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볼 일을 보러 런던 외곽에 있는 뉴몰든에 들렀다. 그 주말이 추석인줄 알고 송편을 사오려고 했는데 알고보니 추석은 이번 주. 송편은 어렵고 일전에 이웃 블로거님 글에서 본 약식/약밥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제밤부터 콧물을 훌쩍이던 누리가 아침에 일어나니 감기 증세가 확연해 집에서 쉬게 하기로 했다. 요즘 같은 때에 아픈 아이를 학교에서 반길리 없고, 누리도 집에서 쉬는 게 긴 감기를 막는 일이기도 하니. 그래서 집에 있는 쌀가루 rice flour를 이용해 송편을 만들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이 쌀가루는 이른바 건식 쌀가루라 건식 쌀가루를 이용한 송편을 검색해서 만들어봤다. 역시 건식 찹쌀가루와 섞어 물과 소금을 더해 냉장고에 잠시 묵혔다. 건식 가루 재료에 수분을 주는 과정인듯.

오전시간에 나는 내 할 일하고, 누리는 저 할 일(책읽기+TV+온라인 학습) 점심을 먹은 후 송편 만들기를 시작했다. 집에 있는 팥통조림에서 팥을 건져내고 설탕을 넣어 조리고 으깨어 ‘팥소’라는 걸 만들었다. 그 다음 냉장고에서 쌀가루+찹쌀가루를 꺼내 반죽을 했는데, 점성이 완전 제로라서 모래로 반죽을 하는 느낌이었다. 어째저째 누리랑 서른 개쯤 송편을 만들었다.



누리의 달마시안 송편.
이 송편은 어릴 때 외가에서 만들던 모양이다. 지금은 부모님들이 집에서 쉬시니 송편이며 만두며 생각날 때 만들어드시지만, 내가 어릴 땐 부모님은 일하느라 바빠서 송편 같이 손 많이 가는 음식은 외갓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다. 그 중에서 나는 특히 ‘콩소’가 들어간 송편을 좋아했다.

누리랑 만든 송편을 쪄보니 반죽할 때 점성이 없더니 쪄도 쫄깃함이 없었다. 이곳 쌀가루가 인도쌀로 만들어 점성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J님의 의견. 그럴 가능성이 높다. (일이 많아서 다시 만들 일은 없겠지만)찹쌀 가루를 절대적으로 많이 넣고 만들어야 할 것 같다. 팥통조림으로 만든 팥소는 성공적이어서 팥빵 같은 건 다음에 만들어볼까 싶다. 아니면 한국에서 언니가 사준 ‘앙버터 스콘’을 만들어보던지.

그렇게 성공적인 송편 만들기는 아니었지만, 추석 한나절 아픈 아이와 시간을 보냈으니(떼웠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았다(고 기억하자).
+
모두들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
쌀가루나 찹쌀가루는 밀에 비해 점성이 약해서 익반죽(펄펄 끓는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반죽)해야 탄성이 생기며 뭉쳐져요. 그래도 결과물은 멋진데요? ^^
만약이가 누굴까 고민하던 중에 민양이라는 문자가 다시 도착해서 ㅋㅋㅋ 하고 웃었네. 영국 상황이 들려올때마다 민양 지비 누리의 무탈한 매일을 바란다우. 부디 내년 여름엔 좀 더 마음편히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답글
건식 가루는 찬물로 반죽을 한다기에 뜨거운 물과 찬 물 가운데쯤 미지근한 물로 했지. ㅎㅎ
영국은 점입가경 악화일로. ㅠㅠ
추석 잘 보내시게.
추석 잘 보내셨나요.
외지생활하다보면 점점 명절에 부모님 얼굴 뵈러 가지도 못해서 점점 죄송 스러운 마음만 늘어 나는것 같습니다.
뉴스에서 영국은 상황이 많이 안좋게 나오던데 조심하시고 건강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답글
그렇죠. 명절뿐 아니라 큰 일 작은 일 슬픈 일 기쁜 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고 슬프고 그렇죠. 그래도 오래전 이민 생활하시던 분들보다는 나아진 환경에 살고 있다고 위로해야죠. Covid-19이 빨리 해결될 것 같지는 않지만 지금보다는 왕래가 쉬워질 날이 오리라 희망합니다. 멀리서 응원합니다.
비주얼은 정말 떡집에서 샀다고 해도 믿겨질 정도인데요~
누리가 온 정성을 다해서 만든 떡이니 점성이 없어도 맛있었겠어요~
이제 감기는 좀 나아졌는지 모르겠네요.
요즘엔 정말 감기만 걸려도 무서워요 ㅠㅠ
답글
비쥬얼만 그렇습니다. 만든 누리도 하나 밖에 먹지 않아 남편과 제가 아침으로 이틀 먹었답니다.
다행히 누리는 나아졌어요, 여전히 코막힘이 있긴 하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창문을 계속 열어두어 추워진 교실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molylana님도 건강 잘 챙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