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에 누리가 수영을 시작했다.  수영을 신청하려고 했던 것은 지난 겨울이었는데, 여기 저기 알아보니 일반 수영장에는 3세 정도되는 유아 수영만 있고, 아기 수영이 없는거다.  집에서 가까운 곳에 아기 전용 수영장이 있기는 한데, 일년 단위로 가입해야 하고 뭐 조건도 까다로워 구경을 가나마나 하고 있을 때 이웃의 라헬에게서 그곳의 가격을 듣고 포기.  세션당 £30.  누리에게 장난감, 옷 안사주는 대신 먹는 것, 배우는 것은 별로 아끼지 않는데 그 가격은 너무 쎄다.  한 번만 하고 말 수영도 아니고.


그러다 다른 이웃(약간 멀긴하지만)이 매달 누리의 몸무게를 재러가는 아동센터 앞 보육시설에 딸린 수영장에 다니는데 괜찮다고 추천해줘서 알아봤다.  쉽게 말하면 유치원에 수영장이 있다.  보육시설에서 주간에 운영하는 수영 세션은 10개월 아기까지라 8개월쯤 된 누리가 들어가기엔 그래서, 보육시설을 빌려서 운영되는 사설 수영 세션에 이름을 올리고 두어달 기다렸다.  마침 자리가 나서 9월에 시작하는 수영 세션에 참가하게 됐다.  가격은 세션당 £10, 한 세션은 30분.  그것도 시간대비 좀 비싼 거 아닌가 했는데, 보육시설에서 직접 운영하는 수영 세션은 세션당 £5, 아기 수영의 적정 시간은 30분이 맞고 그렇게 볼 때 한 세션에 £10는 그럭저럭 가격이라 해보기로 했다.


수영을 하고 있는 이웃에게 듣자하니 일반 수영장은 소음 때문에 아기들이 싫어할 수도 있고, 유아풀에 뛰어노는 다 큰 아이들 때문에 3개월부터 수영을 계속해온 자기 딸도 싫어하더라고.  하지만 소개 받은 보육시설의 수영장은 그야말로 영유아를 위한 수영시설이라 그런 소음도 없을 뿐더러 물 온도도 적당하다고 추천했다.  한참을 기다린터라 지난 토요일 신나게 갔다. 

가기 전날까지 지비는 누리 데리고 나랑 자기랑 같이 가는 줄 알았다고.  같이야 가지.  그런데 수영 세션엔 지비만 들어갔다.  나는 밖에서 구경하고.  우리만 그러는게 아니라 다른 집도 다 그렇다.  누리보다 더 긴장한 지비.  울면 중간에 나오라고 이야기해 두었기 때문에 눈치보면서 들어갔다.





물에 들어가기 전 온수로 샤워.  더러움도 씻고 물에 대한 친화력도 좀 높이고.



아무리 목욕을 좋아하는 누리지만 좀 걱정이 되기는 했다.  목욕을 할 때도, 아니 세수를 할 때도 얼굴에 물이 닿으면 물에 빠진 사람처럼 허우적대서.  그런데 첫 활동이 컵에 물을 담아 턱에 부어보기, 괜찮으면 코, 또 괜찮으면 머리.  도중에 아기가 싫어하면 아빠가 해보이기.  이런식으로 물에 대한 두려움을 잊게 해줘서 참 좋다고 생각했다.


세션당 수강자는 7~8명에 강사 두 명인데, 그날 수업엔 3명만 왔다.  그러다 한 아기는 울다가, 토하고서 3분만에 퇴장했다.  나랑 옆에서 구경하던 엄마에게 물어보니 8개월이란다.  다른집 아기는 2살은 되어보이고.  그래서 결국은 그 2살 언니랑 누리랑만 수업.  그 집도 아빠가 데리고 왔다.





성인 허벅지에서 허리 정도까지 오는 물에서 아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던져 그걸 잡으러 가게끔한다.  물인지, 바닥인지 분간을 못하는 누리는 나름 허우적허우적 하면서 잘 갔다.  아빠는 이때 허리만 잡아준다.


