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 누리와의 바쁜 일상에 쫓기면서도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 죽어서야 내 기억 속에서 다시 살아난 한 사람에 대해서 생각했다.  2005년 장애인 미디어교육을 하게 되면서 알게 된 주영씨.

그 보다 앞서 서울서 장애인 미디어교육에 참가하면서 이후 그 바닥에 뛰어든 주영씨를 서울에서 사전 미팅을 하면서 만났다.  그리고 부산에서도 만났다.  짧은 시간, 그것도 빡빡한 회의하면서 얼굴을 본 그녀가 얼굴을 대한지 두 세 번쯤 지났을 때 너무 친하게 다가왔다.  나라는 사람은 그럴때 되려 한 걸음 물러선다.


겨우 두 세 번 봤을 뿐인데 그녀는 조잘조잘 쉼없이 이야기했고, 자기에게 필요한 것이 있으면 주저없이 당당하게 부탁했다.  휠체어 뒤에 매달린 가방에서 약을 꺼내달라, 떨어진 뭔가를 주워달라, 그리고 가방에서 또 다른 걸 꺼내달라.  나는 속으로 '참 당당하게도 부탁하네'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대뜸 "제가 당당하게 부탁해서 이상한가요?"하고 물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할 때 미안해하거나 도움 받기를 주저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그리고 도와주는 사람도 시혜를 베푼다고 생각하거나 장애인을 불쌍해하면 안된다고.  그냥 도움이 필요하니까 도움을 청하는거고, 상대방은 도와줄 수 있으면 도와주고 못하면 안도와주면 되는거라고.  맞는 말이었다.


서류에서 뜯어낸 스테이플러 알을 무심코 버릴까봐 그런 것들이 휠체어 타이어에 박히면 바람이 빠진다고 한 발 앞서 잔소리하던 주영씨.  그런데 나는 그 잔소리도 당당한 도움 요청도 싫지 않았다.  장애인을 향한 불쌍한 혹은 불편한 시선을 수평적으로 교정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가 장애인이라서 우리가 항상 양보해야 할 사람이 아니라 어떨 땐 싸우기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가르쳐 준 셈이다.



Seoul, Korea (2005)


그렇게 당당했던 그녀가 혼자 살던 집에 난 화재에 숨을 거두었다.  어른 걸음 세 발짝이면 나갈 수 있었을 집을 혼자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번에도 그녀는 직접 119에 전화해서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녀의 요청에 이번엔 우리의 대답이 너무 늦었다.  그 뉴스를 보면서 '왜 아픈데 혼자 살았어'하고 가슴을 쳤다.  중증장애인이면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영씨가 가족과 함께 살면 활동보조인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한다고, 그래서 혼자 살면서 활동보조인 지원을 받는 쪽을 택한 것이다.


http://media.daum.net/society/welfare/newsview?newsid=20121030100923711


장애인이면서 스스로의 문제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활동했던 주영씨는 이 세상 떠나가는 길마저도 그랬다.  당당했던 주영씨, 이젠 편히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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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fiaa 2012.11.02 02: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혼자 살면서 지원을 받는쪽을 택했다니.
    아 읽으면서 소름이 쫙 돋았어요 :_:
    좋은곳에 가셔서 여전히 씩씩하고 즐거우시길.

    • BlogIcon 토닥s 2012.11.02 12: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활발하게 활동을 했던 친구라 활동보조 지원이 절실하니까. 나도 그런 자세한 건 몰랐네. 참 대단한 친구다 싶어. 그 친구들뿐 아니라 장애인 권익을 위해 활동하는 많은 장애인들이.

  2. BlogIcon gyul 2012.11.02 05: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 기사를 읽었었는데...
    마음이 아픕니다...
    그리고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부디 좋은곳에서 더 환하게 웃고 행복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BlogIcon 토닥s 2012.11.02 12:1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뉴스에 올라온 주영씨의 영정사진을 보니까 환하게 웃는 사진이예요. 그렇게 웃는 사람인지 몰랐는데, 오래된 사진첩에 단 한 장 있는 사진도 웃는 사진이더라구요.
      언제나처럼 환하게 웃고 있기를 바래요.

요즘은 토요일마다 산책을 나간다.  산책 혼자서도 누리 데리고 나갈 수 있지만, 혼자서 나가면 들어올 때쯤 꼭 혼이 빠진 사람이 된다.  아직 혼자는 무리다.  주로 나가서 하는 일 별 거 없다.  주택가를 10~15분쯤 걸어나가면 있는 하이스트릿에 가서 기저귀를 사오거나, 간식으로 먹을 쿠키를 사오거나, 토요일 저녁으로 먹을 거리를 사오거나.  그래도 그 토요일의 산책이 얼마나 꿀맛인지.  일단 누리가 내 품을 벗어나도 울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에게 평안와 위안을 준다.  누리는 유모차에 넣으면 우는데 일단 집을 나서면 꿈나라로 여행을 떠나신다.  유모차에 넣고 집을 나서기까지가 힘들지, 오죽했으면 잠 못들어서 칭얼거릴 땐 한밤이라도 집을 나가고 싶다.

덕분에 우리는 이야기도 하고, 구경도 하고, 또 걷기도 하고.




남의 집 나무인데, 나뭇잎이 하트모양.  게다가 정열적인 빨강.  좀 용기있게 담장을 넘어 들어가 가까이서 찍고 싶었으나 요즘은 사진찍을 때 소심쟁이 모드라서.( ' ');;




휴대전화 카메라가 아니라 제대로 된 카메라가 있었으면 하고 아쉬운 컬러.  필름이었으면 더 좋았을 것도 같은데.



여기저기 할로윈 마케팅이 한참이다.  Waterstone이라는 서점 유리벽에 붙은 아이들 솜씨. Half term, 일주일 간의 짧은 방학, 이라고 서점에서 아이들과 할로윈 관련 워크샵을 한 모양이다.



