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과 불신이 교차하는 6시간 여의 회의가 끝나고 감자탕과 술을 사이에 놓고 마주 앉았다.
사람좋은 얼굴로 마주 앉은 이 사람들이 같은 사람들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침묵으로 일관한 내게, 그렇게 그 상황을 견디는 것이 안팎으로 토론자 역할을 하지 못한 내게 내려진 벌이라 생각했다,라서 사람좋은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낚시이야기가 나왔다.  낚시할 시간이라도 있을까 싶은 사람들인데, 밤을 새우고 낚시를 하고 사무실로 출근한단다.  끊이지 않는 낚시 이야기에 '낚시 이야기 길게도 하네'하고 혼자서 내뱉었더니 일 이야기를 하지 않기위해서란다. '아, 그렇구나.'  그렇게 그들은 견뎌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취미가 뭐냐고 묻는다.
옆에 앉은 아이는 공연기획이란다.  사람들이 그게 어떻게 취미가 될 수 있냐고 반문하자 공연기획을 위해서 사람을 만나고, 공연을 기획하고, 그런데서 즐거움을 느끼면 취미가 아니냐고 답해준다.  나는 할 말이 없다.

사진이라고 하자니 잘 찍지도, 그렇다고 양이 많지도 않거니와 요즘 사진 안찍는 사람들이 어디 있는가.  그들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수의 사진을 찍을 뿐인데.
책읽기라고 하자니 책읽지 않는 사람 없고,
생활에 배경처럼 음악을 듣기는 하지만 음악에 대해서 잘 알아서 그렇게 듣는 것도 아니다.
내 취미는 뭘까?




사진으로 할까?

agfa vista 100, nikon FM10 28mm
-감포의 불꺼진 횟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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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우리집 풍경이다.
추석을 맞아 집에 온 큰언니네가 다시 집으로 가기 위해 짐을 싸느라 분주하고, 작은언니는 계속 잠옷차림이다.

긴긴 명절이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풍경이다.
명절은 연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일터로, 학교로 가지 않는다는 점은 같지만 휴식을 주지 않다는 점에서 연휴와는 다르다.  나 역시 '가족'의 임무를 다하느라 '친구'의 임무를 져버릴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이 일상과는 달라 당황스럽지만 나쁘지는 않다.

조용하던 집이 다시 조용해졌다.
집은 약간 어수선해도,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어도 조용하지 않은 집이 나는 좋다.

모두들 일상으로 돌아갔지만, 나는 그 시기를 5일만 늦추기로 한다.

agfa vista 100, nikon FM10 28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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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그뫄선배 출산 3주일이 되던 날, 아들을 보러 갔다.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그뫄선배 그리고 아들을 보러 간 것이지만.




크기 비교를 위한 사진 촬영.
옆에 휴대전화가 세상말로 '전지현폰'이라 불리는 것이다.  크기 비교는 알아서.
이름은 최우성.




3주된 아이치고 참 코가 높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 닮은 것 같아요?
아빠를 닮았다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




사진을 거부한 그뫄선배.
내복과 월남치마로 맞아주었다.




무럭무럭 자라거라, 우성아.(^ ^ )


fuji superia 200, canon A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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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무료행사 2017.02.08 12:52 Address Modify/Delete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01. before sunrise






이 장면은 "쭈뼛쭈뼛"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참 풋풋한 장면이다.

02. before sunset




"baby, you are  gonna miss that plane"
"i know"


그때 몰랐던 것을 알았다면 지금이 과연 달라졌을까?
사실 우리가 아는 것은 지난 시간일뿐, 여전히 앞으로의 시간은 모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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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2005).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푸른숲.

영화를 보기 위해서 책을 서둘러 읽었다.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그래서 영화가 너무 기대된다고 했던 책.  나는 이 책의 존재도 몰랐다.  '내 친구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책은 어떤 책일까?'하는 물음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3일 출퇴근 버스 안에서 읽은 책.

