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토요일 근무를 마치고 주산지에 다녀왔다. '왜 내가 가게 됐을까?'라는 물음을 지금 던져봐도 답이 안나온다. 그야말로 '얼떨결'이라는 표현이 딱 맞을듯하다.
정말 피곤했다. 다행히도 내 카메라엔 그런 모습이 담기지 않았다. 담겼다 하더라도 내가 관리할 수 있으니 문제가 없는데, 진짜 문제는 다른 사람들의 카메라에 담긴 모습이다. 킁.(-_- );;






주산지에서 모두(a선배, Y군, 맹 & me) 어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모르겠다라고 했다.
이 개념 없는 사진 봐라.(-_- );;

날씨가 맑아 주산지의 메인컨셉인 물안개도 없었고, 사람은 너무 많았다.
주산지에서 찍힌 너무나 환상적인 이미지를 많이 보아왔던터라 그런 이미지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진들을 찍어대려니 마음만 쫓겼다. 그런 환경과 마음이었던지라 돌아오고 보니 찍은 사진이 없다.



이러저러한 사정은 모두가 같은데 내겐 한 가지 이유, 내겐 너무 부담스러운 디지털카메라가 더 있었다.
돌아와서 컴퓨터에 결과물을 올려놓고 봐도 그렇고, a선배의 필름사진을 봐도 그렇고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벌써 일년 반만에 디지털카메라가 너무 낯설어진 것이다.


이 사람들이 같이 간 사람들. 다시 생각해도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이들이 어울리지 않다기 보다 내가 그들에게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_- );;
난 계속 화법의 부적절함으로 구박만 받았다.(ㅜㅜ )
그런데, 화법의 부적절함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런 부적절함을 감싸줄 포용도 부족했다.
어쨌거나 거의 24시간을 함께 하며 세 사람을 관찰한 결과, 세 사람이 서로 다른 연애 유형을 대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의 내용이 궁금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연락하기 바람.






작으마한 부탁이 있다면 제발 나에겐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지 마시길-.
난 그런게 부끄러워.(>.< )
나도 다른 사람에게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는 입장이라 크게 피하진 않지만 부끄럽고 어색해서 몸둘바, 눈둘바를 모르겠어.
어디를, 어떻게 찍어야 할지 몰라 당황했던 주산지에서 오래 머물지 않고 안동 시내로 갔다. 왜, 닭을 먹으려고. 아침부터 닭.(ㅜㅜ )
가는 길에 비가 오고, 천둥이 쳐서 다시 밤이 되어버린 것 같았다. 그래서 스무시간 남짓을 보냈을 뿐인데 2박3일은 같이 있었던 기분이랄까.(-_- );;

아침부터 안동찜닭을 먹고 간 곳은 운문사다.
가는 길에 짧은 시간이지만 정신없이 잤다.
주산지에 도착해서도 잠시 눈을 붙이기는 했는데, 거의 못잤다. 그냥 눈을 감고 있었던 정도. 그러다 깜빡 잠이 들뻔했는데,
Y군의 알람이 울렸다. 지나서 하는 말이지만 Y군의 알람이 울릴 때 정말 한 대 때려주고 싶었다. 몸이라도 더듬어(?)
휴대전화를 찾아 끄고 싶었으나 그럴 수는 없는 일.(ㅜㅜ )
정말, 내가 너를 만나고 네가 가장 미웠던 때를 꼽으라면 그 순간이 랭킹 5에 들꺼야.

운문사에 도착해서 사람들은 주산지에서 찍지 못한 사진을 찍으려는 듯 열심히 찍었는데, 나는 운문사 입구 솔밭에서 몇 장 찍고 말았다.
그 때는 무엇을 어떻게 찍어야할지 모르겠다가 문제가 아니라, 몸이 너무 피곤했다.(-_- );;





송진 채취의 흔적.
이 나무들의 상처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요약하면 '사랑 후에'?



사람들이 열심히 찍는 동안 나는 '걸터 앉지 마시오'라는 푯말이 놓인 마루에 걸터 앉아 모과를 한참봤다.
"모과차 마시고 싶다."라는 한 가지 생각만하면서. 거의 무아지경이었다고나 할까.

그날 찍은 좋은 사진이라고는 이 정도.
참고로 잘 찍은 사진이 아니라 내가 좋은 사진이라는.(. . );;








운문사에서 함께한 사람들의 사진들.

주산지로, 운문사로 무작정 끌려가듯 집을 나서기 전 보낸 일주일이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다.
쉬지 못한 주말 때문에 몸이 피곤했고, 나와 내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일 때문에 마음이 힘들었다. 그래서 주말은 집에서 뒹굴거리며 보낼꺼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그런데 어찌하고 보니 나는 주산지로 가는 길 위에 있었다.
사람들과 헤어져 집으로 들어오며 생각하니 그렇게 보낸 것이 차라리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수다 속에 있지
않았으면, 그들의 수다는 끝이 없고 다른 생각에 빠질 틈을 주지 않는다, 혼자서 수렁 같은 생각에 빠지고 말았을테니까.
그런 점에서 그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_- );;, 고마운 마음이 든다.
오랜만에 그들과 보낸 시간 그 자체도 고맙고.
이번이 아니면 평생 다시 오지 않을 기회라는 Y군의 말을 웃어넘겼는데, 정말 그런 시간이 다시 올까 싶다.
finepix S3p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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