서점에서 몇 걸음 더 걸어가면 중고서점이 나온다.  길가에 내어놓은 책중에 '아시아의 BBQ'가 보이길래 한국 껀 있나 찾아봤다.  딱 2개의 한국 음식.  갈비라곤 하지만 그냥 Ribs을 갈비양념해서 진정한 갈비라고 하긴 어려워 보였다.  더군다나 고기를 rare 또는 medium으로 요리한듯 보였는데, 한국음식은 그렇게 요리안하는 것 같은데.( ' ')a



Robert dyas라는 잡화점 윈도우에 70년대 스타일 전화기를 내놓았다.  모양만 그렇고 버튼을 누르는게 아니라 진짜 다이얼을 돌려야 하는 70년대 스타일 전화기.  누가 사갈까?



Paperchase라는 문구점.  벌써 크리스마스 카드.  하기야 길거리도 벌써 크리스마스 전등 장식이 끝났고, 11월 1일 점등을 기다리고 있다.  나도 얼른 사서 부지런히 써야 크리스마스 전에 도착하지 싶은데.  쓰는데 시간이 걸려서 시간을 넉넉히 잡고 시작해야 한다.


근데 요즘은 그런 고민에 자주 빠진다.  선물이 없어도, 카드 하나가 진정한 선물이 될 수 있고 기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매년 주변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내왔다.  카드 구입비용 빼고 여기서 한국과 폴란드로 날아가는 우편료만 £40~50인데.  사람들은 그런 '절차와 의례'를 기쁨이라고 생각할까 하는 고민.  우리가 한국과 폴란드로 보내는 건 30여 통이지만 우리가 받는 건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서다.  물론 크리스마스가 이곳만큼 큰 비중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뭐랄까 소소한 기쁨이 사라진듯하다.  뭐, 한국에 있었으면 나도 문자메시지나 주고 받았을지도 모르지.



토요일 산책을 마치고 지비가 만든 햄버거로 저녁 해결.  뭔가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는 그저 누리만 안고 기다리고 있었으므로 주는대로 먹어야 한다.  맛있다고 칭찬하면서.  그래야 다음에 기쁘게 또 하지.  칭찬은 지비를 춤추게 한다.(^ ^ );;



나는 육아 블로거 아닌데(i i ), 그냥 잡다 블로거인데 어쩌다보니 육아 이야기만 냅다 올라가는 것 같아서 시덥잖은 이야기라도 올려봄.  누리가 자는 틈에.(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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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프린시아 2012.10.30 06:3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런던도 가을이군요.
    잎색깔이 참 이쁘네요. :D

  2. BlogIcon ju 2012.10.31 01:58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정말 나뭇잎이 하트 모양이네요! 저도 사진 찍을 때는 소심해져서 쭈삣쭈삣 찍고나서는
    집에 와서는 좀 더 과감하게 찍을 걸 하고 매번 후회해요. :)

  3. BlogIcon Chorom Lee 2012.11.01 06: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한국으로 자주 편지, 생일카드 보내곤 하는데 답장 받는건 얼마 없어요. 첨엔 섭섭했는데 이제는 그려려니 하고 그냥 답장 안받아도 섭섭하지 않은 사람에게만 보내게 됐어요.

    • BlogIcon 토닥s 2012.11.01 12: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문화가 다르려니.. 합니다. 그렇게 치면 한국서도 경조사에 맞춰서 경조사 축의금/조의금 돈 안보내는 제가 이상할 수도 있겠네요. ;)

  4. BlogIcon gyul 2012.11.02 05: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느순간부터인지 사람들끼리 카드를 주고받는일이 참 없어요...
    친한친구들도 이제 아이키우느라 바쁘다며 카드를 쓸 정신같은게 없다는 얘기에 웃고 넘기지만
    분명히 받는것보다 주는 즐거움이 더 커서 그런지...
    늘 몇장의 카드를 씁니다...
    물론 예전보다 그 숫자는 훨씬 적어지긴했지만요...
    어떤사람에게 어떤 모양의 카드를 줄까 고민하는 순간만큼은 온전히 그 사람을 생각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지만
    어느순간 사람들에게 그런 여유조차 없다는것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도 나는 그런 여유와 기쁨을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에 조금 더 부지런히 연말을 준비하게 되요...

    • BlogIcon 토닥s 2012.11.02 12: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받는 사람의 기분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받아본 일이 많지 않아서.(^ ^ );; 하지만 확실한 건 보내는 사람의 기분은 좋아지고 그 순간만이라도 맑아진다는 것. 그래서 이렇게 투덜대도 올해도 부지런히 손가락에 힘줘가며 카드를 쓰겠지요. 카드 쓸 시간은 없지만 틈틈히 손가락 운동이라도 해둬야할듯.(^ ^ )


문은희(2011).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 예담.


이런 류의 책 좋아하지 않는데 출산을 앞두고 이런 책 한 권은 읽어줘야 할 것 같아서 골랐다.  문익환 목사의 동생 문은희 박사의 책이라면 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면서.  좀 샛길로 나간 이야기지만 이 집안 참 대단한 집안이다 싶다.  이런 집안을 두고 뼈대 있는 집안이라는 게 아닐까 할 정도로.


책 내용은 문은희 박사가 진행하는 상담과 상담모임의 엄마들이 사례로 나온다.  지구상 어느 나라의 아이들보다 무거운 짐을 어깨위에 올리고 살아가는 한국의 아이들, 아프게 하는 것 엄마가 맞다.  하지만 그 엄마들 조차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픈 아이였다는 많은 사례에서 출발한다.

부모의 양육 방법을 좇아, 혹은 부모의 양육 방법을 반대하면서 방황하는 엄마들의 양육 방법이 여전히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깊이 남았다.  가장 중요한 출발은 문제가 무엇인지 아는데서 시작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그런 책이라서 육아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읽었지만, 읽고나니 '내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됐다.  내가 어떻게 자랐는지, 내가 자라는 과정에서 생겨난 트라우마는 어떤 것인지, 이 트라우마를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달리 내겐 '해우소'가 없어 그런 과정이 쉬워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를 알았다는데서, 나도 문제있는 아픈 아이였다는 걸 알았다는데서 예전보다는 한 걸음 나아가게 됐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풀어갈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쉽고 간단하게 나는 부모와 사회가 원하는 답을 잘 알고 있는 아이였던 것 같다.  그게 쉽게 사는 길임을 본능적으로 알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한 번씩 내 인생에 '전환'이 필요할 때 그 과정이 무척 힘들고 어렵고, 나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무척 힘들게 만드는 것 같다.


