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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일기/2021년

[life] 어떤 솔잎

by 토닥s 2021. 9. 1.

런던으로 돌아온 것은 지난 토요일.  대부분의 짐(한국에 가기 전에도 우리가 쓰던 물건들)은 자기 자리를 찾아 들어갔지만, 아이의 짐(이번에 한국에서 새롭게 사온 것들)이 들어갈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딱히 자리를 만들어야겠다, 찾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잘 들지 않는다.  일단 점심만 먹고 나면 '생각-정지' 상태가 된다.  나이가 들수록 시차적응이 어렵다.

 

런던에서 부족한 솜씨로 끼니를 해결할 땐 한국에 가면 먹을 거리들을 생각하고, 기록하곤 했다.  정작 한국에 가서는 끼니 챙기기에, 사람 챙기기에 바빠서 + 4명 이상 모일 수 없는 강력한 방역조치로 별로 챙겨먹지 못했다.  아쉽지는 않다.  가끔은 런던에서 우리끼리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던 시간이 그립기도 했으니까.  한국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또 다음에 먹으면 되니까.  집에 돌아와서, 장을 봐와서 해먹은 첫 끼니는 햄치즈 토스트.  벌써 내가 먹는 솔잎이 이런 토스트가 되어버린 것인지-.  사실 이런 음식들도 한국에서 (사)먹을 수는 있었지만, 집에서 해먹던 음식을 사먹으려니 '비싸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특히, 한국은 유제품(우유, 치즈, 버터)가 너무너무 비쌌다.  

 

 

 

우리는 영국 백신접종 완료자라 도착 후 이틀 안에 PCR 검사만 한 번 더하면 자가격리가 해체되는 혜택을 누렸다.  비록 아이도 5세 이상이라 PCR 검사를 함께 해야했지만.  아이의 표현을 빌리면 영국에서 하는 PCR 검사는 가장 신사적이라고 한다.  한국은- 음-.🙄

더보기

☞ 영국 입국 전 COVID 검사 https://www.gov.uk/guidance/coronavirus-covid-19-testing-for-people-travelling-to-england

10세 이하(children aged 10 and under)는 영국 입국시 COVID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검사 방법은 3가지인데, 인천공항을 제외하고 PCR 이외 검사를 하고, 증명서를 발급해주는 곳은 잘 없는 것 같다.

검사는 출발일 3일 전, 토요일 출발이라면 수요일(포함)이후에 받으면 된다. 

☞ 영국 입국 전 격리해제를 위한 COVID 검사 예약 & 여행자위치정보Passenger location form 서류 작성 https://www.gov.uk/guidance/travel-to-england-from-another-country-during-coronavirus-covid-19

Passenger location form 작성을 위해서 COVID 검사 예약 번호가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소개되고 초기 혼선이 있었다는 뉴스가 있었지만, 직접해보니 Passenger location form만 제대로 작성하면 기존 입국과 절차가 같다.  서류 작성시 여권번호를 넣게 되어 있는데, 모든 것이 연동/기록 되는 것 같다.  따로 COVID 검사 예약 영수증을 요구하거나, NHS COVID Pass 같은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지비 말로는 사람 봐가면서 그런거 아니겠나...싶고.  가능하면 출력해서 손에 쥐고 있는게 마음이 편하다.  인터넷/휴대전화도 믿을 수 없다.

4세 이하(children aged 4 and under)는 영국 도착 후 격리해제를 위한 COVID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

☞ 자가격리 해제

도착 후 COVID 검사를 예약해야 한다고만 되어 있을 뿐, 자가격리를 어떻게 해야한다는 내용은 없다.  상식에 기반해 우리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집에 있었다.

입국 후 자가격리는 정말 사람마다 경험이 다르다.  주변에 전화 한 통 받지 않았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이 친구 엄마는 지난 늦봄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프랑스에 잠시 다녀왔는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2통의 전화가 왔고, 한 번은 집으로 불시에 요원(?)이 찾아오기도 했다고.  물론 지금은 해외 출입국자가 많아서 그렇게까지 관리할지 모르겠지만, 규정대로 하는 게 좋긴하다.

 

 

 

토요일에 도착해서 일요일 오전에 PCR 검사를 했고, 그날 저녁 바로 결과를 받았다.  비록 나는 그 시간 벌써 꿈나라에 있었지만.

