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음식은 아주 까다로운 재료나 방법을 쓰지 않는 이상 이제 대충은 해먹을 수 있게 됐다.  그래봐야 파스타나 스프 같은 것들이지만.   한국 음식들이 레시피가 잘 정리된 것처럼 이곳 음식들도 그렇다.  특이한 점이라면 나는 이곳 음식(일명 양식)을 하면서도 한국사람들이 올린 레시피를 보고, 영어로 된 레시피를 같이 본다. 
키쉬를 구우면서 한국 사람이 만든 몇 개의 레시피와 이곳 레시피 몇 개를 본다.  한국 사람들은 사진으로 과정을 정성스레 올려서 전반적인 과정을 이해하기 쉽다.  여기는 모든 조리괴정이 1~7개 정도의 문장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한국 레시피는 현지 재료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한국화된 재료를 많이 쓴다.  여기 레시피를 보면서 그런 부분을 보충한다.  한국 고기 양념은 매번 맛이 다르긴해도 이제 적당히 해먹고는 사는데 나는 사람들이 쉽다는 기본 국과 찌개를 못끓인다.  심지어 된장국 마저도 나는 일본 인스턴트 미소를 사먹는다.  왜 시도를 안해봤겠나.  한 번은 짜고, 한 번은 싱겁고를 반복하며 포기하면 한 1~2년 된장이 냉장고에 고스란히 있다가 버려지곤 했다. 
누군가 한국 국의 핵심은 육수와 국간장이라길래, 멸치+다시다 육수도 만들어보고 국간장도 사서 써봤지만 달라지는 게 없었다.  한 5년 안쓴 국간장을 버리려고 봤더니 국간장은 자연증발하고(뚜껑이 닫혀 있었는데!) 바닥에 소금결정체만 남아 있었다.
나만 아침을 밥으로 먹으면 어떨까 생각도 해봤는데 밥과 빵을 따로 챙길 여력이 없을 것 같아서 생각만으로 그쳤다.  한 동안 바빠서(그리고 한 동안은 아파서) 혼자 있을 때 밥과 인스턴트 국으로 끼니를 해결하니 너무 간단해서 좋았다. 그래서 국에 대한 열망이 솔솔 피어오르고 있었다.

한 2주 전에 중국 식료품점에 찹쌀가루를 사러갔다 비비고 김치가 있어서 하나 사왔다.  매워서 잘 먹지 않는데, 없으니 이거라도 하면서 사왔다.  사와서 뜯어보니 역시 매워서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한참 뒤에 열어보니 시큼!  김치양보다 양념도 많고.  그래서 김치찌개를 용기내서 끓여보기로했다.  포장김치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찌개로 만들기엔 뭔가 부족한 맛이라고 생각해왔는데 그 김치면 될 것 같았다.  누리를 주말학교에 보내놓고 이른 점심으로 먹기 위해 아침부터 끓였다.  마침 돼지고기와 두부가 있어 같이 끓였다.  결론은 내가 놀란 맛.  너무 맛있게 만들어졌다.  아마도 얄미운 비비고 김치의 덕인듯하다.  앞으로 비비고 김치는 김치찌개용으로 구매할 것 같다.

그날 밤 내친 김에 미역국을 끓였다.  누리 재워놓고 한 밤 중에.

또 내가 놀란 맛.  국간장이 없어서 그냥 간장과 소금으로 맛을 맞추었다.  이전에 내가 끓였던 맛없는 국과의 차이라면 소금을 과감하게 넣었다.  역시 음식은 짠맛 단맛이 강해야 하는 것인가.  아, 또 한 가지.  나는 국에도 안심 Sirloin, 등심 loin을 썼는데 질긴 부위가 국에 좋다는 말에 따라 이번엔 스튜용인 brisket (앞다리?) 부위를 썼다.   한국 집에서 먹던 쇠고기(국)의 질감이었다.  이젠 국용은 이 Brisket사다가 쓸듯.  가격도 저렴하다.

김치찌개와 미역국은 이제 됐다 싶은데-, 또 모른다.  다음에도 그 맛일지.  요리 초보는 같은 레시피로 만들어도 늘 맛이 다르다.ㅠㅠ

+

그리고 오늘 만난 지인이 사준 카푸치노.

너무 맛있었다.  풍성한 우유거품이 볼 거리를 더해 맛을 배가시켰다.  원래 라떼, 카푸치노 이런 거 잘 안마시는데 카푸치노 맛이 이렇기만하다면 매일매일 마시고 싶다. 

아니다. 남이 사준 거라서 맛있게 느껴졌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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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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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9.03.24 06: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맛있어 보이는데요. ^^ 한국사람은 뜨끈 얼큰한 국으로 속을 풀어야 하는거 같아여~
    그리고 쌀밥. 이게 보약이죠 ^^

    • BlogIcon 토닥s 2019.03.27 11:5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밥이 보약이라는 말을 실감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절절히 느낀답니다. 나이가 들었나봐요.(^ ^ );

  2. 유리핀 2019.03.24 10:13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고깃국 끓이기에 성공하셨군요!!! 구이는 기름기많은 부드러운 고기. 국은 결합조직 많은 단단한 고기죠. ^^ 김치찌개 간은 김칫국물이나 맑은 액젓으로 하는 게 가장 맛있더군요. 기름이 적당히 붙은 돼지고기와 함께요.

    • BlogIcon 토닥s 2019.03.27 12:0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사실 그리운 건 굴이나 새우가 들어간 미역국 같은 건데(역시 남쪽 태생은 숨길 수가 없다).. 여기선 쇠고기 돼지고기 싼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지.

  3. BlogIcon 옥포동 몽실언니 2019.03.31 22: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 카푸치노는 제 눈에도 너무 먹음직 (마심직?!ㅋ) 해보이네요!! 저희 잭은 희안하게 된장국은 끓여주면 항상 잘 먹어요. 저는 주로 멸치육수에 아무 야채나 있는대로 넣고 (주로 호박과 버섯) 두부도 있으면 가끔 넣어주는 편이에요. 간은 최대한 싱겁게. 제 입에는 싱겁지만 아이는 그것도 짭짤해서 그런가 잘 먹더라구요. 된장이..실패하신다니.. ㅋ 된장을 다른 된장으로 바꿔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 (저는 사실 예전에는 한국에서 좋은 된장을 공수해오다가 요즘은 그냥 시판된장 쓰는 편이에요)

    • BlogIcon 토닥s 2019.04.01 22: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맛있는 키푸치노였답니다.

      된장은 참 좋은 음식인데요(저처럼 장탈이 잘 나는 사람에겐) 작년에 몇년 만에 마음먹고 샀는데 매콤한 맛이 가미됐더라구요. 애는 매워서 먹지도 못하고. 그래서 다시 사려고 꼼꼼히 봤는데 거의 모든 된장에 매콤한 맛이 들어가 사지 못했답니다. 아이가 매운 것이 전혀 익숙하지 않아서요. 그래서 그냥 계속 인스턴트 미소로 연명하고 있지요. 생각난김에 다시 된장을 좀 찾아봐야겠어요. 좋은 밤되세요(저는 지금 또 찰떡을 구워 꿀떡꿀떡 먹는 중입니다, 이 밤에.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