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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구생활/Cooing's

[+3132days] 이름이 곧 그 사람

by 토닥s 2021. 4. 17.

누리의 부활절 방학도 이제 끝을 향해가고 있다.  주말 넘기고 월요일 하루 더하면 화요일부터 등교.  지난주는 추워서 별 다른 계획 없이 보냈고, 그나마 이번주는 날씨가 나아져 여건이 되는대로 사람들과 공원에서 만나기도 했다. 

 

어제는 누리가 발레를 배우는 곳에서 진행하는 하루짜리 워크샵에 보냈다.  뮤지컬 마틸다의 노래와 댄스, 연기를 배워보는 워크샵이었다.  워크샵은 방학 때마다 있어왔지만 적지 않은 비용이라 생각해본적 없었다.  하지만 여행도 가지 않는 방학이라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고, 또 여행을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해도 될 것 같아서 신청했다.  지비는 "그래도 판데믹인데"라고 걱정했다.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모여 하루 종일 스튜디오에서 댄스하고 노래하는데 괜찮을지" 걱정했다.  스튜디오에서 수업할 때 바닥에 2미터 간격으로 격자를 만들어놓고 1인당 한 공간을 주고 섞이지 않게 운영한다는 건 나는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이야기해줘도 지비님은 걱정이 태산이라 환기 같은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는지 문의해보기로 했다.  문과 창문을 활짝 열고, 규칙적으로 손세정제로 손을 닦을 예정이라고 학원에서 알려줘서 신청을 해보기로 했다.  게다가 현재 영국은 지역사회 코비드 확진자 수가 많이 줄어,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어도 기본적인 방역수칙만 지킨다면 크게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 판단도 있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온 아이를 보니 나도 좋았다.  그 사이 나는 한국마트에 장을 보러가고(왕복 3시간 반), 욕실의 석회질 청소라는 전투를 벌였다.  

워크샵에서 스크립트/대사를 가져온 누리는 내게 자신의 상대역 Miss Honey를 읽어보라고 했다.  한 줄 읽었더니 좀 열심히 읽어보라고 다그친다.😓  이 연기의 기운이 한 동안 지속될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

 

 

워크샵 중에 한 게임도 재미있었던 모양이다.  지비와 나에게 가르쳐주고 하려고 해보지만 우리 둘은 이해 불가.😵

 

youtu.be/t7_eHGC5lDk

마틸다 연기를 해보이고 있는 누리.  구구단을 외우고 있는게 아니다.😅

 

+

 

잠들기 전 누리에게 워크샵이 재미있었냐고 물었더니 "재미있었다.  그런데-"하고 누리가 말문을 열었다.  정원이 15명인데 남자 강사가 다른 아이들은 다 이름을 불렀는데, 누리를 'you'라고 불렀다고 한다.  "다른 어려운 이름도 불렀으면서" 자기만 'you'로 불린게 서운했단다.  어떤 이름이 있었냐고 물었더니 마틸다, 그레이스, 오스카, 소피아, 라일라.. 그런 이름이었다고.  

 

우리에겐 쉬운 이름이 영어만 하고 살아온 사람에겐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가 영어이름이 발음하기와 기억하기가 어려운 것처럼.  그런데 '누리의 이름이 어려운가?'하는 생각도 들고 '아니, 이 슨생님이!'하는 생각도 들고.😤  사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 제대로 이름을 불러주는 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보통 리셉션/안내접수에 일하시는 분들은 "이름을 어떻게 발음해?"하고 묻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비록 그 분들이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더라도 그 노력에 서로 웃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건 교육자  훈련을 할 때도 마찬가지.  아이들의 이름 부르기는 아이들과의 정서적 유대맺기는 물론 평등법the Equality Act을 교육 안에 해석하는 부분에서도 기본적으로 다뤄지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슨생님이!😠  누리의 이름은 이제까지 내가 만나왔던 어려운 이름에 비하면, 주로 아프리카계 이름, 쉬운 이름인데 이게 영국 사람들에겐 어려운가 하고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누리에겐 내 생각의 과정을 다 풀어주긴 어려워, "이름을 제대로 불러주는 건 중요한데, 한국이름이라 그 선생님에겐 어려웠나보다", "그래도 누리 이름은 쉬운데 그걸 못하다니 그 선생님 '바보'인가보다"하고 말해줬다.  그러니 누리도 "바보..(푸하하..)"하고 웃는다.😜

 

남이 바보면 상관있나, 나부터도 다른 사람의 이름 제대로 부르려고 노력해야겠다.  나는 사람들이 내 이름도 좀 똑바로 불렀으면.  여기서 사람들이란 한국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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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 BlogIcon meestoryus 2021.04.18 05:28 신고

    발음이 그리 어려운 이름도 아닌데 말이죠. 좀 섭섭하긴 하네요.
    이름 불러주는 게 뭐라고 가끔 제 이름 발음을 좀 제대로 불러주는 사람 보면 고맙기까지 하죠. 저도 미국이름들 어려워서 한 번 들으면 잊을때가 많아요.
    그래서 이름 물어보면서 꼭 이렇게 말합니다.
    내가 어쩌면 다음에 또 물어볼지도 몰라. 그래도 오늘은 기억해보려고 노력할게! 라구요.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04.18 16:54 신고

      익숙한 영어이름이 아니라서 그랬다고 생각해보지만, 어려운 이름도 아닌데 말입니다.😑
      방문과 댓글 고맙습니다.

  • 2021.04.19 03:45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04.19 22:49 신고

      제가 “홍홍홍..”이 안되는 사람이라.. 😅 뭐든지 정색하고 이야기하는. 연습 좀 해서 다음 기회에 꼭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숫자읽기에서도 영국영어가 느껴지신다니 영어를 잘하시는군요! 😄 사실 오늘 남편과 이집저집 할 것 없이 아이들이 코비드 록다운+방학으로 TV와 유튜브를 많이 보니 발음이 아메리카대륙스럽다..하는 이야기를 했답니다. 😅

  • 2021.04.23 02:46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04.24 09:05 신고

      아이 친구 중에 한쪽 조부모가 싱가폴 분인 아이가 있었는데 알 것 같은 느낌인데..ㅎㅎ 또 그분은 어르신이니 다르기도 하겠지요. 그 집 아이도 한국어, 중국어, 영어 고생이 많습니다. 그래도 중국어는 경쟁력있는 언어고, 영어는 아빠가 모국어니 우리 아이보다 낫습니다.😅

  • 아이가 상처로 남겠어요 ㅠ 어려운 이름도 아닌데. 보통 어려운 이름이더라도 어떻게 발음해? 라던가 안되도 해보려고 하는데 참 노력도 안하는가보네요 ㅠ 제가 다 서운한데 누리 연기하는 모습이 참 귀엽네요 ㅎㅎㅎ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04.24 09:09 신고

      완전 한국식 이름(한자 두개 조합)인 저는 하도 많이 겪는 일이라 이런 일에 좀 무뎌지기도 한 모양입니다. 영국사람들에게는 우리 이름보다 인도식이름, 아프리카식이름이 겪어봐서 더 익숙하게 읽고 기억하는 것도 같고요. 경험과 문화의 차이겠지요.
      저 짧은 구구단 속에서 연기를 보셨다니 소소님도 영어를 잘하시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