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래된 정원/2007년

[etc.] '나도 연말'

by 토닥s 2007. 12. 29.

정말 이번 주는 정신없이 보냈다.  수요일까지는 최민식 선생님의 인터뷰를 정리한 글을 마무리 짓고, 그날 저녁 M.T.갔다 목요일 아침 센터로 바로 출근.  목요일 밤 10시까지 야근하고 들어와 1시까지 이삿짐싸고, 다음날 5시에 일어나 또 짐싸고 이사는 부모님께 맡겨두고 나는 출근.  출근해서 원고정리(마지막 일로 책을 만들었다)와 인사이동때문에 회의다 면담이다 끌려다니다 퇴근.  집에 와서 짐 정리는 못하고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잔탓에 쓰러져 잠들었다 토요일 마지막 출근을 했다.
출근해서 오전에 원고를 마무리하고, 2년 동안 자료와 데이터들을 정리해서 백업DVD만들기.  이 망X 미디어센터(;; )는 직원들 컴퓨터에 DVD-RW가 안된다.  심지어 올해 들면서 DVD-R이 됐고 작년까지는 DVD-R도 안됐었다.  몇 십 기가를 외장하드에 옮겨 교육실에 내려가 데이터DVD를 만들고 사이사이 올라와 책상정리.  그거 마치니 5시 반.  
그때서야 내가 그만두게 된 걸 너무 기뻐하시는 상사를 뒤로하고 일터를 나왔다.

일터를 나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짧은 길이 씁쓸했다.  친구는 시원섭섭하지 않냐고 물었는데 그런 느낌보다 그런(?) 사람들에게 못이겨 결국은 내 발로 걸어나왔고, 그런 이유로 그런 사람들에게 기쁨을 줬다는 게 억울했다.  내 월급의 3배 이상을 받지만 일년 내내 사업 하나 안하는 사람들을 두고 말이다.  일터에서 누구라도 부정할 수 없는 힘든 일들, 그리고 많은 일들을 해온 후배와 함께 나오면서 우리는 억울했다.
하지만 새로 뽑힌 사람들, 내게 억울함을 준 사람들과 가까운 사람들이 후배와 내 자리를 채우는 걸 보면서 사실 처음부터 우리 자리는 그 사람들의 자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얼떨결에 들어가 2년 동안 그 안에서 우리는 악역을 담당했다.  그랬기 때문에 우리는, 적어도 나는 내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흠 잡힐 빌미를 주지 않으려고 일 또한 남들보다 많이, 잘 하려고 애를 썼다.  적어도 일에 있어서 만큼은 흠 잡히지 않으려고.  언니는 사람들이 그래서 날 더 싫어하는 거라고 하더라만.  그런 긴장관계가 너무너무 피곤했다.  이제는 그런 긴장관계 속에서 벗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시원'하다.  일터를 그만둔다고 하면 사람들은 주로 월급이 '섭섭'하지 않겠냐고 더 많이 물어보지만 어차피 많지도 않던 월급이라 그 부분이 크게 섭섭하거나 아쉽지는 않다.  물론 앞으로 먹고 사는 고민을 해야기는 하지만.

'시원'과 '섭섭'보다는 '억울함'을 소회로 남기고 일터를 나서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연봉 3천이 넘은 구의원 친구, 내가 만나고 있는 직장인 중 유일하게 나보다 월급이 적은 기자 친구, 이들보다 더 많은 돈을 버는 프리랜서 상업 사진가인 친구.  사실은 대학 동기, 후배, 일로 만난 지인인 이들을 한 단어로 묶을 수 있는 건 '친구' 밖에 없는 것 같다.





수변 공원에서 가까운 '봉창이 칼국수'에서 엄청난 양을 먹었다.  해물칼국수 4인분, 칼국수 2인분 추가, 해물샤브 2접시, 그리고 김치만두까지.  비싸지도 않은 집에서 많이도 먹었다.  엄청난 양의 음식을 먹고 씹으면서 각자의 억울함을 이야기했다.  그 속터지는 억울함은 광안리 해변 까페로 옮기고 난 이후에도 계속됐다.





나는 어제 느낀 마지막 출근에 대한, 일터에 대한 억울한 소회를 나누었다.  지인은 이번 일터의 새로운 직원채용에 억울함이 있었다.  지인의 지인이 지원을 하였는데 그이가 떨어졌다.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하지만, 지인의 지인을 밀고 채용된 사람에 대해서 그 자리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라 할 말이 많았던 거다.  그 이야기에 나도 조금 놀랐다.  몰라던 이야기라 놀랐고, 그 내용이 대학과 학문 사회의 못된 것만 벌써 배운 젊은 학자의 이야기여서 더욱 놀랐다.  후배는 몰랐던 조직문화 속에서 뒷말을 들으며 마음이 시달렸던 이야기를 하였다.  정치를 업으로 살아가는 친구가 한 이야기들은 더 억울하고 가장 한심한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들이었다.  물론 그러저러한 이야기를 나누어도 일정정도 암묵적인 오프 더 레코더가 작동한다.  공개되면 뒷감당이 안될 이야기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들끼리 '또라이들'하고 마는 것은 아니다.  서로에게 자극도 준다.  좋게 말하면 자극이지 나쁘게 말하면 서로를 긁는다.  하지만 그 속엔 악의가 아닌 서로의 삶에 대한 관여와 걱정이 녹아있다는 걸 알아서 나쁘게 번지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그런 조합의 사람들이 '친구'라는 묶음으로 만나지는 거 아니겠나.

그래서 어제 모임의 결론은 '사회적 기업'과 '감사원'정도.  그걸 목표로 살아보자는.

어제를 시작으로 매일매일 모임과 약속.  이삿짐은 풀지도 못했다. 1월 중순까지는 그냥 방치하고 다시 짐을 싸야할 처지다.  근데 여행가방이 어딨지?( ' ')a

아무쪼록 이 글 읽으시는 분들 건강한 연말 보내시구요.  2008년 복 받으세요.

everybody happy new year:)


반응형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