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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일기/2020년

[Korea2020] 자가격리 1&2일차

by 토닥s 2020. 7. 8.

지난 토요일 저녁 런던을 떠나 월요일 새벽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했다.  아주 고단한 여정이었다.  예상은 했지만, 그 이상이었다.  비행기를 탄 시간보다 공항에서 기다리고, 다시 공항에 도착해서 기다리고, 서류 작성하고, 기다리고, 서류 작성하고, 기다리고, 서류 작성하기를 무한 반복한 시간이 조금 더 길었다.  절차가 조금 아쉬운 면도 없지는 않지만 그런 노력이 모여 지금 한국의 COVID-19 대응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하기에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적어도 내 가족과 친구들은 우리보다는 안전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으니까.  우리 여정이 끝나고 목적했던 언니네에서 자가격리가 시작되면서, 우리와 같은 여정을 앞둔 지인들에게서 질문을 꽤 받았다.  우리도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사건+실수가 더해져 여행의 피로도를 높였다.  뒷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 기록을 남겨두고 싶지만 당장 마감해야 할 일이 있어서 오늘은 간단 근황만.

한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예외없이 해외 입국자는 자가격리 2주가 의무사항이다.  부모님이 나이가 있으시기 때문에 언니네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다행히 언니는 올해 안식년 비슷한 걸 하는 중이라 출근을 하지 않아도 돼서 언니가 배려해주었다.  언니는 지금 이 순간에 집을 떠나 여행을 하며 떠돌이 생활 중이다.  사람 일이라는 게 혹시 모르니까 우리가 4~5일 지낸 뒤 증상이 없으면 들어와 함께 자가 격리하기로 계획했다.  집주인 없는 집에서 이것저것 찾아가며 우리끼리 생활하고 있다.  자가격리 첫날은 각종 인증을 통해서 사용하지 않아 잊어버렸거나 휴면에 들어간 온라인 샵 계정들을 살렸다.  언니가 준비해둔 간식과 배달로 첫날을 연명했다.  

빵도 배달이 된다니 여기가 천국이구나.  당연 밤식빵과 찹쌀 도너츠를 배달시켜서 아침, 점심, 간식으로 먹었다.  저녁은 언니가 준비해둔 핫도그.

사실 자가격리자들에게 제공되는 지원품이 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가족들에게 준비할 필요 없다고 큰 소리 땅땅 쳤는데, 첫날 오후 늦게 구청(인지 보건소인지)에서 연락을 주셨다.  어떻게 지내시냐고, 내일 가도 괜찮겠냐고.  그럼 내가 괜찮다고 해야지 어떻게 하겠나.  보내주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인데.  혹시 몰라 첫날 인근에 있는 마트에도 식재료를 주문해두었다.  

자가격리 2일차 오전 지원품이 (비대면) 배달됐다.  전날 전화하셨을 때 필요한 게 없냐고 물으셨다.  혹시 몰라 우리 체온계를 준비해왔는데, 그 애가 오락가락하는 거다.  그랬더니 체온계까지 보내주셨다.  구청에 물품이 없어서 자비로 샀다면서.  체온계를 받아보니 가격표가 딱.  작은 체온계가 무슨 만 팔천 원이나!  미안한 마음에 돈을 송금해야 하는 건 아닐까 싶었는데, 회사원 지비는 "업무비로 청구하겠지"한다.  그렇겠지?  그래야 되는데.

지원품이 도착하고 난 뒤 부산역에 도착할 때 받았던 Covid-19 검사 결과를 통보받았다.  사실 지난 주초 3월 봉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을 만나서 한 시간 정도 같은 공간에 앉아 이런저런 서류 작업을 할 일이 있었다.  그 뒤로 목이 깔깔해서 너무 찜찜하고, 한국 도착해서 받아야 할 검사가 너무 걱정이 됐다.  신기한 건 이 검사 결과를 통보받고 목의 깔깔함이 싹 가신 느낌적 느낌.  사람의 얄팍한 마음이란.^^;

+

일단 저희는 그렇게 잘 지내고 있답니다.  종종 소식 전하겠습니다.

