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bour unit'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2.09.24 [40weeks] 반갑다, 누리야! (18)
  2. 2012.07.20 [31weeks] 출산준비교육 (6)

정신없이 일주일이 흘러갔다.  누군가는 조용한 블로그를 보며 '애 낳으러 갔나?'했을지도 모르겠다.  네, 맞습니다.  아기 낳으러 다녀왔습니다! (^ ^ )


예정일은 9월 16일 일요일이었는데 역시 예상했던 대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분만상황(?)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예약해둔 40주 진료를 갔다.  보통때와 다름없이 소변검사와 혈압 그리고 아기 심장소리를 체크했다.  그 뒤 조산사가 앞으로 진료가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설명해주었다.  첫 출산의 경우 늦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41주 진료를 예약하고, 그 날까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면 그 땐 일반적인 검사에 더해 이른바 내진이라고 하는 internal check를 하게 될꺼라고 했다.  그리고 이후에 인공적인 유도분만이 필요한지 등을 선택한다고.

한국에선 출산까지 열 달이라고들 하지만, 영국에선 난자의 배란일부터 출산까지 총 40주를 셈한다.  프랑스에서는 총 41주를 셈한다고 하니 일주일 정도의 +/-는 기본이라고 생각했지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는 게 조금 부담이 되긴 했다.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마음으로 진료를 마치고 병원을 나와 이탈리아인 친구 알렉산드라를 쇼핑센터에서 만나 간단한 점심을 먹었다.  알렉산드라는 8월 후반 이탈리아로 3주간 휴가를 가면서 9월 15일에 돌아오니까 꼭 예정대로 16일에 출산하라고, 자기가 오겠다고 한 친구였다.  그냥 고마운 말 한 마디로 받았다가 출산계획birth plan을 세우면서 출산할 때 지비 이외에 누군가 있으면 내게도 지비에게도 좋을 것 같아 지비와 의논 끝에 조심스럽게 출산동반자birth partner가 되어 줄 수 있는지 이탈리아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던 알렉산드라에게 메일을 보냈다.  고맙게도 흔쾌히 yes라고 답해주었던 친구다. 

알렉산드라에게 앞으로 진행될 진료들에 관해서 이야기해주고 진통이 오면 연락하겠으니 시간이 되면 병원으로 와주면 좋겠다고 했다.  알렉산드라도 그러마 했고, 그녀의 휴가 이야기 그리고 3주간의 휴가 동안 결정지은 그 부부의 중요한 인생의 결정에 대해서 이야기 듣고 집으로 돌아왔다.


월요일 저녁을 지비와 먹으며 아무래도 출산은 9월 25일 경에나 일어날 것 같다고 이야기 나누었다.   애초 내 배란일을 기준으로 잡은 출산 예정일은 9월 25일이었는데 13주쯤 있었던 첫번째 초음파 촬영에서 아기가 표준치보다 크다며,특히 머리가( _ _);;,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정도 앞당겨 잡았다.  40주 진료에서 조산사는 아기에게 일주일, 정확하게는 9일은 꽤 큰 차이인데 그 정도 이유로 9일이나 출산 예정일을 앞당겨 잡은게 이해가 안된다고 했다.  그때서야 왜 일주일도 아니고 9일이나 당겼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9월 25일에서 일주일을 당겼으면 18일인데, 왜 16일로 잡았을까 하고.  지나서 생각해보니 딱 일주일만 앞당겨 잡았다면 정확했을텐데.(^ ^ )


지비랑 보통때와 다름 없이 저녁 먹고 TV보고 침대에서 뒤척뒤척하다가 11시 반쯤 겨우 잠이 들었다.  0시 30분, 딱 한 시간만에 '앗!'하는 느낌과 함께 눈을 떴다.  양수가 조금 흘렀다.  처음엔 양수인지 소변을 실수한 것인지 분간이 안됐지만 화장실로 가서 확인해보니 들었던 대로 무색의 액체라 양수라고 생각했다.  아주 적은량이라서 지비를 깨울까 어쩔까 고민을 했는데, 많지는 않지만 양수가 계속 흘러나오는 기분이고 아랫배가 슬 아파오기 시작해 지비를 깨웠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지비랑 둘이서 "어쩌지?" "어쩌지?"하다가 지비가 일단 병원에 전화를 걸어보자고 해서 병원에 전화를 했다.  얼마 전 요가 수업에서 알게된 독일인이 병원에 전화했더니 최대한 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정확한 때가 오면 병원으로 오라고 해서, 정확한 때에 병원에 갔더니 빈 병실이 없어 다른 병원으로 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터라 지비는 진통이 시작되는 산모가 하나 있음을 병원에 알려두자고 했다.

역시나 들었던대로 일정한 길이의 진통이 일정한 간격으로 오기 전까지 일종의 감기·진통제인 파라시타모paracetamol를 먹거나 따듯한 물에 목욕을 하며 집에 있으라고 했다.  그리고 진통이 진행되면 다시 전화를 달라고 했다.  가(짜)진통일수도 있으니 지비보고는 더 자라고 하고 나도 다시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 않았다.  진통도 조금씩 심해지는 것 같고, 아주 심하지는 않지만 복통을 동반한 설사 때문에 화장실을 3번정도 갔다.  참고로 영국에선 출산 때 관장을 하지 않는다.  그 부분때문의 지인은 분만 중 실수를 하게 될까봐 걱정을 하는데, 자연적으로 설사 같은 관장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아 자연의 섭리.( ' ');;


일전에 교육에서 출산이 다가오면 산모는 본능적으로 뭔가 느끼게 되는지 갑자기 아기 용품을 정리하고 준비하게 된다고 조산사가 말했다.  나의 경우는 본능적으로 출산 후를 대비하자는 마음이 생겼는지 먹을 음식을 사놓아야 할 것 같아 온라인 한국슈퍼마켓에서 먹거리를 주문했다.( ' ');;  불고기 같이 별 준비없이 먹을 수 있는 음식들과 반찬들로.

