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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1.31 [book]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4)
  2. 2011.11.22 [book] 사랑바보 (4)


오소희(2008). 〈하쿠나 마타타 우리 같이 춤출래?〉. 북하우스.


나에게 여행에세이는 대리만족이면서 사전정보 수집인데, '도대체 갈 것 같지 않은 아프리카의 여행에세이를 읽어서 뭐하겠누'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그래도 지나칠 수는 없어서 한 번 읽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아프리카는 못갈 것 같다.  풍토병도 풍토병이지만, 현지인들에게 럭셔리여행 밖에 안되는 여행이 마음에 들지않고, 검은 현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꼬리를 물고 따라 올 것 같아서.  또 그보다 앞서 개인적으로 내 두다리와 대중교통수단으로 여행할 수 없는 곳은 '못간다' 정도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여행으로 다져진 모자지간의 탄자이나 우간다 여행기.  그런 두 사람도 아프리카에서 무릎이 꺾여야했는데 하물며 나같은 사람은 두 말해서 무엇하리.

그 둘의 무릎을 꺾이게 만든 것은 그런 거다.  아프리카엔 에이즈와 내전으로 고아들이 넘쳐나고, 더불어 고아원도 많은데, 그 고아원들이 외국인들의 기부를 노리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는 점.  해외에서 오는 원조들은 현지인들의 손에 닿기까지 이리 떼이고 저리 떼여 10~30%만 원래의 목적대로 닿게 된다는.  아니 1%라도 닿게라도 된다면 다행이다.  그것이 부조리함을 알면서도 계속 아프리카를 도와야 한다는 저자의 이야기.  이리 저리 떼이고 조금이라도 건네지는 것과 전혀 건네지지 않는 것은 차이가 있으니까.


왜 아프리카가 저렇게 어려운가에 대해서 유럽은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그것이 가장 많은 원조를 책임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한데, 유럽이 어려워지면서 그도 줄어들고 있는 실정.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프리카를 여행한다는 건 여전히 탐탁치 않다.  물론 그녀는 월드비젼과 같은 단체와 일하기도 하고, 사람들의 인식을 깨울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모금을 진행하여 그녀가 여행했던 곳에 도서관을 세우기도 한다. 


아들을 데리고 오지를 여행하는 것은 분명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스스로 시작한 여행이 이젠 펀드를 만들고, 그 펀드로 계속 여행하며 사람들도 돕는다는 건 참 좋은 일이다.  사람들이 이 모자의 여행에 열광하는 건 어떤 이유인지 궁금하다.  나처럼 대리만족인가?  아니면 언젠가 그들도 이 비슷한 길을 가려고 하기 때문인가?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이 책을 읽는 동안 지비와 나는 BBC의 자연다큐멘터리 AFRICA도 열심히 보았다.  이제 다음주 마지막 편만 남겨 놓은 상태.  TV화면에 보여지는 아프리카는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것이 냉혹한 자연의 질서를 담고 있다하더라고 정말 환상적이다.  그런데 동물들이 살고 있는 곳은 환상적인데, 이 책에서 읽은 사람들의 세계는 그리 환상적이지 못하다.  무엇이 자연과 다를바 없이 살아온 사람들의 세계를 환상적이지 못한, 때로는 정말 정떨어지는 세계로 만들었는지를 생각하면 참담하다.

나는 이런 책들이 좀 더 많았으면 좋겠고, 그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아프리카를 안다는 건 아프리카만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땅을 짓밟았던 유럽의 과거를 알 수 있는 기회도 되고, 지구의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고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짐작하건데, 분명 아프리카 여행에세이는 동유럽과 북유럽 여행에세이보다 인기가 없을 것 같다.


그나저나 이 책 제목 위에 붙은 수식어가 '마음의 길을 잃었다면 아프리카로'인데, 글쎄다.  나 같은 사람이 마음의 길을 잃고 아프리카로 갔다가는 영영 길을 못찾을 가능성 98%다.  하여간 나는 아프리카는 못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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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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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2.03 11:4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2013.02.05 10:4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3.02.05 18: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비슷한 경험은 있지요. 내가 찍은 사진이 인터넷에 떠돌아다니고 있는 경우.ㅎㅎ
      잘 지내신다 믿어요. 한국가면 봐요. 5월이면 농번기라 바쁠래나?
      요즘 봉하현미찹쌀 먹으니까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D

오소희(2011). <사랑바보>. 문학동네.

