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공포 없는 아이 혹은 무대 공포를 아직은 모르는 아이'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19.05.18 [+2434days] 세대차이 (6)
지난 주말, 금요일과 토요일 누리의 발레쇼가 있었다.  일종의 발표회인데, 누리가 속한 발레 수업만 발표회를 하는게 아니라 같은 선생님/교습소에서 배우는 짐, 발레, 스트릿댄스, 탭댄스 등 대략 30여 개의 수업이 발표회에 참가했다.  리허설 까지 포함해 세 번을 교통량이 많은 퇴근 시간에 아이를 복잡한 곳에 있는 공연장으로 실어날라야했다.
한 주의 시작인 월요일은 공휴일이었고, 화요일은 누리가 현장학습을 갔고, 수요일은 벌레에 물린 아이를 데리고 병원과 학교를 오가느라 보내버린 가운데 세 번 공연장을 가니 정말 바쁘게 느껴진 한 주였다.  그 가운데 나는 내 볼일로 또 이틀을 썼다.

리허설

리허설이 있던 화요일, 같은 수업을 듣는 엄마들은 발표 준비를 볼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이들만 공연장에 들어가 무대 리허설을 하고 부모들은 밖에서 기다려야 했다.  밖에 남은 부모들은 황당했지만, 그 덕분에 공연을 더 즐겁게 볼 수 있었다.

공연을 마치고-.

우리 눈엔 누리가 꽤 비중있는 포지션을 맞은 것으로 보였다.  어쨌거나 무대 가운데 앞줄에 섰으니.
공연 시작 전에 우리가 티켓을 구입한 좌석으로 가니 공연 후 판매하는 DVD와 사진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비싸다며 지비는 투덜거렸지만, 공연을 본 뒤로 DVD는 꼭 사야돼로 입장선회 하였다.  참고로 DVD에는 두 시간의 공연이 담기는데 누리 수업이 나오는 분량은 7분 정도.  가격은 17파운드.  사진은 보통 한 장에 12~15파운드.  일단 결과물을 봐야겠지만, 잘나온 사진이 있으면 아낌없이 사고 싶다. 
누리가 이 교습소에서 운동을 하기 시작한게 두 살 반쯤.  지금이 여섯 살 반이 넘었으니 꼬박 4년을 함께했다.  발레를 한 건 2년이고, 그 전에는 짐 수업이나 드라마 댄스를 들었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교습소를 바꿔볼까 고려 중이라 기억으로 남겨두고 싶다.  정말 좋은 선생님들과 수업이었다.

+

공연을 마치고 누리에게 물었다.  떨리지 않았냐고.  누리는 정말 당당하게 "아니?"라고 말했다.  정말 누리는 떨리는 것도 없이 무대를 즐긴 모양이었다.  첫날 공연을 마치고 아이가 너무 들떠 공중을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지비가 몇 번이나 좀 자중(?)하라고 말해야 할 정도였다.  누리의 망설임 없는 대답에 무대에 올라가는 게 떨리는 건 나 같은 소심쟁이에게만 해당되는 걸까 생각했다.

+

토요일 공연까지 마치고 일요일은 동네 공원에서 어린이집 시절 친구 가족과 만나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놀고, 부모들은 폭풍 수다.  일본+영국 사람인 그 집 아빠는 나에게 보쌈을 어떻게 만드는지 물었다.  그리고 와사비를 어떻게 재배하는지에 대해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누리의 발레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가 나왔다.  당연히 지비가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더니 누리 친구의 아빠는 머리를 45도쯤 기울여 누리에게 물었다.  무대에서 떨리지 않았는지.  그 질문을 들으며, 누리 친구의 아빠랑 나는 같은 세대(종류)구나 싶었다.  실제로 나보다 딱 한 살 작다.
누리는 다시 떨리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누리 친구 아빠와 나의 질문 - 이건 아마도 세대 차이인지도 모르겠다. 
누리도 부끄럼 많은 아이다.  그런데 무대에 올라가는 일이 떨리지 않는단다.  사람들 앞에 서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얻은 결과일테다.  소심쟁이 나로써는 참 부러운 일이다.  그 자신감과 여유 - 부디 오래오래 가지길 희망해본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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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9.05.21 03:5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끼아아아.. 앙증맞네요 ^^ 누리도 엄마도 신나셨을 듯. 사랑 많이 받은 애들이 무대체질!!

    • BlogIcon 토닥s 2019.05.21 12:4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는 무척 소심체질이라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 하는 것도 떨려요. 그래서 누리가 이런 경험을 하면 좋겠다 싶었네요. 사실 남편도 만만찮은 소심인데. 아이는 무대체질. 이 아이는 병원에서 뒤바뀌기도 어려운데 말입니다. ㅎㅎ. 좋은 경험과 배움이었어요.

  2. 유리핀 2019.05.21 15:03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랜시간 무대에 서는 상황을 반복연습해서가 아닐까요. 저도 지난 겨울에 지우의 유치원 발표회에 갔는데 무대에 안올라갈거라고 뻗대지 않을까 했지만 왠걸. 제자리에서 팔짝팔짝 뛰며 손까지 흔들어 외려 우리가 당황했죠. 집에서 보는 내 아이와 자기들 나름의 사회 속 아이는 참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누리는 얼굴만 봐도 지비와 자기의 합작품. ^^

    • BlogIcon 토닥s 2019.05.22 23:4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누군가는 아직 떨리는 게 어떤 건지 모를 나이라고.
      하긴 우리 세대는 앞에서 뭘 하거나 보여주거나 하는 경험이 전무하니까. 지우도 많이 컸겠다. 내년이면 학부모!

  3. BlogIcon Boiler 2019.05.24 00: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누리양 많이 컸네요..
    저희집은 올해 유치원에 들어가서 발표회? 재롱잔치?때 처음으로 아이가 무대 경험을 할꺼 같은데 도중에 도망 갈까봐 벌써 부터 걱정 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무대를 기록으로 남길려면 비디오 카메라를 사야하나 고민 중 이네요...

    • BlogIcon 토닥s 2019.05.24 13:0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잘할꺼예요. ㅎㅎ

      빌릴 수 있으면 가장 좋은데, 사실 사용이 그렇게 많지 않을듯합니다. 물론 구입에 계기가 되서 많이 쓰게 될런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