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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일기/2014년

[etc.] 발렌타인데이, 사랑의 대화 같은 건 없다.

by 토닥s 2014. 2. 17.

발렌타인데이 전날 지비가 어쩔꺼냐고 물었다.  어쩌긴 어째, 집에서 밥 먹어야지.  지비는 외식이라도 할까 생각을 했나본데, 걸어서 15분만 가면 각종 레스토랑이 있는 하이스트릿이긴 해도 저녁에 애 데리고 나가서 밥 먹는 건 아직은 모험이다.  한국서도 리스트에 올려둔 식당에 가서는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게 먹었던 터라 그런 걸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냥 보통과 다름없이 보내겠다 했다. 


그래도 나름 특식을 찾아 낮에 장을 보러 나갔는데, 사실은 누리의 우유를 사러 간김에, 딱히 손에 잡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며칠 전 우편함에 들어온 피자X에서 피자를 '처음으로(!)' 시켜보기로 했다.  영국에서 배달음식은 딱히 땡기지 않지만, 한국에서 먹었던 피자X과 미스X피자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터라 시켜봤다.  우습지만, 한국에 가면 꼭 피자를 먹는다.


30파운드 이상 시키면 40%를 할인해준다길래 사이드까지해서 30파운드 꽉 채워서 주문했다.  30분만에 배달원이 덜렁(!) 던져주고간 음식.  오토바이에서 내리기 싫었던 배달원이 내려와서 음식 받아가라길래, "장난하심?"하고 목소리를 높였더니 씩씩거리고 올라와 휙 던져주고 갔다.  배 안고팠으면 당장 환불했다.




근데 이게 뭔가.  한국에서 먹었던 윤기 좌르르 피자의 여운을 싹둑 잘라버렸다.  며칠전에 만든 피자를 데워다 가져다 준 것 마냥 마른 피자와 사이드들.  그냥 '절대로 시켜먹지 말자'는 교훈으로 삼기로 했다.  참으로 교훈적인 발렌타인데이가 아닐 수 없다.



그 와중에 한 입 먹어보겠다고 달려든 누리.  물론 자기 저녁은 일찍이 잡수신 후에.  밥 먹고 난 뒤에 주니 후식과 혼돈을 한 건지 피자를 쭉쭉 빨아먹던 누리.



우리 사이 사랑의 대화 같은 건 없다.


배달음식에 관한 교훈 하나 마음에 담고 지비와 나는 하루 종일 각자 검색한 내용들과 각자의 의견을 나눴다.  차에 관해서.  마시는 차 말고 타는 차.



그리고 누리를 재우고 후식으로 도넛을 먹으며 대화를 나눴다.  또 차에 관해서.


올해 안에 2~5년 정도된 중고차를 사자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컴팩트 카.  그러니까 경차.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그리고 우리가 필요한 차는 그 정도였다.  이런저런 검색 끝에 이미 도요타의 아이고라는 모델을 사겠다고 정했다, 한국 가기 전에.  한국에서도, 돌아와서도 틈틈이 중고차를 검색하던 지비.  자동 기어를 사자고 졸라대던 나.   어쩌다가 할부이자 0%라는 도요타의 광고를 보고 새차를 사볼까? 하다가 새차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중고차를 사려던 예산, 애초 예산의 두 배가 되었다.  그러다가 하이브리드는 어떨까? 하고 생각했다.  일본여행에서 도요타의 아쿠아라는 하이브리드를 탔는데, 연비에 감탄했다.  6일 동안 여행하면서 800키로미터쯤 달렸고, 7천 엔 정도 주유비를 썼다.  약 7만원.  마음이 51%쯤 기운 우리는  생산적인 대화로 발렌타인데이를 마무리하고 바로 다음날 오전 매장에 갔다.





그리고 우리들의 생산적인 대화가 끝난지 12시간 쯤 지났을 무렵 빨간색 하이브리드 소형차 계약서에 싸인했다.


그냥 한 번 실물을 보려고 간 것이었는데, 그렇게 됐다.  둘이서 버스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벌벌 떨었다.  잘한 거 맞지, 맞지 하면서 서로에게 확신을 주려고 노력했지만 떨리는 일이었다.  중고차를 사겠다는 계획에서 이렇게 일이 커졌으니.  그래도 잘한 걸꺼야, 그래야지 암..