그녀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였다.  아마도 세계음악기행.  어린 아들과 여행을 다녀온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그녀의 이름을 수첩에 적었다.  친구 S에게도 추천은 했지만, 내가 그녀의 책을 읽은 건 한참 뒤다.  그녀의 첫책을 읽고서 '그렇구나'하는 느낌만 남고 감흥이 없어 더는 그녀의 책을 찾아보지 않게 됐다.  그녀의 새책 역시 그냥 지나치고 말았는데, 요즘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를 고민하고 있는 중에 다시 그녀의 책을 만났다.  지나치지 않고 샀고, 그리고 이제야 읽었다. 

'인류가 마스터하지 못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  사랑에 웃고 아파하면서 다시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그녀가 썼다.
여행하면서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사랑에 웃고 아파하는 사람들.
1/4쯤은 그녀가 만났던 사람들이 특이한 걸까, 그 사람들을 만난 그녀가 특이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서 긴장감 있게 책을 읽었다.  그 부분이 지나고 2/4는 느슨하게 늘어졌다.  역시 '이야기 감'이라는 건 책 한 권 내도록 팽팽하게 쓰기가 쉽지 않은 건가, 그런 작가가 되기란 보통일이 아닌 건가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읽은 마지막 1/4에서 사람을 울리고 말았다.

'함부로 지나쳐도 되는 풍경은 없다'라는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하지만 그런 풍경을 찾아 떠난 여행에서 우리는 너무 많은 풍경을 지나쳐버린다.  유명한 교회건물을 보기 위해 찾아가면서 가이드북에 코 박고 있느라 매일 같이 교회를 찾는 노부부를 지나쳐버리고, 유명한 사람의 묘지를 찾아가느라 이름도 봉분도 없는 묘지의 사연을 그냥 지나쳐버리고 만다.  그리고 언제든지 들을 수 있는 음악으로 귓구멍을 틀어막고 여행하면서 그곳에서만 들을 수 있는 사람들의 소리를 그냥 지나쳐버린다.  이 모습은 나의 모습이었고, 오늘날 지구 구석구석을 누비는 많은 여행자들의 모습이기도하다.  그들이 그날 그곳에서만 볼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풍경들에 대해서 좀더 애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는지 보고 싶어 들여다본 그녀의 여행기에서 내가 길 위에서 만났던, 그리고 잊고 있었던 많은 사람들이 갑자기 떠올랐다.  그리고 그 사람들이 갑자기 많이 보고 싶어졌다.
어쩌면 잘 풀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니라 내 이야기를 잘 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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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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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봄눈 2011.11.29 22: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인터넷 서점에서 오는 메일을 여러 통 받고 있고, 서점 사이트도 자주 둘러보고, 도서관에도 거의 매주 가고, 기회가 되면 이것 저것 챙겨 보고 있는데도... 토닥님이 소개하시는 책을 보면 생전 처음 보는 책이예요. 그럴 때마다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책들이 읽는지 매번 깨닫게 되네요. 우연히 만날을지라도 취향이 아니라서 무의식적으로 지나친 책들일지도 몰라요. 그런데 어째든 토닥님을 통해서 다시 한번 책을 만날 기회를 갖게 되네요. '사랑'이란 단어가 들어간 책은 별로다라는 나쁜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소개 글을 보니 한번 읽어 보고 싶네요. :)

    • 토닥s 2011.12.01 17: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건 저도 마찬가지랍니다. 봄눈님이 읽은 책들의 제목도 들어본적이 없으니까요. 책들은 많지만, 책읽는 사람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요즘은. 그런 가운데 책읽는 님을 만난 것이 올해의 소중한 인연 중 하나네요. :)

  2. 성산만담 2011.12.02 23: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분 책들을 볼 때마다 읽고 싶다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이 책을 시작으로 출간일 순으로 거슬러 읽고 싶어지네요.
    토닥씨님의 마지막 말, 완전 공감요!

    • 토닥s 2011.12.06 03: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뭐 아주 권할만한 책은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그냥 요즘 제가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내나 궁금해서요.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쉽게 만들어진 여행 에세이는 아니라는데서 읽을만한 책이라고 생각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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