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화요일에 두번째면서 마지막인 초음파 촬영을 갔다.  가서 의사에게 듣고보니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중요한 촬영이었지만, 우리는 그것만큼이나 딸인지 아들인지를 알 수 있다는 사실에 들떠 있었다.  초음파 촬영 후 처음으로 의사와의 면담이 있었다.  의사는 그 동안의 검사와 그날 초음파 촬영 결과를 바탕으로 임신이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주었다.


의사의 말에 의하면 10~14주에 이루어지는 첫번째 초음파 촬영은 심장발달의 유무, 뇌의 형성, 팔다리의 형성, 척추의 길이를 통해 장애 유무를 판단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때 이루어지는 검사결과는 어떤 임신부나 같다고 한다.  임신부의 키가 크던 작던 기대되는 범위의 키와 무게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시기에 아기의 크기에 따라 출산예정일을 수정하기도 하는 것이다.  내 경우에는 한 주가 앞당겨 졌다.


20주 이후에 이루어지는 두번째 초음파 촬영에서는 부모 유전자와 임신부의 영양상태에 따라 아기의 크기와 무게가 다르다고 한다.  이 초음파 촬영에서는 각 내장기관이 고르게 발달하고 있는지, 구개구순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초음파 촬영 전 초음파담당자sonographer가 성별 유무를 알고 싶냐고 물어본다.  이름도 준비할 수 있고 알면 좋겠다고 하니 고개를 끄덕.  여기선 남아선호 같은 이유로 낙태를 하는 경우는 없지만 어떤 곳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검사가 끝나간다고 생각할 무렵, 이런저런 이야기 중간에 초음파담당자가 "축하해, 공주님이야"라고 말했다.  약간 얼떨떨해서 어색하게 아하하. :)

초음파 촬영 중 초음파담당자가 끊임없이 뭐라고 떠들어대서 그게 그 이야기였는지 금새 알아듣지 못했다.  그녀가 쉴새 없이 떠들어 댔던 이유는 그녀로써는 정해진 시간에 확인할 것이 많았는데 아기가 꼼짝을 안해서 확인이 쉽지 않은 것이다.  기기를 내 배에 심하게 문지르기도 하고, 나를 이쪽저쪽으로 돌려도 해결이 안나서 20분만에 중단.  10분동안 걷다가 오라는 것이었다.

병원 건물 밖으로 나가 10분동안 서성이다가 촬영실로 돌아가 다시 촬영.  역시 쉽지 않았지만 마침내 원하는 결과를 찾고,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검사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촬영실을 나서는데, 지비가 "그런데 딸인게 100%로 확실한거냐?"고 물어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초음파담당자는 "100%라는 건 없지만 97%쯤"이라고 답했다.

촬영실에서 나와 딸이라서 그렇니라고 물었더니 "네가 좋으면 좋아"라는 어정쩡한 답을 했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딸을 원하는지 아들을 원하는지 물어오면 나는 딸이면 좋겠다고 답했고, 지비는 건강이 최고라고 답했다.  '이건 뭐지?'하고 약간 찜찜한 가운데 의사를 만나고 둘이서 버스를 타고 해머스미스Hammersmith로 갔다.  유모차와 아기용품을 구경하러.  구경하고 근처의 빵가게로 들어가 빵과 커피를 먹으면서 내가 그랬다.  "딸이었든 아들이었든 하나가 끝인거 알지?"  그랬더니 역시 어정쩡하게 "우리 형편에 하나여야 하겠지?"


내쪽으로는 조카들이 모두 아들이라 언니도, 엄마도 딸이라 하니 좋아하는 반응이다.  또 그래야 내가 조금이라도 편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지비쪽으로는 조카들이 모두 딸이다.  그래서 아들을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지난해 지비의 형 부부가 임신을 했을때 우리가 폴란드에 갔다.  그때 지비의 형수가 "딸이라서 실망이야.  아들을 기대했는데."라고 이야기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형이 그렇게 말해도 내가 '뜨아'했을텐데 형수가 그렇게 말해서.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성family name을 물려줄 수 없어서 그렇다고 둘째는 아들을 바라는 것이다.  그때가 첫째도 나오기 전이구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기에도 그런 게 있구나 싶어 의외였다.  그래, 있다고 치자.  그래도 형수 입장에선 남의 집안 성이구만 왜 그걸 실망스러워하는지 이해가 잘 안됐다.


지비의 어정쩡한 반응에 내가 어정쩡하게 당황하니까 그제서야 지비도 딸이라서 좋단다.  "딸은 아빠편"이라서.   글쎄, 내가 "나를 봐.  딸은 엄마편이야"라고 말하니 "이 아기는 반은 폴란드인 피인데, 여기서는 딸은 아빠편"이란다.


하루이틀 지나고 나니 괜히 성별을 물어봤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익사이팅하게 끝까지 기다리는 건데.  


나는 딸은 아들처럼, 아들은 딸처럼 키우겠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딸을 사회가 기대하는대로 사회화시키지는 않을 생각이다.  간단하게는 핑크로 아이의 물품을 도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블루만 억지로 사겠다는 것도 아니다.  지비 형네 아이 물품을 보니 6개월짜리 아기인데 하나부터 열가지가 핑크라 다른 색은 없더냐고 물어보니 아기 용품이 블루 아니면 핑크라는 것이다.  100%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내가 직접 매장에서 물건을 보니 80%가 그렇기는 하더라.  20%를 찾기 위한 노력은 내 몫이니 당분간은 그 고집을 고수해볼 생각이다.


그나저나 우리 딸에게 줄 좋은 이름 없을까? :)

지비가 성은 자기를 따르니, 한국이나 어디나, 이름은 한국이름으로 하잖다.  나는 발음이 쉽고 이쁜 한국어 이름으로 해주고 싶다.  꼭 한글이름이 아니어도.  한글이름을 찾아보니 only의 성향이 강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딱 하나', '세상의 중심'과 같은 의미들.  나는 그런 것도 부담스럽다.

좋은 이름 추천바래요. :)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김서방 2012.05.07 11:5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쁜 공주님(?)으로 키우실거 같지 않고, 자기 역활하는 멋진 사람으로 키우세용^^축하드려용...두 아들래미 아빠가...

