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지비의 고향방문의 하이라이트는 새로 생긴 지역 브루어리 brewery - Browar Pod zamkiem에 가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적어도 내게는. 
느즈막히 아침을 먹고 가든에서 놀다가 다함께 트램을 타고 시내로 갔다.

가격대비 양이 작다는 지비 형의 만류를 뒤로하고 나는 샘플러를 시켰다.  환절기 알레르기로 고생중이라 많이 마실 수도 없었고, 나는 그저 맛을 보고 싶었다.
맛은 - 내가 알리가 있나만은 확실히 병이나 캔으로 사먹는 맥주보다는 신선한 맛.
주문받는 분이 내가 주문한 햄&감자칩 대신 슈니츨(돈까스)를 가져다줘서 좀 그렇기는 했지만, 다시 가자면 갈 정도다.  재미있는 건 여행정보 사이트에서 이 브루어리&레스토랑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도 주문과 다른 음식을 받았다고 한다.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김치를 팔고 있었다.  이 도시를 방문한 한국사람이라고는 내가 유일할 것 같은 폴란드의 한 소도시의 레스토랑에서 전채음식으로 김치를 파는 게 놀라웠다.  시키지는 않고 어떤 음식이냐고 물었더니 매운 배추절임이라고.  많이 나가냐고 물었더니 관광객들이 가끔 시킨다고 한다.  지비의 고향도시는 독일과 인접하고 있고, 과거 독일의 도시였기 때문에 독일 관광객들이 많다.  독일은 폴란드보다는 아시안 인구가 많고 한국 정착인구도 많아서 한국이 그렇게 생소하지 않다.  그 관광객들이 시키는게 아닐까 추측만 해본다.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된 도시의 사진들.  이전에 독일의 도시였던 지비의 고향은 조선업이 주요산업이었고, 그런 이유로 세계대전 동안 거의 폐허가 됐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 브루어리&레스토랑은 세계대전 당시 지하 벙커로 쓰인 곳 같다.  브루어리&레스토랑 자체는 새로지은 건물이었지만 지하의 우물이나 통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었다.

사진이 너무 대충이라 올리기도 민망하지만.  혹시 관심있으면 클릭 http://www.browarpodzamkiem.pl
듣자하니 이 도시에서 멀지 않은 곳에 현대화학이 설비를 한다는 것 같다.  멀지 않은 미래에 한국인들을 이 도시의 거리에서 마주치게 될지도 모르겠다.

브루어리&레스토랑을 나와 바로 인접해있는 이 도시의 성으로 갔다.

성안 광장에서 사진찍고 놀다가 집으로 가기 위해 성을 나섰다.  트램을 타러가다 발견한 다른 광장 지하의 박물관.  세계대전의 역사와 도시의 역사를 전시한 곳이었는데 생긴지 얼마되지 않아 지비의 형네도 가보지 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냈다.  도시의 역사 부분에서 지비의 외할아버지와 외삼촌의 사진을 발견했다.  행진하는 군인이 아이의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었는데, 행진하는 군인은 지비의 외할아버지였고 아이는 외삼촌이었다.
지도와 연대표를 좋아하는 지비가 좋아했지만 아이들은 별로.  새로지은 박물관인데 아이들이 즐길거리는 없었다.  나는 이 사실이 별로 놀랍지 않다.
박물관을 나와 박물관 바로 앞인 필하모니 공연장도 가보고, 마침 들어선 부활절 마켓도 구경했다.

맥주만이 목적이었는데, 생각보다 시내에 오래 머물며 여기저기 돌아봤다.  집에 돌아와서 나도 아이들도 골아떨어져 잠든 하루였다.

+

지비의 형네 도착한 날 생각보다 쌀쌀한 날씨에 준비하기 위해 누리 모자를 사러 잠시 나갔다.  미리 온라인으로 주문한 누리의 책들도 찾으러 갈 겸.  폴란드에 갈 때마다 사촌들이 쓰고 있는 면 비니가 간편하게 쓰기 좋아보여 사려고 했는데, 그럴 시간이 없었다.  마침 지비의 형이 운동을 간다길래 가는 길에 우리를 몰에 내려주고, 돌아오는 길에 우리를 몰에서 픽업하는 일정으로 마트에 갔다.  위 사진에서 누리가 쓰고 있는 면 비니가 그때 산 것이다.  가장 큰 사이즈로 샀는데, 작다.  엄마 닮아 머리가 작지 않은-.
비니를 골라들고 계산대에 섰다가 발견한 사탕묶음.  그야말로 '헉'하고 소리를 냈다.