책 속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  책 읽기를 좋아하는 아이.  사람들은 그런 아이가 있다면, 자녀가 아니라 조카라도 무척 자랑스러워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정말 좋아하는 것인지, 부모가 책 읽는 아이를 좋아해서 아이가 그러는 것인지.  본능과 직감이 우리보다 뛰어난 아이들.  그 아이들이 우리의 눈치를 보도록 무언의 압력을 우리가 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 그러지 말자.  그러지 말자.  나부터 그러지 말자.


육아가 아니라 육아를 담당하는 한 주체인 '내 자신'을 돌아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고픈 사람들에게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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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B언니와 S님이 집에 왔다.  아기도 보고 밥 한 끼 해준다며.  B언니는 한인타운에 가까운 곳에 사는 관계로 아기에게 줄 선물을 대신해 한국음식을 사오겠다고 했다.  불고기, 돼지갈비 그리고 각종 반찬을 사들고 온 B언니가 사온 또 한 가지.  바로 소꼬리.( ' ');;  "산후조리엔 이런 걸 먹어야 한다"며.  그냥 주고만 갔으면 내가 어쩌지를 못해 집 냉동실에서 몇 달을 지내게 됐을 소꼬리.  B언니와 S님이 "이거 쉬워!"하면서 물에 담궈두고 훌쩍 떠나심.( i i)  틈날 때 마다 핏물을 갈아주며 하룻밤을 보냈다.  어제 아침 일찍 잠에서 깨서 인터넷을 검색해보고 한 번 해보기로 했다.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참 '별 걸 다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재료: 소꼬리

부재료: 파, 후추




인터넷 블로거 사라사되, 깔끔한 꼬리곰탕을 위해서 첫번째로 핏물을 완전히 빼야 한다고. 몇 번 찬물로 핏물을 갈아주었다.  사실 꼬리의 생김새보다 이 피 냄새가 사람의 비위를 좀 상하게 하는 것 같다.  생긴 거라 다르게 비위가 좀 약해서.  욱.. 힘들었다.( - -);;



또 인터넷 블로거 가라사되, 깔끔한 꼬리곰탕을 위해서 두번째로 애벌로 끓는 물에 5~10분 정도 데쳐 건져내서 기름과 끓어져 나온 피를 완전히 씼는게 좋단다.  생각보다 기름기가 많았다.  그 뒤 다시 물에 담그고 그 길로 뽀얀 국물이 나올 때까지 끓이면 꼬리곰탕은 끝.

누구는 2시간 정도 끓여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6시간 정도 끓여야 한다고.  2시간과 6시간은 꽤 큰 차이구만.  중간 선에서 타협해서 3시간 정도 끓였다.  그런데 한 참 끓이다 보니 한 가지를 깜빡.  중불이나 약한 불로 오래 끓여야 하는데 센불로 펄펄 끓여서 중간에 물을 보충해주어도 국물이 '자작자작'한 꼬리곰탕이 되고 말았다.( - -)a



아침에 끓여 놓은 꼬리곰탕을 점심으로 먹기 위해 먹을만큼 덜어 파를 송송 썰어넣고 끓였다.  마침 먹을 밥이 없어 국수로 대신했다.  그 비슷한 음식을 먹어본 것도 같아서.  그건 설렁탕인가?( ' ')a

어제 오늘 먹을만큼 덜어 데워보니 이런 음식은 전자렌지로 데우기보다 따로 끓여야 하는듯.  전자렌지에 한 번 데웠는데, 고기들이 기름기가 많아 폭죽처럼 '펑펑'.( I I)



점심으로 먹으라고 내어 놓으니 지비왈, "나도 먹으라고?" "너 먹으라고 사온거니까 혼자 먹어?"라고.  "몸에 좋은 거니까 같이 먹(고 빨리 없애)자"라고 어르고 달래 함께 먹었다.



내가 한국 사람이긴 하지만 B언니가 함께 사온 김치가 없었다면 참 먹기 어려운 음식인 것 같다.  하기 어려운 건 둘째치고.  어렵다기보다 그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일 뿐이지만.

아직 철이 덜 들어서 그런지 이런 음식이 좀 부담스럽다.  먹기도 힘들고.  내가 가장 이해하지 못할 음식 중 하나가 돼지감자탕인데, 부피 대비 먹기 위한 노력 대비 입안에 담겨지는 고기량이 참 작은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돼지감자탕과 막상막하의 음식이 이 꼬리곰탕이 아닐까 싶다.  근데 오늘 엄마 말을 들어보니 꼬리곰탕은 국물이 정수라네. ( - -)a


고기를 별로 즐기지도 않는데 나름 산후조리라며 며칠 동안 고기를 너무 많이 먹은 것 같다.  장이 탈 날 징후가 보인다.  이 꼬리곰탕만 먹어치우고, 고기 자제 좀 해야겠다.

먹기는 힘들지만 요것저것 다양하게 마음써 챙겨온 B언니와 S님께 이 글로나마 고마움의 인사를 전합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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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쉽다는 미역국과 된장국이 왜 내겐 까르보나라나 라쟈냐보다도 어려운 것인가.  그래서 안만들고 안먹었는데, 이젠 먹어줘야 할 때인 것 같아 오늘 지비와 함께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갔다.  나름 소금 반 스푼, 국간장 한 스푼 계량하는 척 해가면서.  계량하는 척 한 이유는 다음부터 지비 시킬려고.  그런데 저녁 먹으면서 지비가 하는 말은 어떻게 만드는지 기억 못하겠단다.  써줘야겠다.('_' )


주재료: 불린 미역, 소금, 국간장, 참기름

부재료: 새우


지금까지 살면서 국간장이 없었는데, 모든 국맛의 비결은 국간장이라길래 큰 마음 먹고 샀다.  딱 한 번 미역국 끓이기에 도전해보고, 지난 봄인가( ' ')a, 국맛의 비결 전부가 국간장은 아닌가보다 하면서 쓰지 않은 국간장.