    • BlogIcon 토닥s 2012.05.07 18: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내가 그랬듯 내 딸이라고 내가 바라는데로 자라주진 않겠지만 하는데까진 최선을. :)
      전 제가 나름 극성인 부모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여, 보통과는 다른 방식이겠지만, 그게 두렵사옵니다. 제가 먼저 사람이 되야 될터인데, 그 전제부터가 쉽지않아뵈네요.

  2. BlogIcon ourday 2012.05.08 06:3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아아, 축하드려요! 아이 이름이 뭐가 될지 지금부터 기대가 되네요. :)

    • BlogIcon 토닥s 2012.05.08 08: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남편이 한국사람 중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묻기에 제가 '순이'라고 말해줬죠. 우디 앨런의 입양아였다가, 부인이된. 남편이 그건 좀 그렇다고 하는군요.
      좋은 이름 없을까요? :)

사실 알고 보면 내겐 사소하지 않은 변화다.

부다페스트로 여행을 갔던 때가 14주차다.  부다페스트는 날씨가 무척 좋기는 했지만 공기가 그렇게 쾌적한 도시는 아니었다.  낡은 차와 낡은 도로가 만들어내는 먼지가 상당해서, 나는 차가 많은 거리에서는 연이어 기침을 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었다.  3월 초에 머리를 단발로 잘랐는데, 바람마저 많이 불어 주체할 수 없는 머리를 계속해서 잡아야만 했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머리결이 부드러워졌다는 것을.(' ' )a


지비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머리결이 부드러워졌어.  물이 달라져서 그런가?"  영국은 물에 석회질이 많아 좋은 머리결도 나빠지기 일수다.  그랬더니 지비의 반응이 "머리를 제대로 안감아서 그런거 아니야?  머리에서 나온 기름 아닐까?"라고.(_ _ );;

사실 숙소의 수압이 집과 같지 않아 대충 씻기는 했다.  "그런가?"하고 말았다.



Budapest, Hungary(2012)


집으로 돌아와 주별로 정리된 임신부와 아기의 변화를 보여주는 책을 봤다.  그런데 14주차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머리결이 달라졌다는 걸 느끼지 않냐고.'  호르몬의 변화로 머리결은 물론 손톱마져 좋아진다고 한다. '아~'하고 바보 돌깨는 소리를 하면서 지비에게 보여주었다.  결코 내가 머리를 제대로 안감아서 그런게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5개월이 다차가는 지금 임신 전과 비교해 3~4Kg정도 늘었다.  그냥저냥 문제가 없는 정도인데, 사실 아기는 300g미만이라고 생각할때 방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_ _ );;, 임신 전과 비교해서 늘기는 늘어난셈이고.  내 생애 최고의 무게를 매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몸무게가 늘어나면서 3월경부터 고민이 하나 생겼는데-.  

잠잘 때 코를 고는 일이 자주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뭐 그렇다고 이전에 내게 그런 일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할 때 그런 일이 있기도 하고, 피곤할 때 그런 일이 있기도 하고, 어찌하여 목과 베개의 각도가 잘못나와 그런 일이 있기도 하고, 또 평소보다 몸무게가 늘어났을 때 그런 일이 있기도 했지만 문제는 지금처럼 자주는 아니었다는 것.  밤새도록 코를 고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때가 있다는 걸 내가 발견하게 되면서 잠을 깊이 자지 못하게 됐다.  내 소리에 내가 깬다.(. . );;

조심스럽게 지비에게 그런다고 자진고백을 하였더니 "예전에도 그랬어"라고.  지금과 같지는 않았다고 했더니 "그렇기는 하다"는 지비의 말.  옆으로 돌아누우면 그런 일이 줄어들긴 하지만, 최근들어 코가 자주 막혀 그러지도 못하던 실정이었다.

그러다 한 2주전 앞서 말한 책자를 보다 '앗!'하고 깜놀.  18주차에 그런 내용이 있는거다.  '코가 자주 막히거나 코를 골지 않냐고.' 또 지비에게 "봐! 봐"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고 재차 강조.

처음부터 날씬함을 유지하는 임신부는 이런 일을 피해가겠지만, 나 같은 사람이 나만 있는 게 아니구나 하면서 위안을 삼게 됐다.  그렇겠지?  그렇겠지?(' ' )a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낳고 제대로 다이어트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그 때되면 나아질까?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gyul 2012.05.03 20:2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ㅎㅎ 아기를 가지면 머릿결이 좋아지는군요!!!
    정말 신기해요...

    • BlogIcon 토닥s 2012.05.04 12:2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문제는 어느 시점이 지나면 많이들 빠진다고 하더군요. 좋다가 말았습니다. 관리를 잘해야겠죠. :)

임신을 알고나서 가장 먼저 임신부를 위한 음식목록을 챙겨봤다.  먹지 말아야 할 음식과 먹어야 할 음식목록.  많은 과일과 야채를 권하고, 카페인, 알콜 그리고 날 것을 피한다는 일반적인 사항을 제외하곤 이곳 병원의 권장사항과 인터넷에서 찾아본 한국의 정보들이 차이가 있어 혼란스러웠다. 


Eat well, but no soft cheese & pate


이곳 GP의 권장사항은 간단하다.  Eat well, but no soft cheese & pate.  브리나 블루치즈는 일종의 곰팡이를 이용해 만든 것이므로, 발효 음식이 다 그렇지 않나?, 권하지 않는다.  파떼Pate는 빵에 발라 먹는 고기 페이스트다.  나는 한 번도 먹어본일이 없지만, 이곳 사람들은 잘 먹는다.  간을 포함한 고기를 갈아서 만들고 야채들이 추가되는데, 간이 비타민A가 너무 많은 음식이라 권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임신을 알고난 기념으로 지비와 나가서 먹고 싶은 걸 먹어야 한다며 순대정식을 먹었다.  순대와 간이 듬뿍 들어간.  이런.(- - )a



그 외에도 GP와 병원에서 딸려온 브로셔들을 보면 좀더 자세하게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나와있는데, 눈에 뛰는 것은 참치 같은 심해어류의 량을 제한하고 있다.  생선을 먹는 것은 좋지만, 그 양을 일주일에 몇 mg으로 제한해서 권하고 있다.