 

댓글13

  • 2020.07.08 18:51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7.08 22:37 신고

      저희는 아이도 휴교 중이고 남편도 재택근무가 가능해서 좀 자가격리에 대한 부담이 적었답니다. 게다가 영국은 한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자가격리를 면제한다고 발표했거든요. 아직 일본은 출국할 경우 재입국이 불분명하다고 들었는데 곧 해결되리라 희망합니다.

  • 수야마미 2020.07.08 20:18

    한국 왔네?
    코로나 때문에 힘들거라 생각했는데.벌써 와 있구나.
    방가방가~~~
    무사히 자가격리 끝나고..얼굴보자~^^
    푹 쉬어~
    답글

  • BlogIcon 후까 2020.07.08 23:24 신고

    오! 온 가족 한국에 오셨군요.. 오.. 부러워 좋겠어요. 2주 좀 답답하시겠지만 .. 가족들이 함께라 .... 아? 암튼.. 괜찮을 거에요. 모두 음성이라 정말 다행 ^^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7.09 04:22 신고

      고맙습니다. 대부분이 영국생활과 다름이 없는데 아이만 영국 TV보다 한국 TV보는 정도로 바뀌었어요. 아이는 답답하다고 할 때도 있지만 곧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는 즐거움으로 잘 지내고 있답니다.

  • BlogIcon Boiler 2020.07.09 18:35 신고

    한국에 가셨군요.
    맛있는 음식 많이 드시고 즐거운 시간 보내시길 바랍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7.10 05:09 신고

      고맙습니다. 올해는 상황 때문에 먹을 걸 찾아나선다는 생각을 해보지도 않았네요. 사실 대단한 걸 먹고 싶은 생각도 없고요. 먹고 싶은 건 치킨, 자장면, 피자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라.^^:

  • 2020.07.10 08:07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7.11 08:01 신고

      잘 지내지? 울도 같이 있겠구나, 출장을 다닐 수 없으니. 어서 이 상황이 끝나고 얼굴 한 번 보면 좋겠네. 건강 잘 지키고.

  • 한국 가셨군요! 긴 여정이었느리라 상상이 갑니다. 토닥님도 일을 시작하신 모양이군요! 일을 하던 사람은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한가봐요. 막상 시작하면 걱정되고 불안한데 그게 또 활력이 되더라구요.

    활짝 웃는 누리도 너무 이쁘고, 지원물품은 눈이 휘둥그레질만하고, 핫도그는 완전 예술이네요! 빵 취향도 저랑 같아서 빵냄새가 여기까지 나는 것 같아요.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오세요!^^
    답글

    • BlogIcon 토닥s 2020.07.12 11:25 신고

      일을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일을 해보려고 직업교육을 받고 있었는데요, 이 Covid-19상황이 되면서 교육 없이 교육과정을 완료해야하는 상황에 있답니다. 과제를 제출해야해서 여기까지 끌고 왔네요. '덕분에' 집콕하며 과제도 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잘 지내다 가겠습니다.

  • 아.. 코로나 상황으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다방면에서 여파를 받고 있는 것 같아요. 상황이야 이렇게 되었어도 교육 잘 완료하시게 된 것 축하드려요!!! 전 이렇게 몇년 집에 있다가 앞으로 제 인생이 어떻게 되려나.. 정말 한치앞을 모르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전 학부를 사범대로 나와서 중등교사자격증이 있는데, 이 참에 한국 가서 임용고사 보고 학교 선생님하면 어떨까 하는 엉뚱한 생각마저 했답니다. 별별 생각을 다 들게 하는 코로나상황이에요.

    한국에서 즐거운 시간 많이 많이 보내고 오세요!! 이렇게 랜선으로 오랫동안 알고 지내서인지 이제는 친한 지인같은 느낌이에요. ^^ 맛난 거 많이 드시고 오세요!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