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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Cooing's

[+2760days] 홈스쿨링 일상

by 토닥s 2020. 4. 9.

이탈리아에서 Covid-19 대확산이 있고, 유럽에도 확산이 시작되면서 유럽의 대부분의 국가들이 휴교에 들어갔다.  스웨덴 같이 지금까지도 휴교를 하지 않은 나라를 제외하면 영국은 거의 마지막으로 휴교를 한셈이다.  영국정부가 확산이 예고되는 시점에서도 휴교를 하지 않은 이유는 의료인력의 공백을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학교가 휴교하면 의료인력도 육아를 위해 휴가를 내야하니까.  그래서 의료, 유통, 교사 등 키워커들의 자녀들은 계속해서 등교할 수 있도록하고 휴교에 들어갔다.  영국이 휴교를 결정하기 전, 이웃 국가들이 휴교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을 등교시키지 않았다.  휴교 전 마지막 한 주는 25명 중 10명 정도만 등교했고, 누리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교사들은 휴교에 대비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에 다른 반과 합반하여 운영하기도 했다고.  아이들이 말은 안해도 아이들도 '흉흉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을테다. 

마지막 한 주는 휴교 후 사용하게 될 구글 클라스룸 세팅에 많은 시간을 사용했다.  이후 부모들의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아이들 스스로 로그인하고 사용할 수 있게 가르쳤다.  하지만 저학년 아이들이다보니 100% 다 기억하지는 못해서, 부모인 나도 같이 영상을 보고 이것저것 눌러봐야했다.  2학년인 누리는 ICT시간이 있는데, 일주일에 한 20~40분 정도.  바빠서 건너 뛰는 일도 많고, ICT라고 해봐야 영어나 수학 익히기 프로그램을 하거나 코딩 개념 익히히 프로그램(게임)을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매일매일 컴퓨터실에서 시간을 보내니 누리는 무척 신나했다.  선생님이 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아주 중요한 1급 비밀이라도 되는 양 '특별히 내게만' 알려준다고 귀에 속삭였다.  선생님이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아무에게도 가르쳐주면 안된다고 가르친 모양이다.  누리는 일주일 동안 매일매일 북클릿(학습교재)이며, 노트며, 구글 클라스룸 안내문이며 가방 가득 채워서 하교했다.  그때만해도 영국정부는 휴교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휴교를 대비하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지비는 누리보다 2주 앞서 집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내가 듣는 교육과 실습도 학교 학기와 같기 때문에 우리는 특별히 육아를 걱정할 일은 없었다.  우리 주변의 대부분도 비슷한 실정이다.  그렇게 시작한 휴교생활.  한국처럼 방학이 연장되는게 아니라 학기 중 휴교를 했기 때문에 집에서 학교에서 하던 공부를 계속 이어서 해야했다.  이전에 생각해보지도 않은 홈스쿨링이 시작됐다.


우리보다 한 주 앞서 홈스쿨링을 시작한 지인이 아이의 학교에서 보내온 시간표를 공유해줬다.  본격적인 홈스쿨링을 앞둔 주말 지인이 보내준 시간표를 참고해서 우리도 시간표를 만들어봤다.


07:30 기상

07:45 아침

09:00 숙제1 - 워크북(영어 읽기, 영어 문법, 수학)

10:00 한국어와 폴란드어

10:30 책 읽기

11:00 휴식 - 화분에 물주기, 크라프트

12:00 점심

01:00 청소

01:30 체육 - 유투브 따라 운동하기(요가)

02:00 숙제2 - 구글 클라스룸

03:00 간식과 산책

05:00 목욕


대충 이런 '야심찬' 시간표였다.  10여 분씩 늦기도하고 빠르기도 했지만 이 시간표대로 2주간 생활했다.  문제는 구글 클라스룸에 올라오는 과제가 너무 많아서 1시간 안에 할 수가 없었다.  5~6개의 토픽이 올라왔는데, 동영상으로 노래 부르기나 퀴즈 같은 건 2~3분이면 되지만 주어진 PPT를 보고 10가지 사실facts 찾아내기, 영국 총리에게 편지쓰기, 아침밥 레시피 만들기 같은 건 2~3시간으로도 모자라서 틈틈히 해서 하루나 이틀 뒤에 업로드했다.  거의 매일 있었던 수학이나 영어 읽기와 이해는 워크 시트를 출력해서 저녁 먹고 난 뒤 하곤 했다.  며칠 만에 학부모들의 불만이 터져나왔다.  다해낼 수가 없다고.  교사는 일단 하고 싶은 것만하고, 남은 건 주말이나 부활절 방학중에 하라고 조언했다.  그러곤 부활절 방학 첫 주 과제 10개를 올려놓은 선생님.  선생님, 왜 이러세요.  오후에 1시간으로 배정했던 디지털 숙제 시간은 보통 2시간이 되버렸다.  그래서 거의 산책을 하지 못했다.  부활절 방학인 지금은 점심 먹고 바로 나가서 조금 걷고 온다.