중간에 누리가 물을 견디는지(?) 본다면서 누리를 물에 담궈보라고 했다.  지비가 겁먹고 살포시 턱까지만 담그니까 그럼 안된다면서 강사가 받아서 그냥 애를 머리 끝까지 확 담궜다.  자기 자식 아니니까 저게 되는구나 했다. (- - );;

쿠앙-하고 울줄 알았는데, 처음에만 푸하-푸하-하고 누리가 견뎠다.  강사가 물에 견디는 정도나, 다리 힘이나 나이에 비해 다 좋다고 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지비랑 나랑은 누리를 올림픽에 출전시키면 폴란드대표로 뛰게 할꺼냐, 한국대표로 뛰게 하나 그런 이야기를 쫑알쫑알..( ' ');;



주로 동요를 부르면서 하는 활동들이 많은데, 다른 아기 아빠 혼자 부르고 지비는 묵묵.  뭐 이건 이곳에서 자라지 않은 우리라서 어쩔 수 없다.  얼릉 동요 cd하나 사야겠다.





수영 수업도 좋고, 그날은 오후에 공원에 산책도 가고, 멀리서 친구가 와서 다 좋았는데 어젯밤부터 누리 머리가 뜨거워졌다.  그러더니 오늘 아침엔 콧물이 주륵.  잘 웃지도 않는다.  지난번 감기가 너무 오래가서 서둘러 아침에 바로 GP에 다녀왔는데, 병 하나씩 얻으면서 항체도 쌓아가니 어쩔 수 없다는 의사말.(- - )


개인적으론 지난번도 수영장 다녀온 뒤에 감기가 걸려서, 이번에도 그런거 아닌가.  이번 주말에 수영은 가야하나 물어보니, 수영해서 걸리는 게 아니라 사람에게서 옮는거라면서(그게 그거 아냐?) 그냥 수영 가란다.  정말 가도 될랑가.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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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마마로리 2013.09.17 15: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안녕하세요ㅎㅎ한국사는 마마로리에요. 우리 베이비는 지금 14개월지났는데 생각해보니 6개월부터 워터파크 물놀이를 즐겼네요- 저는 늘 혼자 베이비를 데리고 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아이와 함께 물놀이수업받는 아빠들보니 신세계네요 ^^ 와웅~

    • BlogIcon 토닥s 2013.09.19 22: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안녕하세요. 10개월쯤 처음 지인의 도움을 받아 아기와 야외수영장을 한 번 갔었는데, 많이 힘들었어요. 물에서 노는 건 안힘든데, 옷갈아 입히고 저도 갈아입는게 쉽지 않더군요. 어린 아기 데리고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여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주말 활동엔 아빠들이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면에서 신세계기는 하죠. 생각같아선 수영이 좀 더 길면 저도 어디서 우아하게 차라도 한 잔 하겠는데 30분이라 아쉽네요.(^ ^ );;

  2. kim mi jeong 2013.09.17 17:0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의 새로운 도전 !!
    엄마 아빠의 새로운 도전!!화이팅!!^^

  3. 유리핀 2013.09.19 08:24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 수영배우는구나! ㅇㅂㅇ 전 작년 늦여름에 배우고선 이 좋은 걸 왜 이제야 배웠을꼬 후회했었죠. 지비가 안고있는 누리를 보고있으니 지난 봄에 본 누리와는 완전히 다른 느낌. 뭔가 큰 애가 됐달까...
    물론 제가 이제 생후 23일된 애를 보고있어서만은 아닙니다;;; -_-;;

    • BlogIcon 토닥s 2013.09.19 22: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하 벌써 3주. 시간 빠르다. ;)
      나도 그랬어, 누워 있는 누리를 보면 기어다니는 애를 가진 집이 부럽고, 누리가 기어다니면 걸어다니는 애를 가진 집이 부럽고. 남의 집 애들은 쑥쑥크는데 누리는 왜 더딜까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