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집에서 멀지 않은 공원에서 폴란드 문화의 날 행사가 있었다.  폴란드 문화센터가 바로 그 공원 입구다.  아주 대단한 행사는 아니고 폴란드 음식을 팔거나, 폴란드 식료품점이나 이민관련 회사가 홍보부스를 차리고, 아이들 대상으로 폴란드 관련 퀴즈 액티비티를 하는 정도.  메인 무대에서는 간단한 공연하고.  나는 시내로 볼 일을 보러가고 지비가 주말학교를 마치고 다른 가족들과 함께 누리를 데리고 갔다.  사실 지비는 이런데 열심히인 폴란드인은 아니었는데, 왕성한 맘 두 명에 이끌려 여기저기 다니게 됐다.  그 왕성한 맘 둘은 각각 남편이 영국인과 이탈리아인이라 우리가 처한 환경이 비슷하다고 느끼는지(그 집 애들도 폴란드어를 잘못한다.  누리더러 잘한다고 할 정도니.) 자주 지비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보내온다.

나는 나대로 시내에서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고, 지비 누리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믿는다).

달달구리 묶음을 부상으로 받은 보물찾기&퀴즈도 즐거웠지만 2파운드를 내고 한 비누방울 체험이 가장 재미있었다는 누리. 

각자가 바쁜 토요일을 보내고 일요일은 집에서 뒹굴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침을 먹으며 문화의 날 둘째날 행사가 역시 집에서 멀지 않는 폴란드 교회 앞에서 열린다는 걸 알게 됐다.  정말 식료품점부터, 문화예술센터, 교회 없는 게 없다.  전날 공원에 함께 갔던 폴란드맘이 폴란드 전통댄스를 배우는데 거기서 공연을 한다고 해서 자세한 정보를 보내왔다.  딱 점심 먹고 난 뒤가 그 맘 공연 순서라 산책삼아 가보기로 했다.  가서보니 스트릿 파티였다.  정식무대가 있거나 하는게 아니라 골목 양쪽을 막아놓고 공연도 하고 음식도 사서 먹고 그런 행사였다.

말은 몰라도 대충보니 마을 처녀들과 총각들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춤을 추는 구조였다.  또 누리는 나를 위해 설명을 해준다며 아는 척척척-.

그리고 애들이 나와서 노래하고 바이올린 연주하고, 아저씨가 나와서 아코디언 연주하고.  그리고 누리가 기대하던 마술쇼(?).  타이틀은 사이언스쇼였다.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은퇴한 폴란드인 화학 연구자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쇼였다.  지비 말로는 그 할아버지가 자신은 마술사가 아니라 과학자라고 했다지만, 아이들은 그 말을 듣고도 마술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화학물질을 섞을 때마다 색이나 물질의 형태가 변하는 것을 보여줬다.

말은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재미있었다.  지비말로는 참가한 사람 90%가 주말학교에서 온 가족 같다고.  그러면 아이들 대부분도 많이 알아듣지 못했을텐데, 이 할아버지 연구자의 쇼는 인기절정 & 초집중이었다.  이 할아버지가 타고온 차는 마치 1960년대에서 온 차 같았다.  지식도 있으시고, 연예인 기질도 있으시니 이 방면으로 제 2의 인생 사실듯하다.

+

폴란드의 이민 역사가 길기 때문에 이런 자리를 채우는 어르신들도 영국서 태어나거 자란 경우가 많다.  누리 친구의 부모들도 대부분 여기서 태어나고 자란 2~3세대.  되려 폴란드에서 나고 자란 젊은 이민자들은 이런 행사에 오지 않는다.  그 젊은 이민자들이 보기에 이런 행사는 너무 올드 패션.  폴란드 떠나온지 오래거나, 그보다 더 오래전에 폴란드를 떠나온 부모세대에게 배운 폴란드와 문화기 때문에 올드한 것이 당연하다.  올드한 게 나쁜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그럼 나도 올드한 건가.  사실 그렇기는 하지.ㅠㅠ

