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여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3.12.20 [day1] 오르세 미술관 (4)
  2. 2013.10.21 [etc.] 내 머리 속의 지우개 (6)



오르세는 고흐나 고갱 같은 19세기 인상주의 작품들이 많아서 인기가 있는듯 한데, 우리는 별로 이 미술관에 대한 지식이 없었던 관계로 초반에 다른 작품 보다가 지쳐서 인상주의 작품들은 "여까지 와서 그거 안볼 수 없잖아?"식으로 둘러봤다.  "응 그래, 저거.."하면서.  힘들어서 감흥이 없었다.  아니 지식이 없어서 그랬는지도.


런던에 유명한 박물관 중에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이하 V&A)이 있다.  한국서 손님이 올 때마다 어디 가고 싶냐고 물으면 빠지지 않는 곳이다.  모든 영국 가이드북과 여행 에세이에 잘 소개가 되어 있는 모양인데, 손님들이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할 때마다 내 반응은 "(끄응).."이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박물관 중에 하나다.  크기가 크기도 하지만, 소장품이 너무 많다.  사실 소장품 많기로야 대영박물관만 하겠냐만은.  하여간 그 많은 소장품을 큰 박물관에 쭉 늘어놓은 식이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사실 오르세도 그랬다.


작품들을 어찌나 촘촘하게 걸어놨는지.  그 촘촘함에 작품들이 자신의 포스를 다 발산하기 어려운 지경이었다.  그나마 유명한 인상주의가 있는 곳은 작품 하나 하나가 대접을 받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우린 인상주의에 이르러서는 이미 지쳐있었다.


미안하게도 오르세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또 다른 이유는 사진 때문이었다.  사실 오르세가 아니라 그 어디를 가도 사진을 허용하지 않는 곳은 나는 마음이 잘 가지 않는다.  물론 작품 시대를 막론하고 플래쉬 터뜨리는 관광객들 때문에 작품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그래서 사진에 담을 수 있었던 것들은 전시 이외의 공간들뿐.  소심하게 박물관 까페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찍은 시계.


사실 이날 박물관 까페에서 커피를 마시다 박물관 그 자체보다 파리라는 곳, 프랑스라는 곳에 대해서 좀 씁쓸한 생각을 하게 됐다.  까페에서 서브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 흑인들이었는데, 박물관에 까페가 하난지 그 먹을 것 없는 조그만 까페에 쉴틈없이 사람들이 들이닥쳐서 바쁘게 일하고 있었다.  박물관 까페가 바쁘다는 건 영국에도 있는 풍경이니까 놀랍지 않은데 하나의 예외도 없이 흑인이라는 점에서 마음이 무거웠다.

런던도 그렇다.  레스토랑 말고 페스트푸드 같은 바쁘고 저임금의 직업들은 외국인들이 한다.  딱히 인도계라고 못박지 않은 이유는 요즘은 그 일자리를 이탈리아, 스페인, 동유럽 사람들이 채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특히나 마음이 무거웠던 이유는 피부색이 '외국인'이라는 단어보다 그들을 더 선명하게 갈라 놓는 것 같아서.  이 느낌은 비교적 도심 외곽으로 이어지는 철도를 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도심 내부만 다니는 지하철에선 잘 보이지 않던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모두 철도에 모아놓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 이유로 마음도 무겁고, 다리도 아프고, (아침 일찍 일어나서) 눈꺼풀마져 무거운 그런 여행 첫날이었다.  그래서 우린 서둘러 숙소로 돌아가기로 마음먹고 인상주의 작품을 '훑기'로 하였다.




저 곳에서 몽마르뜨의 샤크레꾀르 대성당이 보였다.  파리의 어딜가나 에펠타워와 함께 확인하게 되는 곳이 샤크레꾀르다.



그 어떤 작품보다도 나를 기쁘게(?) 만들어준 소파.  한 번 앉아보려고 빈자리가 날 때까지 서성거렸다가 한 자리가 나서 지비 먼저 착석.






돌아가면서 앉아서, 나중엔 둘이 앉아서 사진찍고 난리법석하다가 이제 가볼까하고 일어서는데 우리를 스쳐가는 여학생이 서울대 잠바(?)를 입었다.  반가워서 한 장. 