그리고 입덧이 있을 때 먹으면 좋다고 생강차나 생강쿠키를 추천한다.  특별한 입덧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위에서 역류하는 신물과 소화불량의 불편함을 잊으려고 생강쿠키와 생강빵을 열심히 오렌지 쥬스와 먹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찾아본 한국의 정보에선 생강을 먹지말라고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 );;

생강이 열을 내는 음식이므로 태열이 생길 수 있다며.  도대체 먹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하다 슬며시 먹지 않게 됐다.


이곳의 브로셔들을 보면서 의외였던 것은 치즈를 종류에 따라 제한한다는 것과, 일반 치즈는 괜찮다고 한다, 홈메이드 마요네즈, 홈메이드 아이스크림 등을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홈메이드면 다 좋은 것 아닌가?  홈메이드 마요네즈와 홈메이드 아이스크림엔 날 달걀이 들어가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유 중에서도 멸균하지 않은 염소우유도 권하지 않는다.  유제품이면 다 좋은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것도 아닌 셈.  특이 했던 것은 꿀 역시 권하지 않는다.  아마도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왔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밀가루 음식을 권하지 않지만, 이곳은 주식이 빵 아닌가.  그래서 브라운브래드, 호밀빵을 권한다.  설탕도 브라운슈거.


자세한 정보들을 찾고 또 찾으면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너무 많아서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조건은 날 것을 먹지 않는다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한국의 임신부들은 뭘 먹을까?


이곳의 브로셔들을 보면서 대체 뭘 먹을 수 있는 걸까 생각이 들던 때 한국의 블로거들이 올려 놓은 방대한 정보를 보고서는 깜짝 놀랐다.  이곳의 음식목록은 그야말로 새발의 피였던 것이다.  임신 시기별로 먹어야 할 것과 먹지 말아야 할 것들이 너무너무 많았다. 

한국에선 간이 먹으면 좋은 음식에 올라 있다는 것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고, 생강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에 올라 있다는 게 나를 진땀 흐르게 했다.


입맛이 없어서 먹었던 메밀국수나 냉면도 메밀이 몸을 차갑게 한다는 성질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할 목록에 있었다.  콩나물 대신 즐겨 먹었던 숙주나물, 녹두도 소염작용이 있으니 먹지 말아야 할 목록에 있었고.  임신 후 배가 자주 고파져 과자보다 낫겠지하는 마음으로 간식 삼아 먹었던 떡 중 시루떡도 역시 먹지 말아야 할 목록에 척 올려져 있었던 것이다.  그 정보들을 보고 있으면 뭘 먹을 수 있는지 의심이 갈 정도였다.

한국의 임신부들은 대체 뭘 먹나요?  과일만 먹나요?( ' ')a


끼니 조정


확실한 건 임신 후 자주 배가 고파진다는 거다.  나만 그런가?  그 이유를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걸신들려 그런 건 아니고(- - );;, 배부르게 음식을 못먹는다.  소화도 잘 안되고, 위도 불편해서.  그래서 보통 때보다 본의 아니게 적은 량이 들어간다, 일반적으로는.  정말 '본의'가 아니다.  그래서 조금 먹고 나면 금새 배가 고파지고 그런게 아닐까 싶다.  가끔 참지 못하고 정량, 혹은 그 이상을 먹으면 앓아 누워야 한다.  위가 불편해서.  그럴 때마다 지비가 나무란다.


그래서 처음엔 4끼로 적은 량으로 나누어 먹으려고 노력했다, 집에 있는 날만이라도.  아침(아침 7시)과 저녁(저녁 8시)을 지비와 함께 먹으니 약간 이른 점심을 11시쯤, 그리고 씨리얼이나 빵같은 끼니가 될만한 간식을 오후 3~4시쯤 먹었는데 이게 생각만큼 쉽지가 않았다.  집에 가만히 있는 날이 일주일에 이틀 정도고, 나머진 밖에서 사람을 만나거나 볼 일을 보면 생각했던 패턴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보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서는 나는 걸신들린 사람처럼 계속 먹는 것처럼 보이고, 먹는 나도 눈치가 보이니까.  그래서 3끼로 보통사람들과 시간을 맞추어 먹되 아침과 점심 사이, 점심과 저녁 사이 쥬스, 과일, 두유, 요거트를 먹었는데 이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걸신들린 사람처럼 보였겠다.  흑흑 아니야, 아니야.( i i)


그래도 이젠 주변 사람들이 알만큼 알아서 그냥 당당하게 내 먹어야 할 때 맞추어 먹는 편이다.  문제는 어딜 나가려면 혼자 먹는 짐이 한 가방이다.  처음엔 혼자 먹기 미안해서 주변사람들 먹을 요거트며 과일까지 챙겼는데, 짐이 너무 많고 가방이 무거워져서 중간에 포기.  미안해요, 몇 개월만 혼자 먹을께요.( ' ');;

그런 이유로 웬만하면 나갈 일을 만들지 않는다.  일주일에 이틀을 제외하곤 동네에서 외톨이로 칩거 중.


카페인 줄이기


개인적으로 처음에도 지금도 힘든 건 카페인을 줄이는 것이다.  카페인이라는 건 내게 곧 커피.  그 전에도 심장 때문에, 생각보다 허약하다, 2잔으로 줄였는데 거기서 더 줄인다는 게 힘들었다.  요즘은 매일 마시지는 않는다.  일주일에 집에서 연하게 만든 커피 두 번 정도 마시니까.  어쩌다 커피숍에서 디카프로 한 잔.

그러다 가끔 밖에서 아이스카페라떼를 사서 꿀꺽꿀꺽 원샷한다.  그 시원함이란.( i i)


카페인을 줄이려고 나름 고군분투하지만 쉽지가 않다.  예전엔 늘 밖에서 커피를 마셨기 때문에 몰랐는데, 커피를 제외하면 사람을 만날 때 마실 게 없다.  오렌지 쥬스를 마시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작은 까페에서 디카프 티나 커피가 있냐고 물으면 녹차를 권한다.  녹차가 블랙티보단 낫지만, 그도 카페인이 있고 녹차는 몸을 차갑게 하는 성질이 있다고 들었다.  그래도 웬만하면 마시겠지만, 결정적으로 여기 녹차는 쓰기만 하고 맛이 없다.

