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4.04.14 [0415]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

민주노동당에서 자원봉사하기로 한 첫날은 우연히(?)도 공식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된 날입니다.  첫날 사무실에서 간단한 회의를 통하여 선거기간 동안 제가 할 일에 대하여 의견을 나누었습니다.  딱히 잘하는 일이 없던 저는 대변인 활동 지원과 각 지역 토론 지원이라는 두리뭉실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자원봉사 첫날 그날치 신문 4부와 3편의 지역토론 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연짱 토론 3편 봐보십시오.  힘들어 죽습니다.  

처음으로 제안 받은 일은 사하을 지역의 토론 지원이었습니다.  사하을, 정말 먼곳입니다.  서면에서도 지하철 타고 사하역까지 가서 다시 버스나 택시를 이용해야하는 그곳을 나흘 동안 방문했습니다.  이른바 파견근로였던 셈입니다.(-ㅜ )
그야말로 '제안'이었으므로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사하을 민주노동당 후보인 강한규 후보에 대한 관심 때문에 먼길을 가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강한규 후보는 '후보'라는 호칭보다 '강 본부장'이라는 호칭으로 더 익숙한 사람입니다.  부산 지하철 해고노동자로 민주노총 부산 본부장을 지내신 분입니다.  대학시절 각종 집회 연단에서 우러러 보았던 사람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마음에 먼길을 마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장림 삼거리에서 한참 헤맨 끝에 찾아간 강한규 후보 선거운동사무실은 들어서면서부터 '다르구나'하는 느낌을 주었습니다.  노동자 후보 선거운동사무실이었던 탓인지 꽤 많은 노동자들이 있었고 그래서인지 분위기 또한 사뭇 달랐습니다.  적지 않은 감동도 있었는데요, 그 감동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첫날엔 그간 방송토론에 대한 평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토론의 방향을 잡았습니다.  강 후보는 노동자 후보이지만 민주노동당의 적지 않은 후보들이 고민하듯 노동자 색깔, 운동권 색깔을 벗기 위해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스스로가 노동자이면서도 정치란 잘나고 똑똑한, 나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이 때문에 많은 후보들이 잘나고 똑똑한 사람으로 보일 것인가, 그렇지 않을 것인가를 놓고 고민을 합니다.  사하을 또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선거대책본부장, 지구당 부위원장과의 토론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후보는, 적어도 노동자 후보인 강 후보는 노동자 색깔, 운동권 색깔을 벗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무기로 들고 나가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사하을 지역주민의 절반 이상은 지역내 공단과 인근 공단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대기업 노동자들도 아니며 대부분이 하청의 하청을 받는 중소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입니다.  그런데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서는 이 지역에 IT, BT 산업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였습니다.  이 지역 노동자들은 대부분 단순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설혹 IT, BT 산업을 유치한다고 하여도 그 산업의 노동력으로 대체될 수 없는 노동력인 것입니다.  이는 지역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남발하는 그야말로 공(空)약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사하을에 출마한 후보들은 지역 현실과 괴리된 공(空)약을 제시하였고, 그마저도 뒤로하고 공천과 관련한 자질시비로 방송토론의 대부분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강 후보는 오히려 노동 전문가임을 내세워 '홀애비 마음 홀애비가 안다'는 기조로 나가면서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에서 제시하는 정책의 허구성을 지적하기로 하였습니다.