주문을 마치고 나니 진통이 확실히 길어지고 진통간 간격이 짧아지는 것 같아 지비를 다시 깨웠다.  지비랑 시간을 체크해보고 드디어 '때'가 된 것 같다고 결론짓고 3시 반쯤 다시 병원에 전화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양수와 진통 때문에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쇼파를 붙들고 서 있었다.  지비와 birth center 조산사와 통화를 들으니 조산사는 첫 아이라 당황해서 그렇지 최대한 집에 머무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산모들이 병원에 왔다가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그러고서 나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그때 이미 내가 전화를 받을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지비가 이야기했더니 그제서야 그럼 병원으로 오라고 하는 것이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미리 챙겨놓은 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집에서 병원까지 버스로 10~15분인데 새벽이라 집을 나선지 10분도 안되서 도착한 것 같다.  4시쯤 병원 birth center에 도착했으니 병원에 전화하고 고작 30분이 지났을 뿐인데 지비가 주차장에서 차를 가져오고, 차로 운전해 병원에 가고, 약간 복잡한 병원 건물 구조를 지나 birth center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조산사들을 만나기까지 그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조산사가 나를 보고 어떻냐고 물었는데, 마침 진통이 오던 타이밍이라 대답을 못했다.  그런 나를 보더니 대답을 듣지 않고도 때가 됐다고 판단했는지, 별다른 질문과 체크 없이 바로 birth center의 분만실로 안내했다.  


혈압을 체크하고 내 병원 기록을 체크하고 두 명의 조산사가 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birth plan를 미리 작성해둔 탓에 조산사들은 그걸 보고 나에게 질문없이 준비할 수 있었다.  분만실에서도 역시 침대에 앉지도 서지도 못했다.  한 명의 조산사가 서류를 체크하고, 풀에 물을 채우고 준비를 하는 동안 다른 한 명의 조산사는 내 옆에 붙어서 지비와 함께 나를 격려했다.  진통이 점점 심해오니 조산사는 내가 기댈 수 있는 커다른 쿠션과 매트가 있는 분만실 모서리로 안내했다.  힘들어도 침대에 눕기보다 서거나 무릎을 세워 선 자세를 권한다.  출산시 몸 안쪽 방향으로 약간 굽은 꼬리뼈가 움직이게 되는데 누워있는 경우 꼬리뼈가 움직일 수 없고, 아기도 중력과 반대 방향으로 나와야 하기 때문에 누운 자세를 권하지 않는다고 출산 전 교육에서 들었다.  내 경우는 교육뿐 아니라 요가 수업에서 강사가 분만에 도움되는 몇 가지 동작을 설명하면서 그 이야기를 반복해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무거워진 몸 때문에 무릎으로 선 자세가 장시간 계속되면 무릎에 상당히 부담이 온다.  사실 그런 이유 때문에 풀 분만을 선택하기도 했다.  진통 간격이 짧아져 진통의 길이가 진통 간 간격보다 길어졌을때쯤 체온과 비슷하게 준비된 풀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확실이 통증이 덜 느껴졌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쿠션에 기대어 있을 때 기력이 떨어질 것을 염려한 조산사가 가져온 비스켓이 있다면 먹기를 권했다.  영국에선 진통이 시작되면 음식을 먹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출산 가방을 준비할 때 비스켓 같은 간식거리를 준비하라고 한다.  분만시 기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때의 내 상태는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었다.  물로 입술만 겨우 축이고 있었더니 조산사가 급하게 당이 필요한 환자들이 먹는 것 같은 스위트를 들고 왔다.  억지로 한 알 입에 넣었지만 그걸 입 안에서 녹일 여력이 없어 5분만에 뱉어내고 말았다. 


온수가 주는 통증완화도 잠시뿐 진통 간 간격이 거의 없어졌을 때는 도움이 되지 않아 air & gas 같은 진통제를 부탁했다.  최대한 진통제 없이 견뎠다가 참을 수 없을 때 약한 수위의 진통제를 써야 끝까지 diamolphin이나 epidural 같은 수위의 진통제 없이 출산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사실 조산사가 아직은 안된다고 할까봐 겁도 났다.  그런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yes하면서  air & gas를 물려주었다.  나에게 air & gas로 호흡하는 법을 가르치면서 물 속에 넣지 않고 직접 잡으라고 했는데,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호흡기를 직접 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비가 풀 옆에 붙어 앉아 잡아주었다.

자연분만을 하되 최대한 약물 사용을 피하려고 한 이유는 그것이 좋기도 하지만, 약 반응에 민감한 체질이라 그렇게 하려던 이유도 있었다.  나의 경우는 가장 약한 수위의 진통제라고 할 수 있는 air & gas도 4~5번 정도 들이마시고 나면 얼굴이 얼떨떨해졌다.  조산사가 진통이 없을 땐 air & gas를 호흡기에서 떼고 태아를 위해 최대한 공기를 마시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잠시 얼굴이 얼떨떨해지고 구토감이 와도 air & gas를 7~8회 반복해서 들이마시지 않으면 안될 지경에 이르렀다.