이건 덤.


차 구경을 갔던 우리는 가기 전에 필요한 질문들을 적어갔다.  꽤 구체적인 질문들이었던지, 그래서 우리가 차를 살 것 마냥 보였던지 직원은 점점 큰 폭의 할인을 제시했고 시험운전도 권했다.  지비가 시험운전을 하러 간 사이 나는 누리와 함께 매장에서 시간을 보냈다.  차라는 게 5분 둘러보고 사는 물건이 나니니,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는데도 정말 긴 시간이 걸렸다, 우리 같이 애를 데리고 온 사람을 위해서 아이들 공간이 있었다.   모니터에 Cbeebies라는 유아채널을 켜놓은 것이 다였지만, 옆엔 게임기도 있었다, 그게 없었으면 어쨌을까 싶다.





가끔 이런 배려에 놀라고, 그렇지 않은 한국이 아쉽다.

댓글8

  • BlogIcon juley 2014.02.21 02:43

    일본에서 어떻게 운전을 하셨지하는 마음이 들었는데, 아 맞다. 영국도 일본도 마찬가지로 우측운전이지요. 차 사신 거 축하드려요! 차를 사면 확실히 행동 반경이 넓어지는 것 같아요. 물론 그 만큼 돈이 많이 들지만... 미국은 대도시가 아니고서는 차가 없으면 아예 생활이 불가능해서 가끔 대중교통이 발달된 한국이 참 그립더라고요.참, 영국에서도 피자배달을 시키면 팁을 줘야 하나요?
    답글

    • BlogIcon 토닥s 2014.02.21 08:40 신고

      저희는 아기가 생기고 차를 처분했어요. 아기를 병원에서 데려오고 바로. 당분간은 어린 애 데리고 여행할 일도 없을 것 같었고 오래된 차라 유지보수비가 해마다 많이 들어서요. 또 주택가이긴해도 런던 안팎으로 여행하는덴 별 어려움이 없기도 해서요. 그런데 여행할 때가 늘 아쉽고, 제 이동반경이 좀 넓어졌음 하는 바램이 있어 구입하게 됐죠. 미국은 주유비 부담이 적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한국이나 여긴 그걸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하이브리드 차의 연비가 무척 경제적이라 마음에 들었죠. 저희가 산차는 리터당 연비가 31km고 일본에서 탄 차는 39km였어요. 한국의 경차가 그 절반 수준임을 생각한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아! 배달도 팁을 주나요? 미국에선 서빙하는 사람들이 팁으로 먹고 산다는 이야긴 들었지만 그 정도일 줄이야. 여긴 그렇지 않아요. 미국도 최저임금을 높이고, 서빙 노동자도 물론, 그 임금만큼 확실히 주도록 보장하되 또 그만큼 세(금)수원을 늘리는게 답일 것 같은데. 큰 만큼 고칭 것도 많은 나라네요, 의료도 그렇지만.

    • BlogIcon juley 2014.02.25 19:45

      미국에서 피자 배달을 할 때 자기 차로 배달을 해요. 기름 값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팁을 꼭 줘야한다고 하더라고요;;

    • BlogIcon 토닥s 2014.02.26 13:18 신고

      역시 미국은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군요. 아님 차와 연료비가 싸서 그런가. ' ')a

  • 2014.02.22 16:48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14.02.22 22:40 신고

      여기선 참 애정없는 음식이 피자인데, 한국에선 왠지 정성들인 음식이 피자 같아요.ㅋㅋ 한국 피자 맛있어요.

  • BlogIcon 프린시아 2014.02.25 07:00 신고

    연비가 상당히 좋은 차군요 ㅎㅎ

    이거이거 늦었지만 차 사신 거 축하드립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14.02.26 13:21 신고

      하이브리드는 2년만 몰면 초기비용(일반차량보다 추가되는 비용)을 상쇄시킨다는 언니의 말을 믿고 (?) 질렀습니다. 잘한 건지 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