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누리 학년이 현장학습school trip을 갔다.  런던 시내에 있는 일러스트레이션 관련 박물관에 가서 워크샵을 했다.  도시락을 준비해 갔는데 가서보니 도시락을 먹을 공간이 없는 곳이라 도시락은 학교로 돌아가 먹기로 하고 워크샵 후 밖에서 간식만 먹었다고 한다.  학교로 돌아와 점심을 먹은 시간은 1시 반.  도우미로 따라나선 엄마와 누리 하교 전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 그 이야길 듣고 너무 놀랐다.  마침 그날이 유난히도 추웠던 날이었다.
우선은 도시락을 먹을 곳이 있는지 확인하지 않은 학교가 문제지만, 유료의 워크샵을 운영하면서 그런 시설이 미비된 박물관과 유난히도 추웠던 날인데 예외적인 관용을 베풀지 않은 박물관이 실망스러웠다.  누리는 재미있었다고 했지만 여지 없이 감기가 걸렸다.  그래서 주말과 월요일을 집에서만 보냈다.

월요일 내 일정을 포기하고 누리와 집에서 보냈다.  TV를 거의 무한대로 보기도 했지만 틈틈이 '착한 어린이모드'로 책도 읽고 핸드라이팅 학습지 비슷한 워크북도 몇 장 했다.  그리고 자꾸 헛갈리는 '아야어여오요우유으이'도 다시 배우고.

가끔이라도 '착한 어린이모드'가 되야 했던 이유는 친구가 학교 마치고 집에 오기로 되어있었기 때문이다.  오후 내내 하교 시간이 되려면 얼마나 남았냐는 질문을 했다. 

마침내 친구가 오고, 학교 장기자랑 같은 행사에 참가할 노래를 정했다.  베이비 샤크..뚜루뚜루..로.  생각보다 빨리 정해서 두 아이는 Hang the man이라는 단어 맞추기 놀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누리 친구 엄마랑 나는 왜 이 아이들이 학교 행사에 참가지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공감.  둘다 부끄럼쟁이들인데 무려(1) 춤과 노래를 하겠다며 아이들이 신청했다는 말을 선생에게 듣고 깜놀.  무려(2) 사전 오디션도 있는 행사라 그 집 엄마랑 나는 오디션에서 떨어지길 바라지만, 누리야 미안해!, 이 아이들이 가장 어린축에 드는 참가자라 풍부한 볼 거리라는 측면에서 사전 오디션을 통과시켜줄지도 모르겠다.  막 세게 연습시키자니 또 유난스럽고, 그냥 두자니 이 아이들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오디션 전에 두 번은 연습시켜야겠다.  아-, 유난본능.

+

우리는 춤과 노래를 좋아하는 누리가 생경스럽다.  우린 둘다 통나무과인지라.  어떻게 된 일일까 싶은데, 만 3세가 되면서부터 크고 작은 공연에 아이를 데리고 다닌 결과가 아닐까 싶다.  뿌린대로 거두는 것인데, 내가 뿌리고자 했던 것은 조금 다른 것인데-.

그 나이부터 공연을 데리고 다니니 누리 본인도 공연 보는 걸 좋아한다.  지난 여름 한국에 다녀온 후로는 모여라 딩동댕 - 번개맨 쇼를 보러가고 싶다며 한 동안 나를 볶았다.  알아보니 진정 천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로 보였다.

하여간 그런 아이인지라 이렇게 혼자 논다.  예전에는 탑쌓기하는 의자를 줄지워 세워놓고 작은 인형들 앉혀놓고 공연을 하더니만, 오늘은 비슷한 세팅에 좌석 예매시스템을 도입했다.  좌석이 다 차지 않아 그런지 공연은 며칠째 시작되지 않고 있다.  돼지저금통들도 며칠째 무대 아래서 대기 중.

내일 집에 손님이 오는데 작은 집 한 가운데 있는 이걸 치워야하나 말아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어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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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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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9.01.25 12: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어린아이가 좌석예매 시스템을 어찌 알았을까요? 엄마와 친밀감이 아주 좋은가 봅니다. 귀엽네요 ^^

    • BlogIcon 토닥s 2019.01.30 23: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아이의 친구 가족과 공연 예매를 같이 하느라 주고 받은 메시지를 보고 영감을 얻은듯해요.
      며칠 뒤 드디어 만석이 되어 공연을 했는데 그 글을 쓰다가 날아가버려서 좌절.(ㅠㅠ ) 곧 올려야겠어요.
      친밀감인지, 애착인지. 아무래도 아이가 한국어로 통할 수 있는 사람이 저뿐이라서 그런 관계(?)가 형성된 게 아닐까 싶네요.