가능하면 조산사의 지시대로, 그 동안 요가 수업에서 배운대로 호흡과 자세를 유지하려고 했다.   진통이 최고조에 이르고 자궁이 10cm정도 완전하게 열리면 push를 해야 한다고 했지만 그 때가 언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조산사는 아무런 지시를 하지 않았고 그저 격려만 했다. 힘을 줘야할까라고 물어보면 "그렇게 하고 싶으면 하라"면서 "몸을 따르라"고만.  어떻게 해야할지, 언제까 때인지 모르겠다고 (울부짖으면서) 말하니 "직접 손으로 자궁이 열렸는지 아기의 머리가 만져지는지 만져보라"고만.  그러면서 조산사는 물안에 거울 하나만 넣어두고 나와 거울만 지켜봤다.  계속해서 격려를 해주긴 했지만 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나 같이 유연성과 창의성이 없는 사람은 시키면 시키는대로 잘 할텐데.( i i)

힘을 주긴 하지만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할지 모를 때 그런 내 뒤로 지비에게 조그만 목소리로 설명해주는 이야기가 들렸다.  지금 아기가 힘을 줄 땐 내려왔다가 그렇지 않을 땐 올라간다고.  그런 시간이 오래되면 아기가 힘들어진다는 걸 알고 있어서 힘을 주어야겠다고 생각을 했는데 도저히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할지 몰랐다.  

☞ 이때 진통의 수위를 별점으로 매겨보자면 ★★★★☆


그러다 정말 고통이 별 네 개 반을 훌쩍 넘었을 때 어떻게 힘을 주어야 할지 감이 왔다.  별 다섯 개의 강도가 넘치는 진통과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아기 머리가 나왔다.  그때부터 조산사들은 격려가 아니라 더 힘을 주라고 지시했다.  아기가 머리만 나온채로 오래 있으면 아기와 나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기 머리가 나올때 만큼은 아니지만 결코 덜하지 않은 진통과 살이 찢어지는 고통과 함께 한 번 더 힘을 주었고 아기의 어깨가 빠져나오는 느낌이 들었다.  조산사들은 바쁘게 아기를 물속에서 잡고 다리 끝까지 빼냈다.  그리고 나를 풀에 기대게 하고 아기를 바로 내 가슴팍에 올려 놓았다.

조산사들이 다른 준비를 하는 2~3분 동안 아기가 내 가슴팍에서 스스로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때 내 가슴팍에 올려진 아기가 너무 작고 뜨거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옆에 고개를 돌려 지비를 보니 울고 있었다.






풀 안에서 아기를 안고 가진 2~3분의 시간은 나에게도 아기에게도 또 옆에서 고통을 함께 한 지비에게도 안정을 주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아기가 울긴 했지만 호흡이 안정됐을 때 조산사들은 탯줄을 자를 준비를 했고, 울던 지비는 웃으면서 탯줄을 잘랐다.  9월 18일 오전 8시 2분 그렇게 누리가 태어났다.( i i)





아기는 나와 떨어져 지비 품에 안겨졌다.  지비는 아기를 감싸 안고 분만실 의자에 앉았고, 나는 물 속에서 나와 타월을 뒤집어 쓰고 나머지 태반을 분만(?)했다.  태반이 달걀 흰부분 같지 않을까, 주머니 같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나는 태반을 분만하고 깜짝 놀랐다.  아기보다는 작지만 상당한 크기의 핏덩어리였다. 

영국에선 태반을 분만하는데도 주사를 맞고 빠르게 배출할 것인지, 자연적으로 배출할 것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주사제를 맞으면 20여분 안에 태반이 저절로 배출되고, 자연적인 방법으로 배출하면 길게는 한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다른 산모들은 어떤 선택을 하는지 모르지만 끝까지 자연적인 분만은 원했던 나는 자연적인 배출을 희망했다.  자연적인 태반 배출, 그건 힘을 줘야 하는 그야 말로 또 하나의 분만이었다.  영어로 아기도 태반도 분만하는 걸 delivery라고 한다.  이미 기력이 다 떨어진 나는 힘을 주기가 힘들었고, 조산사들이 낚시 의자 높이의 작은 의자를 들고 왔다.   하지만 아래는 뚫려 있다.  거기 앉아 태반을 분만했는데, 문제는 그러면서 피를 꽤 많이 흘렸다.  그때는 그게 문제인지 몰랐다.  그저 끝났다는 안도감.  비록 아프긴 해도.


나를 커다란 쿠션에 기대 눕게 하고서 조산사들이 피를 많이 흘려 의사에게 보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욱 분주해진 조산사들이 의사를 부르고, 의사가 와서 확인하고 나를 birth center에서 의사들이 관할하는 labour unit으로 옮겼고, 다시 수술실로 옮겼다.  birth center에서 다른 층의 labour unit으로 옮겨질 때 처음 휠체어에 앉았다.  그런데 분만실 문을 나서자 말자 조산사가 괜찮냐고 물었다.  어지럽고 구토할 것 같다고 했더니 휠체어로 옮기는 것이 어렵겠다며 다시 분만실로 돌아 들어가 침대로 올려져 labour unit으로 옮겨졌다.

추운 수술실에 누워서 당황하고 있으니 의사가 와서 설명을 해주었다.  찢어진 상처를 꿰매기도 해야하지만, 피를 1000ml 정도 흘려서 internal treatment가 필요할 수 있다고.  그런 경우 diamolphin이나 무통주사로 알려진 epidural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해주었다.  이미 아기를 놓은 상태이긴 하지만 강한 진통제의 부작용이나 더딘 회복을 피하기 위해, 또 아기를 위해 epidural의 사용을 피하려고 했던 것인데 결국 출산 후 사용하게 되서 마음이 좀 그랬다.