왜 내가 끓인 미역국은 맛이 없는가에 관한 질문에 엄마는 미역을 충분히 불려야 한다고 했고, 미역을 충분히 '달달달' 참기름에 볶아야 한다고 했다.  오늘 저녁은 미역국으로 끓이겠다 마음먹고 낮부터 불렸다.  엄마는 하룻밤을 불려야 한다고 했지만.  미역 포장지엔 10분이면 된다니 반나절이면 충분하지 않겠나 하면서.  연습이니 미역을 조금만.


새우를 참기름에 달달달 볶다가, 불린 미역을 함께 넣고 다시 달달달 볶다가 물을 넣고 끓이기 시작했다.  소금 1/4 티스푼과 국간장 1/4 티스푼을 넣었다.  워낙 준비량이 작기도 했지만, 워낙 소심하기도 해서.  싱거웠지만 충분히 끓인 뒤에 맛을 맞추기로 하고 센불에 끓이다가 한 번 끓고나서 약한 불로 총 40분 정도 끓인 것 같다.  그 사이 밥도 하고, 다른 반찬도 만들면서.


40분 뒤에 맛을 보니 여전히 싱거워서 지비와의 동의 아래 소금 1/4 티스푼과 국간장 1/4 티스푼을 더 넣었다.  여전히 싱거워서 국간장 1 티스푼을 넣으니 미역국 비슷한 맛.  결과적으로 소금 0.5 티스푼과 국간장 1.5 티스푼이 들어간 셈.  미역국의 양에 따라 배가 될 수도 있고, 티스푼이 테이블스푼으로 바뀔 수도 있겠군.( ' ')a

뭔가 부족한 맛이긴 했지만 어쨌든 미역국 비슷한 맛을 냈다는데 자축하면서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8월에 엄마가 오면서 생일밥을 해준다고 팥과 찹쌀을 한국에서 가져왔다.  팥밥을 좋아해서 엄마에게 들은대로 한 번 해봤다.  여전히 뭔가 부족한 맛이지만 그래도 팥밥이라면서 혼자 기특해함.( >.<)

유통기한이 코 앞으로 다가온 두부 굽고, 지비 도시락 반찬으로 떡볶이 만들어서 먹었다.  먹을 땐 좋았는데, 설겆이 거리가 평소보다 많아서 지비 미안. (' ' );;


산후조리도 전에 미역국이 질릴 수도 있으니 며칠 쉬었다가 다시 미역국 끓이기를 연습해야겠다.  오늘이 예정일인데, 영 나올 기미가 안보인다.  이미 늦긴했지만, 너무 늦지 않게 나오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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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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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프린시아 2012.09.17 05: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무사히 출산하세요^^

    • BlogIcon 토닥s 2012.09.17 17: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네, 고맙습니다. 육아는 오랜기간 걸리지만, 출산은 하루다..면서 마음 편히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이 평정이 유지될지는 모르지만. :)

  2. BlogIcon ju 2012.09.17 06:07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늘이 예정일! 와 곧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겠네요. :) 마트에서 긴 미역줄기를 그대로 포장한 제품이 있었는데 포장지에 100인분 이렇게 써 있던 걸 봤어요. 산모를 위한 거겠구나 하고 잠시 생각을 했지요. 한번에 잔뜩 끓여놓고 먹으면 되겠다 생각했는데 그럼 금방 질리겠지요?

    • BlogIcon 토닥s 2012.09.17 17: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한국에서 온 산모용 미역이 있습니다. ;)
      어차피 먹을꺼 한번에 끓이는 건 문제없는데, 행여나 맛이 없을까 그게 더 걱정이지요.

  3. BlogIcon gyul 2012.09.18 18: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이제 자주드셔야하는거네요...
    저는 소고기넣은 미역국을 좋아해요... 미역국을 맛있게 끓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일 만만하고 쉬운 방법은... 오래 푹~ 끓이는거예요...
    저는 하루 전날 푹 끓이고 다음날 먹기전에 한번 더 푹 끓여요...
    카레처럼... 만든날보다 그 다음날이, 그 다다음날이 더 맛있어지는게 미역국이니까...
    한번에 넉넉히 푹 끓이고 한그릇양씩 냉동해두었다가 먹기전에 다시한번 끓여드셔보세요...
    간은 한번에 많은양을 다 하는것보다 아주 간간한정도만 해두었다가 먹기전 끓일때 맛보고 약간의 간을 더 해주거나 하는게 좋아요...

    • BlogIcon 토닥s 2012.09.23 14: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에서 가져온 미역을 먹고 있는데, 미역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냥 슈퍼마켓에서 산 청정O미역 이런 것과는 다르네요. 조만간 미역국 마스터가 될 것 같아요. ;)

  4. 2012.09.19 05:5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2.09.23 14: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마워. 지난 화요일에 낳았단다. 몸은 힘들지만, 그거야 나이탓도 있을테니 어쩔 수가 없지, 그럭저럭 견딜만해.
      연락을 못해서 미안하기만한데 다시 찾아주니 고맙구나. 약간 정신들면 내가 바로 연락할께. :)


김규원(2012). <마인드 더 갭>. 이매진.