지난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면 언니가 누리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 말 믿고 그 이전에 한글 가르치지 않았다는 구차한 변명.  막상 한국에 가니 언니는 차만 쓰라고 던져주고 서울로, 중국으로 답사를 가버렸다.  물론 그 바쁜 와중에도 언니와 해운대 물놀이를 세 번이나 가기는 했지만.  그 이외에도 동네 물놀이 공원, 경주 뽀로로 아쿠아월드 등 열심히 다녔다.  놀다보니 런던으로 돌아올 시간, 급하게 한글 완성 12주란 3권짜리 책을 사왔다.  12주 정도면 내가 할 수 있겠다며.  집에 돌아와서 첫 장 '아야아여오요우유으이' 했는데 여름방학이 끝났다.  그리고 시작된 초등학교 1학년.  은근히 숙제(영어와 수학)도 부담되고, 더불어 학교에서 내준 책 읽기와 단어 받아쓰기 준비도 부담됐다.  일주일에 하루는 발레가고, 하루는 음악 방과후, 그리고 숙제하고 단어 받아쓰기 공부하면 (조금 부풀려서) 비는 시간이 없었다. 
한글 공부는 언제하냐는 지비의 압박에 가을 중간방학에 한다며 큰소리 땅땅 쳤는데, 중간방학 일주일 동안 하루도 집에 있는 날이 없었으니 한글 책을 펼쳐볼 시간도 없었다. 
그때부터는 한글배우기가 엄청난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나 아니면 가르쳐줄 사람도 없는데, 나도 너무 바쁜 가을학기였다.  그 와중에 미국에 있는 친구 딸 - 누리보다 2주 빨리 태어났다 -이 한글을 뗐다는 말에 더더더더더더 부담.  그렇게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 첫날 누리와 공연을 보러갔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방학 때 한글공부를 하자는 말을 꺼내기 위해 이번 크리스마스 방학 때 뭐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누리가 방학은 쉬는 거라고, 그래야 나중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그 대답에 깜짝 놀라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다시 물었더니 자기가 그런 생각을 했다며 뿌듯해했다.  학교에서 누군가가 했음에 틀림없다.  어쨌거나 쉬는 건 맞는데 너무 놀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공부도 해야 놀 때 더 재미있는 거라며 한글 공부를 하자고 했다.  누리도 하고 싶어했다.  그러고도 열흘 동안 한글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다.(-ㅅ- )  그 열흘 동안 집에만 있었던 날이 하루도 없었다.  12월 31일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집콕.  하지만, 당연히 그 날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 새해부터 한글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1월 1일은 휴일이니 쉬고 2일부터 한글배우기 (다시)시작.

다시 시작한 날, 그 다음날 이틀 공부해서 'ㄴ'까지 봤다.  누리는 쓴다기보다 그리고 있다.  계속해서 그리다보면 표음문자인 한글이 상형문자처럼 이미지로 누리 머릿속에 남을지도.  그러기를 희망해본다.

+

그리고 작심삼일째인 오늘 저녁 먹고 나는 화장실 청소를 하느라 한 시간 여를 보내고 누리는 그 시간 곧 생일인 한국의 할머니와 폴란드의 할아버지 생일카드를 만들었다.  그 그림들이 재미있었는데 사진 찍을 사이도 없이 누리가 봉투에 넣어 입구를 봉해버렸다.  그래서 오늘 한글공부는 건너뛰었다는 또또 변명.  내일은 아침에 꼭 해야지. 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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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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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본의 케이 2019.01.05 14: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글공부가 어렵죠,,,그래도 화이팅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9.01.05 21: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맞아요, 한국어 참 어렵습니다. 지금 누리는 자음과 모음을 익히는 수준이지만, 남편이 한글을 배울 때 참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배울 때와 어른이 배울 때가 다르고, 모국어로 배울 때와 외국어로 배울 때가 또 다른 것 같아요. 누리는 모국어와 외국어 그 가운데쯤에서 배우고 있어 제가 헛갈릴 때도 있지요. 오늘은 'ㄷ'을 배웠습니다.^_^

  2.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2.06 11: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직은 나중의 일이지만 저희도 자녀의 언어 문제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저희는 아빠 언어(노르웨이어), 엄마 언어(한국어), 아빠와 엄마가 대화하는 언어(영어)가 다 다르다보니 더 복잡한 것 같아요.ㅜㅜ

    • BlogIcon 토닥s 2019.02.06 11: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희도 아이 아빠는 폴란드 사람이라, 아이와 아빠는 폴란드어, 아이와 저는 한국어, 남편과 저는 영어로 대화합니다. 아이는 학교에 가서 영어를 배우고요. 펭귄님과 3개국어라는 점에 같지만 다르기도 해요.

      저희 부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아이 학교에서 보내준 책을 보다가도 모르는 단어를 만나곤 해요. 예를 들면 영어로 된 의성의 의태어, 혹은 아이들 언어. 정말 난감합니다. 영어 문법책엔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펭귄님네는 남편분이 현지인이니 저희보다 좋은 점이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 영국인 남편과 사는 한국인 엄마 말을 들어보면, 그런 가정은 2개국어라도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언어가 들어가기 어렵다고 해요. 아무리 부모가 외국인이라도 아이들이 현지에서 공부하면 그 현지어를 더 많이 경험하기 나름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펭귄님네는 한국어를 주기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엄마의 모국어기 때문에 조금 문턱이 낮다는 느낌도 있지만요. 아이에게 한국어 주기 - 쉽지않지만, 멀리서 제가 응원할께요. 저도 어영부영하고 있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2.07 11: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저희 둘 다 3개국어에 노출되는 환경이지만 뭔가 조금 다른 환경이네요.
      저희도 둘 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가 자랄 곳은 부모 중 한 명의 모국인 노르웨이 혹은 한국일테니 그런 경우에서는 좀 더 수월 할 수도 있긴 하겠어요. 저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영어권 남편과 영어권 나라에서 거주하는 분들은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다른 언어가 들어가기 어려운 점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한 가지의 언어가 너무 노출이 많이 되서 그런거겠죠.ㅠㅠ

      아이의 언어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국제커플 이야기를 종종 읽었었는데 4개국어에 노출되는 아이도 있더라고요(토닥님같은 상황이지만 거주하는 국가가 또 그 국가만의 언어가 있는 분들).
      4개국어면 정말..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다들 하시는 얘기가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고 하더라고요. :)

      헤헤 좋은 말씀 감사해요. 저도 토닥님 응원할게요!

  3. 어니스트 2019.02.13 00: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의 작심인지 누리의 작심인지ㅎ 어렵겠네ㅎ

해마다 크리스마스가 크리스마스다워지고 있는 기분이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카드가 그렇게 만들고 있다.  이곳에서 아이를 키우니 본의 아니게 이곳 크리스마스 문화에 실려가고 있다.  11월 중순이 넘어가며 시작된 각종 크리스마스 행사와 준비들로 정신 없는 한 달이었다.  덕분에 내가 보내는 카드는 후순위로 밀려 올해는 정말 늦게서야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에게 카드를 보냈다.  크리스마스 전에는 못갔고 새해 전에라도 새해 인사로 도착하기를 희망해본다.

