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초 누리의 폴란드 스카우트 이전식이 있었다.  유아 스카우트에서 걸 스카우트로 이전했다.  그 이전식 전통이 독특하다.  일명 리본 돌돌.  허리에 리본을 감아 아이들을 넘겨주는 식이다.  작년에 누리는 이 이전식을 보고, 다음엔 자기 차례가 온다는 걸 알게 됐고 그렇게 일년을 기다렸다.





누리가 4살 유아 스카우트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만 3년을 함께한 선생님.  영국에서 태어나고 나란 폴란드 2세대다.  그럼에도 지비는 이 선생님과 대화할때면 폴란드의 방송인과 이야기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정확한 발음과 언어로 말씀하신다고.  물론 내가 듣기엔 이 분이 하는 영어도 그렇다.





이렇게 유아 스카우트를 마무리하고 걸 스카우트로 이동한 누리.  벌써 2주 전에 영국 동남부 스카우트들의 연례 모임에도 다녀왔다.  누리가 동경하던 유니폼까지 갖춰입고.


이런 유니폼을 좋아하는 누리가 나는 신기할 따름이고, 어릴적 부모의 뒷받침이 없어 스카우트 생활을 빨리 접었다고 생각하는 지비는 원없이 뒷받침/뒷바라지 중이다.  자신의 못다한 꿈을 자식에게 투영하고 있는 열성부모 - 지비. 

이날 연례행사에서 누리가 속해있는 유아 스카우트에서 2년간 함께 하다 지난해부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선생님을 만났다고 한다.  누리가 유아 스카우트를 시작할 때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봤던 선생님이라 더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고.  이 선생님도 영국에서 자고 나란 폴란드 2세인데, 성이 영국식 걸로 봐서 엄마가 폴란드인인듯.  이 선생님은 이 연례행사를 25년째 오고 있다고 한다.  누리만한 나이에 스카우트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폴란드 주말학교도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스카우트를 하는 분들은 다들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올듯한 폴란드 역사를 개인과 가족의 역사로 간직하고 있는 분들이 많다.  그걸 다큐먼트하는 일도 재미있겠지만, 아무래도 그건 그들의 몫인 것 같다. 
영국에, 런던에 그다지 뿌리가 없는 우리라서 누리에게 폴란드 스카우트가 그런 뿌리가 되면 좋겠다는 희망도 가지고 있다.  물론 나 아니고 지비가.  그렇게 되면 비록 한국이 아니긴하지만 누리에게도 좋은 일일 꺼라고 생각만 해본다.


※ 공식 SNS에도 공개된 사진들이라 따로 얼굴을 가리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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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9.09.28 13: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 많은 아이들 중에서 누리만 찾고 있네요 ㅋ 저도 랜선 이모가 되었어요 ^^

  2. BlogIcon Boiler 2019.10.23 04: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희도 걸 스타우트 가입 시킬까 고민중인데 나라마다 복장이 다 다른것 같네요

    • BlogIcon 토닥s 2019.10.23 10: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희는 아이의 폴란드어를 돕기 위해 한 활동이었는데요, 실제로 아이들의 폴안드어를 접하면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제가 어릴때를 되돌아보면 온나라가 같은 유니폼이었는데 영국 내 폴란드 스카우트는 지역마다 다른 것 같아요. 아이가 포함된 곳은 잉글랜드 동남부. 영국 스카우트는 옷이 같을것도 같은데, 잘 모르겠네요.
      아이가 하는 스카우트는 본래 스카우트 활동에 종교+국가주의 같은 게 좀 더해져 싫어하는 젊은 폴란드인들도 있어요. 하지만 정작 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외국에 살면서 폴란드와 연관된 커뮤니티 활동으로 보기 때문에 개의치 않는 편입니다. 특히나 저희는 둘다 이곳에 연고가 없어 아이에게 커뮤니티 경험을 줄 수 있어서 좋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학기 중엔 주말조차도 저당잡혀야하는 어려움이 있긴합니다.^^;

어제 처음으로 누리 생일 파티를 했다.  한국에서 생일을 맞아 케이크를 잘라 먹은 적도 있고, 때가 맞지 않아 미리 케이크를 먹은 적도 있지만 사람들을 모아놓고 '파티'라는 걸 해본 건 처음이었다.

