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날씨는 춥더라도 훈훈하고 넉넉하고 그래야 하는데 정말 정신 없이 보내고 있다.  주변 사람들의 말처럼 '학교'라는 곳은 '어린이집'과는 비교도 안되게 많은 역할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사실 그런 요구에 일일이 답하지 않아도 되고, 많은 부모들이 그렇듯, 일일이 참여할 필요는 없지만 우리는 가능하면 할 수 있는 만큼을 하려고 한다.  그것이 학교든, 폴란드주말학교든.  그래서 발생하는 소소한 일들이 은근 바쁘다.


크리스마스 축제


여기서는 winter fair라고들 하지만 '크리스마스 축제'가 더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헌책, 헌교복, 헌옷, 헌장난감도 팔고, 경품추첨도 하고, 케이크 같은 것도 팔고, 게임도 하고 그런 행사다.  누리네 학교엔 3개의 강당이 있어서 1층 강당엔 마켓과 산타 그로토 santa grotto, 2층 강당엔 아트 액티비티, 3층 강당엔 바운스캐슬과 스포츠 액티비티를 마련했다.  그런데 나는 1층에서 케이크를 팔아서 나머지는 듣기만 듣고 구경도 못해봤다. 산타 그로토는 산타를 만나 덕담도 듣고 올해 받고 싶은 선물도 이야기하고 뭐 그런 세팅이다.  나로써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사람들은 이 산타 그로토에 들어가기 위해 입장료를 지불하고, 장시간 줄도 선다.  학교 크리스마스 축제에도 그로토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엉?'했는데 참가한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역대 최고의 장식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같은 층에 있어도 바빠서 안을 들여다볼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이후에 사진을 보고 깜놀.  지금까지 내가 본 그로토, 쇼핑센터에 있는 상업적인 그로토 포함해서, 중 최고의 그로토였다.

나는 내 일로 바빠서 준비과정에는 참여하지 못하니 당일 음식 판매대에서 일하겠다고 일찍 손들었다.  음식 판매는 그날 부모들에게 기부 받은 음식들을 파는 것인데 주로 컵케이크, 쿠키, 음료, 팝콘 같은 것들이었다.



나름 자신있는 것들,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을 골라 두 가지 - 숏브레트 쿠키와 화이트초콜릿&라즈베리 머핀을 준비했다.  지난 여름 일본에 다니러 갔던 누리 친구 엄마에게 부탁해서 산 고양이 쿠키커터도 개시했다.



누리가 베이킹에 참여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누리와 함께 만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원하는 모양을 얻을 수 없어 누리가 학교에 있을 때 혼자서 만들었다.  그래도 누리가 서운해 할 것 같아 포장하는 일을 남겨두었다가 함께 했다.

아이들이 고양이 모양 숏브레드를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은 빗겨갔다.  엄마들만 열광했을 뿐 아이들은 달달구리 아이싱이 올라간 컵케이크들을 좋아했다.  healthy snack 따위는 접고 내년엔 무조건 화려하고 달달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이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시작한 페어는 2~3시간 진행됐다.  다른 엄마들은 다른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자신의 아이들을 맡겼지만 나는 누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데리고 있었다.  봐줄 사람도 없었다.  처음부터 누리가 먹고 싶어하면 사줄 요량으로 내 주머니에도 잔돈을 넉넉히 준비해두었는데, 웬 걸 누리는 작은 컵케이크 하나 쥬스 하나 먹고 내 옆에서 도와주고 싶어 했다.  본인 생각에는 도움이나 사실은 좀 번거롭기도 했던.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돈통에 넣는 역할을 주었다.  덕분에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잘 견뎌주었다.



하지만 누리는 돈의 크기를 잘 모르기 때문에 받아서 넣는 역할만 할 수 있었다.  나중엔 냅킨에 케이크를 싸서 주는 역할까지도 했지만.  내년쯤되면 돈의 크기를 알아 잔돈도 건네줄 수 있지 않을까.