런던에 처음 왔을 때 K선생님이 읽어보라며 책 한 권을 빌려주셨다.  박종성의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라는 책이다.  영국을 이해하는데 혹은 궁금증과 호기심을 더 가지는데 기여한 책이다.  그 책의 내용 중에서 많은 부분이 남았는데 그 중에 하나가 '마인드 더 갭Mind the gap'이라는 부분이다.  지하철 발판에 쓰여져 있고, 지하철이 들고 날 때 방송에서 나오는 말, 마인드 더 갭.  나는 '마인드 더 갭'이 아니라 '마인 더 갭'이라고 들리더만, 하여간.  그 말이 언제나 조심스러운 그래서 친절하게도 보이는 영국사람들의 문화가 담겨 있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 간의 보이지 않는 거리를 늘 두는 영국사람들 같다던 그 말.  그 책에 담긴 다른 내용들과 달리 일상생활에서 늘 접하는 말이라 깊이,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던 대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 대목이 책 제목이 되어 영국을 말해주는 또 한 권이 책이 나왔다.  나는 예전에 읽었던 책이 제목을 바꾸어 나온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책이었다.


애초 석사과정을 위해 영국으로 왔다가 연수과정으로 바꾸어 영국 캠브릿지에서 일년을 보낸 한겨레신문 김규원 기자의 책이다.  역사와 공간에 관심이 많다고 하는데.

내용과는 좀 동떨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아 기자들의 글쓰기가 이런 거구나'하고도 느꼈고, '아 남자들은 이런 걸 보는구나'하고도 느꼈다.


기자들의 글쓰기를 느끼게 된 이유는 문장이 참 간결하다.  그럼에도 그닥 간결해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담고 있는 정보량이 많기 때문이다.  심층취재를 많이 해온 사람의 글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다.  에세이 형식의 영국 가이드를 기대하는 사람에겐 딱딱할 수도 있겠다만, 사회·정치 시스템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가끔 BBC뉴스에서 의회장면을 보여줄 때 잘 이해가지 않는 부분이 있었는데, 왜 의원들이 토론 중에 계속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지 그런 사소한 것들의 이유를 '아~'하고 알게 됐다는 점.  나만 그런데 궁금해 하는 걸까?  의회 진행이 궁금하긴 했지만 그런 걸 물어봐도 아무도 답해주지 못했다.  쉽게 말해 영국의 상식을 아는데 도움이 되었다고나 할까.


남자의 시선을 느끼게 된 이유는 글쓴이는 사회의 틀에 더 많은 비중을 둔 것 같았다.  그 안에 담긴 사람들보다.  물론 영국사람들의 사람됨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안에 자신은 좀 빠져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여성들의 글쓰기는 다르다.  사회에서 자신으로 모여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뻗어나가 사회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뭐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개인의 차이일지도 모르겠다만 나는 그렇게 느꼈다.


좀 억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그의 영국기(記)는 온몸으로 살면서 부딪히며 느낀 것이라기 보다는 방대한 정보 습득의 결과로 보인다. 


스르륵 읽다가 두 대목이 내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부분이 있었다.  지금 찾아보니 하나는 내가 맞고(그가 틀렸고) 하나는 내가 틀렸다(그가 맞다). 

왕실의 권한과 사회적 역할을 언급한 대목에 나오는 부분이다.  캠브릿지 대학의 head는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고, 런던 대학의 head는 여왕의 딸 앤 공주라고 한다.  나도 몰랐다.  그 끝에 글쓴이도 갸우뚱하며 "우스개인지 참말인지.."하며 영국의 모든 토끼는 여왕소유라는 말이 있다고.  토끼가 아니라 백조다.  영국의 모든 백조는 여왕소유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참 웃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이다.  백조를 괴롭히거나 잡아가면 위법이라고 한다.  혹시나해서 인터넷에 찾아보니 철새가 아닌 텃새로서의 백조는 왕실소유, 즉 여왕소유가 맞다고 한다.

내가 틀린 부분은 상류층의 영어와 비상류층의 영어에 관한 부분이다.  상류층은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 'what'이라고 되묻고, 비상류층은 'pardon'이라고 되물으며 상류층은 'napkin'이라는 단어를 쓰고 비상류층은 'serviette'라는 단어를 쓴다는 부분.  이 대목을 지비에게 이야기해주니 거꾸로 아니냔다.  내 생각도 그랬다.  인터넷에 찾아보니 그가 맞다.( ☞ http://en.wikipedia.org/wiki/U_and_non-U_English )  그의 설명은 상류층은 영어식 표현을 비상류층은 외래식 표현을 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위키를 제외하고 인터넷에서도 이 대목에 대해선 말이 많다.  특히 영국에선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 'what'이라는 말을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다.  그런 반응은 '뭐라구?  한 번 해보자는 거야?'라는 정도의 상황에서나 쓰이는 말이다.  영국사람들은 일반적으로 'sorry' 또는 'sorry, could you say again?'이라고 말한다.


말랑말랑한 영국생활기는 아니지만 쇼핑거리만 잔뜩 소개해 놓은 가이드, 유명인사들의 환상적이기만해서 일상적이지 않은 에세이가 아닌 다른 영국이야기를 접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한다.


혹시 내가 예전에 읽은 박종성 교수의 책도 궁금하다면 참고하시고.

박종성(2001).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 한겨레신문사.  ☞ http://www.yes24.com/24/goods/187906


좀 재미있는 건 10년 전에 쓰여진 책과 그리고 올해 쓰여진 책 속의 영국은 그대로거나 여전히 비슷한 모습이다.  그런 나라가 영국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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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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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램블 2012.09.12 12: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포스트 보고 호기심과 함께 읽어보고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토닥님 글 아주 잘 쓰신다는... ^^

    • BlogIcon 토닥s 2012.09.12 19: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감사합니다, 잘 쓰는 글도 아니지만. 레시피 잘 보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살아가는데 아주 유용한 블로그라 생각하면서. 요리의 결과는 상관없이.(^ ^ );;

  2. BlogIcon Chorom Lee 2012.09.17 08: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살고 계신 분이 그 사회를 잘 표현한 책이라 평하시니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저는 요즘 Sorry I'm british 랑 Brit-think Ameri-think 읽고 있는데, 호주는 미국보다 영국이랑 닮은 점이 많더라구요.

