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9.11.21 [life] 나이 feat. 배+생강+계피+통후추 (2)
  2. 2019.11.13 [life] 영화 Sorry we missed you. (4)
  3. 2019.11.02 [+2600days] 할로윈 밤나들이 (4)

특별한 계기 없이, 그저 피로 누적으로 얻은 감기가 오래가고 있다.  한 2주 전 며칠 목이 깔깔하더니 열이나 몸살도 없이 목소리가 가버렸다.  소리도 안나고 쉰소리만 나고 있다.  약, 사탕도 소용이 없고 다급한 마음에 내 손으로 배, 생강, 계피, 통후추를 넣고 끓여 마셔봤다.  별 효과는 없었지만, 목이 답답할 때마다 커피, 차, 유자차 골고루 끓여 마시기도 번거롭고, 남겨둔 생강 반토막과 배 2개가 있어 한 번 더 끓여 마시기로 했다.  생강 껍질을 까다가 나도 모르게 '아 향이 좋네'하고 생각하다 깜짝 놀랐다.  마늘, 생강 몸에 좋다는 건 다 싫어했던 사람인데-, 나이가 든건가 싶어서.


음식을 하면서 마늘, 양파, 파를 많이는 쓰지 않아도 꼭 쓴다.  이제 파까지는 가끔 즐기게 됐지만 아직도 마늘, 양파는 지비에게 몰아주곤 한다.  지비는 한국가서 고기 구워먹으면 구운 마늘도, 심지어 생마늘까지도 먹는다.   나는 평생 먹어본적도 없는 구운 마늘을 맛있다고 먹는다.  어쨌든 대표 초등입맛인 내가 무의식중에 생강 향이 좋다고 생각해서 깜짝 놀랐다.  나이가 들면 먹는 취향도 변하는 것인지.


문득, 대중문화이론 시간에 마흔을 넘긴 교수님이 아직까지 트롯트는 본인 취향 아닌데 자신도 나이가 들면 트롯트가 좋아질지 의문이라고 했던 말씀이 떠올랐다.   그로부터 15년 훌쩍 지났으니 교수님은 지금 연구실에서 트롯트를 들으실지도.

어느날 생각하니 대학교 1학년 때 늙었다고 놀려먹던 선배들의 나이를 내가 훌쩍 지나 있었다.  그때 선배들 나이 스물 여섯, 일곱.  그리고 다시 어느날 생각하니 서른 한 살로 이 세상을 떠난 김광석보다도 내가 나이가 많았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더더더더 나이가 많다.  그래서 감기가 쉽게 낫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몸은 진실이자 자연이니 어쩔 수가 없다.  얼른 배+생강+계피+통후추 물이나 마저 마셔야겠다.



+


아 맞다!  지난 화요일 터키 상점에서 모과를 발견했다.  한국처럼 단단한 모과는 아니지만 모과는 모과.  잘라서 설탕과 버무려두었다.  이것도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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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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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선혜 2019.11.22 06: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직 감기가 안나았구나..ㅜㅜ
    난 감기걸리면 레몬차를 진하게 자주 마시니까 좋더라.
    몸 아껴가면서 건강하게 나이들어가자~

    • BlogIcon 토닥s 2019.11.22 18: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늘 목으로 감기가 와서 뜨거운 차를 많이 마시는 편인데, 하도 마셔서 늘 배가 부름.ㅠㅠ
      별 차도가 없음. 시간이 약이려나..

벌써 '보통'으로 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란 걸 알고는 있었다.  보통은 커녕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야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 대열에 내가 끼여 있지 않다는 사실에 고마워하고 싶지는 않다.  나 또한 그 대열 언저리에 있는데 자각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그 대열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닥치지 않고는 알기 어렵다. 그리고 열심히 해도 그 대열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우리 사회가 그렇게 허술하다는 걸 알지 못한다.  그 사실을 83세의 감독은 매정하리만큼 현실적으로 보여준다.