시간표를 공유해준 지인은 학교가 예시로 보내준 시간표에서  '청소시간'이 가장 마음에 든다고 했다.  우리도 청소시간을 넣어서 그 시간에 점심 설거지를 하고, 청소기를 돌리고, 누리는 어지러운 자기 테이블을 정리한다.  물+식초+라벤더 오일로 만든 청소용액을 스프레이에 담아주니 칙칙칙 뿌리는 재미에 누리도 열심히 청소한다.  나는 지인이 공유해준 시간표에서 과제 시간을 오전엔 워크북, 오후엔 디지털로 나눈 점이 마음에 들었다.  오후엔 어른도 느슨해지기 마련인데, 누리는 이 시간을 무척 기다리며 오전 시간을 잘 보냈다.  그리고 저녁 먹은 후엔 다 하지 못한 숙제를 마무리해서 휴대전화로 찍어 과제를 올리는 시간을 누리가 무척 좋아했다.

열심히 했지만 방학 전에 올려놓은 과제 2개는 마무리하지 못했다.  어렵고 재미 없는 숙제였다.  방학에 들어서면 하려고 했더니, 선생님이 첫 주 과제라며 10개를 올려 놓으셨다.  설마 다음주도 10개 올리려나.  다른 학부모들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1~2개 정도(주로 수학과 영어) 하고 싶은 것만 골라한다고, 날더러 스트레스 받지 말란다.  그런데 나라는 사람은 주어지면 해야하는 (어울리지 않게) 모범생형이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지비도 그렇고, 누리도 그렇다.  지금도 누리는 부활절 방학 숙제를 하고 있다.  지비는 교사에게 이메일을 쓰란다.  '적당히' 좀 숙제를 내라고.  개인적으로도 아이들이 편식처럼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 숙제를 하는 것보다, 꼭 해야할 숙제를 다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성취도 면에서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교사 성향이 그런데 어떻게 바꾸겠냐고 했더니, 지비는 교사는 교장이 시켜서 그럴 꺼라며 교장에게 이메일을 쓰란다.  숙제 많은 게 좋다고 생각하는 교사나,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지비나 - 둘다 동유럽 사람들.  한 주 더 지켜보고 이메일을 쓰던지.  



한국어시간.

이제 겨우 1권 끝내고(한글자음) 2권 시작한다.



아트시간.

Arts hub for kids라는 유투브.  누리는 학교 방과후 - 아트 클럽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청소시간.



체육시간.



휴교하고 이틀째 되던 날 누리가 열이 났다.  그래서 홈스쿨링도 하루 휴교.  다행히 해열제를 먹였더니 하루만에 나아졌다.  가슴이 철렁했던 하루였다.



한국에서 Covid-19이 대확산 될때 대기업에서 연수시설을 생활치료원으로 사용하도록 한 것이나 주류회사에서 알콜 소독제 제조를 위해 원료를 제공할 때 참 부러웠다.  영국에선 그런 기업을 찾아볼 수가 없다.  수퍼리치인 개인이 기부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기는 했다.  랄프로렌 같은 의류 업체는 마스크를 만들어서 판매한다고 할 뿐 기부했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씁쓸한 단면이었다.  내 소셜미디어 계정에는 휴교를 맞아 집에서 할 수 있는 액티비티 홍보들만 가득하다.  그 와중에 무료로 액티비티를 제공하는 곳들도 있는데 대부분이 출판업계다.  아마존은 일부분이긴 하지만 오디오북을 무료로 개방했다.  로그인도 필요없고 접속해서 들을 수 있는데 컨텐츠가 아동부터 성인까지 다양하다.  영국은 이동통제 되고서 사람들은 인터넷도 많이 쓰고 책도 많이 주문한다고 한다.  오프라인 서점은 닫았지만, 온라인 주문으로 서점업계가 바쁘다는 뉴스도 있었다.  긴긴 방학을 보낸 한국도, 특히 아동출판 업계도 자신들의 컨텐츠로 기부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가 (뉴)미디어 노출시간이 많다.  TV도 물론이고.  누리는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내 휴대전화로 구글해보곤 했는데, 안쓰던 사전을 주고 찾는 법을 가르쳐줬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사전에서 단어를 찾아본적이 있는 누리.  단어 찾아보는 걸 무척 즐긴다.  무작위로 단어를 찍어 설명을 읽어주면 단어를 맞춰보는 게임도 한다.  