기본적으로 내가 소음과 사람맞이에 무척 약한 사람이기도 하고, 몇 번 경험해본 아이들 생일파티는 그닥 내 스타일이 아니었다.  내 스타일이 아닌 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그런데 많이 익숙해져 즐기는 것 같았다.  다행히는 누리는 주말학교로 토요일이 바쁘니 그런 자리에 많이 가지 않기도 하였고, 누리가 다니는 학교는 매생일마다 파티를 하는 분위기도 아니다.  어쨌거나 학교 생활 2년쯤 했고, 친구라는 것도 생기고, 생일파티에 몇 번뿐이지만 가본 누리도 생일파티를 해보고 싶어 해서 '그나마 아직 귀여울 때' 부모주도의 생일 파티를 한 차례 열어보기로 했다.

하우스 파티도 가봤고, 교회 같은 커뮤니티 장소를 대여해 엔터테이너를 불러 하는 파티도 가봤고, 생일파티를 주로 하는 실내놀이터 파티도 가봤다.  그 어느것도 엄두가 나지 않았는데, 비용면도 엄두가 나지 않았고, 누리의 어린이집 친구 엄마가 생일파티를 집에서 멀지 않은 하이스트릿 피자 레스토랑에서 체험형으로 했는데 가격도, 활동도 모두 좋았다고 이야기 해줬다.  그래서 누리 포함 10명의 아이들만 불러서 작은 생일파티를 준비했다.  말은 준비라고 하지만, 지난 8월 초 한국 가기 전 급하게 날짜를 정해 레스토랑에 예약금 50파운드 지급해둔 게 전부.  그리고 한국서 파티 장식용 세트(폼폼+풍선+생일축하 번팅) 하나 만 오천원 주고 사왔다.  한 것 없이 준비가 다된 기분이었다. 

누리가 초대한 9명의 아이들 중, 누리가 7명 꼽았고 종종 대화를 나누는 부모 둘 아이들을 불렀다.  그 중 한 아이는 가족행사가 있어 못오고, 누리가 꼽은 다른 아이로 대체했다.  생각보다 쉽게 준비된듯했는데 복병발생.   누리의 절친 둘이 피자를 안먹는다.  그 중에 하나는 피자를 먹지 않아도 오고 싶어했는데, 그 중에 하나는 오고는 싶은데 피자는 싫고 징징-해서 그 집 엄마가 힘든 시간을 보냈다.  다른 메뉴를 시켜주기로 하고 친구 초대도 완료.

드디어 생일 날.  20분쯤 먼저 도착해 준비해간 생일 장식을 붙였고 친구들을 맞이했다.

피자가 굽는 동안 하려고 했던 만들기 활동은 준비한 피자만들기와 먹기 - 생일 케이크 나눠먹기 - 디저트까지 다 먹고 한 15분쯤 남아 부모님들이 데려가기를 기다리는 동안 진행했다.  빨대 컵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활동으로 내가 온라인 크라프트 재료상에서 준비했다.
케이크도 수제케이크 그런게 아니라 m&s에 파는 케이크에 생일 축하 메시지만 넣었다.  맛보다 모양과 가격이 선택 기준이었는데 28파운드.
어제 오늘 받은 피드백은 긍정적이고(두 명의 아이가 이제까지 생일파티 중 최고였다고), 같이 남아 시간을 보낸 엄마 셋도 너무 좋다고 평가했다.
피자를 만들고 먹는다는 설정이 딱 6~8살 정도의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것 같다.  누리네 학교는 같은 레스토랑에서 5학년들이 피자만들기 체험을 한다. 그때면 좀 시시할 나이인 것도 같고.
우리도 준비가 쉬웠고 평가도 좋아 즐길 수 있는 생일 파티였다.  그래도 다시 생일파티 하라면 - 글쎄요지만.

+

생일 뒷담화.

선물로 카드와 현금 10파운드가 들어왔다.  영국서는 흔하지 않은 선물.

생일파티 장소 근처서 뱀 세 마리를 들고 버스킹(?)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몇몇 부모가 늦게 데리러 와서 지루해할 때 지비와 한 엄마가 데려가 뱀구경(?)을 시켜줬다.  구경만 한 게 아니라 다 만져도 봤다.  본의 아닌 추가 이벤트로 아이들이 환호했다.