쌀쌀했던 어느 날은 배도 고프고 해서 빵 한 조각과 따듯한 우유를 먹으려고 큰 길거리에 있는 까페라는 까페는 다 들어갔는데 따듯한 우유를 파는 곳이 없었다. 


영국 사람들은 커피가 블랙티보다 카페인이 많다고 생각한다.  커피를 만드는 방법에 따라서 비슷비슷 할 것 같은데.  하루에 블랙티를 4~5잔 마시는 이곳 사람들은 내가 임신한 걸 알아도 늘 블랙티를 권한다.  블랙티를 권할 때 'NO'하는 법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티 정도는...'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블랙티와는 좀 다른 이야기지만 이곳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맥주 한 잔 정도는...' 또는 '와인 한 잔 정도는...'하고 생각한다.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곳 사람들에게 그 '한 잔 정도는...'이 아주 자주 있는 것 같다.


행복하게 Eat Well


그러면 나는 몸에 좋은 것만 가려서 먹고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먹고 나면 괴로울 줄 알면서도 컵라면을 뚝딱 먹어버리는 경우도 있고, 앞서 말했듯 아이스라떼를 원샷하는 경우도 있다.  맵고 짠 음식이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양념을 적게 넣는다고 변명하면서 비빔냉면과 닭도리탕(닭볶음탕)도 먹었다.  맵고 짜고 거기다가 날 것인 오징어젓갈 무말랭이 무침을 지난 번에 한국 슈퍼 갔을 때 발견해서 입맛이 없을 때 야금야금 긴급구호식처럼 먹는다.


여전히 뭘 먹어도 먹고나면 위가 불편하지만, 먹는 순간은 즐겁게 먹으려고 한다.  여느 한국 사람들처럼 맵고 짠 음식을 좋아하지도 않고, 단 음식도 좋아하지 않는게 다행이긴 하다.  먹고 싶은데 못 먹으면 얼마나 힘들까.  먹는 게 정신건강에 좋다면 먹는다가 지론인데, 임신부를 위한 음식 가이드라인과 내 지론 사이에서 갈등하는 일이 자주 없다.  없다고 세뇌하자.  그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정신건강을 챙기면서 행복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는 가운데, 가장 안되는 건 물을 마시는 일이다.  병원에 갈 때마다 하는 소변검사 때도 물을 많이 마시라는 소리를 듣는데 그게 어렵다.  그래도 마셔보지 뭐.(' ' )a

'탐구생활 > Newbie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weeks] 우리 딸이예요!  (4) 2012.05.07
[19weeks] 사소한 변화들  (2) 2012.05.02
[18weeks] 혼란스러운 임신부를 위한 음식목록  (2) 2012.04.22
[17weeks] 다운증후군 검사  (0) 2012.04.16
[16weeks] baby on board  (0) 2012.04.13
[15weeks] 마터니티 카드  (2) 2012.04.03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봄눈 2012.04.24 06: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여기 또 제가 모르던 새로운 세계가 있군요! 이미 아이를 낳은 친한 친구들이 있지만 매일 가까이 본 게 아니라 그런 줄 몰랐어요. 커피를 너무 좋아하던 한 친구는 커피를 안 마시려고 하니깐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그럴 바에 차라리 조금씩 마시면서 행복한 게 낳다고 말하더라고요. 행복하게 Eat Well이란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토닥님은 따로 드시고 싶은 음식은 없으으시나요? :)

    • BlogIcon 토닥s 2012.04.24 09: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한국의 선배 말씀이 이곳이 한국보다 좀 느슨할꺼라고 하더군요. 한국에선 임신부가 커피마시면 큰일나는 줄 안다고. 정말 그런가보군요.
      제가 전문가는 아니지만 약하게 내린 커피는 홍차나 녹차보다 나을꺼예요. 그런데 한국도 이미 스타벅스류의 에스프레소를 넣은 강한 커피에 익숙해져서 힘들 것도 같고 그러네요.
      저는 가끔 유치한 음식들이 먹고 싶어요. 팥빙수라던가. 얼마전엔 한국에서 흔히 배달시켜 먹는 후라이드치킨&양념치킨이 먹고 싶었죠. 여기도 KFC가 있지만, 그건 좀 다르니까요. 아쉬운대로 한국가면 먹어야 할 목록에 올려두는 수 밖에요. :)

지난주 화요일에 미드와이프, 조산사,와 두번째 만남이 있었다.  첫 만남이 서류를 작성하고, 각종 검사를 하고, 두번째 만남과 첫번째 초음파 촬영을 예약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다면, 두번째 만남의 내용은 미드와이프로부터 그 동안 받은 검사, 초음파 촬영 결과에 관한 설명을 듣고 다시 예약해야 할 검사와 방문을 예약하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만남이 있기 전, 그러니까 내 경우는 바로 앞 주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13~14주경인 초음파 촬영 날 채취해 검사한 Triple Test, 혈액 검사를 통한 다운증후군을 알아보는 검사 결과였다.  그 밖의 혈액 상태도 함께.

혈액 상태에 관한 것은 그야말로 수치니까 내가 봐도 잘 알 수가 없고, 정상수치인지 아닌지, 다운증후군에 관한 서술된 결과만 알아 볼 수 있었다.  내 경우는 저위험군Low Risk이라 더 이상의 다운증후군 검사가 필요없다는 결과였다.





미드와이프와의 첫 만남에서 각종 서류를 작성하면서 가족병력과 개인병력 때문에 받아야 할 검사를 추가했다.  엄마를 포함한 외가쪽이 모두 당뇨가 있어 이를 위한 검사를 따로 신청했고, 갑상선 기능저하 병력이 있어 이를 위한 검사도 따로 신청했다.  미드와이프 말의 의하면 아시아인들이 당뇨가 많기 때문에 꼭 해야한다면서. 