음식 판매를 하면서 보니 초등 2학년 정도 되면 아이들이 자기 용돈 주머니를 들고와 계산을 했다.  물론 그 속에서 필요한 50p를 찾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모습을 어른들은 뒤에서 인내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도 누리에게 용돈지갑을 하나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우리집에도 장난감 지갑들이 몇 개 있고, 그 속에는 종이 돈들이 들어있긴 하지만 그런 것들 말고 진짜 돈으로 용돈지갑을 만들어줘야겠다.  그게 언제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런 행사들은 학부모들이 주도하고 남는 수익은 학교에 기부된다.  그냥 학교 재정에 들어가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올해는 도서관을 리모델링한다, 놀이터를 리모델링한다 그런 목표들을 학부모-학교 모임에서 정하고 그 목표를 위해 학기 중에도 다양한 기부 행사들을 한다.   이 학부모-학교 모임은 다음에 좀더 자세히 정리해 볼 생각이다.


크리스마스 공연


학년이 시작 될 때 일년 계획표를 보니 12월에 Nativity 라는 게 학년마다 잡혀 있었다.  지비랑 나는 "이게 뭐지?"했는데, 시기를 봤을 때 그리스토 탄생 극화일 것 같았다.  역시 그랬다.  학교 시작하고 첫 6주가 적응기간이었다면 중간방학이 끝나고 돌아온 이후 6~7주는 이 네이티비티 준비를 위한 기간이었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연습한 것은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이틀 정도 연습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누리는 매일 집에서 우리가 알 수 없는 노래들을 흥얼흥얼.  어제 그 네이티비티에 가서에 그 흥얼거림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한국식 학예회를 아는 사람이라 6-7주간 준비했다는 이 20분짜리 공연을 보고 조금 놀랐다.  '저걸 6-7주나 준비하나'하면서.  아이들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 정도도 '대단한건가' 잘 가늠이 안갔다.  하지만 부모들은 무척 고무되었더란.  이 역시 영국식 친절의 일부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누리의 역할은 애초에 villager였다.  마을주민.  나는 그려러니 했는데, 어느날 누리 친구는 대사가 있는 천사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사실을 말하면서 누리가 울먹.  저도 천사가 되고 싶었나 했지만,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인데 내가 어쩌겠나.  "대신 누리는 노래 열심히 해"라고 격려해줄 수 밖에.  그 와중에 마을주민에서 천사로 역할 변경.  하지만 대사가 없는 건 마찬가지였다.

우리끼리 짐작으로 영어가 좀 되는 아이들이 대사를 하는게 아닐까 했다.  누리 친구는 이탈리아인이긴 하지만 영어만 하는 아이고 활달하기까지 한 편이라.  그런데 어제 막상 가서 보니 그것도 아니었다.  평소에 말 잘하던 영국 아이들도 대사 없이 노래만 하는 아이들이 많아서 지비와 나는 궁금했다, 어떻게 역할이 배정되었는지.  그렇다고 어떻게 할 것은 아니고 그냥 궁금.

하여간 대사 한 마디 없었지만 우리 눈엔 누리가 가장 잘 하는 것으로 보이는 - 이런 콩깍지들. 


크리스마스 카드


올해 크리스마스 카드는 작년처럼 빨리 준비하지는 못했다.  나도 바쁘고 아이가 없는 시간, 잠든 시간에만 준비를 하다보니 많이 늦어졌다.  그리고 대략의 준비가 끝나고 출력해서 마련해두고 누리에게 마무리 작업을 주었다.  각각의 카드에 별 스티커를 붙이고, 봉투를 붙이고, 우표를 붙이는 일.  역시 예상대로 '즐겁게' 작업을 했다.



누리가 커가니 누리에게 어떤 일을 주어야 할지 늘 생각하게 된다.  사실 스티커도, 우표도 내가 붙이는 게 더 빠르고 쉽지만 누리가 그 일을 즐겨 할 것을 알기에 남겨두었다.  아이들은 '돕는 일'을 좋아한다.  그 특성 때문에 아이들이 종종 위험에 빠지기도 한다고.  그럼에도 아이가 남을 돕는 일을 계속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우리는 또 가르쳐야 한다.  사실 아이들은 이미 그 즐거움을 알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가르칠 일은 따로 없다.  계속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드는 게 전부일뿐.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는 않다.  나만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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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유리핀 2017.12.30 00: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제 누리는 날개 달린 산타와 목도리 두른 펭귄같은 복잡한 그림도 그릴 수 있군요!!! 이제 겨우 머리(라고 주장하는 덩어리) 그리기에서 사지(라고 추정되는 짧은 선 네개)가 생겨난 지우와는 차이가 확연하네요. 매년의 카드가 누리의 성장을 보여주는 듯.
    아이가 자라니 육체적 피곤에 정신적 압박까지 더해지지만 그...그래도 적당한 답을 찾아낼 수 있겠죠. 우리가 지금껏 그랬듯. 마음 푸근한 성탄 보냈으리라, 그리고 더 훈훈한 새해 맞으시길 바라요.