2주가 조금 넘는 크리스마스 방학을 보내고 있는 누리, 그런데 매일매일 일찍 일어난다.  특히 크리스마스 선물을 뜯는 오늘은 더 일찍 일어났다.  산타가 준비했다고 추측되는 선물들은 우리가 준비한 양말 모양 주머니에 넣어주고, 나머지 - 공식적으로 우리가 준비했거나 가족과 지인들에게 받은 선물은 한 곳에 모았다가 크리스마스인 오늘 아침에 포장을 뜯었다.

내가 선물로 준비한 동전 지갑.  최근 이가 두 개나 빠진 누리는 tooth fairy가 준 2파운드가 있는데, 그 동전을 넣어둘 마땅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지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이 지갑은 시내 나갔다가 우연히 할인하길래 사서 한 달 동안 숨겨둔 것이었다.

한국에서 이모가 보내준 장갑.  이모부가 사준 팔랑팔랑 모자에 이어 학교에 들고 가면 많은 주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손에 땀날것처럼 따듯한 소재다.

화이트보드 - 공식적으로 우리가 준비한 선물.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누리 선물 뭐샀냐는 물음에 '화이트보드'를 샀다니 다들 '?'하는 분위기.  하지만 누리가 늘 가지고 싶어 하던 것이다.  특별히 크리스마스 선물이라 칼라 보드팬을 함께 준비했다.^_^;

누리가 나를 위해 만든 크리스마스 카드.

올해 누리는 선물을 한 가득 받았다.  양말도 있었고, 모자도 있었고, 스카프도 있었고, 영어노트도 있었고, 학습지 같은 것도 있었다.  그게 선물이냐고도 할 수 있지만 누리는 좋아했다.  특히 누리가 좋아했던 대목은 다른 사람을 위해 선물을 포장하고, 자기 선물의 포장지를 뜯는 것이었다.  그리고 받은 카드를 벽에 붙이는 일.  누리가 즐겼으면 됐다. 

자잘한 크리스마스 방학 이야기는 틈날 때 다시 꺼내고 오늘은 간단히  "메리 크리스마스"^_^

+

한 달쯤 전에 산타에게 보내는 편지 키트를 샀다.  거기에 가지고 싶은 선물 목록을 적었던 누리.

1. 토끼 인형
2. 세계지도
3. 동화책 The jolly postman
4. 바이올린
5. 스카프

결과로 보면 반 정도는 받은 것 같다. ^_^

지난 주말 친구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12월 초까지 산타에게 편지를 보내면 답장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우체국에 해당하는 Royal Mail에 그런 서비스가 있다고( https://www.royalmail.com/christmas/letters-to-santa ) 내년에 한 번 보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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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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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8.12.26 12: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와.. 아이 미소가 너무 예뻐요. 광고에 나오는 모델 같아요.
    크리스마스 카드랑 트리모양으로 분위기를 잔뜩 내셨군요 ^^
    기억에 남는 크리스마스 되셨길 바래요 ^^

    • BlogIcon 토닥s 2019.01.01 22: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이번 크리스마스는 특별히 한 일 없이 바쁘게 빠르게 흘러 갔네요. 벌써 새해, 내일은 이 카드 트리도 거두어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 2019.01.04 12: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9.01.04 21: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리고 학교 병설 유치원을 시작한 작년, 아니 그 앞 해엔 한참 아팠어. 하도 결석을 해서 학교로부터 경고장을 받을 정도. 초등 1학년이 되니 확실히 더 나아지긴 하네. 거기다 누리는 고질정적인 병치레의 근원이 되는 걸 해소하는 수술을 올 가을에 받기도 했고. 한 해 한 해 나아진다니 믿어야지..(물론 다른 종류의 태클들이..) 맘 먹은 바 대로 열심히 운동하고. 나는 절대로 안되는 운동.ㅠㅠ
      그래 여름에 볼 수 있으면 좋겠네.

별 일 없는 일요일, 우리는 볼링장에 갔다 까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보냈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를 닦으러 욕실로 간 누리.  누리 방에 누워서 병아리 눈물만큼 운동을 하고 있는데, 지비가 와보라고 소리쳐서 가보니 누리의 앞니 하나가 대롱대롱.  몇 주 동안 흔들리던 이였는데 마침내 이를 닦다 빠진 모양이다.  완전히 빠진 것은 아니라서 내가 누리를 안고, 지비가 뽑아냈다.  보기보다 비위가 약해서 나는 이런 일은 잘 못한다.

그렇지 않아도 몇 주간 고민이었다.  이가 빠지면 치과를 가야하는지, 이가 너무 늦게 올라오면 치과를 가야하는지.  지비쪽 가족들을 보면 누리는 치아교정을 피하기 어려워보여서 걱정이었다.  이가 빠진 지금도 누리는 이와 이 사이에 빈틈이 없다.  이번에 한국에 갔을 때 치과에서 물어보니, 아이의 빈틈없는 치아를 보고 지비쪽 가족 이야기를 듣더니 교정이 필요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영국은 어린이 앞니 교정은 무료다.  어금니 교정은 무료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고, 어린이 교정은 무료라는 의견도 있어서 확실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불편함을 어찌할까 싶은데, 턱이 좁아 그렇다는데 내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음 생엔 치아가 고른 남편을 고르는 수 밖에.(ㅠㅠ )