    • BlogIcon 토닥s 2012.09.17 17: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마도 Commonwealth로 묶인 국가니 그렇겠죠? 정보적인 면은 <마인드 더 갭>이 낫지만, 전반적인 문화 면은 <더 낮게 더 느리게 더 부드럽게>라는 책이 나은 것 같아요. 읽은지 좀 되긴 했지만, 그렇게 기억되네요.
      여기서 제가 느끼는 호주 사람들은 정서적인 면이 미국과 더 가깝다고 생각되는데, 일단 영국사람보다 friendly해요, 호주에선 또 다르게 느껴지나보군요. 아마 시스템은 영국과 비슷해도, 성향은 미국이 더 가깝지 않을까 싶어요. :)


모리 유지(2008·2009). <다까페 일기 1·2>. 권남희 옮김.  북스코프.


잘 담은 가족의 기록사진과 성장사진, 그보다 감동적인 다큐멘터리가 없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한 번쯤 그런 생각을 해본적이 있을꺼다.  한 번쯤 그런 역작(?)을 위해서 결혼도 해야겠고, 애도 낳아야겠구나하고.


그런 이유로 본적은 없는 <윤미네 집>이 늘 궁금했는데, 자주 놀러가던 블로그님의 블로그에서 이 책 리뷰를 보고 <윤미네 집>과 비슷한 느낌일 것이라 상상하며 보게 됐다. 


<윤미네 집>보다 짧은 기간이지만, 아들 하늘이 태어나는 즈음부터 3~4년 동안, 아이들 자라는 것이 놀랍다.  놀라운 변화만큼이나 변하지 않고 늘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개 와쿠친과 부부 그리고 테이블.


부부가(그리고 와쿠친도) 함께 한 시간에 비하면 사진에 닮긴 시간은 무척 짧다.  하지만 사진은 그 긴 시간을 편안함으로 보여준다.


변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함께 담겨 있는 사진집.  모리퐁(작가)의 블로그에 올린 사진들이 폭발적인 주목을 받게 되면서 나오게 된 책이라는데.  아주 고난위도의 사진을 기대하기보다 순간에 담긴 위트를 즐긴다면 재미있게 볼만한 책.

개인적으론 두 달이라는 기다린 시간에 비해 너무 후딱 봐버려서 아쉬움이 남는 책.  그래도 떨어진 독서 성취감 달성엔 도움이 됐다, 책을 두 권'이나' 끝냈다는 점에서.


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이 고스란히 닮긴 사진과 함께 내가 탐나는 건 가족의 일상 한 가운데 있는 저 테이블이다.  TV, 쇼파 이런 것 다 치워버리고 저런 테이블이 리빙룸 한 가운데 있는 것도 보나 나은 '리빙'을 위해서 좋겠구나 싶은데 약간은 불편하기도 하겠구나.  애가 크면, 또는 (그럴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집이 넓어지면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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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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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ju 2012.09.12 09: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토닥님도 손에 넣으셨군요! 저도 지난 달에 2권을 받았는데 1권과 비교해서 아이가 너무 커서 왠지 기분이 묘했어요. 참 빨간색 표지의 <윤미네 집>도 덕분에 잘 보았습니다. :) - 이제 닉네임 바꾸는데 재미가 들린 봄눈

    • BlogIcon 토닥s 2012.09.12 10: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앗! 놓쳐버린 님의 블로그 주소를 찾느라 인터넷을 헤맸어요. 봄눈이라는 이름으로도 ourday라는 이름으로도 안찾아져서요. 미리 이사하는 주고 옮겨 놓을껄 후회하고 있었죠. 리뷰하셨던 책 이름으로도 찾아보고 그랬답니다. 그 정성이 닿았나 보군요. ;)

  2. 그루터가 2012.12.26 09:24 Address Modify/Delete Reply

    3권이 얼마전에 나왔던데..
    보셨어요? 아이들이 많이 컷더라구요~^^

    • BlogIcon 토닥s 2012.12.26 20: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렇네요. 3권이 나왔네요. 사정상(멀리 사는 관계로) 3권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약간 걸리겠네요.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

런던에서 서쪽런던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노팅힐Notting Hill이라는 곳이 있다.  영화 <노팅힐>의 바로 그 노팅힐.  동네가 참 오묘한 곳이다.  노팅힐에 있는 포토벨로Portobello라는 길을 따라 엔틱마켓, 푸드마켓 등 몇 가지가 쭉 이어져 있는데 포토벨로 로드의 입구 격인 노팅힐 게이트Notting Hill Gate와 근처의 홀랜드파크Holland Park는 무척 '영국스런' 동네고, 포토벨로 로드의 출구 격인 레드브로크 그로브Ladbroke Grove는 커리비안 이민자들이 집중적으로 살고 있는 '아프로-아메리칸스런' 동네다.


지비가 운동하는 짐gym이 레드브로크 그로브쪽 포토벨로에 있고, 집에서도 멀지 않아(차로 15분쯤, 버스로도 25분쯤) 할 일 없는 일요일 오후에 종종 나가 차를 마시곤 한다.  한 달에 두 어번?  지비가 운동하는 동안 차에서 기다리거나, 혼자서 마켓 구경하다가 운동을 마치면 같이 늦은 점심을 먹거나 지비의 친구들과 함께 차를 마셨다. 

주로 내가 앉아서 기다리기 좋아하는 곳은 우리 동네에도 브런치가 있는 키친팬트리Kitchen Pantry라는 곳이고, 지비의 친구 해럴드가 좋아하는 곳은 까페 네로Cafe Nero라는 스타벅스격 커피전문점.  두 곳이 멀지 않다. 

7월쯤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까페 네로에서 가까운 곳에 꽤나 이름있는 까페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커피플랜트Coffee Plant.  이름이 있는 이유는 커피콩이 유명해서.  포토벨로에 있는 여러 까페에 커피를 배급하기도 한다는 까페.  가만히 생각하니 늘 까페 네로로 가면서 사람들로 북쩍이는 그 가게를 본듯도 했다.  '커피가 맛있나보다' 생각하고 가봐야지 했는데, 가보지 못했던 곳.  왠지 앞으로 한참 동안은 포토벨로 나들이를 못할 것 같은 생각에 지난 일요일 오후 지비에게 가보자고 했다.  덕분에 지비도 오랜만에 운동도하고.