여러 번 이야기하지만 폴란드와 한국은 정말 닮은 점이 많다.  폴란드 사람만 폴란드어를 쓰듯이 한국 사람만 한국어를 쓰는 것도 그렇고, 식민지 역사가 그렇고, 각각 사회주의와 독재시절을 거치며 역사의 단절기를 거친 것도 그렇다.  술 많이 마시는 것도 물론.  폴란드를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이야기거리들이 있는데-, 풀어낼 시간이 없다.  그리고 결국은 기억에서 잊혀진다.  아슙..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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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6.03 15: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런던에서 폴란드 문화의 날 행사를 한다니 흥미롭네요. 폴란드사람들이 영국에 많이 있어서 더 그런걸까요?
    아래 폴란드랑 한국 얘기를 적은 것을 보고 생각이 났는데 지난 주말에 남자친구랑 술 마시면서 역사 얘기, 한국과 일본에서 시작해서 폴란드얘기까지 나왔었는데 저도 한국이랑 닮은 부분이 꽤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어서 괜히 반갑네요.

    • BlogIcon 토닥s 2019.06.03 21:5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영국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은 인구가 쓰는 언어가 폴란드어라는 통계가 있었답니다. 인도가 있는데 어떻게? 싶었는데요. 인도는 지역별로 다른 언어를 쓰고 또 영어를 쓰기 때문에 그렇다는군요. 남편과 우스개소리로 영국 시골 어디를 가도 중국 테이어웨이와 폴란드 식료품점을 찾을 수 있다고요. 정말 그렇습니다.ㅎㅎ

글래모건 소시지

누리가 보는 어린이채널 Cbeebies에 월드 키친 world kitchen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7~8세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친구들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먹는다.  영국의 프로그램답게 다양한 문화를 대표하는 아이들이 나와 그 문화를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만든다.  이탈리안 아이는 피자를 만드는 식. 
얼마 전에 소개된 웨일즈 음식 글래모건 소시지.  이름은 소시지인데 웨일즈 치즈와 빵가루, 리크를 주재료로 만든 너겟에 가깝다.  쉬워보여서 프로그램을 보고 난 며칠 뒤 우리도 만들어봤다.  웨일즈 치즈  대신 비교적 덜짠 모짜렐라를 넣고, 리크leek 대신 스프링 어니언 spring onions이라는 파를 넣었다.

생각보다 맛이 괜찮았는데 모짜렐라 치즈가 식으면서 굳어져 좀 딱딱한 느낌.  체다치즈로 다시 만들어보려고 빵가루를 준비해놨다. 

불고기 떡볶이

그리고 지난 글에 언급했던 불고기 떡볶이를 조랭이 떡을 사와 다시 한 번 해먹었다.  고기를 미리 재워둔 덕에 고기는 부드러웠다.  다만, 조랭이 떡에 소금간이 되어 있었던지 조금 짠듯한 느낌.  초보는 같은 레시피로 조리를 해도 늘 맛이 다르다.

아이스 초코우유

한 동안 밤마다 마셨던 음료.  살도 살이지만 차가운 것만 먹으면 심하게 반응하는 장 때문에 요즘은 따듯한 음료와 우유로 돌아왔다.  그래도 늘 시원한 음료를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  마음의 갈증인지.

초코우류를 만들 때 카카오 100%가루 반 스푼, 꿀 반 스푼을 넣고 만든다.  잘 풀리지 않아서 며칠 째 네스퀵을 살까말까 고민 중이다.  네스퀵은 알고보면 초코렛음료가 아니라 초코렛맛 - 곡물음료라는데.  초콜렛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설탕이 문제다.  하지만 찬우유에 녹이기엔 그만한 게 없는데.  살까?

파스타

입맛에 맞는 파스타를 찾아서 요즘 부쩍 자주 먹는 파스타.
통후추를 드르륵드르륵 즉석해서 가는 핸드밀을 샀다.  그 핸드밀이 파스타 먹는데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아보카도와 연어 비빔밥

위는 누리 접시, 아래는 내 접시.  누리 접시의 채소들은 최소한 작게 잘랐다.

