 1300파운드였다.  물론 가격은 동네따라 시설따라 다양한 편이지만 이 정도면 중간가격이다.  지금은 그보다 더 올랐겠지만.  내가 찾아본,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어린이집은 풀타임이 아닌 경우 거의 시간당 지불하게 되는 개념이었는데 한 시간에 16파운드 정도였다.  시간이 많아지고, 풀타임이되면 할인이 되는 경우였다.  만 3세가 되서 공공 보육의 지원을 받으면 이 금액이 내려가는데(early education grant), 한 교사당 담당하는 아이들의 수도 늘어나는데 3세 이상은 교사 1인당 원아 6명 정도, 시설에 따라 그 할인 폭이 천차만별이다.  다들 독자적인 계산법을 가지고 있는데, 그 시설에 다니지 않는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계산법이다.

나는 누리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공공 보육 시설(지역정부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다니기 전에 사립을 몇 군데 알아봤다.  공공 보육 시설은 주 5일 이용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데 나는 만 3세엔 주 3일 정도만 보내고 싶었다.  주 3일, 하루 3시간을 보낼 때 우리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서 월 300~500파운드 정도였는데 우리에겐 적지 않은 금액이라 포기했다.  그래서 아이 많은 집에선 도리어 아이 돌보미를 더 많이 쓰는 것 같다.  상황에 떠밀려 지금 어린이집에 가게 되었는데, 지금은 70~80%정도 그 시설에 만족하게 됐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리가 좋아한다.


하루 2시간 45분이면 정말 아이를 데려다놓고 집에 돌아와 한 숨 돌리면 다시 데리러 가야하는 시간이다.  우리 경우는 나혼자 걸어서 20분, 누리랑 걸어서 30분이 넘어가는 거리니 더 그렇다.  그래서 비가 자주 오는 요즘은 거의 매일 차로 다닌다.  그런데 그 2시간 45분이 누리 나이엔 적당한 것 같다.  누리는 '놀러 가는 기분'으로 어린이집을 다녀오지만 마치고 나면 무척 피곤해한다.  피곤하고 배가 고파서 돌아올 때 종종 울기도 한다.  누리를 보면서 이 보다 더 어린 아이들이 어떻게 풀타임 보육 환경에 견디는지 궁금하고 걱정스러웠다.  물론 누리는 시간이 짧은 만큼 정말 '온 에너지'를 쏟아가며 땀에 젖도록 뛰어논다.  애를 데리러 가면 늘 땀에 절어 꼬질꼬질하다.


누리가 다니는 어린이집은 인근에서 두 가지로 유명(?)하다.  넓은 마당과 아카데믹과 전혀 거리가 멀다 게 이 어린이집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다.  공원 안에 자리하고 있는 위치(입구는 공원 밖이다)나 넓은 마당은 모두가 좋아하는 점이지만 아카데믹한 요소를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에는 호불호가 있다.  아시안, 중동, 동유럽의 엄마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이 그룹은 영국 내에서도 학업성취도가 높은 편이고, 그래서인지 기대치도 높다.  우리는 누리의 학업성취(?)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기준이다.  지비는 유년 시절이 기억도 없고, 나는 8살에 학교 들어가면서 이름을 그리고 들어간 수준이라 그 이상을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저질체력과 운동능력 제로인 나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기본체력 - 열심히 뛰어놀 체력은 가졌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다.


다소 짧은 시간과 먼 거리가 나에게는 단점 요인이지만 대체로 만족하고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런 나도 이 <핀란드에서 배우는 행복한 아이 키우기>를 읽으며 '오..'했던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줄 아는 아이' 그리고 '원하는 것을 선택할 줄 아는 아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과 비교해 말을 잘/많이 한다.  분명 그 어휘는 TV나 책에서 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그 말들이 정연하지 못하고, 타인과 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본다.  누리는 3개국어가 뒤섞여 있다는 변명이 있지만 그 모습에서 그렇게 자유롭지 못하다.  또 지금의 아이들은 예전의 아이들과 달리 먹는 것에서부터 놀거리, 입을거리 수많은 선택지를 받고 살지만 조금만 나이가 들어도 '하고 싶은 게 없는/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모르는' 청소년이 된다.  요구만 있고 선택과 선택 뒤에 따르는 책임을 배우지 못한채로 어른이 된다.  이건 누리뿐 아니라 나조차도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다.  어떻게 이 두 가지를 채울 수 있을까 고민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요즘의 부모들은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다.  그런 변화는 참 좋다.  그런데 두 가지 짚고 가야한다.  한 가지는 그 관심이 바른 관심이냐는 점.  부모 자신의 관심/희망이거나 그 관심/희망이 지나칠 때는 문제가 된다.  나머지 한 가지는 어린이집/유치원/학교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집에서의 교육이다.  사람됨의 교육.  그런 건 학교에서 시켜주지 않는다.  쓰고나니 너무 꼰대 같네.  벌써 늙었나..  나도 늘 잊지 말자고 각성하는 부분이라 또 한 번 각성하는 차원에서 써본다.