젤리와 사탕으로 만들어진 꽃다발.  이런 걸 누가 사갈까 싶었는데, 우리 앞에 엄마와 함께 줄서 계산을 기다리는 아이가 한 다발 들었다.  정말 폴란드인들은 달달구리에 관대하다.  지비도 달달구리에 관대한 폴란드인 중 1인.  누리가 그 뒤를 밟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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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엔 5개의 공항이 있다.  알려진 히드로 Heathrow와 게트윅 Gatwick, 스탠스테드 Stansted, 루톤 Luton, 그리고 런던 시티 London city 공항이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공항이 히드로고, 가장 먼 공항이 스탠스테드다.  그런데 지비 고향으로 가는 비행기가 운항하는 공항은 스탠스테드.  게다가 유럽에서 (나쁜쪽으로) 알려진 라이언에어 Rya air만 지비의 고향으로 운항한다.  가장 먼 공항과 가장 나쁜 항공사의 조합 - 가장 피하고 싶은 조합이다.  하지만 지비의 고향에 갈 땐 어쩔 수 없다.
최악의 조합인 것도 모자라 여정 한 두 달을 앞두고 현지 도착시간이 오후 6시에서 오후 10시로 변경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오후 6시 도착이면 지비의 가족들과 오후 7시쯤 만나게 돼 저녁은 같이 못먹어도 맥주 한 잔은 할 수 있는 시간인데, 오후 10시 도착이면 오후 11시나 되야 우리가 머물 형네 도착할 수 있다.  누리를 데리고서는 너무 힘든 일정이 되어버렸다.  항공사에 불을 지르고 싶은 심정을 꽉 누르고 다른 경로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폴란드의 서울인 바르샤바 Warsaw를 경유해 지비의 고향으로 가기로 했다.  3시간 이상의 비행일정 변경이라 라이언에어 항공권은 전액 환불받기는 했지만, 여정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새롭게 항공권을 구입하다보니 생각보다 많은 경비가 들었다.  하지만 일년만에 가는 지비의 고향방문이라(내게는 시월드일뿐이지만) 내가 그렇게 가자고 했다(돌아오는 항공편과 베를린에 예약한 호텔이 아깝기도 하고).  그렇게 부활절 방학 여행이 시작됐다.

요즘 코스타에서 스타벅스로 취향이 바뀐 아이.  이유는 알 수 없음.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공항으로 갔다.  깨우기 힘들줄 알았는데 의외로 벌떡 일어났다.

누리는 비행기 타는 것, 호텔에 머무는 것을 좋아한다.  예전보다 데리고 다니기가 한결 수월하다.  되려 내가 화장실과 기압변경을 적응하지 못해 힘든 점이 더 많다.

그렇게 어떻게 폴란드의 서울인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지비의 친구가 3년 전에 런던에서 바르샤바로 이주했다.  벨기에 친구인데 오랜 블로그 글에 초콜릿맨으로 등장했던 친구.  우리집과 멀지 않은 곳에 살았고, 우리집에서 가까운 하이스트릿을 그 친구가 좋아해서 자주 동네에서 만나 커피도 마시고 그런 친구였다.  폴란드 여자친구가 생겼고, 그 여자친구와의 사이에서 쌍둥이를 얻어 폴란드로 이주했다.  바르샤바를 경유해 지비의 고향으로 가는 김에 하루 머물러 그 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그 친구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며 밀린 이야기도 나누고.  공항 근처가 집인 친구가 공항으로 마중을 나와 편하게 친구네로 가서 폭풍수다와 맛나는 점심을 먹었다.  친구네 쌍둥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마침 부활절 행사가 있다며 같이 가자고 했다.  예정에 없던 폴란드의 어린이집을 구경했다.