그리고 덧붙여 몇 살인지 체크하더니 CVS를 할꺼냐고 물었다.  내가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다운증후군 위험도를 알아보는 검사라고 했다.  "나이도 있으니 해야겠지?"라고 물었더니 미드와이프가 "니 나이가 어때서"라고 답했다.  다운증후군 위험도를 알아보는 검사라고 했을때 주워들은 지식으로 양수 검사쯤 되나보다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확인해보니 CVS(Chorionic Villus Sampling)는 10주에서 14주 정도에 진행하는 조기태반 검사였다.  그런데 양수 검사도 그렇지만, 이 조기태반 검사도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검사였다.  1~2%의 유산위험이 있다고 하니말이다.  그리고 그 방법도 무시무시했다.  방법을 알고 나서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하던차에 신청한 CVS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니 잘된 일이다.  무엇보다 결과도 저위험군이니 더욱 잘된 일이고.


내게는 낯선 이 용어들을 알아보기 위해 영어를 한글로 찾아보고, 다시 한글로 검색해보면서 한국에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양수 검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양수 검사 결과를 통해 이상 유무를 알게 되도 한국에선 이미 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없는 개월 수인데 검사를 하는 것이다. 

얼마 전 들은 <나는 꼽사리다>의 우석훈 박사의 말에 의하면 결과에 따라 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명 '야매'로 낙태를 한다는 것이다.  그럼 영국은?  영국에선 5개월도 낙태가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이야기듣고 한국에서까지 낙태하러 여기까지 올까 걱정이다.  사립 병원이 아니고서 NHS시스템안에서는 단기 체류자에겐 의료혜택을 주지 않으니 이런 방법은 생각하지 마시길.


얼마 전 만난 지비의 사촌 형수 고샤 말에 의하면 다운증후군 검사 결과에 따라 이상이 발견되면 여기서는 일찍부터 약물치료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임신기간이라 하여도 말이다.  고샤는 여기서 정신적 장애인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데, 한국으로 치면 사회복지사다.  그래서 경우의 따라서는 장애로부터 벗어나 비장애인과 큰 차이없이 학교생활, 사회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이 미리 사전에 장애나 질병에 관해 알게 되면서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정보를 검색하면서 안타까웠던 것은 한국에서 태아 관련 검사가 출산률이 낮아져 병원 수익이 낮아진 요즘, 일정 정도 병원이 영리를 목적으로 각종 검사를 권유한다는 것이다.  영국은 이 모든 검사가 무료다.  장애인에 관한 사회적 시스템이 없는 사회에서 장애인 가족을 가지게 된다는 사실은 무척 두려운 일이다.  그건 내게도 두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런 두려움이 영리 때문에 조장된다면 그 사회는 더욱 무서운 사회이다. 

정부는 출산만 권장할 것이 아니라 출산 관련 의료비 부담을 책임져줘야 할 것이다.  우석훈 박사 말에 의하면 아이 백일때까지 한국에선 5천만원 가량이 든다고 한다.  물론 이 5천만원은 최대치겠지만, 출산까지 비용이 1천만원에 이른다는 말은 쉽게 수긍이 간다.  임신기간 병원비, 검사비, 출산시 병원비, 조리원 비용, 출산용품까지하면 1천만원은 충분히 될 것 같다.  


그렇다고 영국이 다 좋다는 것은 아니다.  미드와이프와의 두번째 만남을 위해 나는 두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예약제인데도 그렇게 기다려야했다.  영국의 병원 대기 시간이 길다는 한국 보수언론의 말을 처음 느꼈다.  보통 보건소 격인 GP에서는 길어도 30분을 기다리지 않는다.  2시간 기다려 바쁘기 그지없는 미드와이프와 15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다.  영어가 부족한 내가, 모르는 것 다시 물어가며 이야기하기엔 분명 짧은 시간이었다. 

2시간을 기다리는 중간 지점에, 그러니까 1시간쯤 지났을 때 보조원에게 소변 검사와 혈압 검사를 받았다.  "왜 이렇게 바쁘냐고, 부활절 연휴 뒤라서 이렇게 사람이 많냐"고 물었더니 "1시간 기다린 건 아무것도 아니"란다.  "3시간 반이 넘어가면 불만 신고를" 하란다.  그러면서 덧붙이는 말이 "런던의 경우는 최근 급격하게 인구와 출산이 늘었는데,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줄 것으로 보고 예산을 늘이기는 커녕 삭감하기 때문에 모든 병원이 터져나갈 지경"이란다. "아 그렇구나", "나도 이해해"라고 착한 아시아인은 답하고 말았다.  어느 곳이나 다른 종류의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2월에 말레이시아인 친구 추이가 음력설에 고향에 다녀오면서 작은 선물을 사왔다고 잠시 보자고 했다.   차이나타운에서 만나 점심을 먹고, 코벤트가든에 가서 커피를 마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끝에 임신사실을 알렸다.  추이는 축하와 함께 집에 가는 길에 꼭 지하철역에 들러 'Baby on Board' 배지를 받으라고 했다.  지하철역에서 무료로 배포하고, 임신부임을 알리는 표식이다.  지비랑 좋은 생각이라고, 지비가 코벤트가든에서 일해서 커피를 마시러 나왔다, 당장 받아가라고 했다.  다른 곳에 들러 볼일 보고 버스를 타고 들어오느라 잊고 말았다. 

다음날 친구랑 동네에서 차마실 약속이 있어 가는 길에 지비와 길목에 있는 지하철역에 들렀다.  작은 역이라 배지가 없는 거다.  그래서 지비에게 주중에 퇴근하면서 받아오라고 했더니 월요일에 당장 받아왔다. 

Baby on Board

처음 런던에와서 나도 지하철에서 이 배지를 보고 참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얼마나 감동했으면, 이 배지를 달고 있던 여성에게 양해를 구해 사진을 찍었을 정도였다.  그런데 내가 영국에서 이런 걸 받게 되는 날이 올줄이야.( ' ');

받고서도 내가 하고 다니기엔 뭣해 거실에 있는 곰인형에게 달아주었다.  이 배지 이야기를 이탈리아인 친구 알렉산드라에게 이야기하면서 그렇노라 했더니 꼭 달고 다니란다.  "너 같이 마른 애는 사람들이 임신한지 상상을 못할꺼야."라고 하면서.  나 안 말랐는데.(_ _ );  여기 사람들은 내가 아주 말랐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나보다 마른 지비조차도. 