나를 처치하는 의사보다 좀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의사가 들어왔고, 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들은 설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피를 많이 흘렸고, 꿰매야 한다는.  다행히 그때도 epidural까지는 사용하지 않고 air & gas 만으로 견뎠다.  사실 입에 마스크가 안물려져 있었다면 epidural를 처치해달라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마취를 담당하는 사람으로 보이는 할아버지가 꼭 붙어서 손을 붙잡고는 끊임없이 진행상황을 설명해주고 격려를 해주었다.  그래도 아기를 낳을때도 소리를 안질렀는데 수술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는.( i i)

처치가 끝나고 의사는 자기 컨설턴트에게 보여야 한다고 했다.  처음 들어와 상황을 듣고 처치를 동의했던 의사가 들어와 확인하고 몇 번 더 꿰매야한다고 설명해주었다.  처지하는 의사도 상황을 설명해주었지만 시니어로 보이는 그 의사가 다시 한 번 확인 설명해주는 식이었다.

한 시간 정도 수술실에서 보냈나보다.  아기를 낳은 건 8시 2분이었는데 labour unit의 회복실로 간 건 10시가 넘은 시간이었으니까.  수술실에서 거의 처치가 끝날 즈음 조산사가 들어왔다.  아기가 우는데 우유를 주어야 할 것 같다고.  어떤 우유를 주겠냐고.  아파 누워도 "모유수유하고 싶다"고 했는데, 조산사는 "어려워 보인다"고 세 가지 브랜드 중에서 정하라고 했다.  "아무꺼나"라고 답했는데 내가 한 브랜드를 정할때까지 옆에서 묻는 집요함 때문에 조산사가 처음으로 언급한 우유 브랜드를 부르고 말았다.

병원에서 필요에 따라서 우유를 아기에게 제공한다.  세 가지 브랜드가 있는데 때마다 어떤 우유를 하겠냐고 물었다.  비록 협찬은 받지만, 선택만은 철저하게 환자에게 맡기는 것 같았다.  그러면 한국의 야쿠르트 병만한 크기의 우유와 일회용 누크 젖꼭지를 가져다주었다.


labour unit의 회복실에 도착하니 지비와 아기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기가 울고 있었는데 내 가슴위에 올려 놓으니 울음이 잦아들었다.



애초 4시간 정도 labour unit의 회복실에 머물다가 분만 후 회복실 겸 일반실인 maternity ward로 옮겨질꺼라고 설명해주었는데 그 두배인 8시간 정도를 회복실에 머물렀다.  그리고 저녁 6시가 되서야 maternity ward로 옮겨졌다.




영국에선 자연분만이면서 초산인 경우는 24시간 정도 maternity ward에 머물 수 있다.  두번째 출산은 6시간이라고 한다.( - -);; 그런데 대부분의 산모들은 그 24시간을 채우지 않고 귀가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아기를 놓은 날 병원에 머물러보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내가 maternity ward에 도착했을때 있던 산모들은 저녁 8시가 되자 가족들과 함께 모두 집으로 갔다.  그 이후에나 출산을 한듯 보이는 세 명의 산모가 차례로 들어와 나와 함께 밤을 보냈다.

일단 maternity ward는 4명 정도가 함께 쓰는데, 물론 커튼으로 공간이 분리되어 있다, 저녁 8시가 되면 가족이든 남편이든 함께 머물 수 없다.  아기와 산모만 머물게 된다.  영국은 한국처럼 신생아실에 아기를 격리 시키지 않고 아기에게 문제가 없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산모와 아기가 함께 있는다.  그런데 저녁 8시 이후엔 maternity ward에 산모와 아기만 머무르면서 산모가 아기를 다 챙겨야 한다.  이 대목이 꽤나 힘이 들었다.  내 경우는 꿰맨 후 소변을 빼내기 위해 소변관을 달고 있었고, 만일의 경우 수혈을 위해 왼손엔 수혈용 바늘을 꼽고 있었다.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왼손마져 쓰기가 힘들었다.  그런데도 아기 우유 주고, 기저귀 갈고, 울면 달래주는 것이 모두 내가 해야 하는 일이어서 힘이 들었다. 

birth center의 조산사나 labour unit의 스탭들과는 달리 maternity ward의 조산사들은 무서웠다.  침대 옆에 비치된 벨로 부르면 기저기를 갈기 위해 필요한 따듯한 물이나 아기에게 주기 위한 우유를 가져다는 주었지만 도와주는 법이 없었다.  입으로 시키고 눈으로 지켜볼 뿐.  아마 내가 강단이 눈꼽만큼이라도 덜 강했다면 울고 말았을꺼다.  밤에도 아침에도 지비에게 문자를 보내 면회가 가능한 9시에 땡하고 맞춰오라고 했다.  시간 맞춰 나타난 지비와 함께 maternity ward의 조산사들을 헐뜯으면서 언제 집에 갈 수 있을까 하고 기다렸다.  오는 사람마다 물어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  그저 내 혈액 수치가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이 되는대로 집에 갈 수 있을꺼라고 답해줄뿐.

labour unit에서도 maternity ward에서도 시간되면 밥을, 아니 끼니를 주긴 했지만 끼니가 샌드위치라 잘 넘어가지 않아서 나는 쥬스나 우유만 마셨다.  다행히 지비가 집에서 과일이나 음식을 가져와 배를 곯지는 않았다.  오후 3시 정도가 되서야 집에 가도 되겠다는 통보를 받고, 준비를 해서 7시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마침 병원에 찾아온 알렉산드라와 함께.