영국에선, 서구 문화권에선 아이들 이가 빠지면 베개 밑에 두고 자면 밤사이 요정이 와서 들고 가고, 그 댓가를 주로 동전이나 스위트(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다고 한다.  누리도 친구들에게 들어서 알고 있는 이야기.  나는 한국에선 지붕에 헌 이를 던지면 까치가 와서 헌 이를 들고 가고 새 이를 가져다 준다고 이야기해줬다.
그랬더니 누리는 우리는 플랏(아파트)라 지붕에 던질 수 없고, 집에 까치가 들어올 수 없다며 걱정이었다.  그럼 일단 어떻게 되는지 두고 보자며 베개 밑에 넣어두었다.  밤 사이 내가 작은 주머니에 1파운드 동전을 넣어 베개 밑에 넣었다.  한국 동전을 줄까 싶었는데 가지고 있는 한국 돈이 만원짜리 아니면 십원짜리.  십원을 주자니 너무 작은 것도 같고, 나중에 십원의 가치를 누리가 알게 되면 얼마나 허망할까 싶어 1파운드를 주었다.
일어나서 바로 베개 밑을 살피는 누리.  1파운드가 든 주머니를 발견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이 1파운드를 어디에 쓸꺼냐니 모르겠단다.  이제 어디 갈 때마다 이 돈 쓸 궁리를 하겠지.  그러면서 1파운드의 가치도 알게 되겠지.    어쨌든 이렇게 누리는 또 자란다.  그리고 누리 치아교정에 관한 내 걱정도 자라고.(ㅠㅠ )

+

우리 어릴 땐 앞니가 빠지면 '개우지'라고 했는데, 개우지는 옛말로 '아기 호랑이'란다.  '중강새'라고도 했는데, 이 말을 들어는 봤지만 쓰지는 않았다.  뜻은 역시 같은 말.  앞니 빠진 아이가 아기 호랑이처럼 귀엽고 재미있다는 말의 유래라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우리(지역)말-.

http://m.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327189#06wC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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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11.17 12:3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지난 토요일 잠들기를 거부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찾고 있던 누리.  지비와 둘이서 어떤 대화를 나누다 펑펑 울며 누리 방에서 책을 읽고 있던 내게로 왔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는 성(姓) family name을 바꾸고 싶단다. 

학교에서 받은 노트들에 자기 이름과 성이 적혀 있는데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자기는 김누리하고 싶다고.  그러라고 했다.  이제 사람들이 물어보면 '김누리', '누리 김'이라고 말해주라고.  사실 누리의 성을 제대로 발음하는 영국인은 없다.  폴란드 성이니.  집에서 발음 다르고 학교에서 발음 다르니 구두로라도 김누리 하는 게 별로 나쁘지 않다 싶었다.  더군다나 나는 여기저기 아이의 본명이 적혀 있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학교에서 자기들 편의대로 보이는 곳에 커다랗게 아이의 가방에 매직으로 이름을 적어 놓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름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개인정보인데 말이다. 

내 대답을 들은 누리가 그렇게 마무리 할 줄 알았는데, 여권의 이름도 바꿔 달란다.  아 - 그것은 좀 어려운데.  여권을 지난 봄에 갱신했으니 5년은 써야 한다, 5년 뒤에 여권 이름을 바꾸자고 했다.  누리가 10살 11살이 되면 성을 바꿔 달라는 요구는 하지 않겠지, 그 나이가 되면 이 가부장적 사회의 시스템을 알게 되겠지 하는 얄팍한 속셈이었다.  그런데 당장 바꿔 달라고 30분을 우는 누리.

어떻게 어떻게 달래놓고, 많이 울어서 빨리 잠든 누리를 두고  왜 지비의 성을 그대로 아이에게 주었을까 생각해봤다.  나는 이곳에서는 결혼하면 다들 바꾸는 성을 바꾸지 않고 내 이름을 고집하며 타이틀(미스터라던가 미세스라던가)도 Ms로 쓰면서 말이다.

몇 년 전 한 부부가 결혼하면서 두 집안의 성을 조합해 새로운 성을 만든 기사를 봤다.  예를 들면 '크로와상'씨와 '도넛'씨가 가정을 이루어 부부가 다 '크로넛'씨가 됐다.  ('크로넛'은 실제로 존재하는 크로와상+도넛츠다)  지금 검색해보니 미국에서는 법적으로 수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하지만 서구의 여성들이 결혼하면 무리 없이 남편의 성으로 바꾸는 걸로 봐서 여차저차하면 아예 안될일도 아닌 것 같다.
부모의 양쪽 성을 다 넣는 방법도 있지만, 실제로 스페인은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의 성과 아빠의 성을 같이 쓴다고 들었다, 그러면 쓰기가 너무 힘들어진다.  엄마와 아빠의 성을 함께 쓰는 두 아이가 결혼하면 그 집 아이는 성이 네 개가 되는 거냐는 내 질문에 "그건 아니지 하하하"했던 스페인 친구.  그럼 어떻게 된다는 건가.

한국에선 어렵지 않은 내 이름이 이곳 사람들에겐 무척 어려운 이름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누리 이름을 정할 때 동과 서를 넘어 한국과 이곳에서 발음하기 쉬운 이름을 골랐다.  한국어 이름 중에서.  가능하면 P, F, G, J, Z, L, R이 들어가는 이름을 피하고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R이 들어가는 이름이 됐다.  한국어 이름과 폴란드 성이라는 절충에 사람들은 적절하다고 생각했지만, 누리 본인은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성에 차지 않는 성.(-_- )

지금에서야 나도 왜 새로운 성을 만들거나, 내 성을 아이에게 주거나 하는 생각들을 하지 않았는지 - 뒤늦은 후회가 생긴다.  나도 모르게 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이런 건 페미니즘도, 진보주의도 아닌 그저 제도가 상식적인가 한 번 더 생각해보는 정도일 뿐인데.  정말로 아이가 크면 자기 성을 선택할 수 있다고 알려줘야겠다.  아버지의 성을, 남편을 성을 이어 받는 제도가 절대로 당연하지 않다고. 