영국의 어린이집은 보통 nursery라고 부른다.  우리식으로 나눠보면 크게 공립과 사립.  보통 공립은 community nursery라고 하고 사립은 private nursery라고들 부른다. 

community nursery는 지역자치 - 구청 소속이다.  그래서 무료보육 시간이 구(borough)에 따라 따르지만 대체로 15시간 무료보육이고 그 이상을 원할 땐 사립과 같이 비용을 지불한다.  이 community nursery 중 (대체로) nursery school이라고 이름 붙인 곳은 주로 3~4세만 보육하고, 그냥 nursery라고 이름 붙인 곳은 만 6개월~4세인 경우가 많다.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관찰해보니 그렇다.  누리가 다니는 너서리는 다른 공간에 만 2세반만 따로 있는데 아이들의 수가 무척 작다.  10명도 안되는 것 같다.

Private nursery는 말 그대로 사립.  몬테소리 같은 것도 있고, 교회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독립적인 보육기관도 있다.  대체로 영유아 모두 보육한다.  반이 나눠진 경우가 대부분인데 작은 nursery들은 영유아 통합해서 운영하는 곳도 있다.  연령통합 보육엔 장단점이 존재하는데 이를 선호해서 이런 기관에 찾아서 보내는 부모들도 있다.

공립과 사립의 경계쯤 존재하는 어린이집으로 학교부설 nursery들이 있다.  학교부설인데 공립 또는 사립에 넣지 않은 이유는 이곳의 학교들은 한국과 달리 재단에서 운영하지만 공적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완전 독자적인 사립학교들도 있다.  물론 이 사립학교들도 공적지원을 받기는 한다.  학교부설 nursery는 모든 학교에 있지는 않다.


nursery는 의무교육은 아니다.  만 4세가 되어 들어가는 reception, 우리식으로 유치원은 보통 학교부설인데 여기서부터는 의무교육이다.  내가 이해한 바로는 0학년의 개념이다.  학기가 시작되는 9월 이전에 만 4세가 되어야 들어갈 수 있으며 이 reception의 신청은 그해 1월 초에 마감된다.

여기까지가 내가 누리 nursery를 보내며 알게된 것들인데 이 교육체제 안에서 자라지 않은 사람이라 이해가 안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되라고 남겨둔다.  초등학교 격인 primary, 중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 격인 secondary는 누리가 갈 나이가 되어야 완전히 이해가 될 것 같다.  처음에 nursery는 kindergarden으로, primary는 elementary, secondary는 middle school과 high school로 불렀다.  이해는 하는데 다들 (웃으며) 의식한다.  아주 기초적인 것들이지만 나처럼 맨땅에 헤딩하는 사람 있으면 도움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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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0.04 21: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6.10.05 21: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에서 비슷하게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후배에게 남들 다 보내는 어린이집을 왜 안보내냐고 물었더니 세상이 요즘 워낙 험하기도 해서(보육교사 관련 사고가 종종 있었던 때라) 아이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의사표현을 할 정도가 되면 보내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그 말이 참 맞다 싶었어요.
      또랴 아이들보다 1년 정도 언어가 늦은 누리는 작년엔 상처가 생겨 돌아오면 어찌된 일이냐고 물어도 그걸 답할 능력이 안됐거든요. 올해는 한국어로나마 조금 가능하니 무척 마음이 놓여요. 물론 말은 두서 없이 합니다만 대략 정황 파악은 되거든요.