지금 뒤돌아 생각해보면 maternity ward의 무서운 조산사들이 다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도 같다.  사실 막 출산을 하고 아이를 돌보는게 쉽지는 않지만, 그런 시간이 있어 집에 돌아와서도 아는게 없지만 지비랑 얼렁뚱땅이지만 둘이서 우유 주고 기저귀 갈고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병실에서 보낸 다음날 조산사들은 내게 엄한 얼굴로 샤워 하라며 등떠밀었다.  차마 아파서라는 말은 못하고 "아기가 혼자라서"하면서 남편이 올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하니까 조산사가 돌볼테니 하라고 했다.  샤워실로 등떠밀면서 타월과 마터니티 패드가 있냐고 해서 "그래서 남편을 기다려야 한다"고 했더니 "우리가 다 줄테니 샤워를 하라"고 했다.  선택없이 물로만 씻어내리는 샤워를 했다.  사실 샤워를 했다기보다 따듯한 온수를 맞으며 잠시 서 있었다.  샤워실에서 나오니 조금 전 엄한 얼굴과는 전혀 다른 환한 표정으로 기분이 괜찮지 않냐고 물어왔다.  움직이는 게 힘들긴 했지만 기분이 나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집으로 돌아오고 거의 일주일이 흘렀다.  어떻게 시간이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흘렀다.  지비랑 나는 하루는 잠을 설치고, 다음날 하루는 그럭저럭 잠을 자고, 다시 다음날 하루는 잠을 설치면서 시간을 보내고 적응하고 있다.

2주간 휴가를 낸 지비가 다시 일터로 가게 되면 아기와 둘만의 시간에 다시 적응을 해야겠지만 그건 일주일 뒤에 가서 고민하고, 지금 당장은 누리 우유 주러 가야겠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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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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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horom Lee 2012.09.24 21: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축하드려요!!! 애기가 너무 예뻐요 :)

  2. Mijung 2012.09.25 09: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민양아 고생많았겠구나. 난 9월 6일에-예정일보다 일주일 앞서-낳았어^^ 자세한 얘긴 이메일로 하마. 축하하구. 몸조리 잘하렴.

    • 토닥s 2012.09.25 15: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 그랬구나. 메일에 늦은 답을 하긴 했는데 다시 답이 없어 네가 말한 것처럼 일찍 낳았구나 혼자 생각하고 있었다. 축하한다. 서로 축하하자. ;)
      나는 예정일보다 늦어질 것 같아서 네 생일에 맞춰 아기를 놓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지. 그런데 그렇게 늦지 않게, 남들이 보기엔(?) 수월하게 낳은 것 같아. 진통시작부터 분만까지 8시간이 안걸렸으니까.
      너도 몸조리 잘하고, 메일로 연락하자. 놀만에게 축하한다고 전해주렴. :)

  3. 2012.09.25 17:1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토닥s 2012.09.26 03: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희는 아기 얼굴을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찡하고 이상한 기분이 든답니다. 어른들이 이런 걸 철든다고 하시는지도 모르겠네요. 축하, 고맙습니다. :)

  4. 램블 2012.09.25 23: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보는 내내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긴장감이 돌았어요.
    그래도 누리와 토닥님 모두 건강하셔서 참 다행이에요.
    그리고 정말 축하드려요! ^^
    아기 너무 예뻐요. :)

    • 토닥s 2012.09.26 03:0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램블님, 고맙습니다. 사실 어제 꼬리곰탕용 소꼬리를 받아서 램블님 블로그에 갔었답니다. :D 꼬리곰탕 레시피는 못찾고 등갈비 보며 침만 흘리다 왔습니다.

  5. 프린시아 2012.09.26 00: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떻게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는 숭고한 과정이네요.
    축하드립니다.
    이쁜 누리 사진도 자주 보여주세요^^

    • 토닥s 2012.09.26 03: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진을 열심히 찍을 땐 '아 나도 가족이 있어야겠다'했는데 과연 열심히 찍게 될지는 의문이네요. ;) 고맙습니다.

  6. gyul 2012.09.26 0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앗!!! 축하드려요!!! 토닥님도 아가도 모두 건강하신거죠?
    아가가 너무 예뻐요... 야무진 입모양에 오똑한 코도...
    두분에게 앞으로의 하루하루가 더욱 새로울것같아요...
    아무쪼록 착하고 건강하게 아이가 잘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

    • 토닥s 2012.09.26 03: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오늘 아침 가만히 생각하니 아기가 태어나고 딱 일주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르겠더군요. 하루하루가 바쁘기보다 매순간이 바쁘지만 그래도 좋네요. 내가 늙어가는 건 잠시 잊고.(^ ^ );;

  7. 엄양 2012.09.26 09: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김서방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내줘서 무사히 이쁜 딸을 출산했다는걸 바로 알았는데..난 페이스북을 안해서 축하인사가 늦어버렸네.ㅋ엄마가 된걸 축하해,,거기다가 이쁜딸을 얻은걸 더욱 축하해~~ ^^*
    축하한다,,진정한 자연분만 하느라 고생많았다. 니 출산에 비하면 나는 참 편안한 환경에서 분만을 한거 같다,ㅋㅋ
    둘짼 그냥 한국에서 편안하게 낳아서 편안하게 조리원에서 산후조리 잘 해보는건 어때?

    지금은 누리가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아 자는 시간이 많을때이니..너두 컴은 많이 하지말고(눈 나빠진다), 아기 잘때 같이 자 두어라,,한두달이 지나면,,,자유시간은 사라지니...