    • BlogIcon 토닥s 2018.01.04 22:2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작년에도 똑같은 말을 했던 것 같은데, 한 해가 다르다. 내년엔 지우가 산타와 목도리 두른 펭귄을 그릴꺼야.
      무엇보다 건강하게 잘 지내다 여름에 만나자. :)

  2. colours 2018.01.02 15: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남쪽 작은 섬에서도 아주아주아주아주 늦은 크리스마스 카드가 찾아갑니다;;
    먼 곳의 크리스마스 풍경을 보니 토닥님의 겨울이 그래도 바쁘고 따듯했을 것 같아요.
    올 한해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길 바라요 :)

    • BlogIcon 토닥s 2018.01.04 22:3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확실이 올해, 아니 지난해의 크리스마스는 따듯했습니다.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서 그렇기도 했고, 가끔 나가보니 날씨마저도 따듯하더군요. 문제는 1월, 2월이 더 춥다는 사실.

      제주도는 남쪽이라 따듯할 줄만 알았는데 어느 해 겨울에 제주도에 갔더니 눈이 산더미처럼 쌓여서 놀랐어요. 물론 거기는 한라산 등산로/대피소기는 했어요. 제가 살던 부산에도 없는 일인데 말입니다.

      바람이 많아 더 추운 것도 이곳과 참 비슷할 것 같은 제주도의 겨울. 따듯한 집에서 귤 먹으며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만화책과 함께 방바닥을 뒹굴 수 있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늘 건강하시고요, 언젠가 만나뵐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작년 누리의 폴란드 스카우트 출석률은 거의 50% 정도.  우리도 그렇게 큰 비중을 두지 않아서 다른 일이 생기면 가지 않기도 했고, 누리도 어떤 날은 즐겁게 가고 어떤 날은 가지 않겠다고 울고불고했다.  그러면 집으로 다시 데려오곤 했다.  올해는 폴란드 주말학교와 폴란드 스카우트 출석률은 100%.  의외로 즐겁게 다니고 있고 덕분에 폴란드어도 많이 향상된 느낌이다. 

작년 크리스마스 행사는 스카우트 장소에 산타 할아버지가 찾아와 선물을 주었는데( ☞ http://todaks.com/1484 ) 올해는 런던 전역에서 모이는 스카우트 행사에 크리스마스 행사가 포함되어 누리를 보낼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다.  행사장소인 폴란드 문화센터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가는 것은 어렵지 않은데 4시간 정도 되는 행사를 누리가 감당해낼 수 있을까가 의문이었다.  그것도 4시간의 주말학교 뒤에.  마지막까지 보낼까 말까 고민하다 아이들을 주말학교에서 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리는 폴란드 문화센터까지 이동시키는데 지비가 자원하면서 가기로 결정.


아이를 행사장에 데려다주고 다시 각자의 볼일을 보다가 통보 받은 산타 할아버지의 등장 시간에 맞추어 행사장으로 다시 갔다.  크리스마스 행사는 전체 행사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내가 가면 누리가 무리에서 이탈해 내게로 오지 않을까 걱정했다.  괜한 걱정이었다.  나를 보고서도, 나의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무리들과 어울려 끝까지 잘 앉아 있었다.

학교별로 선물꾸러미를 받고 기념촬영을 했는데, 누리 포함해서 정면으로 보고 있는 아이는 3명.  이런 아이들을 데리고 스카우트 활동을 하는 스태프가 참 존경스럽다. 

폴란드 산타 할아버지 복장이 신부나 주교 복장 아니냐고 부모들이 뒤에서 쑥덕쑥덕.  그런데 폴란드에서 날아오는 크리스마스 카드를 받아보면 꼭 이런 사람이 등장하는 걸로봐고 폴란드 산타 할아버지는 이런가 싶다.



4시간 동안 뭘 했는지 물어보니 큰 강당에서 잡기 놀이 같은 것도 하고, 포크댄스(?) 같은 것도 하며 건전하게(?) 논 모양이다.  그리고 집에 돌아올 때 아이들이 직접 만든 쿠키를 나눠줬다.  누리가 2개 만들어서 하나는 자기 꺼, 하나는 내 꺼라고 해서 지비가 엉엉.