      누리는 늦게 어린이집을 가서 그런지 어린이집을 참 좋아해요. 엄마가 지겨웠던지.^^;
      늦게 가면 적응기가 짧은 장점도 있으니 편히 기다려보세요. 물론 아이랑 지지고 볶는 그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만. 힘내세요. :)

오늘로 이곳 대부분의 학교들은 2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에 들어갔다. 종교재단의 학교들이나 사립 학교들은 지난 주부터 방학에 들어간 곳도 제법된다. 종교재단의 학교들이 크리스마스를 맞아 방학이 긴 건 이해를 하겠는데(이곳들은 부활절 방학도 길다), 수업료가 비싼 사립학교들이 긴 방학을 하는 건 이해가 안간다면서 지비와 웃었다.

누리가 가고 있는 어린이집 역시 학교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기에 오늘로 2주간의 방학에 들어갔다. 오늘은 이번 학기의 마지막으로 오전/오후 반 아이들 모두 모여 캐롤을 부르고 부모들이 준비해온 점심을 먹는 시간이 있었다. 나는 갈까 말까를 끝까지 벼르다 마지막에 누리에게 좋은 경험이 되길 바라며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유일하게 있는 다른 한국 엄마가 파전을 준비해간다고 음식 리스트에 적었길래, 나는 베이컨과 각종 채소가 들어간 치즈 번을 구워갔다.

일단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더군다나 3~4살 아이들이니 통제불가. 그런 와중에도 틈틈히 스토리타임에 불러온 캐롤들을 부르고 야외 가든(놀이터)에서 점심을 먹었다. 요즘 이곳 날씨는 11~13도라 상쾌한 느낌이었다.
역시나 아이들은 먹는 건 뒷전이고 평소처럼 뛰어다니며 놀았다.

그런 와중에 한 아이가 어제 누리가 장난감으로 때려서 머리에 상처가 났다며 그 아이와 그 아이의 엄마가 내게 와서 말했다.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서 나중에 선생에게 물어보니 그 사고는 누리가 아니라는 다른 아이였다고. 다친 아이가 헛갈린 모양이라는데, 이미 그 아이와 엄마는 내 시야에서 사라진 뒤. 그런데 극적으로 어린이집을 나서기 전 그 엄마를 다시 만나 이야기하니, 그러면 이번엔 누리에게 미안하다며 하.하.하. 웃으며 갔다. 그 동안 내 입술을 바짝 말랐네.

+

음식은 뒷전인 누리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노는 동안 나는 사람구경을 했다. 정확한 비율은 아니지만 이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들은 크게 4가지 그룹이다, 내 생각에.
첫번째 그룹은 영국 아이들, 두번째 그룹은 부모들이 스카프를 쓴 무슬림 아이들, 세번째는 폴란드 아이들, 네번째는 나머지. 앞의 세 그룹 아이들의 부모들은 각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니 별로 끼어들 틈이 없다. 누리는 아빠가 폴란드인이지만 내가 한국인인 관계로 네번째 그룹에 속한다. 특히나 내가 폴란드어를 못하니.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서서 아이들 마치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일본 엄마들하고 안녕-안녕 인사 정도만 한다.

오늘 헤어지면서 그 중 한 엄마와 연락처를 주고 받았다. 그나마 자주 이야기하는 엄마였지만, 내가 좀 벽을 세우고 있었던 것 같다. 같은 방향 길을 가다 헤어지는데, 내 이름과 누리 이름을 종이에 적어 달라는 것이었다.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글자로 보면 외워질 것 같다고. 아주 소극적인 사람으로 보였는데 그런 용기(혹은 적극성)에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름과 함께 연락처도 적어주었다.

+

여행 다녀온 기간을 빼면 4주 정도 어린이집을 다녔지만, 그 기간 동안 누리가 많이 자랐다. 잘 모르는 영어로 누리를 지비에게 대화를 시도한다. 내게 짧은 자유 시간이 생겼다는 것 외에도 누리가 저녁을 잘 먹는다는 점 그리고 쉽게 잠든다는 점이 장점이다. 예전엔 책 열 권쯤 읽어도 힘들게 재웠는데, 이젠 책 세 권만 읽으면 자기가 자겠다고 돌아눕는다.
누리가 어린이집에서 노는 걸 보면서 이 아이가 어떤 게 장점인지, 단점인지도 보게 되었다.