    세식구가 된거 진심으로 축하하고 좋은엄마아빠가 되길~~~

    • 토닥s 2012.09.26 16: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둘째는 없을꺼야. 예전엔 막연한 가족계획일 뿐이었는데 출산을 하고선 마음 굳히게 됐다. 그 고통을 알고도 둘 이상 낳는 여성들에 대한 무한한 존경심과 함께.
      사람들이 그 생각이 바뀐다고들 하는데 글쎄 지금으로선. ;)
      어쨌든 늘 마음 써주어 고마워. 김서방님에게도 그렇고. 그나저나 네가 딸이 하나 있어야는데. ;D

  8. 엄양 2012.09.27 09: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가 두세살쯤되어 엄마 아빠말하면서 이쁜짓 하면,,,그 생각은 쉽게 바뀔것이다,,,그리고,,둘째출산은 첫번째보다는 다들 쉽게 하는편이라,,,크게 걱정은 안해도 될거야,,한국에서 한다면 더 쉬울테고,ㅋㅋㅋ지금은 당근 다음번 생각은 하기도 싫을 상황이고,,,나두 그랬으니...ㅋㅋ근데 희안하게도 두돌이 지나니..다 잊게 되더라,ㅋㅋ
    글고 난 딸생각 접었다,,,두 아들녀석만으로도 벅차다 ^^;;;;; 나두 얼렁 이녀석들 키워놓고, 내인생 살련다(생각해보면 나도 울 엄마한테는 좋은 딸이 아님으로, 내딸고 그렇지 싶다,ㅋㅋㅋ)

    오늘도 즐 육아~~~

    • 토닥s 2012.09.27 14: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래, 시간이 지나면 잊어진다고들 하더라만. 무통분만주사의 망각효과 아닐까? (>.< )
      고통도 고통이지만 우리는 단 둘이 잠시라도 도움청해 손내밀 곳 없는 살다보니 하나도 벅차지 싶다. 임신기간을 지나보니 그렇더라고. 앞으로 펼쳐질(?) 육아는 오죽하겠니.
      그래 딸이 또 다른 맛(?)이 있겠지만, 아들 둘 우리언니는 또 아들 날까봐 겁나서 중단한다더라. 아들이나 딸이나 잘 기르면 되지. 그럼그럼. :)

  9. 엄양 2012.09.28 14: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쏭과 함께 뭔가 축하선물로 보내주고 싶은데...뭐가 좋을지 ,,어떻게 보낼지가 고민이다,,

    필요한거나 선물받고 싶은거 없나?

    • 토닥s 2012.09.28 16: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구, 됐다. 배보다 배꼽(배송료)이 크다. 지금은 마음만 고맙게 받을께. :)
      다음에 누리보면 그때 꼭! 받으마. 너네가 런던으로 오던지, 내가 한국으로 가던지. :)

어제 지비와 함께 출산준비교육Birth Preparation Session에를 다녀왔다.  한달 전에 예약하고 간 교육.  나도 나지만 지비에게 꼭 필요한 교육이라는 생각에 Women only가 아닌 동반자와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을 신청했다.  물론 병원에서 주관하고 무료다.  5시에 시작하는 교육에 나도 늦고, 지비도 늦어 둘이서 헐레벌떡 교육장에 들어서니 사람이 가득.  강의실 형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둥그렇게 둘러 앉아 진행하는 교육이었다.  우리가 들어섰을 때 마침 자기소개가 돌아가기 시작하는 중이었다.


여성들은 이름과 임신 몇 주인지, 그리고 교육을 통해서 알고 싶은 뭔지로 자기소개를 했고, 남성들은 그냥 간단하게 이름만 말하고 말았다.  30주 이상의 임신부들이 대부분이었는데 그 소개를 들으면서 놀랐던 것은 절반에 가까운 사람들이 태어날 아기의 성별을 모른다고 했다.  점점 성별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진다고 듣기는 했지만, 아직도 이곳은 성별에 그렇게 큰 의미를 두지 않거나 임신 과정 자체를 놀라운 과정으로 즐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에 참가한 인원은 총 23명.  임신부 12명과 동반자 11명.  10쌍의 남녀 커플이 있었고, 한 흑인 여성은 어머니와 왔으며, 한 무슬림 여성은 혼자 왔다.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예약이 인원 초과로 되었다고 교육을 맡은 미드와이프가 설명했다.  교육에 참가한 사람들을 교육 중에 훔쳐보면서 그 공간이 '참 영국의 축소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0쌍의 커플 중 한 커플은 젊은 인도인 커플이었다.  말투로 봐서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커플 같아 보였다.  그리고 2명의 임신부는 뚜렷한 동유럽 말투를 가지고 있었다.  그녀들의 동반자들이 동유럽인인지는 모르겠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3명의 아시아인, 이곳에서는 far eastern으로 분류되는, 임신부가 있었다.  보통 이곳에서 아시아인이라는 말은 인도인과 아랍인들이다.  far eastern은 일본에서 태국정도까지가 되겠다.  물론 이 3명의 아시아인의 동반자들은 최소한 유럽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이 3명의 아시아인 중 한 임신부는 걸음이 불편한 장애인이었다.  그리고 한 명의 무슬림 여성, 한 명의 흑인 여성.  35~40%의 임신부가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셈이다.  그리고 미드와이프는 스페인사람.  영국의 인구구성비를 보여주는 축소판 같았다.


