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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일기/2019년

[life] 푸드 로망 - 생크림 케이크와 치킨 로스트

by 토닥s 2019. 12. 24.

먹는 걸 두고 거창하게 로망식이나 싶겠지만, 자라면서 먹던 음식을 맘껏 먹지 못하는 환경에 살고 있으니 그렇다.  늘 먹고 싶은 음식이 몇 가지 있는데 내게는 한국에서 먹던 빵류와 케이크류가 그 중 한 가지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빠리 빵집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다.

머핀도 만들어보고 쿠키도 만들어보면서 꼭 만들어보고 싶은 건 케이크와 빵이다.  빵은 반죽기, 제빵기가 없으니 엄두를 내기 어렵고, 케이크 정도는 핸드 블랜더로 어떻게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연말을 앞두고 핸드 블랜더를 구입했다.  아무래도 연말엔 디저트류를 구울 일이 많다.  핸드 블랜더 구입후 야심차게 도전했던 마카롱은 더 이상 도전하지 않는 것으로 정했고, 이번엔 생크림 케이크에 도전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작은 빵틀이 없어 기존의 빵틀을 이용해서 구웠더니 아주 앏은 빵이 만들어졌다.  빵은 딱딱하고, 생크림은 녹아내리는 기분이라 만든 걸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그리고 25일 지비의 사촌형네 가져가려던 생크림 케이크는 쿠키로 대체했다.  생크림이 녹아내려 보관은 어렵겠다며 다 먹어버렸는데, 먹고나서 나의 살림 자문인 J님께 사진을 보내면서 빵은 딱딱했고 생크림은 녹아내리더라고 했더니, 하루 정도 냉장고에 묵히면 빵은 촉촉해지고 생크림은 좀 단단해 진다고.  벌써 다 먹어버렸는데-.

어쨌든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던 생크림 케이크, 해봤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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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선 미국의 영향으로 크리스마스 파티에 칠면조를 먹는다.  유럽에선 이브엔 생선을, 크리스마스엔 고기를 먹는터라 우리는 주로 이브엔 해산물을 먹어왔는데 누리가 이번 크리스마스엔 통으로 구운 칠면조를 먹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본 공연에서 산타의 테이블에 놓여있던 통칠면조의 영향이었다.  우리는 사람수가 적으니 닭으로, 작은 닭으로 합의해서 올해 처음으로 통으로 구워본 닭.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렇게 통으로 구워본 건 나도 처음.

크리스마스의 대표 음식이라는 브러셀 스프라웃(미니 양배추)도 베이컨+밤과 볶아냈다.  지난 주말 초대 받아간 지인 집에서 맛있게 먹었던 요크셔 푸딩, 이름만 푸딩이고 빵대신 먹을 수 있는 빵(?)이다.  닭을 구워낸 오븐 팬에 스프 스톡과 밀가루를 풀어 찍어 먹는 소스도 만들었다.  처음으로 사본 크랜베리 소스까지.  대충은 갖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이었다.  이것으로 로스트에 대한 누리의 로망도 조금 해소가 되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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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절도 그렇지만, 이곳의 크리스마스도 먹는 것으로 시작해서 먹는 것으로 끝난다.  날씨가 추워서 밖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더 그런 것도 같다.  밖에 나간다고 하면, 나가서 장을 보는 정도.  그래도 누리가 있는 우리는 집에만 있을 수는 없어서 오고 가는 길에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시간을 잠깐씩 보낸다.  이 겨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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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예전보다 줄여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냈다.  영국의 문화가 카드를 많이 보내기는 하지만, 그래서 우리도 제법 받기는 하지만, 그래도 벽에 대고 말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그래서 인사치레는 빼고 한 줄이라도 꼭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은 사람만 보냈다.

그런데 오늘 생각치도 않은 사람들에게서 크리스마스 카드가 쭈루룩 왔다.  벌써 크리스마스라 답장을 보내기는 어렵겠지만, 크리스마스가 지나서라도 꼭 보낼 생각이다.  그 동안 내가 보낸 마음이 그저 벽에 한 독백은 아니었구나 하고 생각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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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많지 않은 블로그지만 오가는 모든 분께 크리스마스 인사를 전합니다.  Merry Christmas!


