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가 런던에 도착하고 이틀은 누리가 여름 방학이 시작되기 전이라 학교에 가야했다.  아침에 함께 누리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누리가 없는 시간을 이용해 언니와 인근 공원에 산책을 가기도 하고, 이제까지 런던을 5번 방문한 언니도 가보지 않은 곳 - 칼 마르크스의 묘지도 함께 갔다.  하교 시간에 맞추어 집으로 돌아와 누리를 데리고 학교 앞 공원에서 다시 한 시간 반 정도 시간을 보냈다.  물론 누리만 다시 발바닥에 땀나도록 놀이터를 뛰어다니고 우리는 그늘에서 준비해간 커피나 물을 마셨다.
학교에 아이를 등교 시키고 하교 시킬 때 부모나 보호자가 가야하는 모습, 학년 말이라고 아이들이 카드를 써온 모습을 언니는 색다르게 봤다.  보통 카드와 꽃, 초콜릿, 프로세코 정도를 선물로 들고 온다.  한국에서는 김영란법 이후로 사라진 모습이라고 한다.
영국 교육의 문제는 학력 저하가 아니라 교사들의 처우가 너무 나쁘다는 언니의 입장.  절대 공감.  가까운 사람들과 잘 하는 농담(?)으로 스타벅스에 가서 일해도 교사, 보조교사보다 더 번다고 이야기 한다.  사실 그런 문제는 교사, 보조교사 스스로가 많이 제기해야한다.   알기로는 두 개의 직업노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현실은 - 보수 정부는 개념이 없고, 노조의 전투력(?)은 너무 줄어 어려워보인다. 
일찍이 칼 마르크스 선생께서 포인트는 세상을 바꾸는데 있다고 하셨건만.

+

언니와 갔던 하이게이트 묘지의 칼 마르크스 묘지.  칼 마르크스는 독일인 철학자, 경제학자, 사회학자였다.  자본론을 비롯한 그의 저서들은 산업혁명 이후 사회변화를 이해하고 해석하는 틀이 됐다.  영국으로 망명해, 영국에 묻혔다.

The philosophers have only interpreted the world in various ways.  The point however is to change it.
철학자는 세계를 단지 해설할 뿐이다.  그러나 핵심은 그것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가 머무는 잠시 동안 중국인,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이 칼 마르크스의 묘지를 찾았다. 
칼 마르크스의 묘지 때문에 묘지 입장이 유로라는 것이 놀라웠다.  사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의 묘지였다.  머리만 덩그러니 올려놓은 묘지 모양과 크기가 놀라왔다.  좀 더 철학적으로, 역사적으로, 사회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
그 밖에도 이 묘지에는 칼 마르크스, 그의 아내와 딸, 그리고 하녀(이자 동료였던 헬레나 데뮤트)가 함께 묻혀있다.  이 헬레나 데뮤트 이야기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런던에 있는 동안 관광지는 대충 다 가봤다고 생각했는데, 언니 덕분에 가보지 못한 곳 더 가보게 됐다.
(하지만 이곳을 오고 싶어하는 특별한 손님 방문이 아니고서는 다시는 안올 것 같은 느낌적 느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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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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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9.08.08 11: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칼막스 이론은 대단하였으나 인간의욕망을 몰랐던 사람.
    그분 묘지가 거기 있군요. 대학때 저사람 레포트를 몇번 썼었던지라 애증 막스 ㅋ

    • BlogIcon 토닥s 2019.08.11 00: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언니는 마르크스가 하녀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고요. 심지어 그녀는 하녀이자, 동료였고 애인이었으리라는 것이 핼레나 데뮤트를 다룬 영화의 내용이라고 합니다.

  2.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8.15 12: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런던에 칼마르크스의 묘지가 있었군요. 묘지가 정말.. 뭔가 투박?하다고 해야할까요. 딱히 상상했던 모습은 없지만 이런 모습은 아닐 것 같았는데 말이죠...
    근데 그럼 이 묘지에 묻힌 가족의 묘지에 방문하는 사람들도 매번 입장료를 내야하나요?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언니가 런던에 오기 전 누리에게 보고 싶은 뮤지컬이 있는지 물었다.  누리는 요즘 열심히 읽고 있는 Roald Dahl의 책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마틸다를 보고 싶다고 했다.  누리의 경우는 낮공연이라야 볼 수 있는데, 아직은 나이가 있으니 2시간 반이 넘어가는 뮤지컬을 밤에 보기는 어렵다, 언니가 시간이 있는 요일과는 맞지 않아 뮤지컬 마틸다는 포기했다.  그러다 문득 누리와 동물원에 가기로 한 날을 옮겨 다른 날에 가기로 하고, 뮤지컬 마틸다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런던의 뮤지컬을 당일 아침 구매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표를 살 수 있다는 Day seat 시스템에 도전해보기로 하고 낮공연이 있는 날 일찍 집으로 나섰다.   박스 오피스가 열리는 시간에 들어갔지만 방학기간에는 day seat이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물론 전날 전화로 문의를 했었는데, 그 예매처에서는 있다고 해서 걸음했던 것인데.  박스 오피스에서는 그 예매처는 늘 그런 식이라며 탓했다.  Day seat으로 생각했던 가격이 25~30파운드였는데 39파운드 짜리 좌석이 아직 있다고해서 그냥 표를 그 자리에서 샀다.  물론 언니가.( i i)  그렇게 뮤지컬 마틸다를 보게 됐다.  우리가 박스 오피스를 찾았던 시간은 11시 전이었고, 공연은 1시 반이라 그 전에 언니에게 필요한 물건 좀 사고 점심도 먹으려고 다시 코벤트 가든 방면으로 나섰다.  그러다 우연히 발견한 디즈니 팝업 스토어.  나는 미니 마우스, 미키 마우스나 팔겠지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는데, 들어가서보니 디즈니 웨스트엔드 팝업 스토어였다.