교육은 10분의 중간 휴식을 포함한 3시간으로 진행됐다.  미드와이프의 말에 의하면 몇 년 전까지는 교육이 6시간이었는데, 예산 삭감으로 2시간으로 줄였다고 한다.  하지만 교육을 진행해본 경과 2시간은 어림도 없는 시간이라는 것이 반영되 얼마전부터 3시간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 3시간도 정말 빠듯했다.  미드와이프가 쉬지 않고 설명해도 3시간을 넘겨 교육을 마쳤고, 이런저런 질문이 오가면서 3시간 반쯤이 되서야 교육이 마무리 됐다.



교육의 내용은 출산의 과정, 진통에서부터 병원도착-출산-회복-귀가-미드와이프의 가정방문을 설명해주었다.  물론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설명한 부분은 진통과 출산이다.  어느 정도의 진통이 오면 병원에 와야하는지, 절대로 911로 전화하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병원에 도착해서부터 출산까지 과정, 인형까지 동원해 너무 디테일했다, 사용되는 진통수단들에 관해서 설명해줬다.  이 부분은 몇몇 임신부들이 궁금해했던 부분이기도 했다.  초기 진통에는 tens라는 전기파장기가 도움이 된다고도 했다.  하지만 이건 병원에서 제공하지 않으므로 본인이 구입하거나 대여해야한다고 설명해줬다.  그 다음엔 air&gas-diamorphine-epidural순으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각각의 단점과 장점, 그리고 생길 수 있는 부작용, 어지럼증이나 구토,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었다.  이곳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로 사용되는 epidural이 문맥상 한국에서 사용되는 무통분만주사 같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이 주사를 맞는 사람이 20%미만이고, 이 주사는 미드와이프의 권한 밖이라 이 진통완화수단을 선택할 경우는 의사의 권한으로 출산이 진행된다고 설명해주었다. 

참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미드와이프는 진통은 사람마다 다르지만, 약을 대체하여 통증을 완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 중에 한 가지가 워터풀이었다.  


임신부 요가를 시작할 때 요가 강사가 물었다.  "아기를 어디서 낳을꺼냐"고.  병원에서라고 답했더니 "왜?"라고 되물어 왔다.  "병원, 집 말고 다른 옵션이 있냐"고 했더니 "birth centre가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각종 브로셔에서 그 birth centre를 보기는 했지만 나로써는 이해가 안가는 개념이었다.  그렇노라고 답했더니 요가 강사가 자세하게 설명해주었다.  집은 집이고, 병원에도 birth centre와 labour ward/unit이 있다고 한다.  birth centre의 경우는 미드와이프의 주도로 비교적 자연적인 분만이 진행되는 곳이고 labour unit의 경우는 의료진의 주도로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한 경우 분만이 진행되는 곳이라고 했다.  물론 요가 강사는 birth centre에서 분만을 진행하다 epidural과 같은 진통제가 필요하거나 보다 의료적인 처치가 필요하면 labour unit으로 옮겨 갈 수 있다고 설명해줬다.  한국의 분만실이 labour unit이 아닐까 싶다.

오늘 요가 수업에 갔다가 어제 출산준비교육에 갔었다 하니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워터풀 분만을 추천했다.  워터풀 분만은 birth centre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적인 분만 방법이다.  요가 강사의 경우는 분만 자체를 워터풀에서 하지는 않았지만, 진통이 올때 워터풀에서 진통을 완화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비도 오늘 출근해서 얼마전 출산휴가에서 돌아온 동료와 어제 출산준비교육에 갔던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한다.  그 동료가 워터풀에서 분만을 했는데 권하더라고 우리도 고려해보잖다.

사실 병원에서 워터풀 분만 사진을 보기는 했는데 낯설기도 하고 더 추울 것도 같아서 고려하지 않았는데 '급고려 대상'이 됐다.  덜 아프다잖아. ( ' ');;


어제 이야기 들었던 내용들은 병원을 오가면서 집어와 보게된 각종 브로셔에서 봤던 개념들이었다.  하지만 각각의 개념들로 정리되지 않고 있었는데 교육을 통해서 출산의 과정에 따라 순차적으로 이해하게 됐다. 

무엇보다 지비가 진통에서부터 귀가까지 모든 과정을 듣고 이해할 수 있게 되서 좋았다.  미드와이프는 진통을 완하하고 분만을 촉진하는데 엔돌핀과 옥시토신 분비가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이들의 분비를 통해 동반자들이 옆에서 해야할 것들이 많다고 했다.  그 첫번째가 'be there'이었다.  절대로 도망가지 말라고.  격려와 맛사지, 탯줄 자르기 등 의외로 해야할 일들이 많다고 하면서 끊임없이 '뭘 도와줄까?'라고 물어보라고 했다.  나는 이 대목을 들으면서 아마 나는 '묻지말고 나를 좀 내버려둬'라고 답할 것 같다고 혼자서 생각했다.  가끔 그럴때가 있지 않나.  몸이 불편하면 옆에와서 말거는 것도 싫고, 대답하기도 힘들 때.  하여간 출산은 성격의 바닥이 드러나는 순간이 될 것 같다.



초음파 사진의 아기보다 더 지비를 닮은 교육 도우미 인형.  집에 오는 길에 탯줄을 직접 자를꺼냐고 물어보니 "탯줄 안에 핏줄이 있을텐데 피가 분수처럼 솟아오르면 어쩌냐"고 걱정하는 지비.  "네가 일본만화를 너무 봤구나.  출산은 일본만화가 아니야"라고 답해줬다. 