영화 Sorry we missed you

2008년 경제 위기 때 일자리를 잃은 주인공은 모기지로 얻은 집도 잃게 된다.  대출을 갚을 길이 없으니.  이런저런 일자리를 떠돌던 주인공이 마침내 찾은 일은 택배.  사실상 관리감독을 받지만 사용할 차도 직접구입을 해야 하는 이른바 자영업자 self-employed.  방문 요양보호사 아내의 이동수단인 차를 팔아 택배차의 계약금을 마련한다.  아내가 버스로 이동하며 힘들게 일을 해내는 동안 주인공의 일은 점점 꼬여만 간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해 자기와는 다른 삶을 바랬던 아들도 문제아로 학교에서 쫓겨날 처지.  엎친데 겹친 격으로 주인공의 택배일도 평탄하지 않다.  

+

요즘 영화극장에 종종 간다.  누리 방학이면 꼭 하루는 간다.  본의 아니게 아동용 영화를 빠짐 없이 보고 있다.  우연하게 본 이 영화의 소개 글을 보고, 하루 꼬박 컴퓨터 앞에서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루고 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보고 싶었다.

20대엔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기 위해서 사람을 만났다.  대략 일년에 50여 편 영화를 봤고, 거기에 공부+일+영화제를 더해 70여 편은 봤던 것 같다.
영국에서 보낸 30대.  십 년 동안 영화를 네 다섯 편 본 것 같다.   그래서 박차고 나가 본 영화인데-, 일단 나이가 들어도 무뎌지지 않는 감독이 놀라웠다.  영화를 보며 흘린 눈물 덕에 얼굴은 뜨겁게 달아올라도 찬물로 세수한 것마냥 정신이 번쩍 드는 영화였다.  맞다, 우린 이토록 매정한 현실에 살고 있지-.

+

영화를 보고 나와서 마주한 쇼핑몰의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추운 날씨에도 화사하고 포근하면서도 활기차 보이는 풍경.  그 뒤에 가려진 매정한 현실을 잊지 않기 위해서 정신 차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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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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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9.11.13 09: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당신이 무능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무능한것
    쿡! 이 영화 보고싶네요

  2. BlogIcon TheK의 추천영화 2019.11.28 06:2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켄 로치 영화네요.
    저도 챙겨 봐야겠어요.
    좋은 영화 정보 감사합니다.
    추천 꾹!~ 눌렀습니다.
    한국에서는 12월에 <미안해요. 리키>란 제목으로 개봉할 것 같습니다.

    • BlogIcon 토닥s 2019.11.30 10:3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믿고보는, 알고보지만 마음이 쓰린 켄 로치영화입니다.
      한국처럼 여기도 이런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상영기간 딱 며칠. 그래서 다른 일 밀어두고 다녀왔어요. 추천드립니다. 공감, 고맙습니다.

유럽에는 11월 1일을 맞아 망자의 날을 기리는 곳이 많다.  그 날에 보통 묘지를 찾는다고 하는데, 영국에선 미국의 영향 탓인지 할로윈을 점점 더 큰 축제로 챙기는 것 같다.  시장의 마케팅도 큰 몫을 하겠지만.  다른 건 몰라도 아이가 있는 집은 이런 날을 그냥 지날 수가 없다.  우리도 그렇고. 
누리는 작년에 처음으로 trick or treat이라고 불리는 할로윈 밤나들이를 나갔다.  주변에 살던 한국맘의 제안으로 나갔다 큰 재미(?)를 보고 올해는 벌써부터 할로윈을 기다려왔다. 
작년까지 입던 마녀 옷은 작아져 새로 살까도 싶었는데, 다른 옷을 입고 싶다는 누리.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고양이 얼굴이 그려진 검은 드레스(원피스)와 고양이 귀 머리띠로 간단하게 꾸미고 같은 반 친구와 동네를 한 시간쯤 걸었다.