누군가의 말처럼 내 아이만 보면 안되는데, 아직은 그 시야가 넓혀지지 않는다. 아이가 자라는 만큼 나도 좀 자라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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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프라우지니 2015.12.26 09: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조금씩 크는 모양입니다. 잠잔다고 돌아누울때 엄마가 조금 외롭게 느끼시는건 아니죠? 방학이라 조금 편한 나날이 되실거 같습니다.^^

    • 토닥s 2015.12.28 07: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하하.. 그럴리가요. 자겠다고 돌아누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습니다.^^;
      방학이라 잠시도 쉴틈이 없는 하루하루가 이어지고 있지만 누리는 매일매일이 즐겁습니다. 그게 정말 다행이지요. :)

화요일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간 날, 오후를 담당하고 있는 5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여성 교사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다른 규정은 없지만, 준비해야 할 것들(여벌의 옷과 하루 나눠 먹을 간식용 과일 하나)과 서명해야 할 서류들에 대해서.

아직 기저귀를 떼지 못한 누리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필요한 경우 기저귀를 갈거나 하는 도움을 주는지.

여러 가지 말을 했지만(티스토리에서 내 글을 한 번 날려서 다시 구구절절 쓰기가 힘들다) 요지는 보통 의학적 사유가 없으면 만 1세 반에서 2세면 기저귀를 떼는 게 정상이고, 기저귀 가는 건 자기들 업무가 아니다였다. 기저귀를 빨리 떼야하고 그 전까지는 내가 어린이집으로 누리와 함께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통 엄마들과 함께 하는 적응기를 짧게는 1주, 길게는 4~6주로 보는데 나의 경우는 누리가 기저귀를 떼는 게 적응기를 결정하는 셈이다.

우리 누리는 정상이 아니던가.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어린이집 그 자체가 누리에겐 큰 변화인데(지금까지는 내가 같이 있어주지만), 기저귀까지 떼야하니 내게 더욱 부담이 되었다.

사실 올해 안에 기저귀를 떼어보자는 계획을 혼자 가지고 있었다. 지금부터 노력해서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는 12월 중순부터 집중적으로. 그땐 지비도 집에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라 예상했는데, 어린이집 때문에 서두르게 되었다.

솔직히 그 어린이집을 계속 갈지 그 자체를 결정하지 못했다. 지금 마음으론 가지 않게 될 경우 49%다. 갑자기 주 5일이 부담스러울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가니 다른 활동들을 다 접어야 할 판이다. 누리가 좋아하는 체육수업을 계속하려니 체육수업이 있는 이틀은 체육수업 뒤 밖에서 밥을 사먹이고 서둘러 가야한다.

그런데 영어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느낌이 있는지라 그날 교사의 말을 들으면서 마음이 많이 상했다. 내가 모자란 사람이거나(그렇기도 하지만), 누리가 모자란 아이처럼 이야기 되는듯하여. 그래서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그 전에 기저귀는 떼야겠다 마음을 먹었다. 2주 뒤에 예정된 여행이 큰 걸림돌이긴 하지만 일단 해보는 걸로.

+

다음날 바로 시작했다. 바닥에 몇 번 실례를 하고 보니 가지고 있는 4장의 속옷으론 택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속옷을 더 사기 위해 둘쨋날 어린이집을 한 시간 일찍 마쳤다.

캐릭터 속옷을 사들고 까페에 잠시 앉았다. 고작 어린이집 이틀 갔을뿐인데 한 시간 일찍 마친 '땡땡이'가 어찌나 달콤한지.

어제 오늘 현재 스코어는 이렇다.
어제 3벌의 속옷(+바지)를 적셨고, 2번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봤다.
오늘 3벌의 속옷(+바지)를 적셨지만, 5번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봤다(!).
나아지고 있다고 누리를 믿기로 한다.

그런데 문득 대변은 어떻게 되는걸까 걱정이 들었다. 기저귀를 하고 있어도 대변은 은밀한 곳에 가야하는 아이인데 훈련용 변기에 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 전에는 열심히 내가 빨래를.. 하게 되겠지.(ㅜㅜ )

누리야,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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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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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11.13 12:1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5.11.13 19: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응원 고맙습니다. 훈련용 변기에 소변을 보면 전류가 흘러(?) 노래가 나오는데, 예전엔 그 소리에 놀랐는데 지금은 그 노래를 아주 즐긴답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될 것 같은데, 밖으로 다닐 땐 어떻게 해야할지 답이 잘 안나오네요. 익숙해지면 그도 잘 할 것이라 믿는 수 밖에요. 다시 고맙습니다.