누리도 좋아하고 우리도 좋아하는 메뉴인데, 최근 양식 연어의 문제점을 다룬 장문의 글을 읽었다.  한국도 그렇지만 양식환경이 질병에 취약하기 때문에 항생제 같은 약을 많이 쓴다는 글이었다.  게다가 덩치기 큰 생선일수록 중금속 축적이 많기 때문에 피하거나 섭취량을 줄여야 한다는 글이었다.  섭취하게 되더라고 북유랍산 연어보다는 알래스카산이나 양식이 아닌 자연산을 먹어야 한다고.  우리가 사는 연어는 낚시 Line caught라고 믿고 있지만,  가두리 양식장에 낚시줄을 드리워 잡는지도 모를 일 아닌가.  정말 알고나면 먹을 게 없다.

냉면

지난 주 한국문화원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가 지인과 만나 한국식당에 갔다.  아침부터 여기저기 분주하게 다녔더니 갈증도 나고 시원한 음식이 생각나 냉면을 먹었다.  의외로 쌀쌀한 날이었는데.

원래 심심하게 음식을 먹는 편이라 식당에서 준 겨자도 넣지 않고 먹었다.  먹으면서 생각해보니 양념장도 없었다.  냉면에 양념장을 넣는 건 남쪽만 그런가.  아, 그건 밀면인가.  제대로 맛있고 시원한 냉면이 그립다.  둥지냉면 같은 냉면 말고.  올 여름 한국가서 자주자주 먹어야지.   하지만 맛집 찾아다닐 시간이 없으니 맛있는 냉면을 먹는 일이 쉽지 않다.

그리고 도시락

일주일에 두 번 밖에서 도시락 밥을 먹는다.  주말에 작은 피크닉까지 더하면 두 번 이상이 된다.  주로 샌드위치를 먹지만, 마침 전날 먹던 짜장과 밥이 있어 도시락으로 챙겼다.  혹시 모르는 냄새 때문에 밖에 앉아 먹었다.  다행히 날씨도 좋았다.

다시 파스타

파스타보다 누리의 테이블 세팅을 보여주기 위해 찍은 사진.  한복을 입은 인형이 나를 보고, 중국인형이 내 파스타 접시를 내려다보는 환경에서 저녁을 먹었다.

다시 매생이떡국

어떤 날이었는지 몹시 기운이 빠져 나를 격려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건매생이를 먹었다.  한국가면 박스로 사와야지.  하긴, 여기도 팔긴하더라.  가격이 두 배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지만.

폴란드식 김치

폴란드 식품점에서 발견한 김치.  가격이 여기서 사먹는 김치보다 더 비싸다.  폴란드인들에게 익숙한 양배추절임 - 사우어크라우트에 양념을 한 것 같은데.  정체를 알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생각은 없다.

홍차돼지

홍차와 꿀을 넣어 고기를 삶고 간장+맛술+미림+식초를 넣고 끓인 양념에 재워서(?) 냉채처럼 먹는다.  누리가 잘 먹어서 2~3주에 한 번은 한다. 

역시 인형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먹는 저녁.

과일청

폴란드 식료품점에 가면 음료로 마시는 시럽종류를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건 과일이 담긴 청이라 찍었다.  레몬 하나 잘라 넣은 크기인데 가격이 4파운드.  유기농 레몬 망(4~5개 레몬) 하나가 1.5파운드인데.  나도 여기서 수제과일청 사업을 열어야겠다(진담 아님).

튀기지 않은 돈까스pork cutlet

글래모건 소시지를 만들면서 돈까스도 같은 방법으로 튀기지 않고 만들 수 없을까해서 찾아보니 그런 조리법이 있었다.  프라이팬에 굽는 것보다 냄새가 안나서 좋았다.  오븐에 굽는 시간도 15분으로 무척 짧은 편.  맛도 괜찮은데, 누리는 딱딱하다고 싫어했다.  그래서 다시는 안할듯.  오븐에 굽기는해도 만드는 과정은 같으니 역시 번거롭다.  이 돈까스도 한국가서 많이많이 먹어야겠다.

+

한국가서 먹을 목록이 벌써 한 가득. 1일 4식 정도는 해야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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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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