지비와 그의 친구들은 운동을 마치면 늘 짐에서 가까운 마칸Makan이라는 말레이지언 식당에서 점심을 먹곤하는데, 내가 그 집 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다른 걸로 일단 배를 채우기로 했다.  애초엔 팔라펠Falafel이라는 이스라엘 음식을 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가게 앞에 가고 보니 그도 땡기지 않아 그 일대를 어슬렁어슬렁하다가 뭔가 시끌시끌한 곳을 발견하고 그 소음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실 레드브로크 그로브라는 동네가 좀 위험하기도 해서 나는 모르는 곳은 안가는 편인데.  소음을 따라가보니 런던 시내로 들어가는 고가다리 아래 푸드마켓 같은 것이 있었다.  들어가보니 인도 음식, 라틴아메리칸 음식, 이스라엘 음식 줄줄이 팔고 있었다.  지비는 콜럼비안 음식을 먹겠다고 했고, 나는 그 곳까지 가서 결국 다시 이스라엘 음식을 팔라펠을 먹겠다고 결정했다.

그러다 그곳에 있는 바에서 바 음식, 주로 소세지와 매쉬 포테이토 또는 피쉬 앤 칩스 또는 피자,을 먹으려고 마음을 바꾸었고, 마침내, 결국은 폴란드 음식으로 사먹었다.  변덕쟁이들.( ' ');;


그 작은 푸드마켓 안에는 일명 B급 영화들을 무료로 상영하는 길거리 상영관도 있었고, 바도 있었다.  오랜만에 듣는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음악에 확 끌려서 들어간 바 입구엔 친절하게 밖에서 사온 음식들을 바의 음료와 먹을 수 있다고 되어 있어 바에서 돌아나와 폴란드 음식으로 사들고 바에 들어가 음료와 함께 먹었다.








사실 그날 아침도 폴란드 소세지와 빵으로 먹은터라 점심은 폴란드 음식 코너의 돼지고기와 감자 그리고 피클로 샀다.



참하게 앉아 있는 지비.  격렬한(?) 운동 뒤라 무거운 건 먹지 않겠다기에 1인분만 사서 나눠먹었다.  그리고 커피 플랜트로 커피 마시러 고고..




커피 플랜트의 내부는 대학 앞에나 있을법한 간단한 까페.  인테리어 같은 개념은 없고, 간의 의자와 간의 테이블 그리고 wi-fi 인터넷를 제공하는 간단한 까페.  구석에 자리를 잡고 보니 정말 손님들이 많기는 많았다.  앉아서 마시는 사람은 별로 없고, 그 사람들은 주로 밖에 앉고, 대부분이 테이크 어웨이 손님들 같았다.



배가 불러서 카푸치노로 마시려다 습관적으로 까페라떼로 주문해버렸다.  물론 나는 용감하게 디카페인 까페라떼.  맛없는 디카페인 까페라떼가 어떤지 보자는 마음으로.  싱글 샷을 넣은 스탠다드 한 잔에 £1.80이라 저렴하다고 생각했는데, 디카페인은 £0.20 추가, 받고 보니 잔이 너무 작은 거다.  한국의 종이컵 사이즈.  벌써 우린 스타벅스 사이즈에 길들여진 거다.  '잉?'하면서 받아들고 와서 자리에 앉아 마셨는데, '오!'하는 감탄사가 나왔다.  나의 커피는 디카페인 까페라떼였는데도 불구하고.  지비 것도 한 모금 마셔보니 맛있다.  지비도 내 커피를 마셔보고 맛있다고 했다.  몸 생각해서 디카페인 커피 먹겠다고 스타벅스에서 한 번, 그리고 카페 크라프트Cafe Craft라는 브랜드에서 한 번 그렇게 두 번 정도 디카페인 커피콩을 사보고 맛없다고 화를 냈던(?) 나였는데.  디카페인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고 결론짓고서도 어쩔 수 없이 요즘은 클리퍼Clipper의 인스턴트 디카페인 커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 정도 디카페인 커피면 투덜거리지 않고 행복하게 마실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곳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사보기로 했다.




갈아놓은 커피 밖에 없어서 '설마'하고 가게를 돌아보던 중 그냥 지나쳤던 벽에서 커피 콩을 발견.  강배전된 디카페인 커피와 중배전된 디카페인 커피 중에서 중배전 된 것으로 골랐다.  강배전은 european roast라고 쓰여져 있었고, 중배전은 full medium roast라고 적혀 있어 약간 헛갈림.  'full medium이 뭐여?'하면서.  최소 판매단위를 물어보니 100g이라고 해서 100g만 샀다.  맛의 비결이 커피 콩이 아니라 바리스타의 손길에 있을 수도 있으니까.  100g에 £1.60을 줬나?  잘은 기억이 안나지만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치고 많이 싸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당장 다음날 아침을 위해 갈아놓고, 다음날 아침에 모카포트로 커피를 만들어 마셔봤다.  맛있었다.  흐..(^ㅅ^ )

아침에 한 잔씩만 마셨는데 벌써 절반은 먹어버린듯.  이제 지비가 운동 갈때마다 신선한 커피 콩을 사오라고 부탁해야겠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커피 봉투를 달랑달랑 흔들면서 차로 돌아가는 길.  지비도 한 동안 함께 오지 못할 곳이라 아쉬운지, 본인은 일주일에 두 어번은 계속 올꺼면서, 계속 어슬렁어슬렁 마켓 사이로 돌아다녔다.  옷에 관심도 없으면서.  물론 나도 관심이 없지만, 그 마켓에 과연 살만한 물건이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 어슬렁어슬렁 지비를 따라 다녔다.