+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성을 바꿀 수도 있다.  그렇데 어떻게 하지? - 생각하니 무척 복잡하다.('_' )::  일단 누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 숙제로 남겨두자.  성인이 되면 제 숙제, 지금 하면 내 숙제.( ' ')a

+

그래서 일요일부터 김누리.
공원에 간 김누리 https://youtu.be/vPiS3N9vNB0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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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프라우지니 2018.10.19 10:4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저도 결혼할때 남편성으로 바꾸지않고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한국이름을 그대로 고집했습니다.

    우리 결혼할때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엄마,아빠의 성중에 어떤 것을 줄것인지에 대한 항목도 있었씁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당연히 아빠성을 따르니 아빠성을 주겠다고 결정을 했지만..
    아이를 낳지않아서 이 부분은 하나마다였습니다.^^

    • BlogIcon 토닥s 2018.11.05 16: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성을 바꾸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는 없는데요. 가끔은 제 이름이 이곳 사람들에겐 너무 낯설어 영어이름으로 개명할 걸 그랬나도 싶고요.ㅎㅎ

  2. 2018.11.05 21:49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8.11.08 19:3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헛! 그런가요? 저는 보통 모바일 앱을 쓰는데요. 지금보니 모바일 앱 기본 세팅이 보통크기로 되어 있어요. 크기는 큰크기-보통크기-작은크기 셋이라 티스토리 기본세팅-보통크기면 작지 않을 것 같은데.. 앱에서는 글자를 키우면 스크롤을 너무 많이 해야해서 번거롭답니다.ㅠㅠ

      지니님은 컴퓨터로 보시죠? 저는 컴퓨터로 잘 보지 않으니 몰랐어요. 다음에 컴퓨터로 한 번 볼께요. 의견 고맙습니다.

  3. 2018.11.09 15:3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8.11.17 23: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여기서 아는 분도 한국에 출생신고를 할 때 본인성을 썼다하더라고. 남편성이 안될줄 알고. 누리는 지비 성으로 했다니 본인도 바꾸고 싶다고 하시던데, 이름 변경에 여권에 복잡한 게 한 둘이 아니라 어디서 풀어야할지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 단순한 생각인지는 모르지만 가능할 때 이름/서류는 통일시켜 정리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아. 시간이 지나면 되돌리기 더 복잡해질듯.ㅠㅠ

요란하지 않은 누리의 생일을 보내며 몇 가지 이야기가 남았다.

누리의 생일에 같은 반 아이들과 나눠 먹을 생일턱 - 누리가 그린 파티 모자를 쓴 작은 귤을 보냈다.  누리는 아파서 등교 30분만에 하교했지만 그 사이 아이들이 불러준 생일노래가 누리에겐 소중한 기억이 됐다.  작년에는 누리가 생일날 아파 학교를 안가서 친구들이 불러주는 생일노래를 듣지 못했다.
올해는 생일노래와 함께 또 하나의 추억이 남았다.  준비해간 생일턱이 학교 레터에 실렸다.  건강한 생일턱 덕분이었다.

작년 초만해도 이 스쿨레터를 출력해서 금요일마다 나눠줬는데 요즘은 학교 홈페이지에만 올라간다.  리셉션(안내데스크)에 몇 부만 출력해서 올려두는데, 그 중 한 부를 나는 누리가 방과후 마치기를 기다리다 받았다.  누리가 그린 그림들을 보관해두는 파일에 잘 넣어뒀다.  홈페이지에만 올라가는 뉴스레터 누가보나 싶었는데(나는 매주 확인하지 않았다), 그 뒤 대 여섯 명의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해와서 좀 놀랐다.  심지어 다른 학년에 아이를 보내고 있는 이웃도 나를 보더니만 이 뉴스레터 이야기를.^^:  그렇지 않아도 극성스러운 아시안 엄마 이미지인데, 이 뉴스레터로 그 이미지가 더 확실하게 굳어질 것 같다.

+

누리 생일을 기념해 며칠 앞서 누리 친구들과 공연을 보러갔다.  티켓을 구매하면서 이름란에 누리 이름을 쓰지 않고 메시지를 썼다.  누리와 함께 보는 공연은 보통 누리 이름으로 예매해서 티켓을 보관중이다.

이름 란에 Nuri's birthday를 쓰고 성 란에 Thank you for coming이라고 썼다.
보통 티켓에 이름 + 성순으로 프린트되니 Nuri's Birthday Thank you for coming 라는 메시지가 써질 것이라 기대하면서 그날 온 누리 친구들에게 기념품(?)으로 나눠줄 생각이었다.  생각대로 티켓이 프린트되긴 했는데-.

그룹티켓을 샀더니 티켓이 두 장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기념티켓은 못주고 우리만 가지기로 했다.  그룹티켓을 안사봐서 몰랐던 일.  다음엔 좀 더 꼼꼼하게 해야지.

