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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9.30 [life] 소소한 커피 (8)

커피변천


영국에 오기 전엔 아메리카노만 마셨다.  배부를 땐 에스프레소 마키아또.  집에서는 드립커피를 즐겨 마셨지만.  영국에 와서는 카페라떼를 주로 마셨다.  배가 고플 때가 많았고, 영국의 아메리카노는 진정으로 진하다.  별다방 제외하고.  다른 곳에서 커피를 마시다 어쩌다 별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면 '이게 물인가' 싶다.  작은 라떼들에도 에스프레소 투샷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아서 오후에 커피를 마시면  꼭 원샷으로 해달라고 말한다.  그래도 가격은 같다.


누리가 생기고 다이어트에 대한 필요가 두각되면서 아메리카노로 돌아왔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도 쓰다면서, 써도 마시자면서.


그런데 누리가 자라면서 까페에 품위있게(?) 앉아있을 형편이 못되니 양이 많고 뜨거워 원샷이 어려운 아메리카노가 부담스러워졌다.  그래서 지비 없이 외출할 때면 에스프레소 마키아또를 마신다.  커피는 필요하지만 '후딱' 마셔야 하니까.  아무래도 에스프레소는 부담이 된다.  그리고 지비와 함께 외출할 때면 카푸치노 정도.  여전히 아메리카노나 라떼에 비하면 짧은 시간에 마실 수 있다.  또 그리고 누리의 컨디션이 좋으면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날도 있다.


나도 커피를 내 취향 따라 마시고 싶다, 내 형편에 맞춰 마시는 게 아니라.



커피온도


여름에도 시원한 에어컨 아래 앉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던 사람인데, 영국 날씨는 에어컨 없어도 사계절 아메리카노가 어울린다.  이런 걸 좋다고 해야하나 어째야 하나.


작년에 후배 K가 커피를 앞에 놓고도 누리 뒤치닥거리 하느라 제때 마시지 못한 나를 보고 "식은 커피 좋아해요?"라고 물었다.  일전에 후배 K가 또 다른 후배 H를 만났는데, 역시 아이 뒤치닥거리 하느라 제때 마시지 못하고 식은 커피를 마신 모양이다.  그러면서 후배 H가 한 말이 "어차피 뜨거운 커피 좋아하지 않아서 상관 없다"고.

그럴 수도 있지 - 식은 커피 좋아할 수도.  아니면 H가 그 상황이 덜 무안하라고 한 말일 수도.


그런데 K야, 커피는 뜨거울 때 마셔야 맛있는 것 같아.  적어도 나는.


사실 이 이야기 참 슬픈 이야기다.  아이와 씨름하면서 힘든 건 사소한 일상이 유지되지 못할 때이다.  식어버린 커피나 식어버린 밥 같은.  그런데 이런 어려움은 어떤 육아책에서도 말해주지 않는다.



셀프라떼


예전부터 이런 기계가 있다는 건 알았다.  우유 커품을 만들어주는.  내가 알았던 건 보덤의 제품이었는데 가격이 (제품의 크기에 비해서) 만만찮고 성능을 알 수 없어 관심 수준에서 그쳤다.  그런데 IKEA에 들렀던 8월에 어느날, 필요한 물건을 손에 넣고 계산대를 향해 열심히 걸어가는데 그냥 눈에 딱 들어왔다.  가격도 £1라 고민없이 집어왔다.


그날로 잘 쓰지 않던 모카포트 동원하고, 프렌치 프레스 동원해서 라떼를 만들어봤다.  그 결과 그냥 진한 드립커피로 만들어 먹는게 편하다고 결론지었다.  그럭저럭 먹을만하고, 확실한 건 별다방 라떼 보다는 낫다.





결과물은 라떼보다는 카푸치노가 더 가까운 것도 같다.  우유커품이 그렇게 촘촘하지는 않은 관계로.  모양은 탓하기 없기!



그냥 오늘 오후 커피를 마시다 든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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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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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리핀 2014.10.02 03:1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저거 쓰다가 성질 버릴 듯 해서 일단 싱크대 서랍에 넣어뒀... 커피는 애 잘 때 한숨과 섞어 마셔야죠. 뜨거웠던 커피가 애 치다꺼리로 식으면 슬프니까 처음부터 얼음 넣고 아이스로요. 갑자기 눈가가 촉촉해지는 듯 하는 건 기분 탓이겠죠? 흑흑;;;

    • 토닥s 2014.10.02 21: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 우유거품기는 아직도 연구中. 어떨 땐 거품이 꺼지고, 어떨 땐 거품이 꺼지지 않고 커피를 다 마실때까지 유지되고 그렇더라고.

      누리는 요즘 낮잠을 안자니.. 그냥 마셔. 한 손으로 마시고, 다른 한 손으론 방어하면서. 아님 저 마시거나 먹을껄 쥐어주거나. 그나마 집에선 그게 가능해.

      아이스아메리카노라.. 그 생각은 못해봤네. 하지만 엎지르는 건 매한가지. 이래도 저래도 슬프네, 슬퍼.

  2. gyul 2014.10.10 12: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 이케아거품기는 사진으로 볼때 효과는 괜찮은것같네요?
    사실 잘 될지 어떨지 몰라서 살까 말까 망설이다 잊고있었던건데...
    고장이 잘 나지 않을까... 너무 싼게 비지떡일까... 뭐 그런...
    암튼 저는 라떼보다 카푸치노를 좋아하니 저 그림만큼만 나와준다면 하나 구입해볼 생각은 있어요...^^
    아참... 그리고 커피마다 조금씩 다르긴하지만 아주 식은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낮은 온도로 먹어도 맛있는 커피들도 있다고 하니
    경황이 없으실때더라도 이왕 드실땐 즐겁게 맛지게 드세요...^^

    • 토닥s 2014.10.10 23: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80ml정도의 우유를 붓고 윙~돌리면 부피가 두배가 됩니다. 거기다 다시 80ml정도의 커피를 넣으면 한끼로도 손색없는 라떼가 되는데.. 거기다 케이크 덩이까지 먹으니 살이..ㅜㅜ
      요령이 없어 어떤 날은 거품리 금새 꺼지는 날도 있더라구요. 그 이유만 알아내면 1파운드가 아깝지 않은 아이템입니다.

  3. 킬모리 2014.11.02 21: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무 공감가서 글남겨요..,
    저도 커피 무진장 좋아하는데 아기잠잘 때 눈치 봐가면서 마신답니다.ㅋㅋ
    요즘 아기 키우면서 커피마시는 재미가 유일한 낙인데..
    낮잠은 왜이리도 짧게 자는지.ㅋㅋ
    같은 런던에 살아서 반가와서 글남겨요

    • 토닥s 2014.11.03 20: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킬모리님 반갑습니다.
      런던에서 아기 키우신다니 더 반갑고(또 측은하고) 그렇습니다.
      가까운데 살면 커피라도 하면 좋겠지만(애들이 아무리 방해를 하여도).
      어디 사시나 모르겠네요. 저는 서쪽인데.
      담에 용기(?) 나시면 연락처 남겨주세요. 정말 커피마셔요. ;)

  4. 2014.11.04 20:3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4.11.04 21: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역시 가깝지는 않은 곳에 사시네요.(ㅜㅜ )
      (정말 애가 생기니 몸이 무거워집니다. 저도 예전엔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었는데)
      시내가 더 만만할듯. 한 번 연락드리겠습니다.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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