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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생활192

[life] 발코니 프로젝트 올해 봄이 되면 발코니에 거는 형식의 화분을 사서 꾸며보겠다는 원대한 프로젝트를 구상중이었다. 새로운 봄이 오면 사려고 가을 겨울 부지런히 화분도 고르고, 우리집 발코니에 맞는지 미리 문의도 해보고 그랬다. 그런데 봄보다 Covid-19이 먼저 왔다. 발코니 프로젝트와 Covid-19이 무슨 상관인가 싶은데 식료품을 구입하는 마트만큼이나 바쁜 곳이 DIY와 가든용품을 파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그 동안 하지 못한 집수리와 봄맞이 가든정리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모양이다. 봄이오면 사려고 했던 화분은 아무리 찾아도 재고가 없고, 화분 흙값은 몇 배로 뛰었다. DIY와 가든 용품을 파는 매장이 essential로 분류되어 문을 열기는 했지만, 직원수 부족으로 몇 군데 거점만 문을 열었다. 우리집과 가까운 매장은.. 2020. 6. 1.
[life] 먹지 않아도 배 부른 빵 Covid-19으로 인한 사재기와 부족현상은 거의 해소가 됐지만, 여전히 몇 가지 품목들은 구경하기 어렵다. 알콜 손세정제, 각종 밀가루, 이스트가 그렇다. 요리에 별로 소질 없는 영국사람들이 빵이라도 만드려나 싶었는데, 그런 이유도 있지만 이동이 통제되고 먹거리의 많은 부분을 직접 해결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요리와 제빵의 즐거움을 재발견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내 주변만 그런지도 모른다. 친구들이 가끔 만든 빵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거나 메신저로 보내오면 그게 자극이 되서 나도 만들어보기도 하고 다시 공유하고 그랬다. 그래서 최근에 만들어본 빵들-. 크림치즈빵 스콘 시나몬 롤 그러다 이스트가 더는 없어서 만들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밀가루와 이스트를 구하기 어렵다는 걸 아는 친구 A가 아침에 문자를.. 2020. 5. 7.
[life] 나이값 누리가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뒤로 와서 머리를 땋았다. 스스로가 잘했다고 생각했는지, 사진을 찍어 내게 보여준단다. 그러데 내 눈에 먼저 들어온 것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땋은 내 머리가 아니라 나의 흰머리였다. 내 뒷통수를 볼 일이 없으니, 앞머리에만 흰머리가 많은 줄 알았지 뒤까지 이렇게 점령(!) 당한 줄은 몰랐다. '헉!'하는 내 반응에 누리는 자기가 땋은 머리가 맘에 안드냐고 묻는데-, "아냐 아냐 잘했어 잘했어".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 눈물이 또르르.. + 한국에서 부모님이 보낸 마스크가 도착했다. 부모님에겐 위험하니 당신들 마스크 사러도 나가지 말라고 했는데, 부모님은 시간 많다며 마스크를 사서 (모아) 보내셨다. 이 마스크를 보내기 전까지 일주일에 두 장씩 공적 마스크를 구할 수는 있어도 .. 2020. 5. 3.
[+2770days] 초등학교 2학년의 이상한 봄 휴교 일주일 전 누리가 받아온 영어과제는 주말에 관해 편지형식으로 쓰는 것이었다. 어떤 주말을 보냈는지. Covid-19 때문에 벌써 특별한 일정 없이 집콕하며 보내던 때라 누리는 편지에 쓸 내용을 찾는 걸 어려워했다. 그래서 주말 동안 우리가 뭘 했는지 꼽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그걸 바탕으로 편지를 썼다. 누리가 편지에 쓴 내용은 그랬다. 선생님께,나의 주말에 관해 쓰려고 해요. 토요일, 폴란드 주말학교는 취소됐고, 마트에 갔더니 화장실 휴지는 하나도 없고 어떤 선반은 텅텅 비어 있었어요. 그 다음 홈데코 상점으로 가서 하얀색 튤립, 딸기 모종 그리고 토마토 모종을 샀어요. 집에 와서 아빠와 재미있는 게임들을 했어요. 일요일, 집에서 보내며 숙제들을 했어요. 폴란드 주말학교에 갔으면 해요. 폴란드 주말학.. 2020. 4. 19.
[keyword] Racism - 인종차별주의 #03 COVID-19 그리고 나 한국 살아도 차별받을 수 있다. 여성이라서, 아이 엄마라서, 지역출신이라서, 직업 때문에, 경제적 지위 때문에. 외국인으로 산다는 건 거기에 당연한 차별 요인을 하나 깔고 살아가는 것이다. 십 년 가까이 살면서 인종차별과 관련해 이런저런 경우를 보고, 듣고, 겪기도 했지만 별로 무게를 두지 않았다. 너무 흔한 일이라 그렇기도 하고, 대응하기도 피곤하기도 하고, 때로는 두렵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인은 내가 험한 경우를 안당해봐서 그렇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 말도 사실이다. 런던은 영국의 중심이지만, 영국과는 다른 곳이다. 지구상 런던과 같은 곳은 없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다양성과 관련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세심하게 배려한 정책과 제도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다시 상.. 2020. 4. 18.
[life] Happy Easter! 나에게는 설과 추석과도 같은 명절이 지비에겐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다. 비록 지비가 종교인은 아니지만. 한 2년 동안 부활절이면 우리는 폴란드에 갔다. 그런데 올해는 조용하게 집에서 보내고 있다. 그래도 명절이라고 폴란드의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인사를 메신저로 보내고 있는 지비를 보니 조금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우리끼리 부활절을 챙기기로 했다. 사실 3월 말경에 있던 지비 생일도 레스토랑이 영업을 정지하고 이동 통제가 시작되면서 별다른 기념 없이 보내야했다. 그때는 사재기의 절정이었던 때라 특별한 밥은 커녕 평범한 먹거리 마련을 걱정했던 때다.폴란드에서 두번의 부활절을 보내보니 뭘 먹는지는 알겠지만, 금식기간 동안 먹지 못했던 달걀과 햄을 많이 먹는다, 혹시나해서 물어보니 밥카Babka라는 빵을 먹는다고 한.. 2020. 4.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