이런 달달구리 좋아하지 않지만 누리가 만들었다는데 어떻게 먹지 않을 수가 있나.  지비에게 양보하지 않고 혼자서 냠냠.. 메롱메롱..


+


아..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준비 시작!  일단 내일 학교 행사에 가져갈 빵과 쿠키부터 구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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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4일 월요일 / Reception / 크리스마스 트리


12월이 되니 크리스마스 관련 창작물을 마구마구 창작하고 있는 누리.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창작은 누리 몫, 정리 및 보관 및 폐기(?)는 내 몫.

이번에도 정리 및 보관이 어려운 3D.  그렇다면 곧 폐기.

미안하다 크리스마스 트리야.  하지만 집이 좁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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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8일 토요일 / 주말학교 / 용(머리)


볼 일을 보고 집에 돌아오니 용을 만들었다고 흔들어대던 누리.

도대체 어디가 용인지 알 수 없었는데, 오늘 사진 찍는다고 이리저리 돌려보니 용머리다.  불을 내뿜는.

나름 불도 있고, 빠끔한 콧구멍도 있고, 볼록한 눈도 있는 용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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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1일 토요일 / 주말학교 / 폴란드 국기


주말학교에서 만들어온 폴란드 국기.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한국에 살고 있는 폴란드인 친구 사진을 보니 폴란드 독립기념일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서야 "아!"하는 지비. 


+


그 집 아이 사진처럼 올려 보겠다고 사진을 찍으려다 정신 없이 국기를 흔들어댄다고 버럭해서 누리를 울린 지비.

나는 또 그런 일로 아이를 울린다고 버럭.



그래서 이런 사진이 찍혔다.


누리에게 미안한 마음이(지비에겐 얄미운 마음이) 들어 페이스북엔 올리지 않은 사진.

이런저런 사진을 다 찍어 올리긴 해도 다른 사람 보여만 주려고 올리는 사진은 아니다.  우리도 즐거워야지.  그지 누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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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중간방학을 맞아 폴란드에 다녀왔다.  이전까지는 우리가 편한 시간, 항공요금이 저렴한 시기에 움직였는데 이제부터는 누리의 학기에 맞춰 여행을 다닐 수 밖에 없다.  아이 없는 사람들은 피해간다는 그 시기에 이제는 우리도 끼여서 움직인다.


영국의 학기는 1년에 3학기가 있다.  9월에 시작하는 가을학기, 1월에 시작하는 봄학기(?), 4월에 시작하는 여름학기.  각 학기는 보통 13주인데 중간에 1주간의 방학이 있다.  이번에 우리가 보낸 중간방학.  그런데 이 중간방학이 사람잡는 경향이 있다.  9월에 학년이 시작되면 6주간 학교에 가고 1주일 중간방학을 하고 다시 6주간 학교에 간다.  그리고 2주간의 크리스마스 방학이 있다.  1월에 다시 6주 등교 - 1주 중간방학 - 6주 등교 후 2주간의 부활절방학이 있다.  그리고 4월에 6주 등교 - 1주 중간방학 - 6주 등교 후 6주간의 여름방학이 있다.  이 학기제를 블로그에도 페이스북에도 설명했는데 다들 "뭐?" 이런 반응이다.  6주마다 1~2주의 방학이 돌아오니 일하는 부모들은 이리뛰고 저리뛴다.  그나마 영국, 유럽 안에서 조부모의 손을 빌릴 수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만 그도 안되는 사람들은 부부가 번갈아 휴가를 쓰느라 가족 휴가 다운 휴가를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다행히 방학을 겨냥해 각종 프로그램이 체육센터, 학교, 과외활동 기관에서 진행되지만 비용이 상당하다, 우리게에는.


누리가 학교를 시작하기도 전에 중간방학에 맞춰 폴란드 가는 항공권을 사뒀다.  거의 일주일 집을 비우는 격이라 냉장고를 비워야 했다.  냉장고가 텅텅 비어가는 이참에 땀을 줄줄 흘리는(?) 냉장고를 해동시켜줬다.  덕분에 몇 년만에(?) 냉장고를 구석구석 청소했다.  폴란드 가기 전 그 바쁜 와중에 하루를 다 보내버린 냉장고 청소.



여차저차 폴란드에 잘 다녀왔다.  지비의 고향에서 누리는 사촌들과 잊지못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고향에서는 기차로 5시간 떨어진 브로츠와프에 여행도 다녀왔다.  브로츠와프에 간 이유는 두 가지.  도시 구석구석 숨어있는 난쟁이들과 폴란드 도자기. 