+

..라고 생일 뒷이야기를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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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16 06:2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9.01.16 11: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어려운 문제예요. 아이가 혼자 크는게 아니라서 아무리 부모가 정해진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대로 실천하기 어려운데 주변 환경까지 그러하다면.
      누리도 달달구리 좋아해요. 다만, 누리는 엄마가 호랑이.ㅎㅎ 이제는 좀 컸다고 학교 교육의 영향을 많이 받아요. 누리가 이건 healthy 하냐 늘 물어봅니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하죠. 그럼, 누리 표정이 급우울. 대신 정해진 양만 먹고 이를 부지런히 닦으라고 면죄부를 줍니다.
      학교가 교육의 역할을 담당하면 엄마가 주는 달달구리를 아이들이 treat답게 즐길 수 있을텐데 그 학교는 반대니 겨운씨가 더 힘들죠.
      누리네 학교는 생일 treat 으로 low-sugar home baking정도는 받아주는데 shop-buy는 받아주지 않아요. 그래서 가장 흔한 treat이 과일(귤)아니면 풍선이예요.
      같은 생각을 가진 엄마들이 의견을 개진하면 학교는 금새 바뀝니다. 그런데, 우리는 눈 작고 키 작은 외쿡인.(ㅜㅜ ) 쉽지는 않죠. 다른 엄마들을 계속 얼굴봐야는데, 괜히 유난을 떠는 것 같고. 그나마 PTA엄마들이 그런 의견(no sweet school)을 수용할 것 같아요. PTA도 불편하다면 학교장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해볼 수 있는 일이예요. 누리 학교 뿐 아니라 healthy school policy 같은 걸 가진 학교가 많으니 그런 걸 참고해서요. 교육적으로도 좋은 일을 하자는데 그걸 안할 학교장이 있을까도 싶고요.
      화이팅요!

누리가 드디어 여섯 살이 됐다, 어제.

작년까지 생일 파티 같은 건 모르고 생일과 케이크의 연관성 정도만 알고 있었던 누리.  유치원이지만 학교 생활 1년을 통해 '생일 파티'도 알게 됐다.  그럼에도 1년을 돌아보니 절친의 생일 한 번 생일 파티에 참석한 게 전부.  토요일마다 주말학교를 가니 대부분의 생일 파티에 갈 수가 없었고, 어쩌다 비는 시간에 있는 생일 파티엔 누리가 가지 않겠다고 했다.  같은 반 남자 아이들의 생일 파티였다.  지난 3월 절친의 생일 파티 이후 자기 생일을 기다려온 누리.  누리는 변했어도 생일 파티에 관한 내 생각은 변하지 않았다.  주변 엄마들의 경험과 조언을 통해 친한 친구 두 명과 공연을 보고, 케이크 한 조각씩 먹는 걸로 절충안을 냈더니 누리도 오케이.  지비도 오케이.  생일이 평일이라 지난 일요일 누리가 꼽은 두 명의 절친과 Five little monkey라는 공연을 보러 갔다.

마침 더워진 날씨에 케이크 한 조각은 아이스크림으로 변경됐다.  아이들 만장일치로.  공연이 지금까지 본 공연 중 가장 재미없었다는 건 안비밀.  불행히도 누리의 두 친구는 공연을 처음으로 봤단다.  첫 경험이 그래서 무척 미안했다.  그래도 재미있었냐는 물음에 재미있었다고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이 아이들은 참 영국적으로 친절하다고 지비와 나는 웃었다.

그리고 누리 생일 전날 저녁 먹고 둘러 앉아 학교에 보낼 생일턱(?)을 만들었다.  작은 귤에 생일파티 모자 씌우고 눈과 입을 그렸다.

그런데 생일 날 새벽 열 때문에 잠이 깬 누리.  이런.  해열제를 먹여 두 시간 더 자고 일어나니 열이 좀 내려 학교를 보내긴 했다.  학교를 보낼까  말까 고민했는데 만들어 놓은 생일턱 때문에 누리가 학교를 가고 싶은 의지가 강했다.  학교에 넣어놓고 돌아와 잠시 정리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 누리가 열이 많이 나니 데려가란 연락이 왔다.  결국 등교 40분 만에 출석 확인하고 하교.  다행히 먼저 하교하는 누리를 위해 생일 축하 노래는 불러준 모양이다.
그래서 누리는 생일 날 집에서 생일 선물로 받은 번개걸 셔츠를 입고 모여라 딩동댕 - 번개맨을 보며 보냈다.

https://youtu.be/K_dPlawge9M

하루를 쉰 덕에 저녁에는 누리의 희망대로 회전초밥집에 가서 밥을 먹었다.

작년에도 누리의 희망대로 이 회전초밥집에 갔는데 그때만해도 누리는 새우튀김옷(새우 말고 튀김옷만), 과일, 디저트만 먹었는데 이제는 연어호소마끼, 캘리포니아롤, 가라아게를 먹었다.  누리의 생일엔 회전초밥집에 가는 게 의례가 되는 걸까.

저녁 나들의 마무리는 레고샵.  지비가 주는 생일 선물로 저렴하고 작은 레고 하나 사서 귀가.

+

가만히 생각해보면 누리는 생일 때마다 아팠다.  만 3살 생일을 한국에서 보냈는데 딱 그 때만 빼고.  돌 때는 아파서 돌 촬영을 연기해야 했고, 두 돌 때도 아파서 선물 받은 스쿠터를 집안에서 밀어보고 그랬다.  5살이었던 작년엔 아파서 학교를 안갔다.  4살 생일은 기억에 없지만 아팠을듯.  생일 때마다 아픈 게 이 아이의 생일 전통인가도 싶다.

아이들이 태어날 때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 생일 때가 되면 아프다는 말도 어디선가 본듯하다.  앞으로도 생일 때마다 아프면 재미난 이벤트는 계획하기 어렵겠다.  내년도 그런지 두고 봐야겠다.  한국의 엄마 말로는 아이를 낳은 사람도 아프다는데 정말로 그런지 요며칠 허리가 묵직.  그건 한 달째 운동을 안하니 그런 것도 같고.

아프고 그랬지만 누리만큼은 즐거운 하루였다.  선물/축하/카드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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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겨운 2018.09.27 14: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제야 보네요~
    누리야~^^ 늦었지만 여섯 살 생일 너무너무 축하해~~♡♡♡

  2. 2018.09.28 07:1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3. 2018.09.28 15:50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8.09.30 21: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이 아닌 곳에서 외국인으로 살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시는 글 - 늘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읽고 있습니다.