집에와서 짐을 풀어놓고 커피를 마시러 나갔다.  선물받은 스티커북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확실히 연륜있는 부모가 고른 선물은 다르다며 지비와 이야기 나눴다.  스티커북을 보낸 엄마는 딸-아들-아들 아이 셋 엄마고 누리 친구가 막둥이.

생일 파티 초대를 하고 보니 여자 아이 7명에 남자 아이 3명이었다.  남자 아이가 작아 컨트롤이 쉬울꺼라던 지비.  여자 아이들의 활동성과 와일드함에 깜짝 놀랐다.  누누이 남자 아이들이 활동적이라는 건 옛말이다 해도 귓등으로 넘기던 지비였다.  생생한 보육체험과 다른 부모들을 만날 수 있어 좋았단다.
나 역시도 아이들의 다른 면면과 누리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언제쯤 다시 생일파티란 걸 해볼까 이야기하다 나는 초등 마지막 해 - 6학년쯤이라고 했는데 지비는 이 정도 수준(인원, 비용, 아이들 상태..ㅎㅎ)면 열살 기념해도 좋을 것 같다고.  글쎄 - 나는 어제의 소음과 광란이 언제 어떻게 잊혀지는가에 따라서.  일단, '일곱살 생파'는 진짜로 끝.  자, 이제 하프텀(중간방학) 계획하자.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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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뉴엣 2019.09.24 02: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생일파티 하시느라 고생하셨군요 ㅎㅎㅎ
    그래도 아이가 정말 신나 보입니다.
    좋은 시간 보내셨을 것 같습니다 :)

  2. BlogIcon 후미카와 2019.09.24 17: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우 대박 즐거운 분위기의 파티. 누리 어깨가 으쓱 하겠네요. 이렇게 특별히 사랑받고 그 큰 행복이 오래 오래 누리의 행복 에너지가 될거에요 축하드려요
    ( ^-^)ノ∠※。.:*:・'°☆

    • BlogIcon 토닥s 2019.09.25 00: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일곱살은 생일의 행복에너지는 그날로 끝이고 지금은 할로윈에 뭘 입을 건지, 누구를 만날 건지가 궁금한 모양입니다. 요즘 애들 참-.ㅎㅎ

어제가 누리의 일곱번째 생일이었다.  지난 8월 한국에서 가족들과 케이크도 잘라먹고 선물도 미리 받았다.  게다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친구들과의 일명 '생파'는 다가오는 일요일이라 생일 당일은 전혀 생일 느낌이 없었다.  그래서 좀 소흘히 했더니 생일날 일어난 누리가 실망했다.  깜짝 선물이 없어서.  그래서 급당황한 우리는 누리가 좋아하는 회전초밥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그래더니 회전초밥집이 있는 쇼핑몰에 있는 팬시용품점에서 뭔가를 사고 싶다는 누리.  뭘 사고 싶냐니 도시락 가방을 사고 싶단다.  사실은 그곳의 물병은 원했으나 누리는 내가 그 물병을 절대 사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안다.  회전초밥집과 팬시용품점의 도시락 가방으로 전격합의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누리는 학교에 갔다.

생일이 다가오기 전 누리가 생일날 건강한 스낵을 나눔하고 싶다고 했다.  작년에 작은 귤에 파티 모자를 씌여 학교에 보냈더니 칭찬도 받고 학교 뉴스레터에도 실려 기분이 좋았던 누리.  칭찬의 힘이 이렇게 크다.  어떤 스낵을 보낼까 생각하다 바나나를 스티커로 꾸며 보내기로 했다.  바나나 서른 개를 사오는 일이 만만하지 않았지만(무거워서), 그것만 빼면 가장 쉬워보이는 준비였다.  스티커도, 구글아이도 집에 있어 바나나 서른개 사느라 3.5파운드 썼다.

오랜만에 공장 가동. 이런 단순 노동을 우리는 좋아한다.

