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10.31 [people] 당당한 주영씨 (4)
  2. 2006.06.05 [book]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 김문호 외

어제 하루 누리와의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도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죽어서야 내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 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2005년 장애인 미디어교육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주영씨.

그 보다 앞서 서울서 장애인 미디어교육에 참가하면서 이후 그 바닥에 뛰어든 주영씨를 서울에서 사전 미팅을 하면서 만났다.  그리고 부산에서도 만났다.  짧은 시간, 그것도 빡빡한 회의하면서 얼굴을 본 그녀가 얼굴을 대한지 두 세 번쯤 지났을 때 너무 친하게 다가왔다.  나라는 사람은 그럴때 되려 한 걸음 물러선다.


겨우 두 세 번 봤을 뿐인데 그녀는 조잘조잘 쉼없이 이야기했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저없이 당당하게 부탁했다.  휠체어 뒤에 매달린 가방에서 약을 꺼내달라, 떨어진 뭔가를 주워달라, 그리고 가방에서 또 다른 걸 꺼내달라.  나는 속으로 '참 당당하게도 부탁하네'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대뜸 "제가 당당하게 부탁해서 이상한가요?"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할 때 미안해하거나 도움 받기를 주저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도와주는 사람도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거나 장애인을 불쌍해하면 안된다고.  그냥 도움이 필요하니까 도움을 청하는거고, 상대방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못하면 안도와주면 되는거라고.  맞는 말이었다.


서류에서 뜯어낸 스테이플러 알을 무심코 버릴까봐 그런 것들이 휠체어 타이어에 박히면 바람이 빠진다고 한 발 앞서 잔소리하던 주영씨.  그런데 나는 그 잔소리도 당당한 도움 요청도 싫지 않았다.  장애인을 향한 불쌍한 혹은 불편한 시선을 수평적으로 교정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장애인이라서 우리가 항상 양보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어떨 땐 싸우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가르쳐 준 셈이다.



Seoul, Korea (2005)


그렇게 당당했던 그녀가 혼자 살던 집에 난 화재에 숨을 거두었다.  어른 걸음 세 발짝이면 나갈 수 있었을 집을 혼자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직접 119에 전화해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녀의 요청에 이번엔 우리의 대답이 너무 늦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왜 아픈데 혼자 살았어'하고 가슴을 쳤다.  중증장애인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영씨가 가족과 함께 살면 활동보조인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한다고, 그래서 혼자 살면서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http://media.daum.net/society/welfare/newsview?newsid=20121030100923711


장애인이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활동했던 주영씨는 이 세상 떠나가는 길마저도 그랬다.  당당했던 주영씨, 이젠 편히 쉬어요.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런던일기 > 2012년' 카테고리의 다른 글

[taste] 야끼 카레  (0) 2012.11.05
[book] 아이의 식생활  (2) 2012.11.02
[people] 당당한 주영씨  (4) 2012.10.31
[life] 토요산책  (8) 2012.10.30
[book]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0) 2012.10.13
[taste] 꼬리곰탕  (0) 2012.09.27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iaa 2012.11.02 11: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혼자 살면서 지원을 받는쪽을 택했다니.
    아 읽으면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 :_:
    좋은곳에 가셔서 여전히 씩씩하고 즐거우시길.

    • 토닥s 2012.11.02 21: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친구라 활동보조 지원이 절실하니까. 나도 그런 자세한 건 몰랐네. 참 대단한 친구다 싶어. 그 친구들뿐 아니라 장애인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2. gyul 2012.11.02 14: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 기사를 읽었었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부디 좋은곳에서 더 환하게 웃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토닥s 2012.11.02 21: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뉴스에 올라온 주영씨의 영정사진을 보니까 환하게 웃는 사진이예요. 그렇게 웃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오래된 사진첩에 단 한 장 있는 사진도 웃는 사진이더라구요.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고 있기를 바래요.



김문호 외.(2006). ≪어디 핀들 꽃이 아니랴≫. 현실문화연구.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두번째 사진 책.
(내가 일하는 곳을 주관하는 ○○위원회와는 근본이 다른 곳이다.)
(나도 이런 책을 엮어내는 일을 하면 신바람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성남훈, 이갑철, 임종진, 김문호, 박여선, 김중만, 이규철, 최항영, 노익상, 한금선이 사진으로 참여하고
공선옥, 방현석, 이문재, 조병준이 글로 참여했다.

농촌, 이주여성, 장애인,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난민, 독거인, 시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사진과 글로 담겨 있다.
어느 것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없지만
'아-'하고 나도 모르게 신음을 흘려버린 사진은 한금선의 '꽃무늬 몸뻬, 막막한 평화'라는 섹션의 사진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자기만의 영혼을 가진 자, 세상사람들이 정신질환자로 부르는 사람들에 대한 사진과 글이다.

주제가 다르고, 찍은 사람이 다르니 느낌이 고를 수는 없다.
그런데도 뭔가 부족함이 드는 섹션이 있는데.
자의든, 타의든 화려한 생활로 미디어에 조명되는 사람이 찍은 사람의 사진이다.  화려한 사람이 찍은 화려하지 않은 사람들의 사진.  대부분의 사진이 생활 속의 사진인데, 한 섹션만 리터칭을 한, 그것도 스튜디오로 보이는 장소에서 찍은 사진이다.
그런 사진이 기술적으로 완벽해 보이더라도, 초점과 구도가 맞지 않아도 생활 속에서 찍은 사진보다 좋다라는 법은 없는거다.
(뭐래는거야..(o o )::)

처음 책을 펼치고 책장을 넘기며 나도 모르게,
'이건 디지털카메라로 찍었겠지'라고 생각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재수 없어서.(-_- )

그리고,
나도 사진 찍고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