처음엔 영화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최루성 멜로'가 아닐까 했다.  그러고도 남았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안절부절했다.
내게도 죽음이라는 것은 가벼이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같은 텍스트 속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다른 걸 가져간다.  친구들과 내가 강하게 느낀 부분은 서로 달랐을 것이다.
나는 구치소에 있는 4천 여명의 수감자 중 500여 명은 6개월 동안 영치금도, 찾아오는 사람도 없는 것.  그리고 또 500여 명은 6개월 동안 천원 미만의 영치금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에 '쿵'하고 내려앉았다.

그리고 나 역시 97년 12월 어느날의 사형집행을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구치소에 있던 선배의 말을 전해들었다.  사형수가 있었다고, 그런데 그들도 인간이었다고.  인간이라서 참을 수 없는 상황을 참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목숨을 잃게 했고, 그래서 목숨을 잃는 형벌을 받았다고.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책을 읽으며 '어쩔 수 없는 거야'라는 생각보다 '이 썩을 놈의 세상'이라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리고 내게 없는 글쓰기의 재능을 가진 작가가 부러울뿐.

영화를 보기 위해 책을 읽었다. 처음 책을 읽으며 현재의 캐스팅이 참 잘됐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난 지금,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책보다 나을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가 가져가는 것이 다른데 잘 생긴 송해성은 무엇을 가져갔을까 궁금하기는 하다.  영화 <역도산>은 보지 않았지만, 나는 설경구를 싫어해, 영화 <파이란>을 보면서 너무 괴로웠다.  나를 괴롭게 만들었던 감독, 어떻게 영화를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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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2006). ≪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넥서스BOOKS.

서점에서 사람을 기다리는데-나는 심리학 코너에서 키득거리고 있는데- 명훈선배가 보던 책이다.  민영이가 와서 의견을 더하기를 볼만 하다는 것이다. '그래?'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에서)구입.

읽을 시간이 없어 포장도 뜯지 않고 그냥 두었다가 거의 하루만에 다 읽어버린 책이다.  텍스트가 그렇게 많지도 않고, 주의깊게 읽어야 할 내용도 아니라 스륵 빠르게 읽었다.  건성건성 읽은 듯 하지만, 아니다.

이번 휴가는 동행이 구해지면 방콕-앙코르왓, 동행이 구해지지 않으면 규슈로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꼭 카오산 로드에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라도.

나도 한 번, 기회가 된다면 일년쯤 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오며 살아왔다.  여행이 아니면 여행처럼 외국에 나가 살리라는 생각과 살게되면 어디에 살고 싶다는 구체적인 생각까지.
늘 꿈 같은 이야기라 생각해왔는데, 정말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지금은 어렵지만, 난 갈꺼야.
그리고 이번 휴가는 꼭 방콕으로 갈꺼야.  아니 가고 싶다.

같이 온 DVD가 이 책이 나오게 된 모태다.  영상물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받았고, 그 영상물이 방영되고 반응이 좋아 책으로 만들게 됐단다.  시간을 내서 영상물을 봤는데, 책에 담긴 많은 이야기들이 누락돼 있었다.  영상물보다 책이 낫더라.
역시 나는 텍스트형 인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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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의 글·사진(2005). ≪여행보다 오래 남는 사진 찍기≫. 북하우스.

스튜어디스였다 결혼하고서 남편과 일년을 여행하며 찍은 사진이다.  세계여행이라고 하지만 주로 지중해와 라틴아메리카다.

캐논 10d로 찍은 그녀의 사진을 보면서, 글을 보면서
'그래, 맞어'라는 말을 나도 모르게 내뱉었다.

카메라는 가방이 아니라 목에 걸려 있어야 한다는 말,
좋은 표정이 담긴 사진을 찍었는데 돈을 요구할때 주어야 하는가에 고민,
사진을 나누며(디카니까 가능하다) 보여주며 피사체와 소통하는 즐거움,
아주 당연한 것들인데 많이 잊고 있는 것 같다.

사실은 사진보다 사진에 대한 초보적인, 그러나 근본적인 질문들이 나를 주억거리게 만든 책.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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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롤린 필립스(2006) ≪커피우유와 소보로빵≫. 전은경 옮김.  허구 그림. 푸른숲.