  2. pilly 2015.11.13 12: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24개월을 넘긴 남자 조카가(3살) 있는데, 아직 기저귀를 못떼서 매일 손빨래 하는 언니가 애를 먹고 있어요. 어린이집 보낼 때 누리처럼 속옷과 하의를 몇 벌씩 챙겨 보낸답니다. 대소변 가리는데 유난히 무관심한 아이들이 있기도 한걸까요. 누리와, 저희 조카가 어서 엄마들을 손빨래에서 해방시켜 주기를 바래봐요^^

    • 토닥s 2015.11.13 19: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리는 만 3살이 지났으니 38개월이 곧 되요. 한국에 비해선 많이 늦지만 여기선 열 명 중 3~4명은 아직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재촉하지 않은 면도 있고 저는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보기 때문에 더욱 시간을 주고 싶었지요. 마침 주변에서도 기저귀 떼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여긴 3살 근처 어린이집을 시작합니다, 저도 떠밀려 가고 있어요.

      저는 빨래는 세탁기에 맡겨서 힘들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누리가 훈련용 변기에 앉을때마다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려니 무릎이.. 아픈 나이네요.ㅜㅜ

  3. 프라우지니 2015.11.15 00: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스트레스없이 소변을 가렸으면 좋겠네요.

    • 토닥s 2015.11.16 07: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말은 못하지만 스트레스임은 분명한데, 누리는 또 즐기기도 한답니다. 훈련용 변기에서 성공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을 무척 좋아해요. 그리고 결과물을 꼭 보고 칭찬받기를 원한답니다. 어제 오늘 기저귀 없이 외출해서 각각 한 번씩 실수를 했지만, 대견하리만큼 잘 해내고 있어 놀라고 있습니다. 이렇게 자라는 것이겠죠. :)


영어에 마일스톤즈milestones라는 말이 있다. 한국말로 '표지석'쯤 되는데, 의미있는 변화/성장를 이르기도 한다. 그런탓에 육아에서도 종종 볼 수 있다. 아이가 기었다거나, 걸었다거나 그런 때 쓰인다.

오늘이 누리에게 있어서 그런 날이다. 우여곡절을 겪고 집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어린이집에 가게 됐다. 주 5일 하루 2시간 45분인데 누리는 오후반. 9월에 2011년 9월~2012년 8월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이 자리를 채우고 난 다음 빈자리를 채우는 격이어서 오후반이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인데, 그다지 일찍 일어나지 않는 누리로 봐선 나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주 5일 밖에 안된다는 행정편의적 발상 때문에, 나는 주 2~3일 정도를 희망했다, 시작부터 주 5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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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글은 누리가 체육수업을 하는 동안 썼고, 그 이후 집에 돌아와 급하게 점심을 먹고 오후에 처음으로 어린이집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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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다시 주 5일 밖에 안되는지 물었더니, 보조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아이들이 친구 사귀기엔 들쑥날쑥한 일정보다는 주 5일이 낫단다.

적응기간 동안은 내가 함께 하는데, 누리가 가게된 어린이집의 적응기란 아이를 내려놓아도 울지 않는 때라고 한다. 내게 있어 충격적인 것은 그곳에서는 기저귀 하는 걸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누리는 아직 기저귀를 한다). 그래서 누리에게 적응기란 기저귀를 떼는 시점이 될 것 같다.

별다른 비용도 규칙도 없는 곳이지만, 주 5일 일정과 기저귀는 나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그 외 자유분방한 아이들, 배경 같이 있는 선생들 때문에 집에 돌아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다.
겨울만 어떻게 넘기고, 비용이 들더라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 2~3일을 보낼 수 있는 곳을 알아볼까, 그냥 어찌되든 누리랑 나랑 둘이서 지지고 볶아볼까 생각이 갈래갈래다. 일단은 1~2주 다녀보고 정하겠지만, 누리가 어린이집에 가면 자유시간을 가져보겠다는 생각은 단단히 접어 어디 멀리 버려야 할듯하다.

이곳 어린이집, 보통 너서리nursery라고 부르는 시스템이 외국인인 나에게 너무 낯설었다. 의무교육과정이 아닌탓에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곳도 없고. 다음에 기회가 되면, 누리의 향방은 물론 나의 분노(?)가 좀 잦아들면 정리해볼 생각이다. 나처럼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부모가 있다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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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누리는 한국에서 선물받은 색연필로 코코몽 캐릭터 색칠을 열심히 하고 있다. 문득보니 누리가 색연필을 그럴싸하게, 나쁘지 않은 모양새로 쥐고 색칠을 하고 있었다. 원래 연필을 그러쥐는 모양이 가장 힘 덜들고, 힘 조절이 잘 되도록 하는 것이니 정해진 방법이란 게 있을 수 없지만 권장되는 혹은 가르쳐지는 방법이 있다. 그 모양/방법에 가깝도록 쥔 것이 놀라웠다. 물론 본 것과 경험이 어우러져 나온 결과겠지만.
나는 그 연필 쥔 모양을 보면서 모든 게 그렇게 자연스럽게 오는 건 아닐까 생각했다.

