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에서 언급했지만 한 열흘 감기를 심하게 했다.  아프니 음식을 해 먹을 기운도 없었지만, 딱히 먹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집에 먹을 것도 없었다.  밥만 겨우해서 인스턴트 북어국, 인스턴트 미역국 번갈아 먹었다.  지비 누리는 폴란드 만두인 피로기를 먹기도하고, 나가서 샌드위치나 크레페를 사먹기도 하고.  누워 있던 어느날 어느 블로그에서 쇠고기무국을 보고 확.. 꽂혔다. 
누워서 언제 장을 봐서 쇠고기무국을 끓여볼까 생각하며 조리법도 찾아봤다.  내가 기억하는 쇠고기무국과 가장 모양이 비슷하고, 비교적 간단한 재료와 조리법이 나와 있는 것을 따라 만들어봤다.  아파서 누워 있는 동안 빵, 우유, 과일만 지비가 사다날라서 냉장고가 텅비어 있었다.  일어서서 다닐만한 기력이 생기자말자 마트에가서 쇠고기안심 두 조각이랑 무를 사와서 바로 만들었다.  열흘만에 처음으로 저녁해먹고, 누리를 재워놓고 만들었다.  다 만들고나니 밤 11시.

참고한 조리법 http://www.10000recipe.com/link.html?seq=6880161


숙주도 넣었고 멸치 육수로 끓였다.  그런데 맑은 국물에 칼칼한 기억속의 쇠고기무국과는 달리 국물도 뿌옇고(?) 시원한 맛이 없었다.  아무래도 무가 단단한 한국무가 아닌 여기서 mooli라고 하는 가늘고 물렁한 무라서 그런게 아닐까 싶다.  양념을 내가 너무 소심하게 쓴 게 이유일 수도 있고.  처음으로 끓여본 쇠고기무국의 맛은 무맛 - 아무런 맛이 없었다.  맛이 나쁜게 아니라 맛이 존재하지 않았다.  역시 나는 한국 국/찌개는 안되는 것인가.ㅠㅠ

+

이번에 아플 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평소 한국음식만 고집하지 않는데, 아프니까 여기 음식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는 생각.  이게 나이가 든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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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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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2.25 15: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픈 몸 이끌고 장봐와서 끓이셨을 텐데 에고 ㅠㅠㅠ
    제가 사용한 무도 말랑말랑한 무인데... 맛이 괜찮았거든요 ㅠㅠ
    레시피에는 얼큰소고기무국으로 나오는데 고춧가루를 빼고 양념을 하신건가요?
    다진마늘이랑 국간장도 잘 추가하셨다면 아마 소금간이 부족했나 싶기도 하네요 ㅜ_ㅜ
    전 간이 맞지 않으면 맞을 때까지 계속 온갖 양념 추가하는 편이라... 양이 많이 불어나더라도 간은 꼭 맞춘답니다

    • BlogIcon 토닥s 2019.02.26 17: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실 국간장이 없답니다. 누군가 국물요리는 국간장과 육수가 핵심이라고요. 저는 국간장을 샀다가 워낙 쓸 일이 없으니 몇 년만에 보니 자연증발(?)하여 바닥에 소금결정만 남았더군요. 쇠고기무국 덕분에 또 안쓰는 국간장을 사야하나요?ㅎㅎ

    •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2.27 09: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엇 저도 국간장이 없어서 진간장으로 했어요. 여기서는 국간장을 구할 수가 없어서요...
      진간장으로도 맛 낼 수 있답니다! 다음 번에 컨디션 좋아지시면 다시 도전해보세요 ㅠㅠ 한 번 해보면 어렵지 않아서 괜찮을 거에요! 아플 땐 뜨끈한 국물이 최고지만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요

    • BlogIcon 토닥s 2019.02.27 10: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오.. 그럼 펭귄님은 절대미각! 저는 초등입맛이랍니다. 쇠고기무국은 슬며시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사둔 무 반토막과 고기 때문에 다시 도전해보겠습니다. (주먹 불끈!)