아이들이 부활절 관련 노래를 불렀고, 그 뒤엔 부모들과 함께 부활절 바구니를 만들었다.  이 부활절 바구니는 나중에 부활절 미사에 들고가 세례 Blessing를 받는다.  바구니를 만든다니 누리가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쌍둥이와 함께 만들었다.   누리의 적극성에 지비와 내가 놀랐다.  우리는 둘다 소심한 편이고, 우리가 아는 누리도 그런 편인데 학교 생활이 아이를 바꾼 것 같다.  좋은쪽으로.

인상적이었던 화장실.  2~3세반 아이들이라 기저귀 떼기 전후인 아이들이 많았다.  교실 안에 있는 화장실에 각자의 포티 potty - 배변 훈련용이 있었다.  한국도 그런가?  여긴 포티가 있지만 공용(?)이고, 배변훈련을 바로 화장실 좌변기에서 한다.  아, 사립은 또 다른지 모르겠다.

바구니를 만들 때보니 시작은 아이들이하고 시작을 제외한 대부분은 부모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참- 그랬다.  너무 익숙하다고나 할까.  너무 열심히인 부모들-.
쌍둥이들의 부활절 행사 참관을 마치고 우리는 바르샤바 시내로 갔다.

지비가 처음 한국으로 올때 런던에서 독일을 경유해서 오는 비행기를 타고 왔다.  그때 폴란드에 사시는 한국분과 나란히 앉아오게 됐는데 그게 인연이 되서 알게 된 분이 집으로 저녁 초대를 해주셨다.  마침 그 집에도 누리 나이 또래 아이가 있어 작년에 만났을 때도 두 아이가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 분 집과 친구네가 멀어서 2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만 함께 할 수 있었다.  접시에 밥을 담아 먹는 낯설고 익숙함을 함께하며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우리도 집에서 밥을 접시에 담아 먹을 때가 많다.  아쉬웠지만 친구가 술 한 잔 하려고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다음을 기약하고 친구네로 돌아왔다.

예약해둔 택시에 맞춰 급하게 나왔는데 택시가 안온다.  알고보니 영국에서 예약한 택시였던지라 폴란드보다 한 시간 늦은 영국시간에 예약이 되어 있었다.  밖에서 40여 분 오돌오돌 떨며 택시를 기다렸지만, 한국의 총알택시를 연상시키는 운전솜씨로 생각보다 빨리 도착했다.  다시 한 번 한국인과 폴란드인이 참 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늦게 친구네로 돌아오니 역시 냉장고에 프로세코를 쟁여놓고 초콜렛과 함께 기다리고 있는 친구.  시간가는 줄 모르고 또 폭풍수다.

+

다음날 다시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바르샤뱌 쇼팽공항으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그리고 탈탈탈 프로팰러가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지비의 고향 앞으로-.

+

바르샤바 시내 지하철 좌석이다.  바르샤바의 유명한 명소들이 담겨있다. 
사실 알고보면 런던의 지하철 좌석도 단순화 되긴했지만 런던을 상징하는 것들이 담겨있다.  여권도 그렇다. 
폴란드 여권엔 페이지 마다 다르게 여행의 변천사 - 도보에서 비행기가 담겨있고, 영국 여권엔 유명한 자연문화유산이 역시 페이지 마다 다르게 담겨있다.  이런 게 문화 아닐까 싶다.
한국은 1면부터 48면까지 같은 그림이다.  남대문이던가?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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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후미카와 2019.04.23 16:5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항공사에 불지르고 싶을정도로 서비스가 엉망이라면 경유도 나쁘진 않네요. 누리도 기대가 되는지 마음이 가벼운 모양입니다. 잘 다녀오세요 ~~♡

    • BlogIcon 토닥s 2019.04.23 22:4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라이언에어 ryan air의 명성은 유럽에서 자자합니다. 저가항공의 대명사지만 이 항공사를 좋게 말하는 사람은 한 번도 만나보지 못했을 정도랍니다. 그래도 우리는 일년에 한 두 번은 어쩔 수 없이 타기는 합니다만.
      여행은 지난주에 다녀왔고요, 지금은 누리의 방학 마지막 날이랍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