사실 내 경우는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어딜 가는 일도 일주일에 3~4일 정도고, 그 대부분도 한산한 시간이거나 도심 반대방향으로 여행을 하는지라 늘 빈자리가 있다.  그래서 지금도 계속 우리집의 곰인형이 달고 있다.



한국에도 있나 하고 찾아봤더니 있다.  2006년 경 희망제작소의 제안과 산부인과 협회 등의 협력으로 보건소와 산부인과병원에서 배포되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아기상품박람회 같은 곳에서 다른 모양의 배지를 제작해 나눠주기도 하는데 홍보도, 인식도 무척 부족해 보인다.

몇 가지 검색하면서 임신 초기와 중기의 여성들이 불편함을 겪고 있다는 글을 많이 봤다.  임신이 표가 나지 않는 시기라 대중교통수단에서 배려받기 힘들고, 이런 표시를 한다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해 역시 배려받기 힘들다고 한다.  영국도 그런가? 
사실 영국엔 자리를 양보하는 문화가 별로 없는 것 같다.  나이든 사람들도 서서 잘 간다.  펍에서 2~3시간씩 서서 맥주 마시는 문화가 익숙해서 그런가.  하지만 자리를 양보하면 아주 고마워한다.  그 말은 곧 자리에 앉기를 바랬지만, 양보를 바라지는 않았다는 게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여성들이 사회적 약자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을 당당하게 누렸으면 좋겠다.  지하철에서 힘들어 노약자석에 앉았는데, 주변 사람들의 시선으로 무척 불편했다는 글을 여러 개 봤다.  그 사람들의 시선이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뿐, 노약자석에 앉은 자신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이런 배지들에 관한 홍보와 인식이 더 많아지고 넓어지면 좋겠다, 한국에.


※ 이번주는 사실 17주째.  일주일에 하나 써보자 마음먹었는데 이게 쉽지 않네.(_ _ );;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GP에서 임신을 확인하고 잔뜩 받아온 서류 뭉치에는 내가 보내야 할 서류가 있었다.  서류라기보다 한 장짜리 신청서였지만, GP의 의사가 하루 빨리 어서 보내라고 몇 번을 강조해서 이야기했던 서류, 마터니티 카드 신청서.

임신 기간 중 이 카드, 증서라고 해야하나,와 처방전을 약국에 제시하면 약값이 무료다.  영국의 시스템을 잘은 모르겠지만 보통 처방전을 받아 약을 구입하면서 늘 £7.40을 지불해야 했다.  얼마전에 이 가격도 £0.25올랐다.  아무런 베네핏이 없는 우리는 기간과 종류에 상관없이 늘 그 가격을 약값으로 지불했던 것 같다.  신청하고 2~3주 후에 카드를 받았지만, 지금까지는 쓸 일이 없었다.  조만간 먹고 있는 칼슘이 다 떨어지게 되면 새로운 처방전을 받게 되면 쓸 일이 생길까.



그 외에도 영국에서 출산을 하게 되면 임신 기간을 포함해 출산 후 1년까지 치과진료를 받을 수 있다.  대체 어떤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걸까.  요즘 아무리 과일을 많이 먹어도 이를 닦을때 잇몸에서 피가 흐르는 일이 자주 있다.  이런 것도 대상이 될까?  이런 증상으로 치과를 찾으면 그냥 과일 많이 먹으라고만 할 것 같은데.


아기를 가지기 한참 전 지인 S님이 지비에게 물었다.  아기가 생기면 나를 한국에 보내 아기를 놓을꺼냐고.  지비는 "왜?"라고 되물었다.  S님이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한국인 아내들은 그렇게 한다는 것이다.  전부는 아니고 많은 수가 그렇게 하기는 한다.  산후조리에 대한 걱정, 문화가 다른 병원진료에 대한 걱정 때문에들 그렇게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안해본 것은 아니나 의료보험이 정지되어 있고, 당장 고민할 일이 아니라 길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지비는 '내가 애 아빠인데 나보다 중요한 가족이 있을 수 있나'하는 입장이어서 한국에 가서 출산을 한다는 건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임신을 하고나서 그러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나도, 지비도 약간 들었다.  그런데 둘이 한국으로 날아가는 비용, 의료보험이 없는 상태에서의  출산비용, 누구나 한다는 산후조리 비용을 대충 생각해보고선 그 생각을 완전히 접게 됐다.  그렇다고 돈 때문에만 여기서 출산한다는 건 아니고. (^ ^ );;

마터니티 카드가 없더라도 큰 돈 들여 약을 살 일은 없겠지만 뭔가 든든한 느낌이다.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BlogIcon 성산만담 2012.04.12 04: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 완전 축하드려요.
    제 동생도 애를 가졌는데, 9월이 출산일인데 몇 달 전부터 준비하더라고요.
    한국에서 애 낳으면 고려할 게 너무 많은 것 같다는.
    편리함을 따르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엮여 있는 인간관계도 많잖아요.
    무슨 산후조리원을 6개월 전에 예약해야 한데요. 그 날짜에 안 낳으면 예약한 거 날아가고.
    출산비용, 산후조리 비용 걱정 덜할 수 있어서 다행이에요. 다시 축하요~. ^^

    • BlogIcon 토닥s 2012.04.12 11: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
      참고로 잘나가는 어린이집은 출산과 동시에 예약해도 3~5살 되도 들어가기 힘들다고 하더군요. 여기도 그런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부모수가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에 자기 신조를 지키기가 한국보다는 쉬울 것 같아요. 그러기를 희망합니다. :)

임신을 의심한 건 1월 중순이었고, 사실을 알게 된 건 1월이었는데 그때가 참 애매했다.  가족들이 8월에 영국에 오려고 거금을 들여 항공권을 구매하던 시기였고, 엄마가 갑상선 수술을 앞두고 있었다.  GP에 가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임신을 1차적으로 확인했는데 가족들의 영국행도, 엄마의 수술도 시기를 조정하기 여의치 않아 그냥 모든 것을 한꺼번에 안고가기로 했다. 

주변에서 임신을 하면서 첫번째를 실패한 경우가 많아 지비가 12주가 될쯤까지는 주변에 비밀로 해두자고 했다.  뭐, 그런데 12주는 거녕 10주도 못되서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지비가 다 알리고 말았다.