아침 등교할 때 선생님께 전달했더니 결석한 아이가 있어 남은 바나나 5개가 돌아왔다.  선생님이 먹을만도 한데 소문대로 선생님이 깐깐한 것인지.  한 이틀 지비와 나의 간식이 될듯. 
평소보다 일찍 퇴근한 지비와 함께 회전초밥집이 있는 쇼핑몰로 고고.  그런데 회전초밥집이 브랜드는 그대로인데 고급화되어 레스토랑으로 바뀌었다.  돈 많은 사람들은 접시 내리는 것도 수고로운 것인지.  덕분에 평소에 가는 일본푸드홀로 가서 초밥, 라면, 우동, 타코야끼, 맥주 골고루 먹었다.  회전초밥집 가격 절반.
누리의 생일 선물로 사주기로 했던 도시락 가방도 할인 상품으로 9파운드 주고 샀다.  4파운드가 전재산인 누리는 그것에도 흡족해했다.  당연 지비는 매우 흡족.

그리고 녹차 아이스크림으로 마무리한 누리 생일.
사람들이 말하는 미운 몇 살, 미친(?) 몇 살도 지났으니 이제 고운 일곱살이 되길-.

+

마침 오늘 #TBT

이랬던 아이가 일곱살이 되서 자기 생일엔 회전초밥을 먹고, 선물로 특정 브랜드의 도시락 가방을 사고 싶다고 하다니.  시간이 쏜 화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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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ours 2019.09.22 11: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아 며칠전이 누리 생일이었군요! (멀리서, 늦게나마 축하해요) 한번 만난 얼굴이라고 새삼 더 반가운 누리와 가족들이네요. 제주는 오늘 태풍이 또 오고 있어서 비바람에 엄청나요. 런던은 그 사이 많이 쌀쌀해졌을까요? 올 가을 또 훌쩍 자랄 누리의 모습이 기대됩니다.

    • BlogIcon 토닥s 2019.09.25 00: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누리가 징징거릴 땐 어서 자랐으면 싶고, 쑥쑥 자라는 걸 보면 좀 천천히 자랐으면 싶고(귀여운 건 한 때니) 사람 마음이 간사합니다.
      저도 만나뵈서 너무 반가웠어요.

누리와 BBC의 유아 채널인 Cbeebies를 보다 다가오는 토요일에 지난 7월에 공연된 Cbeebies Proms가 방송된다는 걸 알게 됐다.  Proms는 BBC에서 주관하는 클래식 공연 축제인데 2~3년마다 Cbeebies의 출연자들이 진행하는 어린이 공연이 있다.  3년 전에 누리와 갔었고, 올해도 우리는 운좋게 표를 구해서 갈 수 있었다.  운좋게 표를 사기는 했지만, 못산 사람들이 많으니, 좌석은 공연장 맨 뒤 그러니까 공연장 천정 바로 아래였다.



마침 우리가 공연을 보러 간날이 한국에서 언니가 런던으로 오는 날이여서 우리 모두 설레는 하루였다.  


좌석이 어이 없게 시야가 제한된 좌석이었다.  출연진들의 정수리만 그것도 측면에서 보이는 좌석이었다.  티켓 예매가 시작되는 정시에 구입한 좌석이었는데.  지난 공연에서는 박스석에 앉아서 봤다.  그때도 잘 안보이는 것은 마찬가지.  분위기만 느끼고 잘 편집된 화면으로 나중에 TV로 보면 된다고 우리 스스로를 위로 했다.  누리도 한국에서 이모가 오는 날이라 공연이 잘 보이지 않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은듯했다.  다행스럽게도.

