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아침 누리가 팔이 가렵다고해서 보니 붉은 반점 rash가 세 개.  이건 뭐지? 생각하고 가렵다길래 E45라는 보습제를 발라주고 학교에 보냈다.  또 바이러스인가 생각했지만 열도 없고, 아이도 아픈 기색이 없었다.  학교 마치고, 발레 발표회 연습까지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와 보니 목에도 반점이 두 개가 생겼다.  웬지 수족구 같아서 지인에게도 물어보고, 여기저기 찾아보니 그런 것도 아닌 것도 같고 불안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다음날 일어나니 더 많이 늘어난 붉은 점.  그런데 한쪽 팔에만 갯수가 늘었다.  그 전날과 달리 반점이 아니라 심하게 부풀어 올라 식중독 같아보였다.  일단 학교에 보내놓고, 보건소 격인 GP의 당일예약을 했다.  예약시간에 맞춰 학교로 돌아가 누리를 데리고 GP에 갔다. 

의사에게 보였더니 벌레에 물린 것 같단다.ㅠㅠ
최근에 공원이나 농장에 간적 있냐고.  당연히 많이 갔지.  학교 마치고 비만 안오면 공원과 놀이터에서 갔다.  심지어 주말도.  영국의 아이들에게 공원과 놀이터는 참새에게 방앗간과 같다.

어제는 듣고 있는 교육의 구술시험도 있는 날이었는데 아이를 데리고 GP와 학교를 오가느라 구술시험도 연기해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벌레에게 물린 걸로 GP를 찾은 나도 어이 없고, 그런 일로 내 하루를 보내버린 것도 어이 없고 그런 날이었다.  날씨마저 소나기가 오락가락해서 더 정신없는 날.  GP에서 나와 집에서 점심을 먹인 후 다시 학교에 넣어주고 돌아나오는데 금새 멈출 것 같은 소나기가 쏟아져 한 10분 간 기다렸다 집으로 돌아왔다.  뒤늦은 점심을 먹으며 벌레에 물린데 발라줄 수 있는 약 검색.  처방받은 하이드로코티존크림 hydrocortison 1%와 알레르기 시럽 priton을 함께 먹였다.  두 가지 약을 함께 처치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지인의 우려 때문에 오늘 아침엔 약국에 전화해봤다.   크림 바르고 함께 시럽 먹여도 괜찮다고.  이런저런 사정을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더니 다들 스테로이드인 하이드로코티존 크림이 걱정스럽다며 수두 때 바르는 칼라마인calamine 로션/크림을 권해서 오늘은 나가 칼라마인 크림을 사왔다.  알레르기 시럽인 피리톤을 먹이며 칼라마인을 발라주니 훨씬 덜 가려워하는 것 같다.  지금은 잘 참다가 한 번 긁으면 붉게 부어오르는 상태.
어젯밤엔 잠결에 누리가 긁을 것 같아 내 옆에 데리고 잤다.  아니다 다를까 가려우니 이불에 대고 긁어서 내가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자야했다.  알 것 같은 가려움이라 안타까웠다.  이대로 한 이틀만 잘 넘어가면 훨씬 나아질 것 같다.  누리야, 이틀만 참자.

+

오늘 아침 학교에 등교하면서 누리반 어시스트 선생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아이가 가려워하면 의사에게 처방받은 약 하이드로코티존을 발라줄 수 있는지 물었다.  학교 오피스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급하게 오피스로 가서 물어보니 하이드로코티존은 스테로이드라서 학교에서 발라줄 수 없고, 아이가 직접 바르는 걸 감독해주는 방식으로 해야한다고.  그걸 확인하는데 꽤 시간을 소요했다.   마침 학교 간호사가 없는 날이라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교사의 확인을 받아야했고, 그 뒤에 학교 규정에 따라 서류를 작성하고 교실에 들어간 아이를 다시 불러 아이에게 약을 넘겼다. 
덕분에 내 일정에 늦어져 급하게 학교를 나왔다.  그 과정이 조금 지치기는 했지만, '맞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이 아이보다는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것이기는 했지만. 
그 일을 겪고서 스테로이드가 포함된 약이 아닌 칼라마인을 발라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  참고로 어제 의사가 누리에게 처방해준 하이드로코티존이라는 크림은 처방전 없이도 살 수 있는 크림이다.  스테로이드 함유가 아주 작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일하는 사람이 직접 바를 수 없는 약이라면, 아이에게도 좋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칼라마인 크림이 더 효과적인 것 같으니 앞으로도 칼라마인을 써야겠다.  물론, 이 약이든 저 약이든 쓸 일이 없는 게 가장 좋지만.

이렇게 또 한 가지 배운다.  벌레에 물렸을 때 좋은 약/크림 - 칼라마인. 

+

아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이가 가려워할 땐 주위를 돌릴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다고.

마침 어린이날을 기념해서 주문한 레고가 도착해서 오늘 저녁은 누리가 가려움도 잊고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오늘은 절반만 했으니 내일 저녁도 가려움을 잊고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  그렇게 되기를 열렬히 희망해본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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