1월과 2월은 거의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서 잠만잤다.  뭘 먹어도 속이 불편해서 괴로워하다가 또 잠들고.  이러다 봄되면 굴러서 집밖으로 나가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면서 계속 잤다.  잠을 자면서 일하며 임신-출산-육아를 동시에 했던 친구들이 마구 존경스러워졌다.  3월쯤 들면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내가 덜 괴로운가를 찾아가게 되면서 보통 생활의 50~60%정도로 복귀할 수 있었는데, 여전히 80% 이상으로 돌아가는 건 어려운 것 같다.

틈틈이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검색해봐도 이해가 안되는 정보들, 뭔가 시원한 답이 없다,과 영국&한국의 정보가 다른 경우들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주변에 애를 가진 사람이 없어 어디 물어볼 때도 없고.  그냥 천천히 부딪히면서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GP, 보건소 격이다,에 처음 갔을 때 3개의 병원 중에서 어느 곳에서 출산할지를 정하라고 했다.  퀸 샬롯 앤 챌시, 챌시, 그리고 로햄튼 병원 중에서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인 퀸 샬롯 앤 챌시로 정했다.  바로 집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고, 버스로 10분 정도 걸린다.  GP에서 이야기하기를 10주에서 12주 정도되면 병원에서 연락이 올꺼라고 했다.  12주 정도되야 첫 초음파 촬영을 할텐데, 그 전에 하지 않는 이유는 봐도 잘 안보이기 때문이라고.  그러면서 몇 가지 서류를 작성하고 한 무더기의 브로셔를 안겨주었다.  참 알쏭달쏭한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보낼 서류는 보내고, 병원의 연락을 기다렸다.  일주일쯤 지나서 첫번째 병원 방문을 공지하는 편지가 날라왔는데, 마침 폴란드에 가있을 때라 연락해서 한 주 연기했다.

10주쯤 됐을 때 처음으로 병원에 갔다.  역시 한 무더기의 서류를 주면서 채우라고 했고, 여러가지 질문들을 해왔다.  통역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면서, 전자사전을 대동해 띄엄띄엄 대화를 이어나갔다.  가족병력과 개인병력 때문에 남들보다 많은 채혈을 해서 병원에 남겼고, 병원에서는 또 다시 한 무더기의 브로셔를 안겨주었다.  그리고 다음 병원 방문과 첫번째 초음파 촬영을 예약하고 돌아왔다.

3월 21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번째 초음파 촬영을 지비와 함께 갔다.


이 사진이 14주된 아기다.  참 신기했다.  그 동안 이런 저런 이유로 초음파라는 걸 많이도 찍어봤지만, 과학이 놀라웠고 아기가 내 배 안에 들어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사실 이 주는 13주째였는데, 아기의 전체 길이와 머리크기를 재어보더니 머리크기가 크다고 간호사가 13주에서 14주로 수정하고 출산예정일도 한 주 앞당겼다.  내가 아시아인이라서 아기의 머리크기가 여기 아이들보다 클뿐 14주는 아닐꺼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전문가가 아니니 그냥 "네"하고 말았다.  8월에 가족들과 파리에 갈 예정이라서 1~2주 당기는 게 우리에겐 무척 중요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앞당긴 출산예정일 되서 왜 애가 안나올까 걱정하게 되는 건 아닐까.

아기가 벌써 팔다리가 다 있다는 사실에 지비는 놀라워했다.  그래서 내가 책 좀 미리 보라니까.  지비는, 사진을 본 우리 엄마도 마찬가지로, 3개월쯤이면 팔다리 없는 올챙이 같을 줄 알았단다.



지비가 초음파 촬영실에서 모니터를 찍은 영상을 부모님께 보여드리라고 언니들에게 메일로 보냈다.  영상을 본 작은언니는 아기가 활발한 것이 별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단다.  사진을 본 큰언니는 아기가 코가 오똑한 것이 지비를 닮았단다.  어디어디, 어디가 코야.('_' );;

그 말을 전해 들은 지비는 그래도 머리크기는 날 닮았으니 걱정말란다.(-_- );;

아이에 관한 내 신조는 '유난떨지 말고 키우자'이다.  그런 마음으로 키우면 유난스럽지 않은 아이가 될꺼라고 희망하면서.  그런데 내 성격상 '내 나름'의 유난을 떨 가능성이 다분해서 걱정이다.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2012.03.29 14: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2.03.30 08:5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정말 그렇다고들 하더군요. 결혼보다 아이가 더 큰 인생의 변화를 가져온다고. 저희 결혼도 평범하지는 않아서, 그보다 극적이면 어떤걸까 생각하게 되네요.

  2. jini 2012.03.30 05: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벌써 몇해전의 일이라 잠시 잊고있었는데
    네 임신과함께
    내가 지내왔던 일들이 생각이나서 눈물이 핑... 돈다고나 할까..
    임신하고 입덧하고 배불러서 길에서 넘어져서 병원에 가기도하고
    출산(이부분이 젤 충격적이었더랬지..) 그리고 아이와 씨름하던 날들
    그리고 지금까지도 어디서 무엇을하던 총청걸음 아니면 뛰어다니며
    일과 가족들을 챙기는 일들.. 너에게 이제 그런날들이 다가오겠구나..
    맘껏 당해주고 즐겨주고 그러다보면 많은 행복들이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
    지비에게도 그 느낌을 전하고 싶지만 영어로 표현하긴 힘드네 ^^
    몸 조심해..