 

 

시차적응에 실패하고 새벽에 깨어보니 이메일함에 도착 2일차 PCR 검사 결과가 들어 있었다.  결과는 음성.  그래서 다음날 아침 바로 큐가든으로 고고.  COVID 때문에 한 동안 닫혀 있었던 온실을 구경했다.  Temperate Rainforest 열대우림기우 - 그런 것이었는데, 우리끼리 한국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라고 웃었다.  습해서 마스크를 쓰고 있기가 어려웠다.

 

 

 

선선한 밖으로 나오니, '그래 여기가 영국이었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여기가 영국이었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

 

+

 

이번에 아이는 한국에서 돌아와 한국에서 계속해서 살고 싶다고 매일 같이, 아침저녁으로 말하고 있다.  "한국은 휴가로 가니 좋지, 살면 런던이 그리울껄?"이라고 말해줘도 "아니"란다.  "좀더 크면(나는 나이가 들면) 한국에 가서 살까?"하니 "그러자"한다.  에어컨이 없이 살 수 있는 이곳이 좋다가도, 가족 그리고 냉면과 순대가 있는 한국이 더 좋기도 하다.  냉면과 순대는 한인타운인 뉴몰든에도 있긴 하지만, 거기엔 가족은 없으니까.

 

여기서 언제까지 살 수 있을런지-.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 한국행이었다.  

 

+

 

강력한 방역조치(4인이상 집합 금지)로 가족들 얼굴만 챙겨보고 온 한국행이지만, 피로가 가시면 천천히 올려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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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7

  • BlogIcon 후까 2021.09.02 08:46 신고

    안전히 영국에 돌아오셨군요. 누리가 다녀오자마자 한국을 그리워하나봐요. 좋았던 기억이 참 많았나보네요. 여름방학이 그렇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것도 행복이지요 ^^ 시차적응은 비행기 피로 등등 집밖은 위험한 상황이라 긴장에 많이 피곤하실 듯 합니다. 그래도 천천히 일상으로 돌아오실거에요. 누리처럼 한국이 그리우실거라 생각되지만요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09.02 12:38 신고

      개인적으로 건강상의 문제 때문에 장거리 여행 자체가 극도로 피곤한데, 거기에 코비드라는 상황까지 더해지니 몸과 마음이 다 피곤한 여정이었답니다. 그래도 다시 가라면 또 당장 가방 싸서 나갈-.ㅎㅎ
      남편이 부러워하게는 게 그런거예요. 아이가 한국하면 좋은 기억만 있고, 그래서 늘 가고 싶어하고. 늘 반겨주는 가족과 친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죠. 후까님도 백신 맞고 나면 예전처럼 다니실 수 있을꺼라 믿어요.

  • 성실엄마 2021.09.05 17:19

    공감을 안할 수 없는 저 말씀.. 나이 들 수록 시차 적응이 힘들다는 말씀 말입니다. 그래도 격리도 면제 받으셨으니 좀 낫네요. 짐은 천천히 정리 하세요~ 당분간 시차 적응 잘 하시고요~ 날씨가 쌀쌀해지고 있을텐데 감기라도 걸리시면 큰일입니다 ㅠㅠ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09.06 09:40 신고

      한국에 휴가를 가면 에너지를 충전하고 오는 게 아니라, 늘 에너지를 방전하고 오는 기분이예요. 그래도 작년과 올해는 코비드로 그 정도가 덜하긴 했는데, 이번엔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 기분이라 회복하는데 더 오래 걸릴 것 같은 기분이랍니다. 뭔가 따듯한 국물을 마시면 그 회복이 하루는 빨리 될 것 같은 기분이네요. 늘 공감 고맙습니다.

    • BlogIcon molylana2204 2021.09.08 06:49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 생각하면 늘 좋은 곳이 있다는 건 참 큰 선물 같아요. 우리 가족만 외국에 살고 있어서 아이에게 미안했는데, 그런 선물을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괜찮은 것 같네요. 다만.. 자유롭게 한국을 오갈수 있는 날이 빨리 오면 좋겠어요.. ㅜㅜ 왔다 갔다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어요. 누리도 개학 화이팅이요!
    답글

    • BlogIcon 토닥s 2021.09.06 09:48 신고

      아이에게 한국이 언제나 즐거운 곳으로 기억되는 건 분명히 좋은 것 같아요. 그런 기억이 또 아이가 한국어를 유지하는 힘이 되는게 아닐까 싶고요. 그래서 저희는 일년에 한 번 한국 가는 걸 다른 어떤 일보다 우선순위에 두는 편이랍니다.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이벤트니까요. 그런 이유로 코비드가 없어진다고 해도 자주 왕래할 형편은 못된답니다. 그래도 갈 수 있는 게 어딘가, 위로하며 또 일년을 견뎌야겠지요. 응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