아이들이 있는 집만의 축제가 아닌가 싶은데 동네를 다녀보면 그렇지 않다.  의외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친절하게 맞아주시는 곳이 많다.  할로윈 장식이 있는 집에 노크를 하고 trick or treat을 외치면 달달구리를 들고나와 나눠준다.

어떤 집에서 나눠준 fruit & veg 봉투.  이건 엄마들꺼야하고 누리 친구가 우리에게 줬는데 열어보니 달달구리가 들어있었다.  진짜 속임수(tirck)이라며 우리를 웃게 만들었다.

이 달달구리 한 바가지는 어떻게 되냐고?  사실 누리는 대부분 먹지 않는다.  1/10도 안먹는다.  지비가 밤마다 누리 몰래 하나씩 꺼내먹다가 좀 지나면 내가 다 버린다.  나눠주신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결국은 먹지 않아 지금 버리거나 나중에 버리거나 그 차이라 과감하게 버리는 편이다.  오래 둘 수 있는 건 챙겨두면 지비가 끝까지 먹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겐 달달구리도 중요하지만, 밤에 나갈 수 있다는 게 더 큰 재미가 아닐까 싶다.

+

저녁 나들이 갔다 돌아오면 늦어 질 것 같아 낮에 미리 해둘 수 있는 저녁으로 오후에 미리 준비해뒀다.  목욕시키고 소스만 데워낸 파스타를 먹었다.  누리는 소스도 없이 토마토, 올리브, 치즈만


원래 인터넷에서 본 이미지는 눈 모양의 치즈와 올리브였는데 -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

+

지난 주 가을 학기 중간방학을 맞아 누리와 구운 할로윈 쿠키.  인터넷에서 할로윈  간식 halloween treat으로 검색해서 찾았다.  원래 레시피의 쿠키 반죽은 땅콩 버터를 이용한 것이었는데, 우리는 평소 우리가 만들어 먹는 초코칩 쿠키 반죽으로 만들었다.  쿠키 위에 올라간 건 땅콩버터 초코 컵.  이날 열심히 만들기만 만들고 누리는 별로 먹지 않았다.  쿠키 한 개 정도 초코컵 떼어내고 쿠키만 먹었다.  일주일 동안 내가 커피 마실 때 하나씩 먹었다.  누리도 잘 먹지 않아서 정작 할로윈에는 만들지 않았다.  원래는 이날 시범으로 만들어보고 할로윈에도 만들 계획이었지만.


누리는 베이킹을 좋아한다.  사실 남녀 불문 아이들이 다 좋아한다.  하지만 만드는 입장에서는 아이들과 함께하면 일도 더디고, 모양도 원하는대로 나오지 않는다는.  그래서 누리 친구 엄마는 크리스마스용 진저맨 쿠키를 구울 땐 애들이 학교가고 혼자서 후닥닥 한다고.  나는 사실 베이킹을 시작한 이유도 집에서 만든 간식을 아이에게 먹이기 위해서였다.  그 후로도 아이와 함께하는 활동의 개념인데, 그럼에서도 사실 할 때는 속이 까맣게 탄다.    그런 걸보면 나도 아직 멀었나보다.  거미 다리 좀 삐뚤어지면 어떻고, 눈 좀 삐뚤어지면 어떻다고 - 어차피 먹을껀데 말이다.

+

이제 할로윈 지났으니 다음은 크리스마스인가?  총총 가보자.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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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11.03 00:2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9.11.13 09:3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빠가 같이 해주세요. 요즘은 인터넷에 없는 게 없는 세상이라 아빠랑 할 수 있는 요리 쉽게 찾을 수 있어요. 아이들도 좋아하고, 아내분은 더더더더 좋아하실꺼예요. 공감, 고맙습니다.

  2. BlogIcon 후미카와 2019.11.07 03: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캬하 누리 귀여워요☆
    첨엔 어플 사진기 깉았는디 진짜네요
    누리의 추억이 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