    • BlogIcon 토닥s 2012.03.30 09: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나 때문에 눈물이 핑 도는 건 아니라는 거지? (흥!)
      나 역시 출산이 가장 충격적일꺼라고 상상하면서, 그 전까지 거기에 대한 생각들은 안하려고 노력중이야. 근데 요즘 여기 미드와이프를 다룬 드라마, 다큐가 왜 이렇게 많냐. 누구는 보라고 추천을 하더라만, 나는 애써서 외면하려고 노력해. 두려움만 커질 것 같아서.
      지비는 요즘 정언이를 포함한 우리 가족들과 카카오톡에서 only 이모티콘으로 대화를 한다. 너도 시도해봐. :)

  3. 김서방 2012.04.04 00: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페이스북 보고 왔는데, 초음파사진도 있어서 잘 보고 갑니다...
    현수때 엄양이랑 같이 가서 초음파보고, 심장소리듣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감동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옆에서 이야기 많이 드리겠지만, 철분제랑 엽산 잘 챙겨드시고, 운동도 자주하시고...
    애기가 누굴 닮았을지 벌써 궁금하네용ㅋㅋ
    진심으로 축하드리고, 영국에서 순산하시기를^^

  4. 엄선혜 2012.04.04 08:1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축하축하 !! 드뎌 너도 엄마가 되는구나,,이젠 대화가 좀 되겠군,ㅋㅋ 잇몸에서 피가나는건 임신증상중 하나인거같으니 넘 염려말고..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정보는 네이버에 까페 맘스홀릭 베이비 http://cafe.naver.com/imsanbu 가면,,,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수 있다,,강추~~ 임신하면먹으면 안되는거 많이들 얘기하는데..그거도 중요하지만,,,먹으면 좋은거 잘 챙격먹는것도 굉장히 중요하다.(특히 과일) 엄마가 뭐든 잘 먹어야 아기도 식성 안까다롭고 잘 먹어 순하다,,음 그리고,,울 아들들은 배속에서 아주 얌전했다,근데 밖으로 나오니 감당못할정도로 활달하다,,,그러니..너의 활달한 아기는 태어나면 순할거라는 믿음으로 태교 잘하고,,,늘 좋은 생각 좋은맘으로 임신을 즐겨~~~추운계절에 산후조리해야하는데...내복 잘 챙겨입고,,진짜 산후풍 있더라,,,나 둘쨰 1월에 낳아서 산후풍걸려 고생하고 있다 ㅠㅠ..그리고 출산,,,그거 별거 아니야,,육아에 비하면,,,걱정말아,,시간이 해결한다,ㅋㅋㅋ 그럼오늘도 좋은하루~~~

    • BlogIcon 토닥s 2012.04.04 09:4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임신을 즐기라'는 너를 포함한 많은 경험자들의 말은 출산후의 생활에 대해 무척 긴장하게 만든다. 산후조리, 여긴 그게 없어서 걱정이다. 그래서 서양사람들이 빨리 늙는다는 말도 있더라만. 지금부터 지비를 교육시켜야 할듯. 빨래, 청소, 설겆이는 나보다 잘하니까 됐는데 요리가 문제야. ( ' ')a
      축하 고마워요. (^ ^ )

'Stone of Sisyphus'는 다양한 비영리단체나 그 활동을 기록하고, 나누기 위해 만든 카테고리인데 일년이 넘도록 비어만 있었다.  해외의 비영리단체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니고, 정말 좋다고 하여도 그대로 차용하여 어느 곳에나 이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론 한국의 활동이 훨씬 진보적이고, 뛰어난 영역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아이디어들을 기록하기 위해서, 더 넓게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산적인 자극이 되기를 바라면서 천천히 이 카테고리를 채우려고 한다.


아침뉴스가 끝나고 범죄와 관련된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TV를 시청한 것이라기보다는 넷북에서 파일을 변환을 하느라 낑낑거리고 있었고, TV를 끌 겨를이 없었다.  건성으로 화면을 보거나 듣고 있었는데 문득 '아!'하는 탄식이 흘러 나왔다.  시각장애인이나 저시력자를 위한 오디오북, 부모가 자신의 자녀에게 만들어주는 맞춤형 오디오북은 이미 알려진 것이지만 이 아이디어는 조금 달랐다.  감옥에 수감된 아빠가 읽어주는 동화라니.


Storybook Dads


스토리북 대디 Storybook Dads는 어떤 이유로든 감옥에 있는 아빠들이 자녀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이렇게 운영된다.  아빠들은 책을 고르고, 그 책을 읽는 것을 녹음한다.  녹음되어진 파일은 편집을 훈련받은 또 다른 수감자의 편집을 거쳐 CD로 제작된다.  편집과정에서는 실수가 삭제되거나 동화의 상황에 맞는 효과음이 첨가된다.  제작된 CD는 당국의 확인을 거쳐, 수감자의 자녀에게 보내진다.


작업은 간단하지만 그 효과나 성과는 무척 대단해 보인다.  수치로 얻을 수 있는 어떤 성과보다도 수감자의 자녀가 받게 될 정서적 안정이 포기할 수 없는 성과다.  누구에게나 아빠는 필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그 아빠가 감옥에 있을지라도.

두번째는 동화읽는 수감자가 얻게 되는 부분이다.  이 단체의 활동가가 이야기하기를 한 번 온 수감자는 꼭 다시 찾는다고 한다.  범죄를 통해, 또는 사고를 통해 사회와 격리되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가족과의 끈을 놓지 않게 되고, 그래서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해 주는 셈이다.

Dartmoor 교도소 20여 명의 수감자들이 편집을 교육 받고 CD제작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3명은 스토리북 대디에 고용되었다고 한다.  한마디로 직업교육 프로그램의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이 프로젝트에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90여 교도소가 참여하고 있고, 여성 수감자들도 Storybook Mums라는 이름으로 참여하고 있다.  교도당국의 확인 작업때문에 현재는 영어로만 진행되고 있고, 비용은 기본적으로는 무료고 기부로 운영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1~2가 들기도 한단다.


참고 http://www.storybookdads.org.uk




어제 볼 일을 보러 나가면서 <나는 꼼수다>를 들었다.  3월 14일이 딸의 생일인 정봉주 전 의원이 지난해 12월 수감 직전 미리 녹음한 생일 축하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미리 녹음한 새해 인사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자랑스럽던 아빠가 감옥에 있는 현실을 초등학생 딸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생각하니 참 착찹했다.  그런 일이 어제 있어 오늘 스토리북 대디가 더 '아!'하고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유로 수감이 되었든, 감옥에서 온 아빠 또는 엄마의 동화를 듣는 아이들은 잠시나마 그들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Posted by 토닥s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fiaa 2012.03.23 02: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런건 훌륭한 공무원 한 사람이 기획했을까
    각계의 전문가들이 투입되어서 나온 결과일까 등등이 궁금해지는 아침.
    어쨌든 참 좋네요 :)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