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는 여름방학에 들기 전 정말 바쁜 한 달을 보냈다.  연이은 스쿨트립, 학교 행사 등등.  아직 초등학생이다보니 아이가 바쁘다는 말은 부모인 우리(나)도 덩달아 바빴다.  그 중에 꼭 남겨두고 싶은 행사 하나와 생각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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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엔 스트릿 파티street party라는 전통이 있다.  아직도 공동체가 남아 있던 시절 크고 작은 행사들을 공동체가 축하하던 행사다.  한국식으로 마을잔치다.  여왕의 제위, 왕실의 결혼 등이 있을 때마다 이 스트릿파티가 열렸다.  누리 학교의 한 학부모가 학교가 있는 길에서 열린 오래된 스트릿 파티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얻어, 스트릿 파티의 전통을 잇는 행사를 제안 기획했다.  플레이 스트릿play street이라는 이름으로 기획되어 지역 커뮤니티 - 교회, 지역 상인, 지역 자원봉사 단체들과 협업하여 반나절 학교 앞 도로에 차량을 통제하고 아이들이 길에서 뛰어 놀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많은 학부모들이 그 계획을 미리 알거나 준비에 동참하지는 않았지만 이 플레이 스트릿의 성과에 많은 학부모들이 호응하고 열광했다.



자전거로 만드는 과일 스무디



미니 가든 만들기



개인적으로 너무 바쁜 시간을 보내던 때라 나는 준비과정에는 참여하지 않고 일찍이 당일 봉사를 하겠다고 손 들었다.  내게 주어진 일은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을 준비하는 일.  준비된 놀거리 - 훌라후프, 쿠션, 게임 등을 가져다 놓기만 하면 됐다.  막상 길을 막아놓고 보니 썰렁해서 길바닥에 뜀뛰기(정확한 이름이 뭐지?)를 그리기로 했다.  나는 이날 이 뜀뛰기를  영어로 hopscotch라고 한다는 걸 또 배웠다.  이왕이면 이쁘게 그리겠다고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서 따라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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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상인, 단체들이 각 테이블을 맡고 아이들에게 할거리를 제공했다.  학교와 마주한 어린이집의 교사들이 색연필 등을 들고 나와 아이들이 직접 만든 미니가든을 꾸미는 일을 도왔다.  학부모회는 핌이라는 알콜음료를 팔았고, 지역의 아이스크림 가게는 아이스크림을 팔았다.  공원을 가꾸는 자원봉사 단체에서는 현재 활동을 소개하고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학교에서는 책과 운동기구 등을 내어놓았고, 디제잉을 취미로 하는 한 학부모가 거리의 음악을 담당했다.  교회의 자원봉사자 할아버지들이 나와 차량통제를 도왔다.  행사중에는 경찰도 와서 아이들에게 스티커를 나눠줬다.  사실 이 행사를 준비했던 학부모의 계획은 소방관과 소방차를 섭외하는 것이었는데 실패해서 경찰로 대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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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사가 끝나고 학부모들이 입을 모아 한 말은 "우리는 어릴 때 길에서 놀았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지 못하는 현실"이었다.  지금은 차도 많고, 아이들도 바쁘다.  일년에 하루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경험을 줄 수 있어 애초 기획자에게 다들 감사를 표했다.

사실 이런저런 활동 테이블이 있기는 했지만 아이들이 가장 신나한 것을 길에서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었다.  늘 오가는 차를 조심하며 건너야하고, 인도로만 다녀야하는데 이날은 마음 껏 그 길을 가로 질러 놀 수 있으니 어떻게 신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광경을 지켜보는 나도 마음 한 켠이 뭉클했다.




한 동안 한국에서 화자된 놀이터 전문가와 기적의 놀이터.  부모들에게 그가 기획에 참여한 기적의 놀이터가 기적처럼 다가오는 이유가 막상 가보면 별다른 게 없는데 아이들이 땅파고 흙파며 신나게 논다는 점이었다.  마음껏 떠들며 길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니 기적의 놀이터를 보고 놀랐던 부모들의 마음이 이해될 것 같았다.  아이들은 준비해놓은 대로 노는 것이 아니라 자기식대로 즐겼다.  사실 장소는 문제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놀 수 있는 기회, 시간이 더 중요한 게 아닐까 싶다.  그런면에서 놀이터 전문가가 던져준 생각할 꺼리는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그의 전문영역인 놀이터가 아니라는 점이다.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돌려줘야하는 게 우리 어른들의 할 일이 아닌가 싶다(라고 쓰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고 한국에선 더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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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와 친구들이 만든 달팽이집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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