미드와이프 말에 의하면 동반자들이 처음부터 탯줄을 자르겠다고 하는 사람은 얼마 없단다.  그런데 두번째 물어보면 거의 대부분의 동반자들이 직접 자르겠다고 한단다.  영국에서의 분만은 동반자와 함께 하면서 자연적인 분만을 유도하는 것이 좋아보인다.

뭐 그렇다고 영국의 시스템이 다 좋다는 건 아니다.  분만에 문제가 없다면 초산이어도 24시간 정도만 병원에 머무를 수 있다.  제왕절개인 경우 2~3일, 아기의 상태에 문제가 있다면 더 머무르기도 한다.  분만과 동시에 모든 관심과 기준은 산모에게서 아기의 상태로 옮아 가는셈이다.


전체적으로 출산준비교육은 유용했지만, 앉는 의자가 너무 불편해서 견디기 힘든 3시간이었다.  교육이 끝나고 평가지에 그 대목을 썼다.  '교육은 유용했으나 의자는 불편했다'고.  그런 디테일까지 좀 신경써주면 안되나?

일단 출산준비교육은 완료.  물론 그렇다고 출산준비가 완료됐다는 것은 아니지만.  출산이 임박해서 있을 모유수유교육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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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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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ini 2012.07.20 11: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내가 문화센터에서 첫아이를 낳기전에 들었던 수업엔 요가 매트리스가 깔려있어서 배우자에게 기대어(부른배때문에) 편하게 수업을 들어서 선생님의 배려가 너무 좋았던것같아. 수업도 분만 절차뿐 아니라 호흡법 역아방지법 등등 아주 디테일한 수업을 몇주에 걸쳐 들었던 것도 좋았어. 나라에서 책임져 주지 않는대신 잘나가는 산부인과 병원들과 문화센터들이 그 역할을 대신해 주고있지..

    • 토닥s 2012.07.20 16: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임신 초기에 병원에서 제공하는 임신관련교육, 요가 및 건강 교육 등이 분리되어 있긴하더라만 나는 건너뛰었지. 그 외에도 National Childbirth Trust라고 parenting charity가 있긴한데, 거기서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지만 가격이 꽤 다양하고 비싸. 시간당 10파운드에서 70파운드까지.
      꼭 필요한 기본적인 정보는 주는 의료시스템을 (믿고) 의지하려고. 사실 정보라는 게 '현실'로 닥쳐오면 소용이 있을까 싶기도 해.

  2. 엄양 2012.07.23 16: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나는 두아들을 가족분만으로 낳았다,,김서방은 탯줄자르기 당연히 아빠가 하는거라고 실천해줬고,,,탯줄양쪽 집게로 집어 혈액이 통하지 않게 한후 그 사이를 자른다,,그래서 액체들이 튀진 않아,ㅋㅋ 진통은 복식호흡만 안까먹어도 다행인거고,,모유수유는 정말 인내심이 필요해~~~출산은 하루면 끝나지만,,모유수유는 최소 육개월에서 일년은 해야하니까,,,
    쉬운게 없다,,,그중에서 젤 쉬운게 출산이지 싶다, ㅋㅎㅎ

    • 토닥s 2012.07.23 21: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출산 과정에 대해 시간이 가까이 다가올 수록 공포심만 커지고 있다. 그래서 지비는 차라리 날더러 책을 보지말라고 하는데, 그런데 그게 병원에서 영어니까 알아는 들어야 하니까 단어라도 익히자는 마음으로 들여다보지.
      여긴 모유수유는 한국보다 많이 권하는 것 같지만, 주변에 물어보면 또 그렇게 오래한 사람이 없더라고.
      하여간 모든 것들이 닥쳐봐야 될 것 같아. 이런게 내 성격에 너무 안맞아, '준비할 수 없는 것'과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 으으..

  3. 엄양 2012.07.27 10: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떡하냐,,,아이를 키우면,,,내맘대로 할수 있는게 하나도 없더라,,내경우엔...자고싶을때 잘수 없는게 젤 큰 고통이며, 커피한잔 여유있게 마실 경황도 없고,화장실 가는것도 아기상황 봐서 가야하고,,,
    겁주려는건 아니고^^;;
    이후 3년정도는 내 인생은 내려놓고 매일 매일 인내심테스트에 임하는 자세로~~~마음을 먹는다면,,,좀더 쉬울수도,, 니말대로 계획할수도 없고 계획대로 되지도 않는 3년일것임으로,,
    처음 출산할땐 공포가 있긴하더라,,,출산후기같은거 읽어보면,,,대략적으로 진행 순서나 느낌 뭐 그런걸 대리경험할수 있어서 정작 출산땐 공포가 덜하더라,,,(사실 진통오면 아무것도 생각안나더라 ㅋㅋㅋ)
    친구야~~ 홧팅~~~

    • 토닥s 2012.07.27 17: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진통이 와서 병원가기 전에 출산계획Birth plan이라는 걸 작성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뭐 어디서 출산할껀지, 누구랑 할껀지, 진통제는 뭘 쓸껀지, 탯줄은 누가 자르는지, 학생 참관은 가능한지 그런 질문서들이 있는데 어떤 병원에선 병원에 도착하면 물어본다고 하더라만, 나에게 출산에 관련된 정보를 주는 요가 강사는 가면 정신없다고 집에서 작성해서 가야한다고 그러더라.
      여기가 영국이다보니 출산후기를 통해 대리경험하는 것도 한계가 있는 것 같아. 한국과는 많이 다르고, 또 이곳사람들은 한국사람과도 달라 (사람들 말로는) 쉽게 놓는다고들 하더라. 뭐 부딪혀보는 것 외엔 답이 없네. 그래도 아직까진 순조롭게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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