※ 상설이 아닌 임시로 운영되는 상점을 팝업 스토어라고 한다.

뉴욕에 공연으로 유명한 브로드웨이가 있다면, 런던에는 웨스트앤드가 있다.  공연장이 모여 있는 곳을 웨스트앤드라고 한다.  하지만 런던의 웨스트 아니고 센트럴이다.

팝업 스토어에 들어가니 무료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코너가 있었다.  처음에 쭈뼛하던 누리도 이모가 솔선수범 방법을 보여주니 더 찍겠다고 난리.  생각하지 않고 들어선 팝업 스토어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데 짧은 워크샵을 한다는 안내를 받고 얼떨결에 누리가 참석하게 됐다.  역시 또 쭈뼛하던 누리는 누구보다 열심히 춤을 췄다. 



워크샵을 진행한 분은 뮤지컬 라이언킹과 알라딘에도 참여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영양31번이었을지도 모른다고 여기서 열심히하면 라이언킹 티켓 할인권이라도 줄지 모른다고(두 가지 모두 농담이다) 누리가 열심히 하기를 바랬다.  정말 힘 좋은 영양 31번 선생님은 뮤지컬 라이언킹에서 동물들의 움직임을 딴 댄스를 열심히 가르쳐주셨다.  3부분 정도를 연결해서 짧은 시간안에 댄스를 완성했다.






우리는 모르고 들어간 디즈니 웨스트앤드 팝업 스토어였지만 혹시라도 코벤트 가든에 가게 된다면 가볼만하다.  어른들은 쉴 수 있고, 애들은 즐겁게 댄스를 배울 수 있으니 참 좋은 곳이라며 그리고 참 고마운 영양31번 선생님이라며 언니와 함께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누리만)땀을 뻘뻘 흘리고 공연 전에 점심을 먹기 위해 걸음을 옮겼다.  맛집 어플리케이션을 받아온 언니의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가본 곳 중 골라 벨기에 음식점인 벨고로 갔다.  누리가 태어나기 전에 가봤으니 한 8년 전에 가본 셈인데 여전히 사람 많고 시끄러운 곳이었다.  벨고가 인기가 좋은 건 위치가 코벤트 가든이기도 하지만, 가격 대비 양이 많아 그런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누리는 홍합을 좋아하고 감자튀김을 좋아하니 딱이라며 갔다.  벨고에서 대표 음식은 홍합과 닭반마리 그리고 벨기에 맥주들이다.



어린이 세트(메뉴+디저트)에도 홍합 요리가 있어 누리는 그걸 시켜웠고, 언니도 홍합 요리, 나는 해물 파스타를 시켰다.  여름에도 홍합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언니는 놀라워했다.  맥주도 맛있었고, 홍합도 맛있었다.



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먹고 우리는 뮤지컬 마틸다를 보러 갔다.



사실 내용을 대충만 알아 100퍼센트 알아듣기는 어려웠다.  영어인데다 노래라서 더 그랬다.  언니가 궁금해하는 질문, 그래서 주제가 무엇인지,에 답해주지 못했다.  소중한 존재로서의 아이들 - 정도가 아닐까 싶은데, 쓰고보니 너무 상투적이다.

언니의 말로는 다른 웨스트앤드의 뮤지컬에 비해 한국에 많이 소개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 뮤지컬의 원작인 Roald Dahl의 책들은 영국의 초등학교에서 읽혀지는 고전이다.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도 좋아하는 이야기들이라 영국에선 이 뮤지컬도 꽤 인기가 있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장 선생이라는 설정 때문에 한국에서는 뒤늦게 소개된 모양인데, 이 부분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내가 더 많이 공감할 수 있었다.  영국 사람들은 그저 책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이 공연을 보면서 더 뭉클했던 이유가 따로 있다.  주인공 마틸다를 맡은 아이가 백인과 흑인 혼혈이었는데, 머리 스타일이 여기서는 아프로 스타일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이었다.  1960~70년대 잭슨 파이브 헤어스타일 생각하면 된다.  단정히 묶을 수도 있었겠지만 자연스럽게 아프로 스타일을 드러낸 마틸다.  마틸다하면 떠올리는 붉은 머리의 하얀 얼굴이 아닌 아이가 무대의 주인공 마틸다로 설 수 있는 영국이라는 나라, 런던이라는 도시가 놀라웠다.  유럽에서 복지수준은 바닥이라는 영국이지만, 차이를 포용하는 의지와 실천은 유럽의 어느 나라와 도시도 따라올 곳이 없다.  얼굴이 하얗지 않은 아이도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는 웨스트앤드의 문대는 정말 꿈의 무대였다.  뮤지컬 마틸다 공연 그 자체로도 좋은 공연이었지만, 아프로 스타일의 마틸다는 너무 감동적이었다.  매회 마틸다를 맡은 배우는 다르지만 다시 한 번 좋은 좌석에서 한 번 더 보고 싶은 공연이다.  누리가 지금 읽고 있는 마틸다 원작을 나도 읽은 뒤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다.

+

누리는 공연을 본 후 매일 공연장에서 산 CD를 듣고 있다.  하루에 2~3번은 듣는다.  다음번 관람에선 공연을 더 많이 이해하는 것을 넘어 노래를 다 따라 부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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