근데 그 여학생 어찌나 바삐 걸어가시는지.(- - );;




오르세는 1900년 만국 박람회 때 기차역으로 지어졌다가 40년 뒤쯤 우편센터로, 그리고 호텔로, 그리고 70년대에 박물관으로써의 리모델링이 결정되면서 80년대에 개관한 미술관이다.  그런 이유때문인지(역사였던) 여기저기 시계가 많다.


이 글을 쓰면서 찾아보니 재미있는 (나는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됐는데 오르세이엔 1848-1914년 사이의 작품만 주로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그 이전은 루브르에, 그 이후는 퐁피두에 있단다.  우리말식으로 바꾸면 근대미술관쯤 되나보다.




그리고 다시 걸어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야경 에펠타워 한 번 찍어주고.  이 여행에서 우린 정말 뚜벅이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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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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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리핀 2013.12.20 14: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뚜벅이로 다니려고 한 여행객의 신발치곤 불편해 보이는데 발 안아팠어요? ㅇㅅㅇ;

    • 토닥s 2013.12.20 17: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플랫한 앵클부츠. 가죽도 무척 부드럽고 가벼운 신발이라 신발이 짐이되진 않았어. 문제는 몸이 짐이었단. (- - );

  2. gyul 2013.12.21 03: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프랑스는 작은것이라도 뭔가 하나 만들거나 할때 정말 오래 고민하고 그것이 주변과 어떻게 어울릴지에 대해 연구한다고 들었어요...
    그덕분에 너무 예민한부분까지 신경을 쓰는데 그것과 프랑스사람들의 조금은 까칠한 성격이 조화를 이룬다고... 그러더라고요...
    당연히 뭐든 그래야 한다고 생각은하는데 프랑스사람들은 아마 제가 생각하는 범위 이상으로 그렇다나봐요...
    사진을 하나하나 보니 분명히 모든 부분이 신경쓰고 또 고민한 흔적이 보여요..
    어떻게 찍어도... 너무 멋있고 예쁘고... 튀는것이 없어 상황과 사람들이 모두 편안하게 보여요...

    • 토닥s 2013.12.21 07: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조화.. 그때문에 파리 시내는 전망이 좋지만, 어울리지 못하는 것들은 '밀어내는'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빈곤층은 도심 외곽으로 밀려나 있는데 아름다운 파리와는 또 다른 모습이죠.

      그래도 파리는 늘 가고 싶은 곳이예요. 베네찌아 만큼이나 로맨틱하긴 합니다. 로맨틱이라기보다 낭만.. 그게 그건가?( ' ')a

이웃블로거의 파리 여행 사진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오르세이 박물관의 시계 뒤에 펼쳐진 레스토랑 때문에.

'저런 게 있었나?'하고.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 즈음에서 누군가의 뒤를 쫓느라 놓친 것도 같았다.  누구의 뒤를 쫓았던가가 갑자기 궁금해져 펼쳐본 2년 전 파리 여행 사진.


내가 쫓았던 건 서울대 점퍼 입은 학생.(- - );




더 놀라운 건 시계 뒤 레스토랑도 사진에 담겨 있다는 것.(- - );;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는 파리 여행 그리고 여행들.  어쩌면 좋을까.(i 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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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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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님 2013.10.22 02: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빠리 여행 추천 ㅋ

    • 토닥s 2013.10.22 19: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렇죠. 2살전까지 누린 무룐데, 기차타면. 사실 전 벨기에에 가고 싶어요, 기차타고. 음..(' ' )a

  2. 유리핀 2013.10.22 13: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난 요즈음 말할 때 단어가 떠오르질 않아요. 계속 생각하다 결국 비슷하지만 꼭 들어맞진 않은 다른 단어를 말해놓곤 어, 이게 아닌데, 한다니까. 뇌가 녹나봐요 ㅜㅅ ㅠ

    • 토닥s 2013.10.22 19: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무통분만 주사가 기억력에 손상을 준다는 '카드라'가 있더라. 근데 난 그것도 안맞았는데 말이지.(ㅜㅜ ) 늙어서 그래.
      문제는 누리와 대화를 끊임없이 시도하다보니 누리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향상되기보다는 내 능력이 다운그레이드 되는 것 같아. 끙..

  3. 프린시아 2013.10.23 00: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엇 서울대 점퍼라니^^;
    한국에서도 보기 힘든 점퍼네요. 서울대 앞에 가야 있나...

    • 토닥s 2013.10.23 05: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글은 하나도 없는데, 그냥 반갑더라구요.
      혹은 얼마나 자랑스러웠으면..하고요. 자랑스러울만도 하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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