      네, 당연히 이메일 주소 알고 있지요. 메일 한 번 드리겠습니다. 늘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4. BlogIcon 옥포동 몽실언니 2019.02.16 07: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요며칠 기온은 20도가 넘지 않지만 넉넉한 햇빛 때문에 밖에서 놀기 딱 좋은 날씨들의 연속이었다.  누리는 학교 마치고 다시 친구들과 학교 앞 공원 안에 있는 놀이터에서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더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했다.  저도 피곤해서 골골하면서도 친구들의 엄마들이 나눠주는 간식과 친구들과의 시간에 빠져 즐거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에 반해 엄마들은 언제 비오나, 비와서 놀이터 가지 않는 날들을 기대하기만하고.  나도 그런 엄마들 중 1인. 

누리는 젊으니 견디는데 나는 그렇지 않으니 탈이 났다.  기온이 높아지며 공기중에 폴폴 날리는 꽃가루 때문에 "에취 에취".  알레르기 약을 먹어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고, 낮은 밤에 잠을 자지 못하니 피곤하고.  결국 몸살 감기가 나서 목금토 집콕.  금토 쉼없이 잠을 자고서야 한결 나아졌다.  덕분에 누리와 지비는 스케줄 없는, 별일 없는 주말을 보냈다.

그나마 폴란드 주말학교의 '파자마 입는 날'이 아이에게 즐거움이 됐다.  아이들 재미있으라고 가끔 이런저런 기획이 있다.  크리스마스 점퍼 입는 날, 캐릭터 의상 입는 날.  이번 주는 느닷없이 파자마 입는 날.  우리는 없던  가운인데 잠옷만 입혀보내려니 이상해서 급하게 저렴한 가운을 구입했다.  디자인은 누리가 고르고.  좋다고 주말내내 집에서 입어 8파운드 본전을 벌써 다 찾은 느낌이다.


그리고 내가 잠든 어제 오늘 누리는 지비와 함께 자전거 보조바퀴를 떼고 자전거 타기 연습을 했다.  지비 말로는 2주만 더 타면 될 것 같다는데, 과연!


주말을 집에서만 보낸 것 같아 오후에 장을 보고 오면서 세차를 하러 갔다.  얼마전에 처음으로 자동세차를 해본 지비가 누리가 좋아할 것 같다고해서.  누리가 보던 어린이 드라마에서 아이들 기분을 살려주기 위해서 자동세차를 하러 가는 에피소드가 있어 누리도 자동세차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아이도 좋아하고 차도 깨끗해지니 1석 2조. 





그리고 집에 돌아와 씻고 저녁 먹고 일요일을 마무리하고 있다.


+


금요일 내가 잠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지비가 누리를 데리고 놀았다.  그때 나눈 이야기 한 토막을 오늘 오후 커피를 마시면서 들었다.  둘이서 이름name과 성family name에 대해서 이야기 한 모양이다.  그 뒤로 누리는 자기 이름이 '김누리'란다.    내 성이 '김'이라서.  지비가 누리에게 엄마의 이름이 뭐냐고 물었더니 '마미, 김마미'라고 했단다.  사실 누리는 내 이름을 영어로 쓸 수 있다.  지비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이름을 보고 알게 됐다.  그런데 말로 물으니 '김마미'라고 답한 모양.  지비가 '마미'는 이름이 아니잖냐며, 잘 생각해보라고 했더니 누리가 긴 생각 끝에 한 대답은 - '하니?'였다.  개명을 할까보다, 김마미 아니면 김하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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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8.05.14 05:0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8.05.16 13:1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귀엽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사실 아이가 나이에 비해 좀 어린 것 같아요. 덩치는 큰데. 저는 그게 언어능력과 비례한다고 보는데요, 어떤 사람은 아이가 혼자라서 그렇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데요.

      자동세차요, 저희도 종종 하게 될 것 같네요.
      그 동안 저희는 세차를 분기별로 했습니다만.ㅎㅎ

애들이 모두 그런 때가 있나보다.  누리는 요즘 애완동물/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한다.  예전에는 고양이만 귀여워하는 정도였다.  다가가서 만지지도 못하고, 사실 여기서는 키우는 사람의 허락 없이 만져서도 안된다만,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데 부활절 방학 기간에 다녀온 지비의 형네가 다이닝 룸에 큰 어항이 있는 걸보고 자기도 어항을 가지고 싶다고.  사실 누리가 생기기 전에 우리도 어항을 가져볼까, 집이 너무 건조해서, 생각했던 적도 있어서 '그래볼까' 생각도 했다.  놓을 자리가 없는 현실이지만, 누리의 장난감/물건 하나를 없애버릴 수 있는 좋은 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형네의 이웃이 아이들이 가든에서 놀고 있으니 햄스터를 데려나와 보여준 모양이다.  그 뒤로 매일매일 햄스터 타령이다.  하루쯤 잊는 날도 있는데 그날만 건너띄고 계속 햄스터 타령.

누리에게 그랬다.  우리집엔 햄스터 집을 놓을 공간도 없지만 우리가 할머니집에 가면 누가 햄스터 밥을 주냐고.  데려간단다.  나는 햄스터는 여권이 없어서 데려갈 수 없다고 했다.  포기하는가 싶더니 그러면 이번에 할머니 집에 다녀와서 자기 여섯번째 생일이 되면 사달란다.  무척 구체적인 요구였지만 나도 물러설 수 없었다.  그러면 내년 여름에 할머니 집에 갈 때는 어떻게 하냐고.  내년엔 할머니 집에 안간단다.  헉!  할머니가 슬퍼하시겠다고 했더니 자기도 수긍이 되는지 더는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 



아이의 관심을 좀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요즘 기온이 10도도 안되는데 딸기 모종을 사왔다.  매일매일 물주고 보살펴주라고.  하지만 누리도 예전 같지 않아서 이젠 화제를 잘 잊지 않는다.  그래서도 안되지만 이젠 빈 말로 아이를 달랠 수 없는 수준이 됐다.  일단 딸기 모종으로 버틸 때까지 버텨볼 생각이다.  애 하나 돌보기도 어려운 실정인데 나는 돌봐야할 애 어른도 있고, 요즘은 내 몸도 감당하기 어렵다.  그런데 애완동물/반려동물이라니.  반려동물은 애 하나 애어른 하나로 족하다.