+

그 날 에피소드가 있었다.  내 옆에 11~14살 정도 되보이는 소년이 앉았고 그 옆에 소년의 엄마가 앉았다.  공연이 시작됨과 동시에 들어온 소년은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중증 자폐 또는 행동장애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가만히 앉았다가도 수시로 온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체중을 실어 앞뒤로 흔드니 내가 앉은 의자에 진동이 전해져 조금 시간이 지나니 두통이 올 정도였다.  그래도 사실 나는 괜찮았다.  무대의 장면이 전환될 때마다 옆에 앉은 엄마는 "저거봐 하얀 연기 보이지?", "아 누구누구네(출연진)!"하면서 소년에게 말을 건냈다.  그리고 소년이 체중을 실어 의자로 자신의 몸을 던질 때마다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두통이 날 정도의 진동이었지만, 나는 최대한 밝은 표정을 지으려고 애쓰면서 괜찮다고 했다.  내 노력이 그녀에게 얼마나 닿았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같이 애 키우는 입장에서 나는 그 엄마가 대단해 보였다.  나도 아이를 키우니 다른 사람들에게, 아는 사람은 물론 모르는 사람에게도 미안하다고 해야할 때가 많다.  아이를 닥달해도 약속에 늦는 일이 흔하고, 공공장소에서 아이의 부족한 행동 때문에 타인에게 미안하다고 해야할 일이 있다.  하지만 그래봐야 하루에 한 번, 외출 할 때 한 번인데 그 엄마는 60분의 공연을 보는 동안 나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르겠다.  그것도 모자라 공연이 마무리 될즈음 5분 정도 일찍 일어나면서 인파를 피해 먼저 일어나야 할 것 같다고 나에게 다시 미안하다고 말하고 일어섰다.  나는 밝은 얼굴로 괜찮다고 말하려고 노력했지만 정말 괜찮게 보였는지 모르겠다.
주변이 좀 더 조용했고, 그 엄마가 소년을 데리고 서둘러 나가는 상황이 아니었다면 "미안해 하지 말라"고, "아이가 공연을 즐겼기를 바란다"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정말 나는 괜찮았다.  정말 나는 괜찮다.  그런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음악을 듣고 살아갈 수 있다면 나는 괜찮다. 
다행스럽게도 우리가 앉은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그 아이의 존재를 알았지만, 어린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내 옆에 앉은 소년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  지비와 내가 느끼기엔 주변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그 소년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다.  그건 그 엄마에 대한 배려이자 소년에 대한 배려였다.  그런 배려와 배려가 모여 사회가 한 걸음 나아가는 게 아닐까 생각했던 하루였다.
그날의 공연보다 아이를 공공 장소에 데려온 엄마, 그 엄마와 소년을 배려한 주변 사람들이 기억에 남았다.  어쩌면 음악보다도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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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he_hesse 2019.09.11 15: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따뜻한 글 잘 읽고 갑니다^^

  2. BlogIcon 후미카와 2019.09.24 18: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토닥님의 배려를 분명 알아주셨을거에요. 공연 내내 힘드셨겠지만 불편해도 내색않고 배려해주긴 힘들지요 아마 누리도 보고 배우게 될거에요. 공연 시작 바로 전에 들어온 이유를 알겠네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는데 그 배 이상 정성과 관심이 필요한 아이들이니까요 ^^ 따수한마음에 감동

    • BlogIcon 토닥s 2019.09.25 00:2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이곳에서 타인, 다른 조건을 가진 사람을 배려하는 방법을 많이 보게되고 배우게 됩니다.
      사실 차별금지 법도 꽤 엄격한 편입니다. 그래서 한국에 가면 아쉬울 때도 많답니다. 한국도 많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것들을 각박하게 대할 때를 종종 목격하니까요. 더 나아지리라 희망합니다.

한국으로 간다는 글 하나 던져 놓고, 이번에는 가서 부지런히 기록을 남겨야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가기 전에도, 가서도 정신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다보니 보름이 조금 넘는 일정을 꽉 채우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사람들이 '나의 집'이라고 부르는 런던으로. 

사실 나도 여행을 마치고 비행기가 런던 상공에 들어서면 '이제 집이구나'라는 생각에 긴장이 풀린다.  하지만 나에게 집이란 한국이라는 생각이 늘 자리잡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변하지 않을 생각과 마음인데, 시간이 지나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오니 다급하게 한국으로 떠나면서 미뤄둔 일들이 고스란히 기다리고 있다.  다행히 어제부터 누리가 학교에 가서 하루하루 한 가지씩 헤쳐내고는 있지만, 이곳에서 하루하루가 더해지니 또 할 일들이 생겨난다.  그래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했던가-.


인천공항 2 터미널

한국에서 받은 기운(사실은 있는 기운 다 짜내서 놀고 왔지만)으로 다시 일년을 정신 없이 살아야겠다.

+

잠시라도 얼굴보고 반가움을 전해준 벗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가족들에겐 물론 고마움을 곱배기로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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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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