독일에 갔을때 친구가 그런 이야기를 했다.  한적한 도로에서 독일 원주민을 만나면, 아직도 그 사람들은 자기를 보고 당황해한다고.  그럴때 먼저 독일말로 인사를 건네면 약간 안도하는 것이 역력하다고.
친구가 독일에 있을때 터키계 독일인, 이주노동자겠지,의 아이가 독일 원주민 누군가가 기르는 개에 물려 죽었단다.  그 아이가 불법이주노동자의 자녀라서 문제가 되었다나(자세한 내용이 기억은 안난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독일에는 터키계 독일인, 터키 이주민이 많구나 생각을 했고.  독일이라는 나라는 인종이라는 문제에 상당히 예민하게 반응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 이후로도 독일의 실업문제를 터키계 독일인에게 돌리려는 독일 원주민이 입장을 시사프로그램에서 많이 보았고, 네오 나치즘과 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하는 독일 이야기를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에서 독일 국기가, 지난 월드컵에서 태극기처럼 국가의 상징적인 이미지가 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하고, 우려했다고 한다.  국기에 담긴 상징성이 게르만 민족제일주이나, 나치즘과 같은 것을 추동할 것에 대한 우려였다고.
독일이라는 나라는 진보적인 정치제도를 가지고 있지만, 정치적 이념의 폭은 극우에서 사민주의까지 다양하고, 참 한 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나라다.
이 책은 그런 독일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한 책이다.

보리스로부터 커피우유라 불리는 샘은 에트리아에서 정치적 망명을 한 1세대가 독일에서 낳은 에트리아계 독일인이다.  독일에서 태어났으므로 자신이 독일인이라는데 한번도 의심을 해본 아이이기도 하다.  에센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대도시로 전학을 가면서 처음으로 자신의 피부색이 까맣다는 '차이'를 알게 되며, 그것이 '차별'의 이유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이주노동자에 대한 테러를 통해서 알게 된다.
샘으로부터 소보로빵이라 물리는 보리스는 샘의 전학으로 1등 자리를 내어주어야 했고, 그래서 샘을 괴롭히는 아이다.  물론 그 아이는 독일 원주민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갈등만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이 아이들을 위한 책이 될 수 없겠지.  둘은 선생님의 노력과 둘 스스로의 노력으로 '차이'를 인정하고 하나가 된다.

이주노동자 문제라던가,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라던가 아이들이 읽기에 힘들기도 하겠다.  왜냐, 우리는 아이때 그런 것들을 교육 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그런 것'들도 사회교육 시스템에서 교육받고 몸으로 익혀야 할 때가 아닐까.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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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는 말-,
결국은 하지 못했는데.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언제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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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만난 금화선배.  출산을 위해 부산에 왔다.
선배는 호주에 다녀온 후 몸집이 불었을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몸집이 불었다.
스스로 말하기도 '힘들다'고 했다.  보기에도 그래보였다.
그러나 그건 움직임일뿐 마음은 힘들어보이지 않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보였다.
나라도 궁금할 것 같다.
선배의 배는 터질듯 단단했는데, 그 안에 또 다른 심장이 있다는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이건 조카들이 있어도 여전히 신기한 부분이다.
화분 흙 속에 씨앗을 넣고 물만주면 자라나는 식물처럼 신기하다.




불어난 몸도 몸이지만, 손은 언뜻 보아도 부어보였다.
손가락의 주름들이 모두 사라져 쥐락펴락이 안되는 것 같았다.
선배는 마냥 불어난 몸과 부은 손을 불편해 했지만 몸은 준비를 하고 있는 거였다.
손부터 발까지 엄마가 되는 준비.
나는 당연한 이유, 아기를 가졌다는,로 불어난 몸을 찍고 싶었지만 찍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손이라도 찍고 싶었다.

며칠 동안 오늘인가, 내일인가 했는데,
9월 4일 5시 26분 엄마가 됐다는 문자가 왔다.(^ ^ )

fuji sensia 100, canon AE-1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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