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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7.31 [film] '화려한 휴가'

영화 <화려한 휴가>

518과 관련된 진실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
허구는 진실을 바탕으로 재구성됐기에 놀라운,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들이 어떻게 영화적으로 묘사되는가가 관람 포인트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7월 휴가철에 개봉하는 이 영화에 대해서 불만이 많았다.
'왜 5월에 개봉하지 않는거야', '마케터가 바보 아냐', '아니면 상당한 마케터라서 휴가철에 영화보러 나온 사람을 낚으려는건가?'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불만의 원래 정체는 기대였다.  그런데 어느 날 나는 보아버렸다, 그 영화의 캐스팅을.  기대 급하강.
그러던 중 이 영화의 광주 시사회 기사를 봤다.  다시 기대 급상승.

영화가 개봉하고서 나보다 먼저 본 이들이 하나 같이 '별로'라고 했다.  그래도 내 눈으로 보고 싶었다.  하지만 같이 보러 갈 사람도 , 시간도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광주에 교육이 있어 가기 전에 이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여력이 없어 포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오늘 출근하여 바쁘게 해야 할 일 정리하고, 다하지 못한 교육준비를 하고 센터를 나섰다.  터미널에 도착할 즈음 광주에서 전화가 왔다.  교육자료로 보낸 파일을 보고, 급하게 전화를 했단다.  교육이 내일이라는 것이다.  헉-.
내게 보낸 파일을 다시 보니 '8월1일(목)' 이렇게 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에 광주에서 교육을 요청했던 때가 나의 일정과 맞지 않아 한 번의 조정을 거치면서 오타가 생겼나보다.  너무 어이가 없어 웃음밖에.  그래도 광주로 가는 버스 타기 전에 연락 온 것이 다행이라 생각하며 웃고 말았다.  점심도 못먹고 급하게 나왔는데, 다시 노포동에서 해운대로 들어가자니 기운이 빠져 그냥 퇴근하겠다고 했다.  집으로 가려다 '아하!'하고 동래CGV로 갔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려고.

광주는 대학 때 몇 번 갔다.  몇 번을 가면서 사람들은 다 간다는 망월동, 금남로 이런데는 가보질 못했다.  대학을 졸업하고서 비엔날레에 맞추어 5월에 광주를 찾았다.   현대사 책과 소설에 등장하는 광주의 곳곳을 다니면서 광주에 대해서, 518에 대해서 많은 생각들을 했다.  비약을 하자면 그 생각들이 모여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하게 됐다, 비약을 하자면.

대학에 들어가면 신문방송학만 배우는 것은 아니다.  사회와 역사를 공부한다.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신문방송학과 학생들은 다른 과 학생들은 그냥 지나갈 수 있는 한 가지 사실에 대해 깊이 생각게 된다.
80년 5월 광주 시민들은 방송국에 불을 질렀다.  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이 곳에 드나드는 사람들은 알테니 내가 답을 달지는 않겠다.
액티브한 대학생활(?)을 하면서 미디어가 얼마나 많은 사실을 왜곡하고, 외면하는지, 그래서 우리들을 이 사회에서 배제하는지를 뼈저리게 느꼈다.  '이 놈의 미디어'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라는 생각으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을 내용으로 하는 수용자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조금 더 공부하면서 수용자뿐만 아니라 생산자로서 미디어와의 관계를 고민하게 됐고, 그렇게 찾은 것이 미디어교육이다.

80년 5월 광주와 같은 일, 미디어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는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부안 핵폐기장 건설 반대 싸움에서 부안사람들은 미디어의 취재를 거부했다.  미디어가 보여주고 있는 부안에 대해 분노했다.  그래서 부안 군민들은 교육을 지원받아 직접 미디어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대중화된 영상장비들이 기여했다.  부안 군민 이외에 주류 미디어의 시각과는 다른 시각을 가진 미디어제작자들도 부안을 영상에 담았다.  주류 미디어가 보여주지 않는, 주류 미디어와는 다른 입장의 다양한 부안 이야기들이 인터넷을 통해 공유됐고, 이것이 국민 여론의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이것이 내가 미디어교육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면서 목적이다.
영화 <화려한 휴가>를 보고 쓴 글이 비약에 비약을 거듭하면서 전혀 다른 글이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한 번쯤 하고 싶었던 이야기다.  그리고 내가 내일 광주 교육에 가서 들려줄 이야기이기도 하고.
영화 <화려한 휴가>에 광주MBC와 KBS 방화가 나오기를 바랬으나 그 이야긴 나오지 않아 아쉽기는 하다.  그 장면이 나왔으면 두고두고 교육 자료로 쓰는건데.(^ ^ );

영화 <화려한 휴가>로 돌아가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옆에 앉은 여중생이 들썩이는 것이다.  그 들썩임은 산만함이 아니라 불편함이었다.  그 학생에겐 불편한 진실인 셈이다.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야기를 한단다, "518에 저런 일이 있었는지 몰랐다"고.  그 이야기를 들으며 황당했는데, 그게 현실인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고 생각한 나조차도 얼마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영화의 긍정성은 이것이다.  너무 너무 많이 늦었지만 518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518을 알게 할 것이라는 것.  12세 관람가다.  아이들에게 지나친 것은 아닌가 걱정되는 장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정면으로 봐야한다.  그건 허구가 아니라 진실이니까.  영화가 잘됐고, 못됐고를 떠나 칭찬할 것은 칭찬해야 한다.

나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좋았다.  죽은 사람들의 웃음은 영화의 미덕처럼 느껴졌고, 살아남은 사람의 무거운 표정은 아직도 풀지 못한 우리들의 숙제를 상기시켜주었다.


그리고 김상경, 너무 멋져!
헐렁한 면바지에 운동화 신고 아저씨처럼 어슬렁 거리는 모습에 '꺄악-'.(>_< )
<생활의 발견>이후로 계속 마음에 드는 배우.  샤프한 모습보다 어슬렁거리는 모습이 어울리는 배우.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다음에 서울 가면 꼭 오샤쿠에 가서 술을 한 잔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홍대앞에 있는 일식주점 오샤쿠.  그 집에 걸음하게 된 사연은 이렇다.  
홍대 근처에 살던 사과양이 가보고 싶은 술집이 있대서 간 곳이 오샤쿠다.  가보고 싶은 이유가, 어느 날 오샤쿠 앞을 지나는데 거기서 김상경이 나오더란다.  너무 멋지더라나.  하여간 그래서 가보자 하고 갔는데, 마음에 들었다.  그 이후로 친구가 신촌에 살고 또 사과양이 홍대 근처에 사는 동안 몇 번 걸음하였는데 근래는 못가봤다.  집에 오면서 사과양에게 문자메시를 보냈다.  오샤쿠에 가자고.

끝으로 이 영화를 보고나니 왜 나는 남뚜루룽 선배가 떠오르는 것인가.  오랜만에 대박조짐인 기획시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후 <이재수의 난>, <미인>, <성냥팔이소녀의 재림> 그리고 <일단뛰어> 등과 같은 작품으로 바닥을 더듬을 때 선배는 기획시대에서 밥을 먹었다.  이제는 다른 곳에서 일하고 있다.  그러데 기획시대가 대박이야?  그냥 인연이 없었던 거라고 생각하세요.
남뚜루룽 선배님은 요즘 잘 지내시나-.

정말 끝으로 음악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When the Love Falls'.  
왜 이 음악인지 아는 사람은 알지-.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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