기저귀에 대한 변명을 하자면, 기저귀를 떼는 건 언어능력과 맞물려 있다고 나는 믿는다(?). 누리의 경우는 만 3살이 이제 지났지만, 언어능력에 있어서는 이곳 영국아이들과 비교해도, 한국아이들과 비교해도 딱 만 2살의 수준이다. 다만 그 아이들과는 2개국어를 한다는 차이가 있다. 지난 봄 기저귀 떼기를 시도했을 때 훈련용 변기에 참지 못한 소변을 보고 울었다면, 요즘은 훈련용 변기에 어쩌다가 소변을 보고 노래가 흘러나오면 기뻐한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보다는 한참 늦지만 천천히 자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집에 아이를 구겨넣는 것 같아 내내 씁쓸하다.

나도 시간이 필요하지만, 누리에게 좀더 시간이 필요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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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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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물가는 여행객들에게만 비싼 것이 아니라 이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그렇다. 차이라면 여행객들은 며칠 아끼다 가면 그만이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냥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가끔 내 블로그에 등장하는 이웃가족과 우리가 함께 커피를 마신적이 있다. 누리가 백일도 못되었던 때. 지하철역 근처 프렌치 까페에서. 그때 이웃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자기는 "이 곳(우리가 살고 있는 옆동네)이 참 좋다"고, "이 곳에서 쇼핑을 하고 차를 마시면 나도 마치 부자가 된듯한 기분이 든다"고. 그리고 "이 곳의 채리티 숍에 가면 부자들이 내놓은 헌 옷을 아주 저렴하게 살 수 있다"면서.

그 때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참 이상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부자가 된 기분이라니'. '우리가 부자가 아닌데 무슨 소용이람'하고 잘라서 생각했다. 아니 잘라서 생각했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다녀와서 누리가 만 3세 이후 9월이 되면 갈 수 있는 학교 부설 어린이집에 들어가기 이전에 갈 수 있는 어린이집을 열심히 알아봤다. 한국에 가기 전에 몇 군데 신청서를 던져놓고 갔고, 돌아와서는 뷰잉을 했다.
정부에서 만 3세 이상은 15시간 무료 돌봄/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다. 과정생략하고 말하자면, 정부(기초자치) 부설은 그러한데 자리가 없고, 사설은 '내부 규정'이라는 것이 있어 약간의 할인을 받을 뿐 1시간도 무료가 아니었다. 정부 보조를 받아 6시간 혹은 10시간(일주일에 이틀) 맡기는데 한 달 대략 3~400파운드 정도가 든다. 집주변의 어린이집들이 그렇다.
이 현실을 마주하고 깜짝 놀랐고, 그럼에도 사설도 받아주는 곳이 없다는데 놀랐다. 개인적인 느낌은 사설은 정부 지원을 받는 만큼만 아이를 맡기는 사람들에겐 자리를 잘 주지 않는다.

동네마다 다르니까 영국이 그렇다고 일반화 할 수는 없다. 같은 런던의 동북쪽에 사는 지비의 사촌형에게 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대해서 이야길하니 놀랄 정도니.

며칠 이 현실이 나를 끌어내렸다. 내가 살고, 생활하고 있는 이 곳에서 내가 마치 동동 뜬 기름 한 방울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서야.
흙에 작은 씨앗 하나 밀어놓고 물만 열심히 주면 싹이 자라듯이 아이가 자란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몰라도 너무 몰랐구나 하는 생각도 이어서 들었다.

정신차리고 내년 9월 학교 부설 어린이집 자리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이틀 동안 인근 학교들에 서류를 내밀었다.
오늘 오후 어느 공립 학교에 들러 서류를 내고 장을 보러 가는 길에 골목골목 들어선 사립학교에서 하교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뒷모습을 봤다. 예전과 다르게 그들과 나 사이가 아주 멀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때때로 나랑 지지고 볶아도 누리가 아프지 않고 자라고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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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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