어제 장보러 갔다가 사온 튤립.  꽃도 저렴하고 이쁘기도 해서 사왔는데, 오늘 한국의 가족들에게서 결혼기념일을 축하한다고 문자가 왔다.  우리도 잊고 사는 결혼기념일.  그래서 어제 산 튤립은 결혼기념일을 기념하는 것으로, 그러기로 했다.




집안이 따듯해서 하루만에 봉오리에서 활짝 핀 튤립 - 본전 생각이 안날래야 안날 수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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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colours 2018.05.07 19:5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하하하 ^^ 포스팅 마지막 줄의 울지도 웃지도 못하는 마음이 너무 공감가면서 웃겨서요. 히히히.
    그래도 꽃 너무 예쁘네요 :)
    저는 근처에 꽃집도 없고, 빈 꽃병에 뭔가 꽃고 싶어서 꼬마와 산책하다가 지천에 널린;; 유채꽃 몇가닥 가져와 두었는데 엄청나게 꽃잎을 떨어트리며 시들었어요. 그런데 꼬마가 그거 보더니 "엄마 우리 다음에 산책가면 또 꽃 가져와요" 해서 허억! 아아 또 모범적이지 못한 걸 가르쳤구나 싶어 ㅜㅡㅜ 반성하는 육아기입니다. 그나저나 뭔가 키우자고 하면 저도 너무너무 난감할 것 같아요 흑흑.

    • BlogIcon 토닥s 2018.05.10 11: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래서 다음주는 작은 장미 화분을 샀는데 제 손은 약손이 아닌탓에 말라 죽고 말았답니다.(ㅜㅜ )
      이러나저러나 본전 생각.. 그냥 꽃으로 돌아갈까 합니다.
      여기는 꽃을 마트에 많이 팔아요. 집에서 가까운 지하철역에도 꽃집이 있고요. 카드 쓰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여전히 꽃을 사는 걸 좋아하는 올드한 사람들입니다.

      오늘 아침 누리는 크리스마스 때 하던 액티비티 북을 찾아 들었는데 거기에 크리스마스에 어떤 선물을 받고 싶은지 쓰는 란이 있었답니다. a toy off mwus라고 썼더군요. mwus는 mouse를 쓴거라고 이해해 주겠는데 off 가 아니라 of라고 해도 끝까지 자기가 맞다고 힘주어 말하더군요.ㅎㅎ 살아있는 햄스터에서 장난감 쥐로 하향조정되었다는데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2. 2018.05.11 04:0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8.05.16 13: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남편분이 그 정도로 서운해하시다니. 저는 남편이 감기에 걸리면 "저리가"합니다. 아이는 당연히 감기에 옮으면 안되고, 내가 아프면 아이를 돌볼 수 없으니 집안이 파탄납니다. 남편분이 좀 더 강해지셔야겠어요.ㅎㅎ

      저희는 작은 집, 그것도 플랏/아파트에 살아 키울 수 없지만 넓은 집 살면 저도 동물은 한 번 키우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마음만 그렇고요. 알레르기가 있기 때문에 털 없는 물고기만 가능하지 싶습니다. 물론 그것도 집이 넓어져야.ㅎㅎ

2주 반 부활절 방학이 끝나고 드디어 여름학기가 개학했다.  3월말 써머타임이 시작되고, 시간이 1시간 빠른 폴란드에서도 7시 전후로 잘만 일어나던 누리가 오늘은 늦잠을 잤다.  역시 학생과 기상시간, 그리고 방학의 상관관계를 학인할 수 있었다.


올해 첫 물놀이.



3마리 획득 - 지비와 나도 열심히 답안을 작성했다.



어제는 런던 근교 햄튼코트 팔래스에 있는 매직가든이라는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팔래스에서 진행된 부활절 초코렛 토끼 찾기를 하고, 집에 돌아와 '늦도록' 방학 숙제를 하면서 부활절 방학을 마무리했다.



역시 방학 숙제는 방학 마지막 날 하는 게 묘미.

방학 숙제를 여행에서 돌아와 펼쳐보니 방학 기간에 한 활동에 관한 기록을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 여기서는 저널 journal이라고 한다.  활동 사진과 팜플렛, 티켓을 붙여달라는 가이드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은 긴 여행 끝에 다 버리고 돌아온 길이었다.  몇 가지 짐 속에 끼여온 것들 그러모아 완성한 방학 생활 저널.

방학 숙제를 너무 열심히 하는 것 아니냐는 페이스북의 반응이 있었지만, 사실 이런 숙제를 4-5살 짜리 아이들이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더 말 안되는 영작문 숙제는 그냥 패스해버렸다.  그래서 보통 방학이 끝나면 뭘 하고 지냈는지 발표할 때 도움되는 자료/사진 정도, 누리가 빈 칸 채워넣기 할 수 있는 정도, 풀칠이라도 해서 붙일 수 있는 정도를 내가 마련하고 누리가 완성했다 - 고 부연설명.


+


부활절 방학의 절반을 폴란드에서 보냈다.  한국인과 기질이 무척 비슷한 나라라고 늘 느끼는데, 이번엔 육아와 관련해서도 참 비슷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의 대부분은 잊혀졌지만 생각나는대로 메모했다가 올려보고 싶다.  다만, 발등에 떨어진 불 몇 개가 있어 그것 먼저 끄고서야 블로그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절대로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은) 밀린 여행기의 압박에서도 어서 벗어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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