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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일기/2020년

[life] 잠시 멈춤

by 토닥s 2020. 1. 17.

아파서 연이틀 학교를 쉬는 누리 덕에 잠시 멈추어 쉬어가고 있는 중이다.  다행히도 지난 수요일 중요한 일정이 있었는데, 덕분에 한 달여 잠을 자지 못했다(준비하느라 잠을 자지 못한게 아니라 걱정하느라 잠을 못잤다), 누리는 목요일부터 결석 중.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정하고, 학교에 전화하고 그 어느때보다 천천히 아침을 먹었다.  입맛이 없어서 라떼를 밥 삼아 먹었다.


꼭꼭 씹어 먹는 기분으로 마신 라떼 덕분에, 지비가 찾은 EBS kids 링크 덕분에 누리가 아파도 수월하게 보냈다.  하루 종일 TV를 보기는 했지만, 사이사이 학교에서 내준 책도 읽었고, 폴란드 주말학교 숙제도 했다.


+


낮에 멀쩡해서 오늘(금요일)학교를 갈 수 있겠지 생각하며 잠자리에 들었는데, 열 때문에 누리가 잘 잠들지 못했다  덕분에 나도 밤잠을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보다 더 뜨거워서 오늘도 결석.  이틀 달아쉬면, 그리고 주말을 조용하게 보내면 월요일은 나아지리라 믿는다.  오늘 누리를 학교에 보내놓고 생애처음 김치를 만들어볼까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한국인 지인 둘 집에 놀러 갔는데, 두 집에서 다 김치를 얻어왔다.   주신다니 넙죽 고맙게 받아왔다.  먹어보니 진짜 김치 같은 김치였다.  가짜 김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나만 그 동안 사 먹고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한 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사실 사 먹는 김치가 날이 갈 수록 매워지는 경향도 있고, 예전보다 혼자 있을 때 밥을 먹는 횟수가 많아져 김치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누리가 집에 있어서 함께 만들었다.  누리의 요구대로 오래전에 한 번 만들어본 백김치도 함께.



김치를 담아보기 위해 며칠 동안 검색했는데, 만드는 사람마다 너무 방법이 달라서 적당한 조리법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나의 유일한 요리책 나물씨 책을 보고 만들었다.  처음 시도하면서 두 가지를 함께 만드려니 정신이 없었다.  만들어보니 약간 큰 잼병 딱 두개 분량(이러려고 내가 고생했나 싶은).  사실 비주얼은 김치 같은데 풀맛이 많이 나고, 좀 짜다.  나물씨는 배추 반포기 분량이었는데, 내가 여기 마트에서 산 배추는 한국서 살 수 있는 배추 반포기보다 작은 크기라 그런건가 싶다.  거기다 백김치를 담기 위해 저린 배추를 나눴으니 더더더더 짜다.  언니 말로는 익히면 또 나아진다고하니 며칠 뒤에 맛을 보고 재도전해보던지, 아예 포기하고 김치는 사 먹고 살던지.  그래도 김치를 담으면 김치전을 해먹을 수 있으니 좋을 것도 같다.  


+


바쁘다면서 먹는데 이렇게 시간을 쓰는 걸보면 나도 참-.


그리고 어느날 번개처럼 내 머리를 스친 부쉬맨 빵의 추억(?).  사실 한국에 있을 때도 아웃백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기랑은 거리가 멀기도 하고, 가격이 너무 비싸기도 했고.  그래도 맛나게 먹었던 빵이 갑자기 떠올랐다.  한참 동안 내 머리 속에 부쉬맨 빵(지우개가 아니라).  그럼 먹어야지.  그래서 지난 크리스마스 연휴에 만들어본 부쉬맨 빵.  보통 카카오와 커피가 들어가는데 누리와 함께 먹을 빵이라 카카오와 보리커피를 넣고 만들었다.



누리랑 내가 만들고 우리 모두 감동한 빵.  아웃백에서 먹었던 빵보다는 좀 질긴 느낌이었지만 달걀, 과일과 한 끼로 먹기에 좋을만큼 묵직했다.  이 빵 만드느라 또 통밀 빵밀가루(강력분) 사들였으니 더 만들어봐야지.  대신 담엔 좀 많이 만들어야겠다.  3시간 노동에 아이손 반만한 크기의 빵 6개라니.  그러고보면 한국 갈 때 문턱이 닳도록 드나드는 빠리 빵집의 빵이 비싼 게 아니었다.  재료비와 노동을 생각하면.


+


가끔 한국처럼 쉽게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는 게 아쉽기도 한데, 덕분에 하나씩 만들어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먹거리에 관한 생각, 노동의 가치에 관한 생각 , 시간에 관한 생각 그리고 엄마에 관한 생각.  올해는 적게 먹는 게 목표인데, 어려울 것 같다.

댓글6

  • 선혜 2020.01.18 10:54

    하이~~주말 잘 보내고 있나?
    누리는 지금쯤 거의 다 나았기를 바래본다.

    김치도 만들고 빵도 만들고..대단해.
    나도 아직 김치는 도전해 보지 못한 과제.
    오이소박이와 파김치까진 해봤지만..
    엄마들 손맛에 길들여져 배추김치는 시도조차 생각하지 않는다네..ㅎㅎ
    부지런히 시도해야 언젠가 맛난 김치 손주들 줄텐데..ㅎ
    누리네 모두 건강해라~~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1.20 12:12 신고

      월요일인 오늘도 누리는 결석. 덕분에 나도 잘 쉬는 느낌인데 할 일은 쌓여만가고 그렇다.(-ㅜ )
      아이들 방학이지? 아이들 LA 찰떡해줘.(^ ^ )

  • BlogIcon 후까 2020.01.18 15:55 신고

    그사이 누리가 훌쩍 큰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프면서 큰다는데 밝게 웃는 얼굴 보니 안심이 됩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1.20 12:14 신고

      제 휴대전화의 카메라가 가로로 찍을 때 위아래로 길어보이는 느낌이 좀 있습니다.ㅎㅎ
      아이가 아픈지 5일째 접어드니 제가 슬 아파오는 느낌이네요. 고맙습니다.

  • colours 2020.01.20 14:00

    아아 한국에서도 김치를 안만들어본 제가 부끄러워집니다. ^^ 하지만 제 요리솜씨로는 아마 파는 김치가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 지난 주말을 보내고 누리는 좀 나아졌을까요? 지금쯤은 훌훌 털어냈기를 바라요. 한참이나 늦어진 신년 연하장이 도착했으려나 모르겠어요. 저희는 내일 육지로 설 쇠러 좀 일찍 떠납니다. :) 제주 날씨에 적응된 몸이라 조금 걱정이지만요. 토닥님도, 누리도, 지비님도 ^^ 모두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1.21 23:01 신고

      누리는 오늘 5일만에 집 밖으로 나가 등교했답니다. 네! 연하장 잘 받았습니다. 먼저 연락을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따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음력 설 잘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