댓글6

  • BlogIcon 후미카와 2019.12.26 06:08 신고

    저도 연하장 몰아 쓰느라 힘들었어요. 정성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되는데.. 그 한 줄이 뭐라고 ㅍ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1.01 23:44 신고

      일단 손으로 꼬물꼬물 뭔가를 쓰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여기 사람들은 카드에 인쇄 되어 있는 Merry christmas 밑에 from 아무개 XXX라고 써서 보냅니다. 심지어 누구한테 보낸다는 이름이 없는 카드도 제법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을 생각하며 한 줄이라도 쓰려니 어려운 것 같아요. 그게 또 과정이 아닌가 싶어요, 한 해를 돌아보는.

  • 유리핀 2019.12.26 06:29

    방금 누리 요정이 버섯 위에 앉아있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았습니다. 오늘 잠깐 날린 눈발처럼 하루 늦게 찾아온 반가운 크리스마스 소식이네요. 누리의 그림 솜씨(더불어 엄마의 편집 솜씨)에 감탄했어요. 그동안 받은 카드만 늘어놔도 누리의 성장을 반증하는 자료가 될 듯.
    새해도 건강하고 평화로운 한 해 보내시길 바랍니다.

    덧 - 케익 구울 때 집에 있는 틀이 너무 낮다면 파운드케익용으로 나오는 깊이있는 종이틀을 써보세요. 케익이 꼭 동그래야하는 건 아니니까. 파네토네용으로 나오는 종이틀은 머핀컵을 키워놓은 듯 동그랗고 높아서 작은 케익 만들기에 좋아요.
    생크림을 칠 때는 크림도 용기도 위스크도 차갑게 해서 뿔이 설 때까지(80% 정도?) 치고 설탕도 적당히 넣어줘야 해요. 당연히 다 식힌 케익에 발라야 모양이 덜 무너집니다. 만든 다음엔 바로 먹을 것만 남기고 냉장고에 넣으세요.
    스폰지 케익 베이스를 부드럽고 촉촉하게 하기 위해 시럽을 뿌리기도 하는데, 딸기잼이나 살구잼에 물을 조금 섞어 끓인 것을 케익 단면에 바른 뒤 크림을 발라도 됩니다.
    케익은 설탕과 버터가 듬뿍 들어가야 촉촉하고 부드러워요. 두가지를 무서워하면 빵이 단단해집니다.
    마카롱은... 건조한 계절에 만들어야 그나마 꼬끄가 나오잖아요. 전 포기했어요. 말리는 과정 너무나 귀찮음... 이상 귀차니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유리핀이었습니다. 새해에 만나요 ㅇㅅㅇ/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1.01 23:50 신고

      베이킹이 무척 생활화 된 곳인데, 미국 만큼은 아니겠지만, 여기선 종이틀 은박틀 구하기가 어렵다?! 온란인만 가능해. 물론 음식의 불모지인 영국이라서 그런 것도. 사람들은 맛이나 모양보다 배만 채워지만 그만 아닌가 싶기도 하고.ㅎㅎ
      케이크의 빵은 카스테라나 쉬폰 처럼 오일을 이용해서 구워보는 게 어떨까하는 조언을 받음. 들어가는 오일 량을 생각하면 안하게 될듯. 물론 설탕이라고 적으냐만은.
      12월 한 달 계속 오븐을 돌렸더니 내 허리둘레가 두둑해진 기분이라 당분간은 시도하지 않겠지만, 깊은 틀은 꼭 참고해볼께. 모든 베이킹 몰드가 실리콘인데 케이크 만큼은 틴이 하나쯤 있어야하지 않을까도 싶은데, 그건 몇 달 뒤에나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그래 꼭 여름에 만나자.

  • 2019.12.29 03:4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1.01 23:56 신고

      영국엔 정말 카드를 많이 주고 받습니다. 일년 내내 카드만 파는 가게도 제법 됩니다. 작년에 뉴스를 보니 카드를 주고 받는 게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이 한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카드를 주고 받는 일이 없으니 받는 사람이 더 즐거운 면도 있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한 번 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