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을 먹고 나길 준비를 하고 있는데, 식탁에 남아 있던 누리가 "빵야!(총소리) 뿌-웅(방귀 소리)"를 반복하며 혼자 웃고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그게 뭐야? 그런 건 어디서 들었냐"고 물었다.  전날 학교에서   미니언이 나오는 영화 Despicable me를 봤는데 거기에 나왔다고.  지금 찾아보니 방귀 총 Fart gun이라는 게 나온 모양.

개인적으론 영화 제목도 납득이 안되지만, 방귀 총이라니.  아이들이 웃으며 총에 익숙해지는 건 아닐까, 재미로 받아들이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됐다.  노파심인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누리는 총 Gun을 몰랐다.  지금은 알게 됐을지도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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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행을 이야기하다 시간과 경비만 있으면 지비는 미국을 가로지르고 싶다고.  미국이 한국이나 영국만하지도 않고 총 때문에 무섭다고 내가 반대했다.  사실 미국 여행은 틈틈이 이야기 꺼리로 등장하곤 하지만, 지금 우리 (경제적)형편으론 어렵다.

미국에 있는 대학 동기 친구 딸과 화상통화를 한 번 한 누리는 그 친구 딸이 마치 자기 친구인양 미국 OO네 집에 가자고 한다.  내가 (한국어로) 총 때문에 무서워서 갈 수가 없다고 하자 누리가 총이 무엇인지 되물었다. Gun이라고 답해줘도 모르기는 마찬가지.  사냥꾼이나 군인들이 사용하는 것으로 사람들을 다치게 하는 물건이라고 말해줬다.  '그래서 그게 뭐냐고?'하는 누리의 반응으로 대화는 마무리됐다.

지인에게 이 에피소드를 이야기 했더니, 내가 누리를 너무 애처럼 & 순진하게 키우는 것 아니냐고.  그런면도 없지 않지만, 누리만 그런 건 아니다.

적어도 누리 또래 아이들은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지 않는다.  혹시 모르겠다, 집에는 있는지.  하지만, 학교에 들어가기 전부터 지금까지 사계절 비만 오지 않으면 누리와 놀이터에 갔는데 장난감 총을 본적이 한 번도 없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공원에 있는 야외 수영장(무릎높이 정도.  여기서는 Paddling pool이라고 한다)에서 여름에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되는 아이들이 물총을 가지고 노는 것을 보긴했다.   이 동네만 그런 거 아니냐고.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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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조지 왕자(왕세손 윌리엄의 아들)가 물총을 가지고 노는 모습이 미디어에 비춰졌다.  그 모습에 비판과 지지가 여론이 일었다.

아이들이, 특히 군주의 가족이 장난감 물총이라도 총을 가지고 놀아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장난감 총도 아니고 물총인데 어떻냐는 의견이 충돌했다. 
나는 전자에 동의한다.  군주의 가족이라서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총을 모티브로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건 좋지 않다.

장난감인데 유별난 거 아니냐고. 내가 유별난 거라면 이런 건(조지 왕자의 물총)이 여론을 가르지도 않았을테다.  많은 사람이 나처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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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놀이'를 붙여 '전쟁놀이'가 존재하는 시절을 거쳐온 사람이라 무척 예민한 주제다.  심지어 한국은 전쟁을 경험한 나라가 아닌가.  그런데 누리가 "빵야!"라고 해서 정말 놀랐다.  언젠가는 누리도 '총'을 알게 되겠지만, 그땐 총의 존재가 우리가 사는 세계에 미치는 해악도 함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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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ours 2019.05.19 09:09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공감이에요. 총이나 칼을 장난감으로 거부감 없이 접하는게 아이들에게 해롭다고 믿고있어요. 지우 또래 남자아이들도 점점 칼을 휘두르고 놀던 습관대로 야외에서 함께 놀아도 기다란 나뭇가지를 위험하게 휘둘러서 맘이 불편하더라고요...

    • BlogIcon 토닥s 2019.05.19 22: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비록 한국의 환경이 실제 총을 접할 기회가 아주 작은 나라이긴 하지만 접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우리 옛말이 있지요..
      (그나저나 저희가 8월에 계신 곳으로 짧은 여행을.. 연락 한 번 드릴께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