여기서 잠시 사하을에 출마한 후보들의 면면을 말씀드리면, 현 의원인 박종웅 의원은 YS의 후신을 자처하는 사람으로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하여 무소속으로 출마하였습니다.  한나라당 최거훈 후보는 연제구에 공천신청하였다가 사하을로 공천을 받았구요, 열린우리당 조경태 후보는 사실 가장 어처구니 없는 후보입니다.  꼬마민주당 시절 정당인으로 입문하여 그 당의 일부가 신한국당과 공조할때 신한국당에 들어갔습니다. 16대 총선에서 신한국당에 공천신청하였으나 탈락하여 탈당, 민주당에 입당하여 총선 출마하였다고 합니다.  그 이후는 민주당을 거쳐 열린우리당 후보로 17대 총선에 출마하게 된 것입니다.  이들 세 사람이 민주노동당의 강 후보를 소외시키는 가운데 서로 헐뜯는 것이 사하을 선거쟁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표현이 그렇지만 부산지역에서도 가장 질 낮은 선거를 하고 있는 지역이 사하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야기로 돌아가, 앞서 결론 지은 토론방향을 내용으로 다음날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었습니다.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고서 질문 작성에 참여한 사람들은 '므흣' 만족하였습니다.  그런데 웬걸요.  질문지를 들고 연습을 하려던 강 후보가 질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였습니다.  처음에 작성한 질문을 간단히 언급하자면, 대기업에서 임금을 올리면서 거기서 발생하는 마이너스를 하청업체의 단가를 낮추어 충당하여 지역 사업장은 날이 갈수록 어려워질 수 밖에 없는 현실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강 후보가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러한 방식으로 마이너스를 충당하려는 기업이 관례는 분명 문제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기업 임금을 덧붙이게 되면 질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대기업에 일하는 노동자들이 '귀족노동자'라는 비난에 동의하는 모양새를 보이게 될 것이다.  이는 하청 관례의 본질적 문제를 빗겨나가게 만드는 빌미를 제공할 것이라는 지적이었습니다.  맞는 말이었습니다.(__ ):
이 밖에도 노동문제와 관련한 대안제시에서 강 후보는 질문작성에 참여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야 말로 여러 수 배웠습니다.  그간 그의 활동들이 허사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덕분에 마련한 질문을 모두 폐기하였습니다.(-ㅜ )





다시 질문을 만들고, 연습을 하고 그렇게 방송토론을 준비하였습니다.  PSB토론이 있던 날 오후에는 CBS토론도 있었지만 제가 참여한 단위에서 노린 것은 PSB방송토론이었습니다.  다른 곳을 거쳐 후보는 CBS로 먼저 출발하였습니다.  저는 CBS토론의 질문지와 예상답변을 정리하여 후보 보다 늦게 사하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사하 지구당에서 차량을 제공하기로 하였는데요, 도로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웬걸 택시가 오는 겁니다.  알고보니 택시기사는 사하을 지구당 당원이었습니다.  노동자 후보의 선거운동은 노동자들이 자신의 노동으로 돕는 것이었습니다.  장림에서 신암으로 가는 동안 '이것이 바로 노동자 후보구나'라는 생각에 마음 한 쪽이 뭉클하였습니다.  

사실 나흘 동안 사하을 선거운동본부에 있으면서 마음 한 쪽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돌아가며 연차, 월차를 사용하여 선거운동을 하는 노동자들, 점심시간에 작업복 차림으로 나와 선전물을 챙겨가는 노동자들, 부부가 선거운동을 하기 때문에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 또래의 아줌마 자원봉사자들을 챙기는 후보의 부인, 지역 현안에 대하여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워드를 못쳐 정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갑갑해 하는 노동자, 이들 때문에 순간순간 감정 수습이 안되더군요.

CBS토론은 많은 준비를 하지 못했지만 후보가 만족하는 토론을 하여 저 또한 만족스러웠습니다.  사실 저는 그 토론을 듣지 못하였습니다.  CBS토론이 시작되고서 저는 시지부로 가서 저녁에 있을 PSB토론을 준비했기 때문입니다.  그날 저녁 저는 PSB토론을 보지 않았습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어 술을 한 잔하였습니다.  토론의 결과가 궁금했지만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후보를 비롯하여 사하을 지구당 부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왔었습니다.  전자는 전해만 들었고, 후자는 직접 통화를 하였습니다.  수고한만큼 못해서 아쉽다는, 미안하다는 그런 내용이었습니다.  언제라도 사하에 오면 맛있는걸 사준다고 하시더군요.
전화를 받고서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vod를 통해 토론을 보았습니다.  정말 아쉽더군요.  마침 예상된 질문들이 모두 나왔는데 너무 긴장한 탓인지 다른 내용으로 답변의 내용을 채워버린 것입니다.  또 연습때 1분 분량으로 맞추었던 질문인데 시간을 맞추지 못해 잘리기도 하였구요.  아쉽고 또 아쉽더군요.  그저 더 많은 자리에서 유권자들이 강한규라는 사람을 알아주기만 바랄뿐이지요.





나흘간의 파견근무(?)로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지만 금정에 이어 가장 마음이 가는 선거구가 되었습니다.  사하을 지역 현안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구요.  
툭 까놓고 이야기해 사하을은 당선의 희망을 가지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지역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곳 선거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을 가지고 선거 운동을 하고 있더군요.  다소 상투적으로 느꼈던 '일하는 사람들의 희망'이라는 민주노동당 모토에 대해서 마음으로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소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