언제 다시 가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까지 포토벨로여, 잠시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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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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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침 먹고 지비와 본 논쟁프로그램에 던져진 이슈가 'is squatting immoral?'였다.  squatting은 무단점거쯤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주로 주거지역 무단점거를 이른다.  폴란드에서 온 지비나 한국에서 온 나에게는 무단점거의 이유를 떠나 법치의 범위안에서는 일단 무단점거는 불법으로 이해되며 논쟁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곳에선 그것이 불법이냐 불법이 아니냐가 아니라 도덕적인가 그렇지 않은가로 바꾸어 옳으냐 그렇지 않으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내 가 squatting이라는 단어를 알기 전에 한국에서 주택란 문제로 무단점거하는 파리의 홈리스와 활동가들에 관한 뉴스를 본 적 있다.  그때만해도 프랑스가 꽤나 관용적인 나라로 나에게 인식되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니까 가능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프랑스에 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어떤 면에서 지나치게 관용적인 나라가 영국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 생각을 또 한번 굳혀주는 이슈가 바로 squatting right다.  물론 나는 더 관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요즘의 영국은 덜 관용적인 사회로 변하고 있다.  그에 관한 논의는 여기서 접고.


지난 8월 31일까지 영국에서는, 정확하게는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는 squatting이 불법이 아니었다.  이는 1977년에 제정된 법에 의한 것이다.  이 법이 바뀌어 2012년 9월 1일부터는 squatting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6개월까지의 구형을 받을 수도 있고 £5000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는 범죄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squatter들이 개인소유의 집을 무단으로 들어와 살고 있어도 인권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길고 긴 절차를 거쳐서만 이들을 내쫓을 수 있었다.  물론 squatter들이 집에 피해를 주지 않았다는 전제 아래서.  하지만 지금은 즉시 경찰 신고를 통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된 것이었다.


9월 1일로 법이 바뀌기는 했어도 squatter들의 권리가 어떻게 보호 받을 수 있는 것인지 지비와 나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폴란드는 물론 한국 같았어도 경찰에 신고하면 바로 잡아갈 사안 아닌가.  하지만 영국에서는 주인이 없는 상태에서 squatter들이 들어와 피해를 주지 않는 전제 아래서 살고 있으면, 한국에서는 재산권에 피해를 주었다고 할 사안이다, 절차를 통해서만 그들을 내쫓을 수 있고, 주인이 있는 상태에서만 squatter들이 들어오면 주거침입 강도buglar로 신고할 수 있다.  이는 대부분의 영연방 국가가 비슷한 법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이 이슈에 관한 사람들의 의견이다.  squatting이 범죄냐는 질문에 절반이 약간 넘는 52%가 그렇다고 생각한다는 점.


http://www.guardian.co.uk/commentisfree/poll/2012/aug/31/squatting-housing?newsfeed=true


물론 48%가 squatting을 지지한다는 것이 아니라 squatter들이 이야기하는 주택문제에 동의하기 때문에 혹은 인권문제 때문에 범죄로 간주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것일 수도 있다.


어 떤 사람들은 영국이 복지병과 파업병의 나라라서 그런 것이다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국은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로 친자본적인 국가다.  그래서 개인의 재산권에 피해가 될 수 있는 squatter들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지금까지 인정했던 것이 개인적으로 놀라울 따름이다. 

하지만 영국은 유럽의 어느 국가보다도, 적어도 프랑스보다는 관용적인 법과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월스트릿의 반자본주의자들의 점거운동을 뒤따라 시작한 런던이지만 뉴욕보다 오래 도심에서 점거운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말 영국의 법과 문화는 연구대상이다.


한편, 주택문제를 이야기하는 squatter들을 보면 왜 그들이 정부와 싸우지 않고 결과적으로 개인(의 재산권)과 다투는지는 좀 이해하기 어렵다.  좀더 정당성을 얻으려면 타겟은 주택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며 비이상적인 시장논리에 내맡긴채 높은 집값을 방관하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squatter들이 또 그렇게 조직적으로 정책적인 면으로 접근하지 않는다.  하여간 영국 사람들도 연구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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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_em 2012.12.06 15: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글 잘 읽었습니다. squatting 검색하다 우연히 들르게 됐어요. 영국에서도 이제 squatting이 불법이 되었군요!

    • BlogIcon 토닥s 2012.12.07 12: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Squatter가 되시려는 건 아니지요? 외국살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한답니다, 비자때문에. ;)

    • BlogIcon _em 2012.12.07 23:0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하하,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 ㅎㅎ 맞는 말씀입니다.
      추방될 수 있다는게...외국인 신세지요 흠.


최규석(2011). <지금은 없는 이야기>. 사계절.


잠은 잘수록 늘어난다더니 내가 딱 그 격이다.  잠은 계속 늘고, 반대로 책은 읽지 않기 시작하니까 더 잘 안읽혀진다.  읽던 책이 너무 생소하고(일본고대사..켁..), 너무 무거웠다는 변명을 하면서 무조건 작고 가벼운 책으로 골라들었다.  최규석의 우화, <지금은 없는 이야기>.


'세상은 이야기가 지배'한다는 최규석의 머릿말.  '그런가?'하면서 읽기 시작했다.


장르는 우화인데, 우화라면 왠지 동물나오고 아름답지는 않아도 뭔가 마음에 남는 깨달음과 함께 조금은 훈훈한 마무리여야 할 것 같은데, 글쎄 이 우화는 읽고 나면 '씁쓸'하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현실이 '슬프기'까지 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모습이라는 것.  '동물'이 아닌 '짐승'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


'하면 된다'류의 정신무장을 강요하며 다다른 사람들의 모습을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책이다.


최규석을 기억하게 한 만화는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이지만, 그 사람이 궁금해지기 시작한 건 <대한민국 원주민>이다.  '이 사람 뭐야..'하는 생각을 하게 한 만화.  1977년생의 만화지만 1960년대 1970년대 정서를 알고 있는 그의 만화.  비록 내가 그 시대를 살지 않았어도 그 시대를, 사람들의 역사를 아는 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해 준 만화다.  꼭 권함.  이 책 말고, <대한민국 원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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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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