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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9.01.05 [+2300days] 작심삼일 한글배우기 (6)
지난 여름방학 때 한국에 가면 언니가 누리에게 한글을 가르쳐준다고 했다.  그 말 믿고 그 이전에 한글 가르치지 않았다는 구차한 변명.  막상 한국에 가니 언니는 차만 쓰라고 던져주고 서울로, 중국으로 답사를 가버렸다.  물론 그 바쁜 와중에도 언니와 해운대 물놀이를 세 번이나 가기는 했지만.  그 이외에도 동네 물놀이 공원, 경주 뽀로로 아쿠아월드 등 열심히 다녔다.  놀다보니 런던으로 돌아올 시간, 급하게 한글 완성 12주란 3권짜리 책을 사왔다.  12주 정도면 내가 할 수 있겠다며.  집에 돌아와서 첫 장 '아야아여오요우유으이' 했는데 여름방학이 끝났다.  그리고 시작된 초등학교 1학년.  은근히 숙제(영어와 수학)도 부담되고, 더불어 학교에서 내준 책 읽기와 단어 받아쓰기 준비도 부담됐다.  일주일에 하루는 발레가고, 하루는 음악 방과후, 그리고 숙제하고 단어 받아쓰기 공부하면 (조금 부풀려서) 비는 시간이 없었다. 
한글 공부는 언제하냐는 지비의 압박에 가을 중간방학에 한다며 큰소리 땅땅 쳤는데, 중간방학 일주일 동안 하루도 집에 있는 날이 없었으니 한글 책을 펼쳐볼 시간도 없었다. 
그때부터는 한글배우기가 엄청난 부담이 되기 시작했다.  나 아니면 가르쳐줄 사람도 없는데, 나도 너무 바쁜 가을학기였다.  그 와중에 미국에 있는 친구 딸 - 누리보다 2주 빨리 태어났다 -이 한글을 뗐다는 말에 더더더더더더 부담.  그렇게 크리스마스 방학을 맞이했다. 

방학 첫날 누리와 공연을 보러갔다.  주차장으로 가면서 방학 때 한글공부를 하자는 말을 꺼내기 위해 이번 크리스마스 방학 때 뭐 하고 싶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누리가 방학은 쉬는 거라고, 그래야 나중에 더 열심히 할 수 있다고.  그 대답에 깜짝 놀라 누가 그런 말을 했냐고 다시 물었더니 자기가 그런 생각을 했다며 뿌듯해했다.  학교에서 누군가가 했음에 틀림없다.  어쨌거나 쉬는 건 맞는데 너무 놀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공부도 해야 놀 때 더 재미있는 거라며 한글 공부를 하자고 했다.  누리도 하고 싶어했다.  그러고도 열흘 동안 한글 책을 한 번도 펼쳐보지 않았다.(-ㅅ- )  그 열흘 동안 집에만 있었던 날이 하루도 없었다.  12월 31일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집콕.  하지만, 당연히 그 날 할 일을 내일로 미루어 새해부터 한글 공부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1월 1일은 휴일이니 쉬고 2일부터 한글배우기 (다시)시작.

다시 시작한 날, 그 다음날 이틀 공부해서 'ㄴ'까지 봤다.  누리는 쓴다기보다 그리고 있다.  계속해서 그리다보면 표음문자인 한글이 상형문자처럼 이미지로 누리 머릿속에 남을지도.  그러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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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심삼일째인 오늘 저녁 먹고 나는 화장실 청소를 하느라 한 시간 여를 보내고 누리는 그 시간 곧 생일인 한국의 할머니와 폴란드의 할아버지 생일카드를 만들었다.  그 그림들이 재미있었는데 사진 찍을 사이도 없이 누리가 봉투에 넣어 입구를 봉해버렸다.  그래서 오늘 한글공부는 건너뛰었다는 또또 변명.  내일은 아침에 꼭 해야지. 꼬~옥.
Posted by 토닥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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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logIcon 일본의 케이 2019.01.05 14: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한글공부가 어렵죠,,,그래도 화이팅입니다

    • BlogIcon 토닥s 2019.01.05 21: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맞아요, 한국어 참 어렵습니다. 지금 누리는 자음과 모음을 익히는 수준이지만, 남편이 한글을 배울 때 참 어려운 언어라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배울 때와 어른이 배울 때가 다르고, 모국어로 배울 때와 외국어로 배울 때가 또 다른 것 같아요. 누리는 모국어와 외국어 그 가운데쯤에서 배우고 있어 제가 헛갈릴 때도 있지요. 오늘은 'ㄷ'을 배웠습니다.^_^

  2.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2.06 11:0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직은 나중의 일이지만 저희도 자녀의 언어 문제로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게다가 저희는 아빠 언어(노르웨이어), 엄마 언어(한국어), 아빠와 엄마가 대화하는 언어(영어)가 다 다르다보니 더 복잡한 것 같아요.ㅜㅜ

    • BlogIcon 토닥s 2019.02.06 11:4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희도 아이 아빠는 폴란드 사람이라, 아이와 아빠는 폴란드어, 아이와 저는 한국어, 남편과 저는 영어로 대화합니다. 아이는 학교에 가서 영어를 배우고요. 펭귄님과 3개국어라는 점에 같지만 다르기도 해요.

      저희 부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라 아이 학교에서 보내준 책을 보다가도 모르는 단어를 만나곤 해요. 예를 들면 영어로 된 의성의 의태어, 혹은 아이들 언어. 정말 난감합니다. 영어 문법책엔 나오지 않는 단어들이니까요. 그런 점에서 펭귄님네는 남편분이 현지인이니 저희보다 좋은 점이 있지요. 하지만 여기서 영국인 남편과 사는 한국인 엄마 말을 들어보면, 그런 가정은 2개국어라도 영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다른 언어가 들어가기 어렵다고 해요. 아무리 부모가 외국인이라도 아이들이 현지에서 공부하면 그 현지어를 더 많이 경험하기 나름이니까요. 그런 면에서 펭귄님네는 한국어를 주기가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엄마의 모국어기 때문에 조금 문턱이 낮다는 느낌도 있지만요. 아이에게 한국어 주기 - 쉽지않지만, 멀리서 제가 응원할께요. 저도 어영부영하고 있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 BlogIcon 노르웨이펭귄🐧 2019.02.07 11: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정말 저희 둘 다 3개국어에 노출되는 환경이지만 뭔가 조금 다른 환경이네요.
      저희도 둘 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만 그래도 아이가 자랄 곳은 부모 중 한 명의 모국인 노르웨이 혹은 한국일테니 그런 경우에서는 좀 더 수월 할 수도 있긴 하겠어요. 저는 미국이나 영국처럼 영어권 남편과 영어권 나라에서 거주하는 분들은 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다른 언어가 들어가기 어려운 점도 있겠네요. 아무래도 한 가지의 언어가 너무 노출이 많이 되서 그런거겠죠.ㅠㅠ

      아이의 언어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국제커플 이야기를 종종 읽었었는데 4개국어에 노출되는 아이도 있더라고요(토닥님같은 상황이지만 거주하는 국가가 또 그 국가만의 언어가 있는 분들).
      4개국어면 정말..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그래도 다들 하시는 얘기가 아이들이 생각보다 잘 따라온다고 하더라고요. :)

      헤헤 좋은 말씀 감사해요. 저도 토닥님 응원할게요!

  3. 어니스트 2019.02.13 00:42 Address Modify/Delete Reply

    너의 작심인지 누리의 작심인지ㅎ 어렵겠네ㅎ