열심히 다리 찢기(?)를 하던 누리는 자신의 염원을 담아 다리 찢기 로봇(?)을 만들었다.



그리고 틈틈히 몇 년 동안 꺼내보지도 않던 장난감들을 꺼내서 놀기도 한다.  볼링인데 너무 작아져 크리켓으로 변경한 누리.


+


홈스쿨링으로 생각보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래서 아이도 이 무거운 기운을 잊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  숙제를 많이 내주는 선생님의 마음에 그렇게 깊은 뜻이?  

누리가 한 과제 중에 몇 개는 오래도록 남겨두고 싶은 게 있다.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이상한 봄이 담긴 과제.  이어서 올려봐야겠다.



댓글4

  • 2020.04.09 14:4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4.10 12:10 신고

      딸아들 재미와 어려움이 다르긴 합니다. 아이가 저희보다 청소를 꼼꼼히해요. 테이블까지 뒤집어 밑을 닦아요. 칙칙칙 스프레이 뿌리는 재미에-.
      아이 키우면 열은 자주 있는 일이지만, 여기선 39도 미만은 병원도 잘 가지 않아요, 이번은 좀 걱정이 되긴 했답니다. 괜히 학교를 끝까지 보냈나 싶고. 다행히 집에서 잘 쉬니 하루만에 회복했네요. 아이가 학교에서 어찌나 많이 Covid-19 증상에 대해서 많이 들었던지, 자기는 기침도 안나고 호흡곤란도 없으니 Covid-19 아닌 것 같다고해서 더 짠한 마음이 들었네요. 지구촌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네요. 미짱님 가족도 건강 잘 챙기세요. 잘 먹고, 잘 쉬는게 또 하나의 예방이 아닌가 싶네요. 고맙습니다.

  • 2020.04.09 14:59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4.10 12:22 신고

      엄마들이 좋아할만한 시간이죠.ㅎㅎ 아이들도 좋아해요, 적당한 청소용구만 갖춰주면. 저희는 마침 작은 고무장갑이 있어 줬더니 무척 좋아하더군요.

      한국어 공부는 매번 마음 먹었다가, 쉬었다가 저희도 제자리걸음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루에게 한국어란 저희 아이에게 폴란드어랑 같을 것 같은데요, 남편은 아이가 하루만할 때 폴란드어로 된 애니메이션을 찾아서 보여주고 책을 읽어줬어요. 그래도 좀 부족함이 있었어요. 이해는 하는 것 같았는데, 폴란드어로 말은 하지 않았거든요. 아이가 주말학교에 가면서 폴란드어로 말문이 좀 트였습니다. 일본어는 하루에게 모국어가 될테니 그대로 열심히 하고, 여건이 되시면 한국학교 보내시라고 권해드립니다. 제 주변에도 집에서 한국어 가르친 가정은 두 가정 밖에 없습니다. 한 가졍은 부부가 한국인이고, 한 가정은 한국-영국 커플이네요. 한국어 학교에 가서 한국어를 하게 된 경우 말고, 부모 주도에 한국어를 깨친 가정은 아주 드물어요. 한국어 학교도 시간이며 많은 부분을 할애해야 하지만(운영이 맘에 안들 수도 있고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아요. 혹여 한국어를 다배우지 못한다 하더라도 너무 마음 쓰지 마시고요. 요즘은 한류 때문에 중등가서 외국어로 다시 배운다고도 하더라구요. ㅎㅎ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하는 게 최선(?)인 것 같아요. 화이팅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