  2. 유리핀 2019.02.26 16: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만개의 레시피에 나온 국 끓이는 법이 안보여서;; 제가 하는 방식을 말씀드릴게요.
    재료는 국거리용 쇠고기(주로 양지). 무. 마늘. 고춧가루. 콩나물. 대파. 국간장. 소금.
    1. 쇠고기 국거리를 작은 주사위 모양으로 자른다(혹은 잘린 것을 산다). 흐르는 물에 핏물을 씻는다. 이렇게 하면 국이 맑고 거품이 덜 생긴다.
    2. 무는 나박나박하게 썰거나 비져둔다. 마늘은 다지고 대파는 어슷썬다.
    3. 냄비를 중불에 올려 약간 달군 뒤 무와 쇠고기를 넣고 볶는다. 기름은 따로 넣지 않고 고기의 기름으로 볶는다. 칼칼하게 끓이고 싶으면 볶다가 고춧가루 두숟갈 정도를 넣어 재료와 어우러지게 다시 볶는다.
    4. 고기가 어느정도 익고 무에 고깃물이 베면 물을 재료가 잠길 정도로 자작하게 붓고 끓인다. 이렇게 물을 적게 붓고 애벌로 끓이면 맛이 빠르고 진하게 우러난다. 국물이 우러나고 난 다음 다시 분량의 물을 붓고 끓인다. 국 위에 뜨는 거품과 기름기를 걷으면 국이 맑아지고 맛도 더 깔끔하다. 수저로 떠내는 것보다 자루달린 거름망으로 걷는 게 편하다.
    5. 국이 다 끓으면 콩나물을 넣고 국간장을 한숟갈 넣어 향을 낸 뒤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한다. 다진 마늘과 파를 넣는다. 더 시원한 맛에 깨끗한 국물을 바란다면 마늘은 빼고 파를 더 넣는다.
    6. 먹을 때 후추를 약간 뿌려 먹어도 좋다.

    몸이 불편하면 확실히 입에 익숙한 음식이 그리워지죠. 아프지 말아요.

    • BlogIcon 토닥s 2019.02.26 17: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양지 부위를 구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아보이네. 부드러워야 좋을 것 같아서 안심을 샀더니 좀 텁텁한 기분.

      아.. 내가 없는 국간장이 핵심이구먼.ㅠㅠ

      인터넷이 없다면 난 뭐해먹고 살았을까.

    • 유리핀 2019.02.27 03: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안심은 연하고 기름기가 없어 국 끓이기에는 별로 안어울려요. 오래 끓일수록 맛있는 좀 질긴 부위가 좋죠. 거기 음식으론 스튜에 넣을거라고 하면 적당한 고기를 권하지 않을까 싶은데...
      인터넷은 여러 사람을 문자 그대로 먹여 살리죠. 저도 매번 열심히 들여다보며 반찬하는걸요.

    • BlogIcon 토닥s 2019.02.27 09: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여기 고기 부위 이름을 잘 모르겠더라고. 몇 번 찾아본적이 있는데 미국서 부르는 부위랑 좀 달라. 그러니 한국-미국-영국 3개국 소부위 이름을 그림으로 보고 연구해야해. 영어로 찾아보면 스튜용은 shoulder, leg, bottom 정도로 찾아지는데, 목살 사태 그런 부위가 아닐까 싶네. 그런데 영국서는 또 다르게 부른다. ㅠㅠ. 언제 고기 부위연구를 좀 해야겠다.

    • 유리핀 2019.02.27 11: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양지머리가 앞다리와 갈비 사이 부위니까... 목심과 갈비 사이, 그렇게 치면 leg일까요? 어깻살도 괜찮아요. 핵심은 결합조직이 많아 질기고 육향이 강한 근육부위가 오래 끓일 때 감칠맛이 돌아 탕, 국용으로 좋다는거니까요 ^^ 우리나라가 육고기를 세분해서 정형해 먹더라고요. 확실히 서양에선 이렇게 복잡한 이름으로 부르진 않는 듯.

    • BlogIcon 토닥s 2019.03.01 10:4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나는 고기는 부드러워야 다 좋은 줄 알았지. 그래서 안심으로.ㅎㅎ

  3. BlogIcon 후미카와 2019.02.27 02: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릴때 먹던 음식이 당길거에요. 무리해서 아플때는 정말 약보다 음식이 치유가 되죠 ^^

    • BlogIcon 토닥s 2019.02.27 10: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국물맛을 모르는 초등입맛인데요. 요즘들어서는 국물에 좋아지는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합니다. 워낙 이쪽엔 (맑은)국물 음식이 없기도 하고요.

      그럼요, 요즘은 '밥심(밥힘)'을 절절히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