한국의 친구들 집에도 다 있던 우리집에 폴란드 도자기가 없었는데 이번에 머그 3개를 구입했다.  볼레스와비에츠 Boleslawiec.  여전히 이름은 어렵지만 이제 대략 일명 폴란드 도자기에 대한 감이 왔다.  나는 볼레스와비에츠가 도자기 회사인줄 알았다.  알고보니 도자기를 많이 생산하는 도시 이름이었고, 비슷비슷한 문양의 도자기를 생산하는데 회사마다 디자인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여행 빨래를 1박 2일 동안 열심히 한 다음 다시 가방을 싸들고 런던 외곽으로 이사한 지인 집에 1박 2일 일정으로 일명 할로윈 슬립오버를 다녀왔다.  아이들도 있고 두 집이 거리도 있으니 모두 한 번 얼굴을 보려면 차로 움직여야 한다.  그러면 어느 한쪽은 술을 마시지 못해서, 집에 돌아가야 하니까, 아이들도 실컷 놀고 부모들도 실컷 마실 수 있는 이벤트를 중간방학 겸 할로윈 겸 마련했다.  빨래 사이사이 당근 케이크와 초코렛 케이크 반죽으로 간식을 굽고 침낭 이불 맥주 싸들고 고고.



명목은 할로윈이지만 절반은 한국인이니 밥은 김치 된장국으로 냠냠.  그래도 할로윈이니까 밖에서 불장난 좀 해주고.  모닥불 피워서 머쉬멜로도 구워먹고.  이 머쉬멜로가 이 날의 절정이었다, 아이들에겐.  부모들에겐 아이들이 잠든 뒤가 절정이었다.  그러나 아이들 때문에 새벽에 일어난 그 집 아빠는 일찍 아이들을 뒤따라 꿈나라로 고고.  손님인 우리만 부어라 마셔라 했다.



그리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못다한 빨래를 열심히 돌리면서, 가을가을 하면서 중간 방학을 마무리 했다.



+


중간방학이 끝난지는 2주 반이 지났고, 이 글을 시작한 시점도 2주가 지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유는 있다, 무척 바쁜 2017년을 보내고 있다.  오랜만에 뭔가를 읽고 쓰는 이런 시간이 좋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고 그렇다.  과연 내가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런 준비를 하고 공부를 하고 나를 실험하는 가을이다.  아니, 벌써 겨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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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1일 토요일 / 스카우트 / 별


별을 띄우려고 풍선에 붙였을까.

꼬리가 달린 걸보니 유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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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17 12:17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7.11.21 11:1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런 마음으로 모아두고 싶어요.

      한국 부모님 집에 제가 유치원을 졸업하며 받은 그림책이 아직 있어요. 그 그림을 보면 그 그림을 그리던 순간이 기억나요. 내가 그린 그림 위에 젊은 선생님이 "이렇게 그리렴"하고 덧칠하던 순간. 나는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 순간.ㅎㅎ

      누리도 기억할까요?


2017년 11월 3일 금요일 / Reception / 거미


거미라고 함. 

칠하고 말리고 며칠 걸린 창작.  드디어 집으로 가져왔으나 입체형이라 장기간 보관이 어려보일듯한 거미.  게다가 반짝이가 우수수 낙엽처럼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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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4일 토요일 / 주말학교 / 손팻말인형


손팻말인형 - 퍼펫을 만들었다고 해서 팔다리 움직이고 그런 퍼펫을 생각하면 곤란하다. 

아직 누리는 만5세. 

하지만 이것도 영어로는 퍼펫pupp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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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31일 화요일 / 집 / 박쥐가족

할로윈맞이 가족 단합 창작(?).
왼쪽부터 지비박쥐, 누리박쥐, 그리고 나.  누리박쥐는 꼭 엄마 박쥐 옆에 있어야 한다고 하는 누리.
그 마음 오래도록 변하지 않을꺼지?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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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11.07 05:2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7.11.07 11: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자세히보면 누리와 제가 만든 박쥐는 눈썹이 있는 눈동자인데, 지비 것은 없어요. 누리가 우리 셋의 눈동자를 골라주었거든요. 아이의 생각이 참 재미있어요. 아빠는 남자고 저랑 누리는 여자라서 그렇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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